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야누스적인 그대
작가 : OASIS
작품등록일 : 2017.6.2

환타지 로맨스

 
1. 낯선 목소리
작성일 : 17-06-02 20:20     조회 : 343     추천 : 0     분량 : 532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 낯선 목소리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내가 곧 그 곳으로, 그대에게 갈 테니······.’

 

  또 들려왔다.

  언제나 같은 목소리였다. 낮고 은밀하면서도 달콤한 목소리.

 

  하아. 또 그 목소리야.

 

  하지만 준은 짜증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한창 꿈의 늪에서 방황하고 있던 김준은, 어느덧 익숙해져 버리고 만 낯선 남자의 목소리를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듣고 말았다.

  나비의 날개 짓 소리마냥 작지만 귓가에 선명히 들려오는 목소리는 언제나 준을 갈망하고 있었다.

 

  기다려 줘. 얼마 남지 않았어.

  우리는 곧 만날 것이다. 내가 그 곳으로 다가가는 방법을 알아 낼 테니······.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레퍼토리는 항상 일정했다.

  열 살 즈음에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한 낯선 남자의 목소리는 준을 죽도록 무섭게 만들었었다.

  자다가 갑자기 두려움에 떨며 경기하듯 울기 시작하는 열 살배기 준을, 부모님은 처음엔 그저 달래기만 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 꾸준히 정기적으로 발작을 일으키며 무서워하는 준을 안아 들고 준의 부모는 준이 겪기 시작한 ‘이상 현상’을 밝히기 위해 온갖 병원을 다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최면술사나 무당을 찾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준의 귀에도, 정신에도, 몸과 영혼 그 어디에도 잘못 된 곳은 없었다.

  그저 준에게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겨우 한 달에 한 번씩 갑작스레 들려오던 그 목소리는 점점 잦아지더니 어느덧 보름에 한 번씩, 일주일에 한 번씩, 사흘에 한 번씩 들려오기 시작했고 16살이 넘어서부터는 매일 밤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준 스스로도 꿈에서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깨어나지 않으면 자신의 하루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가 되어 버렸다.

 

  만 열아홉, 한국 나이 스무 살이 되는 오늘도, 김준은 그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선 한 남자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것을 느끼며 억지로 잠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일어나, 늦잠쟁이 꼬맹이. 오늘은 너 생일이잖아? 어머니가 니 생일 상 근사하게 차려놨어.”

 

  자신을 깨우는 현실 속 목소리에 준은 겨우 두 눈을 비비면서 억지로 한쪽 팔로 지탱하고선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켰다.

  그러자 준의 침대 앞에 서있던 잘생긴 남자가 준의 짧지만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볍게 장난치듯 비벼대기 시작했다.

 

  “어! 어라?”

 

  준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져대는 눈앞의 남자를 제대로 확인하자마자 겨우 반쯤 일으켰던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분명 해외 출장으로 6개월 이상 집을 비웠던 사람이 지금 무심한 손길로 준의 눈곱을 떼어주며 빙긋이 웃고 있는 것이다.

 

  “큰 오빠? 언제 집에 왔어?”

  “어제 밤. 늦게. 그래도 오늘이 우리 집 귀염둥이 막내 동생 생일인데 아무리 바빠도 내가 빠질 수 있나?”

 

  하하하~하. 귀염둥이라니. 학교에선 내가 집에서 이런 소리 듣고 산다는 걸 알면 모두들 기절을 할 텐데 말이지.

 

  준은 속으로 쓴웃음을 삼키고 자신의 뒷목을 벅벅 긁어대며 잠자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침대 밖으로 모델마냥 기다랗고 하얀 다리가 성큼 성큼 빠져 나왔다.

 

  173cm의 키에 호리호리하면서도 건강하게 보이는 몸. 키에 비해 엄청 작게만 느껴지는 앙증맞은 하얀 얼굴. 그리고 그 얼굴을 감싸고 있는 부드럽게 빛나는 검은 색 머리카락.

  혈색 좋은 깨끗한 피부에 크게 자리 잡은 두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고, 그 위로 숱 많고 진한 눈썹은 차분하고 진중해 보였다. 거기에 적당한 높이로 시원시원하게 뻗은 콧날과 탐스럽게 붉은 입술은 완벽하게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김현의 눈에는 그런 김준의 얼굴이 빛이 뿜어져 나오듯 활기차 보였다

  사실 뒷머리를 박박 긁고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눈을 끔벅이는 준의 모습은 막 잠에서 깨어난 상태라 꾀나 꾀죄죄한 상태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김현은, 자신의 막내 동생이 바로 윗 오빠인 ‘김건’과 쌍둥이마냥 똑같이 선머슴처럼 행동하는 것을 그저 사랑스레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막내, 오늘도 예쁘네. 눈이 막 부셔.”

  “하하하하핫, 고맙······네. 그런데 어디 나가선 그런 말 하지마. 큰 오빠 눈 삐었다 그래.”

 

  김준은 분명 훌륭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예쁘다’거나 ‘귀엽다’라는 평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실 준이 자신의 빛나는 외모로 제일 많이 듣는 소리는 ‘멋있다’였다.

  준은 남자라기엔 너무 아름다웠지만, 여자치고도 너무 늠름해 보였다.

 

  김준이 치마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거리를 나서면, 백이면 백 그녀를 미소녀가 아닌 미소년으로, 또는 미청년으로 알아보곤 했다.

  실제로 중학생 이후부터는 준을 따라다니는 팬클럽 여학생들이 꾸준히 생겼고 그들이 몰래 찍은 사진들이 업로드된 SNS등에는 준이 데뷔 전인 남자 아이돌이 아니냐는 식의 댓글들이 여전히 매일 수백 개가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김준이 사실은 진짜 남자인데 뭔가 이유가 있어 여자인 척 하는 게 아니냐는 ‘소녀순정만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환상을 품는 여학생들도 심심찮게 있어왔다.

 

  “아니지, 아니지. 울 예쁜이 머리카락만 길면 진짜 완전 여신인데 말이야. 왜 이렇게 짧게만 자르는 거야? 예전엔 엄청 길었었잖아?”

 

  자신의 손가락에 잡히는 준의 머리카락이 짧은 것이 못내 아쉬운 듯, 김현이 볼 맨 목소리로 물었다.

 

  “하하하하핫. 그게,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엄마 때문에라도 억지로 길러봤는데, 다들 여장 남자 같다고 하잖아? 무슨 사극에 나오는 호위무사 같다고 하기도 하고. 뭐, 하여튼 넘 기니까 관리하기도 귀찮고, 걍 짤라 버렸지 뭐. 편하고 시원해서 난 이게 좋아.”

  “뭐, 우리 막내야 어떤 모습이든 항상 예쁘니깐 상관없지만. 하여튼 일단 얼른 씻고 나와. 다 같이 아침밥 먹으며 생일 축하 해야지? 그리고, 너 친구들도 만나기로 했다며?”

 

  그제야 시계를 보니 벌써 7시가 반이나 지나 있었다.

  시계 옆에는 ‘2018년 3월 2일 금요일’이 표기된 곳에 예쁘장한 별이 수없이 그려져 있는 작은 달력이 있었다. 소녀 감성 가득한 엄마가 그려놓은 거였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준의 앞 머리카락을 헝클이듯 쓰다듬은 뒤, 현은 준의 방을 나섰다.

 

  제대로 거하게 차려져 있을 게 분명한 자신의 19번째 생일 밥상을 받은 후 예화고등학교 입학식이 시작할 10시 30분까지 학교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만 했다. 절친인 마리와 연우를 만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현재 고2인 준이 다니고 있는 예화종합예술고등학교의 신입생 입학식에는 당일 날 공연하는 재학생 퍼포먼스 팀들 이외에는 재학생의 참가여부가 자유다.

  하지만 예화종합예술고등학교의 입학식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독특하다고 워낙 유명했기에 진과 친구들은 올해에도 함께 관람해보기로 결정했던 거였다.

  물론 그 이후 간단하게나마 셋이서 준의 생일파티를 할 계획도 있었다.

 

  연우와 마리는, 초등학교 시절 2년 휴학을 했기에 동급생들보다 2살이나 더 나이가 많은 평범하지 않은 준을 평범하게 진짜 친구로 대해준 몇 안 되는 소중한 소녀들이었다.

  남자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멋있는 외모의 준과 탤런트 지망생인 화려한 미모의 마리,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자 이미 괴기소설을 출판하고 있는 괴짜 연우는 예화고등학교의 유명한 명물 삼총사였고 그들과의 시간은 항상 즐거웠다.

 

  “어이, 막내! 빨리 씻어. 우리들 다 기다리고 있다고.”

  “그니까, 인마. 빨리 안 내려오면 우리가 케이크 다 먹어버릴 지도 몰라.”

  “예쁜 막내, 조금만 서두르자. 너 약속 늦는다고 밥 제대로 안 먹고 나가버리면 어머니 속상해 하셔.”

 

  아래층에서 둘째 오빠인 김윤과 셋째 오빠 김건, 그리고 첫째 김현의 목소리가 순서대로 들려왔다.

  준과는 12살이나 차이나는 첫째 오빠 김현. 7살 차이나는 둘째 오빠 김윤. 그리고 세 살 차이 밖에 나지 않아 그 중에선 가장 맞먹고 놀곤 했던 김건.

  세 명의 건강한 남자 형제들 사이에서 자란 김준이 남자처럼 행동하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몰랐다. 엄마가 아무리 예쁜 원피스를 사줘도 오빠들과 같은 옷차림이 아니라고 싫어하던 김준이었다.

 

  “알았다고. 금방 가니까 내 케이크에 먼저 손대지 말라고!”

 

  씩씩한 목소리로 대꾸를 하며 준은 서둘러 2층 자신의 방에 딸려진 작은 욕실에 들어섰다. 그리고는 커다란 거울에 비친, 준 자신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항상 느끼지만, 거울에 반영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힘들었다.

  남들은 아름답다, 멋있다 하지만 준 자신에게는 그저 이도 저도 아닌 어색한 얼굴일 뿐이었다.

 

  짧은 한숨 끝에 준은 천천히 잠옷 상의와 바지를 벗어던졌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상체가 고스란히 거울에 비쳐 졌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듯한, 그러나 아름다운 하얀 몸이 드러났다.

  여성성을 나타내는 풍만한 둥근 곡선 하나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몸의 라인이 언뜻 밋밋해 보였지만 하얗고 보드라운 몸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준은 그 몸을 혐오하고 있었다.

 

  학교의 많은 사람들이 김준이 사실 여자가 아니라 진짜 남자가 아니냐는 의문을 몰래 품는 것에는 김준의 이런 길고 밋밋한 마른 몸매와 남들 앞에선 절대로 옷을 벗지 않는 버릇이 한 몫 하고 있었다.

 

  올 해 만으로 19살이 되는 김준의 몸은 키는 무럭무럭 또래 여자아이들보다 더 성장했지만, 아직도 2차 성징을 거치지 않은 상태였다.

  다른 아이들이 10대 초반부터 시작하기도 하는 월경이 준에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여직 유방의 발육이 시작되지 않아 그저 자그마하게 자리만 잡은 가슴에다 머리카락을 제외하고는 몸을 보호할 민감한 부위에는 체모 한 올 나지 않았다.

 

  또래 여자 동급생들이 월경을 시작하며 점점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 때, 자신의 몸은 마치 마론 인형인 것 마냥 그대로 멈추어져 있다는 사실은 김준을 심각할 정도로 우울하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다가 이런 비정상적이며 조화롭지 못한 몸 위로, 어린 시절 어느 순간부터 등 한 가운데에서 생겨나 점점 넓게 퍼져 나가는 진한 회색의 반점들은 스스로의 몸에 구토감 까지 느끼게 했다.

 

  김준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의 자신의 몸과 점점 커져가는 몸의 반점에 심각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가족들조차 모르고 있었다.

 

  열 살 이후부터 헛소리를 듣고 자지러지는 자신에게 무슨 큰 병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사방팔방을 쫒아 다니느라, 자신의 건강까지 챙기지 못하던 부모님에겐 차마 자신의 몸의 형태가 비정상적으로 느껴져 토할 정도로 불쾌해진다는 말을 토로 할 수가 없었다.

 

  “하아. 이러다가 또 우울해질라. 얼른 씻자. 배고파.”

 

  억지로 힘을 낸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면서 준은 서둘러 해바라기 샤워기의 따뜻한 물줄기 아래로 몸을 들어 밀었다.

 

  좁은 욕탕 안에서 피어나는 뜨거운 연기 속에서 김준의 등에 퍼져있는 회색 반점들이 붉게 피어나고 있었지만, 김준은 그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 1. 낯선 목소리 2017 / 6 / 2 344 0 532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