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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프라하, 그 유혹의 밤
작가 : 데스띠나
작품등록일 : 2017.6.2
프라하, 그 유혹의 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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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박. 불꽃이 인다고 느껴졌다. 단 한잔을 마셨을 뿐인데 술에 취했나 보다.

독한 술 때문인지 아니면 몸 중앙에서 이는 뜨거운 열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목이 말랐다. 저도 모르게 붉은 혀가 나와 입술을 핥고 새하얀 치아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반짝하고 빛난다.

유혹.
그녀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도 모르는 어떤 힘이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남자의 눈에서 강한 욕망이 느껴지고 또 그는 그걸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술을 털어 넣자 강인해 보이는 목 가운데 툭 튀어 나온 목울대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섹시하다. 술잔을 내려놓은 남자의 손이 아무것도 묻지 않은 자신의 입술을 훔친다.

그녀는 마치 따라하는 것처럼 얼른 고개를 숙이고 앞에 놓인 스트레이트 잔을 들어 한 번에 마셨다. 훅 하고 뜨거운 열기가 온 몸을 감싼다. 거울을 보지 않았지만 얼굴이 빨갛게 물든 단풍처럼 달아오르지 않았을까.

저도 모르게 손을 올려 아무것도 묻지 않았을 입술을 닦아 냈다.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에 그의 시선이 닿았다. 천천히 입술선을 따라 미세하게 움직이는 회색빛 눈동자.

 
프라하, 그 유혹의 밤 001화
작성일 : 17-06-02 18:13     조회 : 431     추천 : 0     분량 : 4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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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의 다리, 카를 교

 

 

 

 그림 같은 풍경의 아기자기한 골목을 지나다 보니 어느새 프라하 성에 도착했다. 카메라를 들고 아무 곳이나 찍어도 그림 그 자체다.

 

 버뜨(but), 하지만 날씨는 춥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자신이 그다지 저질 체력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노동과 운동은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당장 운동부터 시작해야지 안 되겠다.

 

 헉, 헉.

 체력은 생각도 못 하고 젊다는 거 하나로 몸뚱이 하나만 믿고 여자 혼자서 외국 여행을 감행한 자신의 무모한 도전에 혀를 내두르며 숨도 고를 겸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와아…….”

 

 감탄하느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멋진 광경을 혼자 봐야 한다니.”

 

 끝없이 펼쳐진 빨간 지붕들과 군데군데 보이는 뾰족뾰족 첨탑들, 눈 앞에 펼쳐진 프라하 시가지. 진정 이곳이 체코 맞는구나.

 

 한참이나 넋을 잃고 경치에 취해 있다 문득 함께 공감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아름다운 광경 앞에서 감탄과 동시에 한탄해야 한다니.

 

 주희가 함께 왔으면 이렇게 쓸쓸하진 않았을 텐데. 여행지를 정한 당사자가 오지 않았으니 이 벅찬 가슴을 누구와 함께 공유하냐고.

 

 “왜 하필 프라하야?”

 

 “거기 사랑의 다리가 있단 말이야.”

 

 “사랑의 다리? 그건 또 뭐래?”

 

 “카를교라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손잡고 걸으면 영원히 사랑을 이룰 수 있대.”

 

 그래 놓고 안 왔다 이거지. 나쁜 계집애. 생각할수록 열 받네.

 

 “그래서, 너랑 손잡고 걸어서 영원한 사랑 이루라고?”

 

 “얘는, 그렇다는 말이지. 난 나중에 신혼 여행으로 민준 씨 손잡고 걸을 거야.”

 

 남자친구와 신혼 여행 와서 카를교를 걸을 거라는 말을 할 때부터 짐작했어야 하는데, 여행 계획 다 짜고 예약까지 다 해 놓은 다음에야 안 된다고 취소하는 건 또 뭐람?

 

 “송주희, 같이 가기로 해 놓고 갑자기 못 간다고 그러면 어떡해? 예약까지 다 했는데 인제 와서 취소하라고?”

 

 “정말 미안, 난 어쩔 수 없지만, 너라도 마음먹었을 때 갔다 와. 다음에는 꼭 같이 가자.”

 

 “다음에 또 언제? 너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가 아니라 가슴이 떨릴 때 가야 한다는 말도 몰라?”

 

 “다리 떨리기 전에 갈 거거든. 민준 씨가 다음에 자기랑 같이 가자고 이번에는 안 된대.”

 

 우 씨. 그놈의 김민준. 나중에 만나면 가만두나 봐라.

 

 “뭐? 그러면 결국 민준 씨 때문에 안 가는 거란 말이야? 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남자친구 말 한마디에 나랑 한 약속은 내팽개쳐 버리다니. 남자친구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고민하고 고민하다 의외로 여자 혼자 유럽 여행을 가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고 남자친구 때문에 배신한 주희에게 보란 듯이 혼자만의 여행을 감행했다.

 

 “그러다 너 신혼 여행은 설악산으로 가고 평생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꾼다.”

 

 “아주 악담을 해라.”

 

 “그럼 지금 내가 좋은 말 해 주게 생겼어?”

 

 솔직히 두려웠다. 우리나라의 도시를 가더라도 혼자서는 겁이 나기 마련인데 비행기로 열 시간 넘게 날아가야 하는 곳을 혼자서 간다니.

 

 하지만 지금 눈앞에 넋을 잃을 만한 프라하의 전경을 보며 혼자라도 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자신을 위안했다.

 

 “찌니야, 그래도 그냥 풍경만 보고 오지 말고 운명의 남자라도 만나.”

 

 “운명의 남자는 무슨, 나 결혼 안 한다니까.”

 

 “결혼을 안 하니까 정말 운명적인 남자를 만나 죽을 만큼 찐한 사랑 한 번 해 봐야 하는 거 아니니? 모태솔로로 죽으면 국민훈장이라도 주는 줄 알아? 오히려 사람들 비웃음거리가 되는 거라고.”

 

 “웃음거리는 무슨 웃음거리야?”

 

 “묘비명에 내가 써 줄까? ‘영원한 모태솔로, 녹슨 처녀막을 간직한 채 이곳에 잠들다.”

 

 “야, 쏭, 죽을래?”

 

 진휘는 주희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대학 졸업하면서 처녀도 졸업한다는 요즘. 희귀종 취급을 받으며 놀림을 당한 게 벌써 3년째다.

 

 “그러니까 녹슬기 전에 확 떼 버려. 거기 멋진 외국인 하나 만나서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서 오라고. 여행지의 사랑은 여행지에서 끝내는 게 좋아.”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하니까 걱정 끄셔.”

 

 “여행 가면 평소보다 좀 대담해지기도 하고 그러잖아. 다시 볼 일 없는 사람이니까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평균 이상이면 그냥 확 널 내던져 봐. 한국에서는 그 성격에 그게 되겠냐? 알았지? 꼭 성공해야 해!”

 

 “너처럼 외국인 상대로 원나잇이라도 하라고?”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어쨌든 송주희, 프라하 정말 멋지다.

 

 사방에다 대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나중에 주희에게 자랑할 풍경들을 담아내고 프라하 성안으로 들어갔다.

 

 ***

 

 프라하 성에서 내려와 숙소로 가는 길에 주희가 말한 카를교에 다다랐다. 사랑의 다리라서 그런지 사람이 엄청 많다.

 

 밀루유떼. 체코어로 사랑해라는 뜻이다. 이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외우고 또 외웠는데.

 

 여기가 한국 이태원이야, 체코 프라하야?

 

 남자가 있긴 있다. 문제는 죄다 애인이나 와이프의 손을 꼭 잡고 있다는 거지.

 

 영원히 사랑을 이룬다고? 그럼 프라하로 신혼 여행 오는 커플들은 이혼이란 없겠네. 흥!

 

 그녀처럼 여성 솔로도 꽤 보인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내 사랑, 나타나기만 해 봐라. 정말로, 진짜로, 확실하게 예뻐해 줄 거야.

 

 많은 현지 연인들이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서로를 부둥켜안고 깊은 키스를 나누는 모습들만 보인다.

 

 “어휴.”

 

 나오는 건 한숨이요, 느는 건 커플들을 향한 소심한 저주라.

 

 이제는 시큰둥할 만도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오늘도 잊지 않고 한마디가 튀어나온다. 이건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고.

 

 “평생 키스만 하게 두 입이 확 붙어 버려라.”

 

 말도 안 되는 모태솔로의 심술을 부려 보지만 보란 듯이 키스를 마치고 손을 꼭 잡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지나가는 연인들의 모습에 더 속이 뒤틀릴 뿐이다.

 

 결혼은 안 해도 연애는 하고 싶다고.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남자를 만나면 과연 이 사람과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까를 따진다는 거지. 어쩌라고.

 

 어릴 때부터 절대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라는 엄마의 말을 귀가 아프게 들어서 그런지 결혼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이다. 그런데도 결혼하고 난 뒤의 내 모습을 가끔 상상해 보곤 한다.

 

 아,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네포무츠키 동상이다. 슬그머니 차례를 기다려 동상에다 손을 대고 소원을 빌었다. 죽기 전에 가슴 떨리게 찐한 사랑 한 번 하게 해 달라고.

 

 그런데 카를교를 함께할 연인이 나타나야 영원히 사랑이 이루어지고 찐한 사랑도 해 볼 텐데, 애초에 그녀에게는 안 맞는 소원이고 도시였다.

 

 “그걸 왜 이제야 깨달은 거냐고.”

 

 터덜터덜 걸어서 카를교를 빠져나가는데 어깨가 묵직해지는 것과 동시에 강한 힘으로 몸이 휙 뒤로 돌려졌다.

 

 “Excuse me!”

 

 “엄마야!”

 

 저도 모르게 뒤로 돌려진 진휘는 한참이나 고개를 위로 올려야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네이비색 피코트의 깃을 세우고 아래에 입은 블루진이 큰 키를 더 커 보이게 하고 있었다. 남자는 조금 전 미드에서 튀어나온 외모를 하고 그녀의 얼굴을 보고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곱슬머리가 살짝 흘러내린 반듯한 이마, 짙은 눈썹과 기역 자를 이루며 곧게 뻗은 오뚝한 콧날, 그녀를 보고 놀랐는지 살짝 벌어진 입술, 강인해 보이는 턱선. 굉장히 이국적인 외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동양적이라고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은지? 아……. I’m so sorry.”

 

 다급하게 그녀를 돌려세웠던 그의 거칠어진 숨소리와 낮게 깔리는 저음의 목소리, 실망감이 어린 표정.

 

 그녀는 차갑고도 강렬한 눈빛을 뿜어내는 암울하고 신비로우면서도 매력적인 회색빛 눈동자에 그대로 빨려들어 갈 것만 같아 숨이 막혔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수많은 관광객 사이에서 빛이 나는 비주얼을 가진 남자였다. 아니, 외모뿐만 아니라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슬픔 같기도 하고 분노 같기도 한 표정을 짓는 그의 깊은 눈빛이 그녀의 마음 한곳을 건드리고 있었다.

 

 “아!”

 

 왼쪽 어깨에 강한 통증이 느껴져 보니 그가 아직도 그녀의 한쪽 어깨를 붙잡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남자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던 손에 힘을 빼며 손을 내렸다. 그전에 살며시 아픈 어깨를 어루만졌다고 느낀 건 그녀의 착각이었을까.

 

 [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합니다. 아는 사람과 많이 닮아서 착각했어요.]

 

 남자가 영어로 그녀에게 해명했다. 얇은 윗입술에 비해 두툼한 아랫입술의 움직임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두었던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닫고는 깜짝 놀라 눈을 내렸다.

 

 섹시하다. 하아, 이게 무슨.

 주희가 TV에 나오는 남자들을 보면서 섹시하다고 할 때도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던 그녀가 낯선 도시에서 처음 만난 남자, 그것도 외국 남자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분명 은지라고 했다. 그녀의 뒷모습이 그가 찾는 여자랑 닮았나?

 

 미안하다는 말을 한 후에도 남자는 돌아가거나 움직이지 않고 여전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어찌나 강렬한지 온몸이 델 듯이 열이 올랐다.

 

 결국 남자의 눈길이 부담스러운 그녀가 먼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들어 그 얼굴을, 그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었지만 아직도 그녀를 주시하고 있을 것 같아 어색하게 몸을 돌리며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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