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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丹花(붉은꽃)
작가 : 정린
작품등록일 : 2017.6.1

붉고 아름다운 그 입술로 사랑을 말하지마. 넌 반드시 후회하게 될거야.

 
제 1화. 누가 봐도 또 다시 좆됐다.
작성일 : 17-06-01 20:33     조회 : 416     추천 : 5     분량 : 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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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또 좆됐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누가 봐도 또 좆됐다.

 

 

 누구는 화성에서 좆돼서 살아남아 유명해지기라도 했다는데, 나는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당최 이 늪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건가. 지난 번은 어려서 그랬다고 치고, 그 지난번엔 실수라고 치고, 이번엔 또 무슨 경우인 건지,

 

 매번 나 혼자 우주 미아처럼 좆돼는 이 상황이 지겹디 지겹다. 정말.

 

 

 

 띠. 띠. 띠. 띠. 띠......

 

 

 '연락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삐--

 

 오늘까지 연락 없다는 건 내가 뭘 해도 상관없다는 걸로 알아들을게. 이게 너한테 하는 마지막 배려야. '

 

 

 그렇지, 내 전화를 받을 리가 없겠지. 기대도 안 한다. 이제는.

 

 

 

 "디엔드, 끝이라고 끝.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지. 이번엔 진짜 뭐라도 할 거야. 다 같이 좆돼는 거라고!!"

 

 

 

 그날 말이야. 겨울의 끝무렵이었던 그날, 뜬금없이 얼굴이 보고 싶어서 무작정 먼 거리를 달려왔다며, 넌 꿀 바른 거짓말을 잘도 지껄였지.

 어디서부터였을까, 너의 가식은, 너의 위선은, 너의 거짓은.......

 너의 이름은, 그건 진짜 네 이름이긴 한 거니?

 

 

 그런 널 좋다고, 슬리퍼 바람으로 온 네가 귀엽다고 안쓰럽다며, 오구오구 우리 귀한 애인 감기 걸릴까 봐, 바람막이 점퍼 사입히고, 무릎 튀어나온 바지 대신 청바지 사서 갈아입혀주고 따뜻한 국밥으로 든든하게 배도 불려 주었지. 며칠 밤 잠도 못 자고 당직 근무해서 졸리단 그 한마디에 아늑한 모텔방을 잡아 토닥토닥 잠도 재웠지. 이제와 참, 어이없게도 기억에 남는 단 한 장면이 떠올라.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네 모습에 몹시도 뿌듯해하던 그 멍청한 내가 떠올라 미칠 것 같다고.

 

 평생 내 옆에서 든든하게 있어주겠단 네 말이, 사실은 내 곁에서 평생 꿀 빨아먹겠단 소리인지도 모르고 조물조물 만지도록 내 가슴도 내어주었지. 뭘, 더 말해. 말해봤자, 내가 멍청한 것만 증명되는 걸.

 

 넌 참, 때도 잘 맞춰서 왔어. 돈만 밝히고 일만 하는 목석같은 남자 만나다가 어찌나 숨 막히게 갑갑하던지, 덜컹 이별부터 해 놓고는 벌거벗은 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던 그 해 겨울. 꿀 흐르는 듯 달짝 거리는 네 말투가 몹시도 내 뇌하수체를 적셔주길래, 드디어 나에게도 봄이 오는구나 싶었지. 그게 봄이 아니라 봉이 되는 줄도 모르고,....

 

 

 꽃길만 걷는 줄 알았지.

 그랬던 내게 이런다 이거지?

 넌 이제 디진다.

 내 손이 아니면 남의 손을 써서라도.

 

 

 그러니까, 닿는 대로 뭐라도 좀 썰어봐야지.

 

 

 (노트북에 전원을 켰다.)

 

 

 따다다ㄷ딱, 따다다닥닥.

 

 

 2017년 05월. 21일.

 날씨 : 서럽게 화창한 날

 

 한 커뮤니티 카페에 글을 올렸다.

 흠. 역시 세상엔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러나, 똑똑함 이면에 오지라퍼들의 팩트 공격 또한 참 많더라. 췟.

 

 

 

 

 ---

 

 

 

 

 나:

 

 "질문 있습니다. 학력, 직업 속이고, 평생 너만 보고 산다며 결혼하자며 상견례 운운하면서 야금야금 돈 빌려간 남자 친구 형사 고발할 수 있나요?

 

 전문직 행세는 형사건이 가능하단 소리를 들어서..

 전문가님들 아시는 분 있으면 답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답변 1]

 

 

 쫓는 자(****):

 

 학력 직업 (직장) 속인 거 사기죄가 되는가? 돈을 빌려 주었다......... 간단하게 이거군요.

 

 사기란 말 그대로 타인을 기망하여 본인이 직접 재물의 교부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에게 이를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입니다.

 

 보면 님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거나 이미 착오에 빠져 있는 상태를 인용하여 재물을 편취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형법 제39조 에서 규정하는 사기의 구성요건으로 보건대 단순 사기 면 347조에 의한 기망인지 아닌지 글로써 보기에는 좀 무리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전문직을 이용하여 님의 착오에 빠지게 했다고 보이는바 사기죄가 성립이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기의 공소는 가해자는 피해자로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사실은 무슨 전문직인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몇 월 며칠부터 몇 차례에 걸쳐 얼마를 편취하였다 인데 직업이 사실이고 갚을 의사가 있거나 능력이 있다면 처벌받기가 힘이 듭니다.

 

 경찰서에서 갚겠냐... 가해자.. 갚겠다.

 언제 갚겠냐 지금 변제하겠다.

 

 혹은 아니다 빌린 거다 대면조사받겠다 하면 대질 심문하고 그 자리서 주겠다 하면 별 의미 없습니다

 즉 형사 처벌이 어렵다는 거죠.

 

 그 대신 님은 돈을 회수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직업도 가짜고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가해자가 과거 전력이 있다면 형사적 처벌을 받게 됩니다.

 

 지금 사기죄가 강화돼서 예년보다 강력하게 처벌합니다.

 

 

 ---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렇단 말.... 이.... 지....

 화성에서 감자를 키웠으면 키웠지, 너 같은 과자 봉투 안에 있는 질소 같은 생물체를 뭐한다고 여태껏 키웠는지, 당최. 들어간 내 돈이 도대체 얼마냐고!!! 돈이 전부가 아니더라도, 여태껏 눈멀어서 살아온 내 시간에 대한 보상은 받아야겠다.

 

 그 대가로 프로필 사진에 있는 네 사진 말이야. 갈색 생머리, 입꼬리 올리고 있는 네 옆에 그 여자 사람!! 너, 그 어깨 위에 올린 손부터 치워야 하지 않겠니?

 

 

 ---

 

 

 [답변 2]

 

 

 안자는 녀(****)

 

 

 저기요. 님. 참 멍청하시네요. 이런 말 하긴 참 뭐하지만요. 아니, 요즘 세상에 도대체 뭘 믿고, 직업 확인도 안 해보고, 돈까지 빌려주면서 연애를 하나요? 지금 21세기 맞긴 한가요? 님, 이번 일로 정신 차리고, 그만 잊고 새 출발 하세요. 그렇게 들이는 시간이 아깝지도 않나요?

 

 

 ---

 

 

 뭐지. 이 망구는!!! 듣지 말자, 듣지 말자, 듣지 말자, 분명 똑같은 동족일 거야. 췟,

 

 

 ---

 

 [답변 3]

 

 지나가는 자(****)

 

 남자고, 여자고, 금전 부탁하면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진작 좀 알아보시지 그러셨어요.

 

 

 ---

 

 ... 찾아도 갔지요. 안 만나주더라 이겁니다. 췟.

 

 

 

 그래, 그건 그렇고, 일단 사태 파악이 되었으니.....

 

 

 

 띵똥! (쪽지 알림)

 

 

 댓글 남겼던 쫓는 자입니다.

 제 매형이 변호사라서 제가 궁금한 게 있으면 도움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용기 잃지 마시고, 언제든 연락 주세요.

 

 

 (나의 답변)

 

 감사합니다. 부끄러움 무릅쓰고 도움 좀 부탁드려요.

 민사가 아닌 형사로 가려면 어떤 걸 준비해야 가능한 지 구체적으로 좀 알고 싶어서요. 통장에 계좌 이체한 증거는 있는데, 그것 외에도 대출받아서 준 것도 있고, 갚을 의사는 없는 듯 상대는 전화도 안 받고 있어서요.

 

 

 띵똥! (쪽지 알림)

 

 일단, 최대한 자료를 모아서 경찰서로 가보세요.

 

 

 (나의 답변)

 

 네, 고맙습니다.

 

 

 ㅡㅡㅡ

 

 

 

 하, 내 인생에 마이너스통장 같은 놈. 널 어쩌면 좋으냐.

 내 안에 악마가 널 애타게 부르는구나.

 오늘따라 손가락에 검은 압력이 끓어 넘쳐서 부글부글 끓는다. 끓어.

 이 언니 오늘 말리지 말자.

 

 

 ㅡ.ㅡ

 

 따다다닥닼ㄷ. 따다다닭닼. 딱. 따딱.

 노트북이 밤새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나는 지금 심장이 없다. 심장이 없다.

 

 너로 인해 살아온 지난날들을 쏟아내느라, 내 심장이 화성의 한 낮보다 뜨겁고, 가슴은 화성의 밤보다 춥구나.

 

 이 모래사막 같은 푸석하고 씁쓸한 길을 나 홀로 걷자니, 지독히도 미치게 고독하다.

 

 널 부숴버릴 거야!!!

 

 따다닥닥닼. 다다다 다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다음날,

 스물 아홉의 나이로 얼마 전 돌싱이 된 연희는 예상대로 펄펄 뛰었다.

 

 "진짜야? 티브이 출연? 말도 안 돼!! 어쩌다가!"

 

 "그냥 하도 갑갑해서, 속이나 풀자고 썰 좀 풀었는데, 그걸 기자분이 보고 댓글을 남기셨더라고, 기사로 쓰고 싶다고, 그렇게 1차 기사가 나가고, 일주일이 지났나? 대형 신문사에서 또 기사로 쓰고 싶다고, 그리고는 다큐 티브이 프로 담당자가 또 전화번호를 남기고, 그래서 다음 주에 출연하기로 했어."

 

 "야, 넌 진짜 괜찮은 거니?"

 

 "사람들은 이슈거리를 찾는 거고, 난 그냥 제공하는 거고, "

 

 "아니, 네가 괜찮은 거냐고, 너 말이야 너!!"

 

 "나? 내가 왜?"

 

 "사람들이야 듣고 지나가면 그만이고, 욕하면 그만이고, 위로 한마디면

  끝이지만, 가십거리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게 난 왠지, 좀."

 

 "공연희, 위선 떨지 마, 너 이혼할 때 얼마나 치를 떨면서 이혼했는지 벌써 잊었니? 믿고 기다린 대가가 이거냐며 내 앞에서 울고 불고 했던 거 생각 안나? 난, 어떻게 해서라도 끌어내릴 거야. 그 새끼, 어제 메시지 남긴 거 들었는지, 오늘 문자 보냈더라. 법으로 해결하면 될 것을 전화를 굳이 왜 하냐고, 갚을 돈이 있다면 고소장으로 기재해서 보내면 되는 거고, 대출받아서 빌려줬다는 그 증거 있으면 해결해 보라고, 고소장에서 내라는 만큼만 내면 되는 거 아니겠냐고. 조악한 놈!! 빌려달라고 뭐 사달라고 조를땐 온갖 아양 떨며 징징거리며 들러붙어 애걸복걸하더니, 이젠 달라도 너무 달라. 어떻게 이렇게 변하니?"

 

 "그래서, 경찰서는 갔다 왔어?"

 

 "응. 너도 같이 가자. 옆에서 다 지켜봤다고 한마디 해."

 

 "그렇지만, "

 

 "그렇지만, 뭐?"

 

 "아니야, 알겠어. 가자. 그럴게. 나도 갈게."

 

 "연아, 있지, 나 지금 혼자 먼 행성을 떠도는 외톨이 같아. 부모님한테도 욕만 먹고, 사람들한테도 맹한 거냐, 둔한 거냐 욕만 듣고. 친구들도 너도 그동안 그렇게 뜯어말렸는데. 난 도대체 그놈 뭐에 홀렸는지."

 

 

 

 그놈은 자기가 잘나서 그런 줄 알겠지?

 제발, 누구라도 당장 이 늪에서 헤어 나오게 구제해줬으면 좋겠다.

 영혼이라도 떼어내서 화성에 옮겨놓을까봐.

 

 

 

 띵동! (쪽지 알림)

 

 쫓는 자입니다. :) 경찰서는 잘 다녀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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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라 17-06-01 21:03
 
오오~~ 적린님 프롤로그부터 흥미진진해요~ 소제목 *^^* 완전 임펙트 짱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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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희 17-06-01 22:01
 
차라리 화성에서 감자를 키운데 ㅋㅋㅋ 재밌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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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빈 17-06-01 22:34
 
저만 SF물인줄 알았나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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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알 17-06-01 23:32
 
우와 소제목이 진짜 눈에뛰어요~!!!! 게다가 다른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 다음화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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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 17-06-02 00:04
 
오우~~ 저는 쫓는자가 궁금합니다. 그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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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좋아함 17-06-04 01:06
 
ㅎㅎㅎㅎㅎㅎㅎㅎ. 제목도 재밌고 내용도 재밌고! 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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