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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칼 연대기
작가 : 각박한호두
작품등록일 : 2017.5.27

아스칼 라이오스의 일대기

 
1부 괴물의 아이
작성일 : 17-06-27 09:05     조회 : 391     추천 : 0     분량 :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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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르구누바 골짜기는 여전히 살을 엘 정도로 추웠다. 니카 대도(大島)에서 두 번째로 추운 곳, 끝이 어딘지도 모를 깊게 파인 골짜기 안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목조건물이 네 채, 나무로 뼈대를 만들어 돌벽을 쌓아올린 제법 큰 건물이 두 채, 그렇게 여섯 채의 집이 있었지만 그저 형체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곳에 살던 이들이 집을 놔두고 떠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98년 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냥꾼 베니가 어린 브리칼에게 했던 작별인사는 이제 아무도 기억하는 이가 없다. 시간은 흐른다. 그 앳된 꼬맹이 대장장이 브리칼 라이오스도 늙어죽을 나이가 되어 세상을 떠났다.

 

 그것조차, 벌써 6개월 전의 일이다.

 

 아스칼은 마지막으로 집안을 둘러보았다.

 

 

 허름한 나무기둥은 진작 무너졌어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바닥은 이미 잔뜩 금이 가 있다. 잘못 밟았다간 파편이 튀어 살을 파고 들 것이었다. 침대는 누울 때마다 말라비틀어진 건초가 버스럭거렸다. 거구의 청년은 메마른 입가를 어루만졌다.

 

 아침이 밝았어도 골짜기 아래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해가 들려면 아직 4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이제 가지 않으면.

 

 아스칼은 삐걱대는 바닥을 천천히 밟으며 자기가 18년간 살아왔던 정든 집을 뒤로 했다.

 

 바로 옆에 눈으로 뒤덮은 묘지가 있다. 청년은 사람 열 명은 눕고도 남을 것 같은 둥근 묘를 천천히 쳐다보았다. 중앙에 두꺼운 가문비나무의 튼튼한 가지를 꺾어 삼각형 모양으로 꽂아놓았다. 부자들 하듯이 할 수는 없었지만 이게 아스칼 라이오스가 할아버지이자 친구이자 라이벌인 양아버지 브리칼 라이오스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였다. 그는 무릎을 꿇었다.

 

 

 당신은 제게 구원이었습니다, 브리칼. 당신이 나를 거둬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 골짜기의 깊숙한 어딘가에서 아무도 듣지 못할 오열을 하루 종일 반복하다 싸늘하게 얼어붙었겠지요. 당신은 나를 사랑해준 유일한 사람입니다, 할아버지. 당신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곳을 떠나려고 합니다. 두 번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겁니다. 저는 저를 얽매고 있는 이 속박을 풀어헤치고자 넓은 세상으로 발을 뻗으려고 합니다. 자신은 없습니다. 저는 아직도 어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애송이니까요. 자기 몸 하나 간수하는 게 고작인 제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니 빌어주세요.

 

 골짜기 안에서 자라난 번데기는 언젠가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갈 거라고, 그리 믿었던 것처럼.

 

 당신의 마지막 아들이 나비가 되었음을, 지금부터 증명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시길.

 

 

 청년은 바닥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일어나, 두 번 다시 뒤돌아보지 않았다.

 

 르구누바 골짜기는 비로소 782년 만에 인간의 손길에서 벗어났다.

 

 레오느 시대 1402년 10월 19일.

 

 아스칼 라이오스의 파란만장한 모험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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