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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디
작가 : 이제미
작품등록일 : 2017.2.24

[대구스토리랩 콘텐츠메이킹 당선작]
부모를 잃고 동생과 둘이 아동보호소에서 살아가던 '나'는 현재 '틴에이저 하이파이브 스쿨'에서 지내고 있다.
'틴에이저 하이파이브 스쿨'은 고아들을 위해 정부에서 교육과 생활시설, 물품 등을 제공하는 아동/청소년 복지기관이다.
이곳에서 2년간 특혜를 누리며 산 나와 동생.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위너선발에 당첨되어 집과 직장, 완벽한 미래를 제공받는 '팬텀'으로 가게 된다.
나는 동생을 따라 가기 위해 열심히 외모와 성적을 관리하던 중 담임에게 특별추천을 받아 팬텀에 갈 기회를 얻게 돼 기뻐한다.
하지만 팬텀에 간 나는 거기서 뜻하지 않았던 사건들을 맞닥뜨리고 경악하는데......!

 
1화 - 틴에이저 하이파이브 스쿨
작성일 : 17-02-24 11:48     조회 : 474     추천 : 2     분량 : 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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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스토리랩 콘텐츠메이킹 당선작]

 

 

 1화 - 틴에이저 하이파이브 스쿨

 

 

 

 주사를 맞자 점점 의식이 몽롱해졌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마치 영화처럼 남의 꿈속에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17세기에나 존재할 미로같은 비밀의 화원을 마구 헤매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나는 계속 의식의 미로를 떠다녔다.

 어느 지점에서는 진흙탕을 헤매듯 느리게 흘러가기도 하고, 어느 지점에서는 절벽에서 추락하듯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잠들 수도 있었지만 나는 최대한 이 느낌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었다.

 내 유일한 취미는 글쓰기였다.

 이곳에서 겪은 일들을 벌써 2년째 소설로, 혹은 일기로 써오고 있었다.

 만약 ‘위너’로 뽑혀 보호소를 나가게 되면 이곳에서의 생활이 어땠는지 책으로 발표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씻어줄 생각이었다.

 

 귓가로 클래식한 피아노 연주음이 들려왔다.

 메스와 집게로 추정되는 금속들이 내 얼굴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도 느껴졌다.

 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였기에 집도의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간격을 너무 좁게 맞춘 거 아냐? 좀 더 넓히랬잖아.”

 여자 어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뭔가 잘못된 건가?

 아니야, 괜찮을 거야. 난 이미 무턱 보형물 수술도 경험했잖아.

 이따금씩 집도의가 실을 피부에 꿰어 밖으로 잡아당길 때 통증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소리를 지를 순 없었다.

 어떤 아이는 코 수술을 받다가 통증이 너무 심해 울면서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고 했다.

 지금 내가 받는 쌍꺼풀 수술은 코 수술에 비하면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으니 별 문제 없을 것이다.

 “그래, 좀 더 부드럽게 잡아당기라고. 아니, 그 부분은 좀 있다 처리하고 이 부분부터 간격을 좁혀서 따 봐.”

 집도의의 목소리가 차츰 가라앉았다.

 정말로 상황이 나아진 건지 아니면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꾸미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건 오직 ‘운’뿐이었다.

 난 운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타고 태어났으니까.

 그때였다.

 어디선가 쿵, 소리가 나며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하마터면 수술대 위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다행히 수술방 밖에서 벌어진 소란이었다.

 성형센터 바로 옆은 응급실이었다.

 응급실에 누군가가 실려 온 게 분명했다.

 무슨 싸움이라도 났나?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뭔 일이 난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가서 보고 올까요?”

 “……아니. 집중해.”

 어시와 집도의가 무심히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난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응급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꽤 위급한 상황인지 심장충격기를 쓰는 느낌이 들었다.

 왜, 의사들이 심장충격기를 쓸 때 나는 소리 있잖은가. 제세동기 어쩌구 하면서 말이다.

 난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내 입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설마… 아니겠지?

 난 의식적으로 몸의 긴장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혹시라도 쌍꺼풀 수술이 잘못될까봐 겁이 난 것이다.

 

 한 시간 뒤.

 나는 수술실을 나와 회복실로 향했다.

 쌍꺼풀 수술은 가슴성형만큼 아픈 게 아니어서 부축해줄 사람도 필요 없었다.

 회복실은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었다.

 침구도 고급진 레드 컬러였다.

 거울이 없어서 수술 직후 부은 눈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마취 깰 때까지 한 시간 정도 쉬다가 옷 갈아입고 나오시면 돼요. 필요한 거 있으면 호출 버튼 누르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수술한 티가 역력히 나는,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얼굴의 간호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형센터에 있는 여직원들은 연예인처럼 다 예뻤다.

 그 중에서 제일 예쁜 애들은 실장급이었다.

 며칠 전 상담하면서 본 실장 하나는 무슨 홍콩 여배우처럼 예뻤다.

 그런 얼굴이 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나도 내 얼굴의 한계를 안다.

 가장 좋은 성형은 ‘누구처럼’이 아니라 내 얼굴의 단점을 하나씩 보완해나가는 것이라고 실장 중 하나가 말한 적이 있다.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내가 송혜교가 아닌데 송혜교처럼 해달라고 하는 건 의술이 아니라 마법이 필요한 일이었으므로.

 “저어, 그런데…….”

 간호사가 나가기 직전, 나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좀 전의 응급실 사건에 대해 묻기 위해서였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아… 저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사고가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사고요?”

 “네. 계단에서 굴렀는데 목이 부러졌다나?”

 “……?”

 간호사의 대답이 너무 황당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간신히 다음 질문을 떠올렸을 때, 간호사는 황망한 태도로 목례를 하고는 달아나듯 회복실을 떠난 뒤였다.

 도대체 누구 목이 부러졌다는 거지?

 난 고개를 갸웃하다 침대 위로 파고들었다.

 마취가 안 풀린 탓인지 정신이 몽롱했다.

 서둘러 잠을 청하려 해도 쉽사리 잠이 오질 않았다.

 할 수 없이 잠이 오길 기다리면서 다음번엔 어떤 수술을 받으면 좋을지 생각해봤다. 그런데 자꾸 목이 부러져서 죽었다는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 * *

 

 아침 메뉴는 함박스테이크와 파스타, 그리고 치킨과 카레 등이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총집합되어 있었다.

 한식보다는 아직 양식이 좋을 나이, 나는 열일곱 살이었다.

 식당에 들어서서 안쪽을 둘러봤다.

 동생이 유리창 쪽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난 재빨리 그쪽으로 향했다.

 동생은 내 모습을 보고 헉, 하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눈의 붓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 보는 사람들마다 흘낏거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어제 수술했는데 하루 만에 이 정도면 많이 가라앉은 거라고 간호사가 말했다. 난 아파서 죽을 것 같은데.

 마치 눈 안에 면도칼 하나 심어진 것 같은 통증이었다.

 “얼음찜질은 좀 했어?”

 동생이 안쓰러운 듯 물었다.

 “응. 열심히 했어.”

 사실 난 자극이 가해지면 피부가 벌겋게 부풀어 오르는 켈로이드성 피부였다.

 “열심히 해도 그 정도라니 많이 아프겠다. 근데 눈은 왜 그렇게 동그랗게 뜨고 있어?”

 난 평소보다 눈을 더 크게 뜨고 있었다.

 “간호사가 이래야 자리가 잘 잡힌대. 아, 눈물 날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동생이 입을 가리며 킥킥 웃었다.

 “쳇. 나중에 너 수술할 때 보자.”

 난 동생의 어깨를 한번 꼬집어주고는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동생이 치킨 목 부위를 뜯어먹는 모습을 보고 문득 어제 저녁 응급실에서 벌어졌다는 사건이 떠올랐다.

 “어제 사고 난 거 들었어?”

 동생은 수술을 받지 않았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동생은 대답 대신 곁눈질을 했다.

 마침 옆 테이블에 앉은 아이들이 그 사건에 대해 얘기 중이었다.

 “걔, 죽은 거 맞지?”

 “계단에서 구른다고 죽나? 목이 부러진 거래, 아님 심장마비래?”

 “몰라. 목격자가 없대. 소문을 들어보니 자살한 걸지도 모른대.”

 주위를 둘러보니 식당 분위기가 여느 때와 다르단 게 확연히 느껴졌다.

 아이들은 모두 불안해하고 있었다.

 나도 이곳에 입소한지 2년이 됐지만 이런 흉흉한 사고는 처음이었다.

 이따금 남자아이들이 권력다툼을 한답시고 주먹질을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정말 사람이 죽다니.

 “누가… 죽은 거래요?”

 용기를 내 옆자리의 남자애에게 물었다.

 남자애는 미용사가 안티인지 바람 싸다구를 맞은 듯 희한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D-27번 구역에 있던 7학년 여자애라는데 이름이 한연임이라나?”

 “아, 그 여자애? 좀 싸가지 없고 인사해도 씹던 애 아냐?”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아는 체를 했다.

 한연임?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났다. 내 입소동기 중 한 명이었다.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식당에서 만나면 인사 정도는 나누는 사이였다. 그런데 그 애가 죽었다고?

 “정말 죽은 거 맞아요?”

 “응급실에 있던 동기가 사망 선고하는 거 봤대요. 그러게 왜 멀쩡한 엘리베이터를 두고 계단을…….”

 맙소사. 그럼 진짜 죽은 거잖아.

 동생도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아마 학교 측에서 해명 같은 걸 하긴 하겠지만 그녀의 죽음은 너무 갑작스럽고 황당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남자에게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을 만들어주겠다고 자랑하던 아이였는데…….

 

 아침식사가 끝나자 모두 강당으로 모이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원래 스케줄대로라면 학년 별로 나누어 운동실로 집합하게 되어 있는 시간이었다.

 극장과 비슷한 강당에 모이자 관리자들이 하나둘 강단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표정들이 비장하기 짝이 없었다.

 “아침식사 잘들 하셨나요?”

 관리자가 묻자 아이들이 입을 모아 네,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평상시보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원래는 운동을 해야 할 시간인데 사건이 하나 생겨서 강당으로 모이게 했습니다. 어제 오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들었겠지만, 7학년 여학생 한 명이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발견 즉시 응급실로 데려가 살려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고 말았네요.”

 아이들이 탄식하며 얼굴을 마주봤다.

 “아침부터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이곳은 여러분을 위해 만들어진 지상 최대의 낙원이자 안전한 집, 그리고 학교지만 사고위험은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답니다.”

 관리자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시설을 이용할 때 주의사항을 한 번씩 더 숙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입소 때 이미 보신 동영상이지만 한 번 더 시청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영상은 이곳 틴에이저 하이파이브 스쿨 시설을 이용할 때의 주의점들을 소개해놓은 것이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나와서 학교 안의 시설들, 지켜야 할 주의사항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 영상은 학기마다 한 번씩, 신입생들이 들어올 때마다 전교생이 보는 영상이었다. 따라서 거의 외울 정도였다.

 계단에서 뛰어선 안 된다는 부분에서 사회자는 영상을 멈추고 다시 한 번 안전을 강조했다.

 죽은 한연임이 계단에서 뛰다가 굴러 떨어져 죽었으니 또다시 그런 사고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하지만 난 의아했다.

 ‘그 애는 말괄량이도 아니고 활동적인 편도 아니었어.’

 남의 험담을 잘하긴 했지만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부류가 아니었다.

 만약 계단에서 굴렀다면 그건 신변에 어떤 일이 생겨서 엄청나게 서두르다가 변을 당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대체 그 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괜히 소름이 돋았다.

 

 보통의 학생이 학교에서 죽었다면 학부모나 경찰이 달려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해가 질 때까지 조용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평범한 학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기는 ‘틴에이저 하이파이브 스쿨’ 이었다.

 부모가 없는 12세에서 19세까지의 고아들이 성인이 되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교육과 생활에 필요한 전반적인 시설, 물품들을 제공하는 정부단체였다.

 부모가 없다고 해서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일정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올 수 있었다.

 따라서 학생 하나가 죽었다고 해서 시끄럽게 굴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죽은 사람은 일가친척 하나 없는, 있다 해도 연락이 끊겨 사망소식조차 전할 수 없는 천애고아였으니까 말이다.

 여기 있는, 우리 자매를 포함해 약 70여명의 학생들은 모두 같은 처지였다. 그래서 아침식사 때 분위기가 기묘했던 것이다.

 지금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죽어도 슬퍼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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