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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시나무 왕좌
작가 : 두콩
작품등록일 : 2017.1.3

"300년 간 비어버린 제국의 왕좌,
이제는 피로 물들어 아무도 바라지 않는 자리가 되어버렸네.
망국의 왕, 버림받은 왕자, 꼭두각시 왕녀
그 누가 가시나무 왕좌에 앉게 될까?"

대전쟁 이후, 황제를 잃고 대가문들에 지배하에 놓인 제국.
그들로 인해 가족을 잃은 남자, 크로멜 버나드는 황제의 전 친위대들이 모인 공안과에 들어가고
가문에서 버림받은 사생아, 이젤 뷰리사네는 누이를 살리는 대가로 유배지로 향하게 된다.
목적과 복수가 얽혀든 시대 속에서 왕좌에 앉게 되는 것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판타지 군중극>

 
Prologue - 불티
작성일 : 17-01-03 00:34     조회 : 535     추천 : 1     분량 : 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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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 불티

 

 "300년 간 비어버린 제국의 왕좌,

 

 이제는 피로 물들어 아무도 바라지 않는 자리가 되어버렸네.

 

 그 누가 가시나무 왕좌에 앉을까?"

 

 ***

 

 

 바람이 불자 선미에 매달린 잉걸불에서 불티가 우수수 날아올랐다.

 

 군청색 밤바다, 그 위로 쏟아지는 별빛과 불티들의 아름다운 축제도 이젤을 위로해주지는 못했다. 끝없이 밀려드는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에 뒤섞인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가 몸을 실은 이 배는 밤을 지새우며 머나먼 타향으로 향한다. 곧이어 동이 트고 막이 오르면 남자는 연고도 없는 땅 위에서 비극적인 끝을 맞이하리라.

 

 연극 속 아리따운 여배우가 맞게되는 비극적인 죽음.

 

 고양된 감정 속에서 동정과 연민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주연들의 명분과 목적을 위해 사라지는 자. 그 따위 싸구려 연극같은 삶이라니.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끝내 웃음이 터져나왔다. 북해의 날카로운 바람소리 같으면서도, 미친 자의 광언 같기도 한 폭소였다. 한참동안 이어지던 웃음소리는 끝내 긴 한숨으로 변했다.

 

 파하-

 

 한숨을 깊게 내쉰 이젤은 난간에 허리를 기대고는 몸을 기울였다. 그 꼴이 금세라도 바다에 빠져죽을 것만 같은 행색이였다. 이젤은 끊임없이 넘실거리는 깊고 어두운 바다를 들여다보았다. 흐린 바다 위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꼭 누이같았다.

 

 해맑게 웃는 기억 속, 누이의 얼굴이 그를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족쇄였다.

 

 허리를 펴 하늘을 바라본 이젤은 말없이 미소로 화답했다.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유배지로 향하는 뱃전위로 불어와 이젤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어트리고 지나갈 때까지.

 

 "바람이 꽤 차군요."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그를 회상 속에서 끌어내렸다.

 

 "물 속에라도 들어갔다가는 분명히 감기 걸릴 날씨지요?"

 

 이 배 위에서 죄수인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이는 한 명 밖에 없었기에 이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답했다.

 

 "사형수를 걱정해주시니 고맙군요, 하사."

 "당신은 죄수 신분이 아니니까요, 이젤. 전 그냥 당신의 자세가 굉장히 위험해 보여서 말씀드린 겁니다."

 

 구실은 참 좋다는 생각을 하며 이젤은 몸을 돌렸다. 갑판 위에는 제국군 특유의 검붉은 제복을 걸친 키가 큰 군인 한 명이 서있었다. 곱상한 얼굴 한켠에 거머리같이 검고 큰 안대가 자리잡은 남자는 뜻모를 미소를 입에 머금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그 소리시군요, 크로멜 하사.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던 간에 난 죄인입니다. 형을 집행해야할 당신은 부정할 수 있는 신분도 아니지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절 건드려 부스럼이라도 만드시려는 의도셨다면 잘못 짚으셨으니 돌아가시지요."

 

 단호하게 말을 맺었으나 그는 어깨를 으쓱해보일 뿐이였다.

 

 "세상에는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고지식한 사람도 있지요. 제 말이 시비조로 들렸다면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젤. 별다른 속내없이 그저 제 소신대로 한 말입니다."

 

 알기 어려운 남자였다. 자신의 감정을 찔러오면서, 반대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 남자가 마음에 들지않았다.

 

 "시비조던, 협박조이던 그런 말씀은 삼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불티가 저 하나에게만 튀지는 않을테니까요."

 "생각외로 의연하시군요."

 "하사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덥니까? 나나 당신이나 이용당한 신세인데 당신 생각은 다른가보군요."

 

 이젤은 그 말을 듣고 빙긋이 웃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멜은 말없이 이젤에게 걸어와 난간에 몸을 기대며 자신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일이 우선이군요, 그녀는 어디에 있습니까?"

 "단 하루가 남았습니다, 크로멜. 이 밤이 지나면 저의 승리인데 입을 열리가 없지요."

 "…승리자는 이런 배를 타지 않지요. 알겠습니다, 이젤. 더 이상은 묻지 않겠습니다."

 

 이젤은 웃었다. 마지막에 자신의 곁을 지키는 자는 적이라는 말이 떠올라서였다. 그러고보니 그는 귀찮고 뜻모를 사람이였지만 그리 나쁜 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무례하게 굴어서 미안하지만, 제 사정이 사정이였고 크로멜도 그리 좋은 말은 안 하셨으니은 사과는 안 하겠습니다. 서로의 사정 탓으로 좋은 만남은 아니였으나 만일 다시 만나게될 수 있다면 좋은 인연으로 만났었으면 좋겠군요. 오시닉의 축복이 그대에게 함께하길."

 

 이젤은 그 말만을 남기고 선실로 향했다. 처음에는 뜻모를 말에 당황하던 크로멜은 축언을 듣고서야 그게 작별인사라는 것을 알았다. 갑판을 떠나려던 이젤은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등 뒤에서 억센 손이 그의 팔목을 붙잡고 있었다.

 

 "이젤, 당신은 죄가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같은 말이였다. 그러나 갑판 위로 울린 그의 목소리는 무거운만큼이나 깊고 날카롭게 이젤의 귀를 쑤시며 들어왔다. 몇 번이고 들었던 말이지만 웃음기없이 낮게 울리는 목소리는 또 다른 느낌이였다. 이젤은 분위기에 휩쓸린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그의 팔을 뿌리쳤다.

 

 "…제국법에 의하면 고위 관직자와 그의 가문에는 연고죄가 적용됩니다. 이만하지요, 크로멜. 작별까지 망치면서 저를 회유하지 마십시요."

 

 그러나,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이젤은 숨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은 그 당시에 백작가 사람이 아니었지요, 이젤."

 

 이젤은 떨리는 몸을 돌려 크로멜을 마주보았다. 달빛 아래 선 크로멜은 어느새 장난기어린 눈빛이 아닌 끔찍하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알았던걸까? 알면서도 속인건가? 이제와서 말하는 이유는? 왜?'

 

 속을 헤집어놓는 듯한 구토감이 들었지만 이젤은 가까스로 입술을 깨물면서 버텼다. 여기서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이였다.

 

 "뒷조사라도 하셨습니까? 그래봤자 이제와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이지요. 내 성이 커티스건, 뷰리사네건 무엇이었든 간에 말입니다. 연고죄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크로멜. 어떤 죄명이건 그들은 나를 죽일 수 있습니다."

 "실망이군요, 이젤. 그들이 원하는대로, 그들의 의도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생각입니까? 부당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든 적이 없습니까? 대답해보시지요, 이젤. 단 한 번이라도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까? 단 한 번이라도 그들을 증오한 적은?"

 "당신의 집착은 잘 알지만 피할 일은 피하십시오, 크로멜. 주인을 물어뜯으려드는 사냥개는 누구라도 버릴테니까요. 특히 이런 사냥에서는 더욱…."

 "제 걱정이라면 집어치십시요, 누가 뭐라해도 이건 제 업이니까요."

 

 이젤은 크로멜의 눈과 마주치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나뿐인 눈동자는 깊은 증오로 뒤덮여있었다. 이젤은 더 이상 그의 눈을 바라볼 자신이 들지않았다. 현기증과 구토감이 온 몸으로 몰아쳤다. 이젤은 쥐어짜듯이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크로멜. 당신이 얼마나 그들을 증오하는지, 이 계약이 얼마나 부당한지도 똑똑히 압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이 날 증오해줬으면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그 복수를 행할 길은 그리 먼 곳에서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크로멜, 저들의 죄는 나에게도 있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부정해도 내가 내 죄를 인정합니다. 그러니 나를 증오하고, 핏값을 원한다면 내 피를 취하십시오."

 

 처음에는 읊조리듯 낮게 시작한 말이였지만 그 끝은 이젤 본인의 확고한 의지가 들어서기 시작해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외치고있었다.

 

 "그리고 당신의 복수를 끝내주시길 바랍니다. 크로멜, 나는 당신이 이 일로 인해서 이 이상 피해를 입는 것도, 개입하는 것도 원치…."

 "당신의 누이도 말입니까, 이젤?"

 "내 누이는…"

 "당신의 누이가 피해를 입는 것도, 개입하는 것도 원치 않겠지요. 하지만, 이젤.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만 죄가 있고 그녀에게는 없습니까?"

 "크로멜!"

 "말해보십시오, 이젤. 당신에게 죄가 있다면 당신의 누이인 그녀도 이 원죄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크로멜은 이젤의 얼굴을 담담히 바라보았다. 굳게 다문 입술 위로 타오르는 눈빛은 형용하기 어려운 분노로 얼룩져있었다.

 

 크로멜은 이 상황에서도 왠지 모를 희열감을 느꼈다. 원초적이고도 고혹적인 호기심이 그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는 저 너머를 들여다보고 싶다는 충동적인 행동을 간신히 내리눌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부당하지요, 이젤."

 

 더 이상 표정을 숨기지 않았기에 냉철하고도 비릿한 웃음만이 그의 얼굴 위로 스며들었다.

 

 "죄를 지은 자들은 저 본국에, 누명을 쓴 자는 유배지로 보내졌습니다. 가족을 잃은 자는 그들의 개가 되었으며, 누이를 뺏긴 자는 사형수가 되었습니다. 이젤, 도대체 이 상황 속에서 당신이 말하는 당신의 죄는 무엇입니까?"

 

 이젤은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당신도 모르겠지요, 아니 알 수가 없습니다. 애당초에 이 모든 연극에서 당신의 배역은 존재하지도 않았으니까, 당신은 그저 죄를 받기 위해 만들어진 인물입니다."

 "크로멜, 당신은…"

 "끝까지 들으십시오, 이젤. 나는 당신을 증오할 수 없습니다. 내 증오는 죄를 지은 자에게 보낼 것이니까요. 그것은 사형수가 받을 것도, 세기의 신부가 받을 값도 아닙니다."

 

 크로멜은 그의 얼굴로 손을 올렸다. 이윽고 안대가 벗겨지자 이젤은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하얗게 타들어가 빛을 잃은 눈, 그러나 그 시선은 똑똑히 이젤은 바라보았다.

 

 "당신은 저에게 당신을 미워하라 했지만 전 이 제국을 증오합니다."

 

 달삭이는 입술 위로 악마같은 목소리가 새어져나왔다.

 

 "당신 또한 그렇듯이, 이젤 커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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