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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21세기 무인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6
21세기 무인 더보기

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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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열 배 강해진다면, 나는 백 배 강해질 것이다!"
임한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약자를 유린하고 서민을 괴롭히던
조직폭력배와 비리 정치인, 악덕 기업주들은
한 영웅의 출현 앞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제 악의 세력은 단 한 명의 적,
임한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야 한다.

 
프롤로그
작성일 : 16-07-06 17:41     조회 : 811     추천 : 0     분량 : 7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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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저 아인가?”

 “그렇습니다. 어르신.”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한없이 맑은 눈을 가진 40대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노인의 질문에 대답했다.

 노인은 백발을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눈처럼 흰 한복을 입고 있었다. 맑은 눈을 가졌고, 얼굴에는 주름이 없어서 머리카락만 검다면 중년이라고 해도 믿을 만했다.

 고개를 끄덕인 노인은 20여 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걷고 있는 소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소년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는 소년이라기에는 몸집이 무척 좋았다.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었고, 몸무게도 80킬로그램은 되어 보였다. 겉모습으로는 청년 같았지만 아직 눈가와 입매에 치기가 가시지 않아서 나이가 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정말 좋구나!”

 노인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흘렀다. 하지만 노인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너무 늦었어. 삼 년만 일찍 저 아이를 발견했다면 이렇게 보내지 않을 수 있었을 터인데… 안타깝지만 내게 시간이 없어. 저 아이를 도와주지 못하는 현실이 한이로다!”

 노인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송구스럽다는 듯 허리를 조금 숙였다. 그의 얼굴에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득했다.

 “제문아, 저 아이 지켜보기를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어르신.”

 노인의 말에 제문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소년의 모습이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며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이 서 있던 자리에는 바람만 맴돌았다.

 

 

 1990년 겨울

 

 

 겨울의 한계령은 아름답다.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 눈… 주변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뭇가지들이 활처럼 휘어 있다. 고갯길의 양쪽 길가에는 눈이 쌓여 있지만 왕복 2차선의 도로에는 눈이 쌓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상 속도를 내기에는 아직 위험했다. 간간이 살얼음이 얼어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굽이굽이 이어지는 한계령 고갯길을 소나타Y2로 오르며 임정훈은 아쉬움이 남았다.

 기어를 잡고 있는 그의 손 위에 올려진 윤임의 손은 부드러웠다. 그녀의 잠든 얼굴은 평화롭다. 이제 40줄에 접어들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직 아름다웠다.

 임정훈은 윤임의 잠이 깰까 해서 조심스럽게 손바닥을 뒤집어 윤임의 손을 잡았다.

 정말 오랜만에 사박 오일의 휴가를 속초에서 보내고 귀가하는 길이다. 도장을 운영하면서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근 삼 년 만에 다녀오는 휴가였다. 모처럼 가장으로서 할 일을 했다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아버지! 언제 다시 휴가 내실 수 있는 거예요?”

 뒷좌석에 있는 아들 한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울렸다.

 그는 차량의 속도를 완만하게 줄이며 룸미러를 통해 아들을 바라보았다. 18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키와 오랜 수련으로 단련된 몸집이 고1이라고 믿기 힘들었지만 아직 얼굴은 동안이다.

 한은 짧은 휴가에 대한 미련으로 자꾸만 뒤돌아보고 있었다. 그런 아들의 얼굴을 룸미러로 보면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혹독하다고 할 수 있는 수련과정을 묵묵히 소화해 온 아들이었다. 재질도 있어서 가르치는 재미가 있는 아들이었는데, 지금 한의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였다.

 “녀석! 매일 이렇게 놀았으면 좋겠다는 표정이구나!”

 “이렇게 함께 나오니까 너무 좋아서요. 가끔씩이라도 이럴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아버지!”

 한의 얼굴은 기대에 차 있었다. 자신이 17세의 한에게 너무 심한 고행을 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할 정도로, 한의 얼굴은 온통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윤임이 우스갯소리로 목석같은 남자라고 놀릴 정도로 흔들림이 거의 없는 임정훈의 마음이 여지없이 흔들렸다. 아들의 바람에 무심할 수 있는 아버지가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하하! 알았다. 녀석, 네가 그렇게 좋아하니까, 아빠가 미안해지잖아. 남들이 들으면 처자식을 감옥살이 시키는 가장인 줄 알겠다. 인마!”

 “와! 아버지, 약속하신 거예요! 다음에 언제 놀러 갈 건지 집에 가시면 말씀해 주셔야 하는 거 절대 잊지 마세요. 벽에다 써 붙일 테니까, 그런 말씀하신 적 없다고 시치미 떼도 소용없을 거예요!”

 한의 장난기 어린 말투에 임정훈은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알았다, 알았어. 덩치는 나만 한 녀석이 아이들처럼 조르기는! 징그럽게… 가까운 날에 청운이네 가족이랑 놀이동산이라도 다녀오자!”

 임정훈이 룸미러로 한을 보며 대답했을 때였다. 바로 그 일이 일어났다. 한의 가슴 속에 평생의 멍에가 될 그 일이….

 “끼이익!”

 맞은편 도로에서 나타난 덤프트럭은 거대했다.

 임정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트럭이 그의 차를 향해 미끄러지고 있던 것이다.

 트럭과의 거리는 5미터가 채 되지 않았다. 2미터는 되어 보이는 높이의 트럭 운전석에 타고 있는 기사가 보였다. 트럭 운전기사의 얼굴도 시퍼렇게 변해 있었다. 그의 비명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오랜 무예 수련으로 단련된 임정훈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자신의 안전벨트를 푼 그의 몸이 전면 차창을 가리면서 이윤임의 몸을 덮었다. 뒷좌석으로 향한 그의 손이 앞좌석 시트 사이로 한의 머리를 잡아당겨 자신의 배로 안았다. 한의 몸이 앞좌석 시트의 뒤쪽에 강하게 밀착되었다.

 그 순간 트럭이 임정훈의 차를 덮쳤다. 찰라 임정훈과 한의 눈이 마주쳤다. 임정훈의 눈에는 겁에 질린 채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의 얼굴이 들어왔다. 한의 눈에는 애처로워 보이는 아버지의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임정훈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터졌다.

 “한아! 좌절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라!”

 “콰쾅!”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절규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핏빛으로 번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한은 정신을 잃었다.

 

 

 사고현장은 처참했다.

 승용차는 덤프트럭 밑으로 절반이나 기어들어 있었다. 승용차의 운전석은 아예 보이지가 않았다. 그 상태로 덤프트럭은 고갯길의 옹벽을 들이받은 채 멈춰 있었다. 승용차의 운전석과 조수석 밑으로 핏물이 흘러내려 도로에서 굳어져 있었다.

 한계령을 관할하는 속초 소방서 소속의 구조대원들은 장비를 이용해 종잇장처럼 찌그러진 승용차를 절단하기 시작했다.

 산산이 부서진 승용차 유리창 안으로 일가족으로 보이는 세 사람의 몸이 서로 뒤엉켜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살아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기대하려면 최대한 빨리 저들을 꺼내야 했다.

 “구급차! 구급차! 생존자가 있다!”

 차량을 절단하고 안을 살피던 구조대원의 입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생존자가 있었다. 바로 한이었다.

 구급대원들은 가늘긴 하지만 아직 숨결이 남아 있는 한을 구급차에 실으며 모두 숙연해 했다.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의 모습은 고깃덩어리와 같았다.

 사고 당시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처와 아들의 몸을 보호하려 한 흔적이 역력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아버지의 시도는 절반만 성공했다.

 어머니로 추측되는 여인은 트럭과의 충격으로 깨진 승용차의 창문 유리에 목을 관통당했다. 그리고 연이어 덮친 옹벽과의 2차 충격이 저항 없는 여인의 몸을 꺾어놓은 것이다. 한눈에 보아도 즉사였다.

 그러나 참혹한 죽음에도 불구하고 여인의 얼굴은 평온했다. 구급대원들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잠이 든 채 죽어간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임정훈의 마지막 시선을… 사랑하는 아내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한 처절한 안타까움을….

 소년의 모습은 만신창이였지만 살아 있었다.

 충격이 컸지만 아버지의 몸이 쿠션 역할을 해서 충격을 최대한 줄였기 때문이다. 비록 오른팔과 다리가 부러졌고 입가에 피가 흐르는 것으로 보아 신체 내부의 장기까지 상한 듯했지만 이 정도의 대형 사고에도 살아남은 것은 가히 기적이었다. 구급대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그때 임한의 나이 17세, 1990년 겨울이었다.

 

 

 “그 아이의 상태는 어떻다고 하더냐?”

 눈앞에 앉아있는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자애스러운 음성으로 묻는 노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였지만 이번 일은 달랐다. 후일의 안배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많이 다치기는 하였지만 회복에는 문제가 없답니다. 신체에 상한 곳도 없구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코끝에 걸린 안경을 치켜 올리며 중년의 사내는 하늘처럼 존경하는 사숙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중키의 사내는 평범한 회색 양복 차림이었다. 생김새도 특이하지 않아서 길에서 하루에도 수백 명씩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말을 하는 그의 눈을 본 사람이라면 그를 결코 마냥 평범하다고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맑고 강렬한 눈이 그의 평범했던 인상을 비범하게 바꾸고 있는 것이다.

 “다행이로군!”

 중년 남자의 대답을 들은 노인 역시 안도하는 눈치였다.

 가지런하게 정돈된 긴 백발을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흰 한복을 입은 노인에게서 선기(仙氣)가 느껴졌다. 어린아이처럼 눈이 맑은 노인이었다. 언젠가 골목에서 소년을 바라보던 사람들이었다.

 공손한 자세로 노인이 하는 말을 듣던 중년 남자가 입을 열었다.

 “사형을 보고 싶습니다.”

 “네 심정을 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따로 할 일이 있어. 너와 그 아이가 하는 일의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희망은 너희들뿐이라는 것을.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전쟁이 우리의 패배로 끝날 수는 없는 일이야. 선조들을 뵐 면목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자들의 힘이 제어되지 않고 드러난다면 앞으로의 일은 상상하기조차 두렵게 될 것이야.”

 노인의 말을 들은 중년 남자의 얼굴이 침통하게 변했다.

 알고는 있으나 막을 수 있는 힘이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노인이 부드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문아!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했다. 우리가 가진 대부분의 힘이 소진되었고, 도망자가 된 것도 현실이지만 아직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어. 그렇게 실망만 하지 말거라!”

 “죄송합니다. 스승님! 제자가 못난 꼴을 보여드렸습니다.”

 제문이라 불린 중년 남자가 송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자 노인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죄송할 것은 없어. 네 사형과 네게 사과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나다. 우리가 당대에 와서 이처럼 몰락하게 된 것이 다 나의 잘못인데 어찌 너를 탓할 수가 있을까. 살신성인하며 그자들을 억제해 왔던 본문의 힘을 한순간의 오판으로 소진시키고 일을 이렇게 만든 것이 나인데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노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눈에서 광채가 나는 듯했다. 한과 자괴감이 그 눈에 가득했다.

 “그 아이가 너에게 자주 오도록 만들었느냐?”

 “예, 손을 써 두었습니다.”

 “좋구나! 그 아이는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어. 그 아이가 우리와 연결되었다는 흔적이 절대로 남아서는 안 된다. 그자들의 추적은 천년 이상을 계속되어 왔다. 그 아이와의 관계에 대해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남는다면 그 아이도 결코 무사할 수 없게 돼.”

 “명심하고 있습니다.”

 노인의 단호한 어조에 제문의 얼굴도 굳어졌다. 그의 얼굴 곳곳에도 한이 서려 있었다.

 “그 아이의 재질은 노부 평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 아이라면 본 문의 절기를 익히기에 부족함이 없어. 내게 시간이 있어 그 아이를 수습할 수만 있었다면….”

 노인은 치미는 안타까움에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 그에게는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자들은 자신의 시체를 보기 전까지 결코 추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의 흔적은 남아 있어야만 했다. 자신이 죽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그자들의 추적을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래야만 그가 이끌어 온 문의 맥을 이을 수 있게 된다.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네 사형을 보고 갈 수가 없는 것이 아쉽구나! 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었으면 이 한이 덜할 터인데….”

 결국 중년 남자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노인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지도 아는 그였다.

 혈육과도 같았던 사문의 식구들이 바로 옆에서 죽어갈 때도 흘리지 않던 눈물이었다. 그런 그도 아버지와 같은 스승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 아이의 성정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

 노인은 다시금 평온을 되찾았다.

 지금은 상황을 한스러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자신이 죽기 전 안배를 마무리 지어야 했다.

 “짧으면 일 년 길면 이 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중하거라. 그 아이가 진결이 전해진 후에도 드러내지 않고 수행을 할 수 있을 만한 마음의 자세가 갖추어진 후에야 그것을 전해야 한다.”

 노인의 어조는 엄했다.

 “스승님의 말씀, 뼛속까지 기억하겠습니다.”

 “내가 가고 나면 네 사형과 너만이 남게 된다. 너희 둘이 얼마의 시간 동안이나 안전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야. 그 아이가 실수로라도 진결을 수련한 흔적을 남기고 그것이 그자들의 촉수에 걸린다면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

 그들이 있는 작은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서로를 보며 앉아 있었다.

 노인에게 있어 중년 남자는 아들과도 같았다. 이미 죽임을 당한 사제가 불쌍하다며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 평범한 재질이어서 그들 문파에 내려오는 무예들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지만 의지와 인내력의 굳셈은 다른 어떤 제자보다도 나았다. 그 의지력이 그를 최후의 생존자로 만들었다. 전투에는 무능하였으나 후일을 기약하기에 그보다 나은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중년 남자의 두 눈에 맺혔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노인이 손을 내밀어 중년 남자의 손을 쥐었다. 손등을 부드럽게 두드리는 노인의 눈에도 사랑하는 제자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는 슬픔이 어리기 시작했다.

 “제문아, 이제 마지막 말을 해야겠구나. 이것은 너의 스승이 아니라 문을 책임지고 있는 자로서의 마지막 명령이다.”

 중년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흐르는 눈물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하명하십시오.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짧지만 결의에 찬 대답이었다. 노인의 얼굴이 엄숙해졌다.

 “그 아이를 보호해라. 그것은 네 목숨보다도 우선하는 일임을 명심해라. 그러나 그 아이가 진결을 수습할 만한 심성을 갖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면 그 아이를 보호할 필요도 진결을 세상에 남길 필요도 없다. 세상의 이치는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법. 무리해서 인연을 만들지는 말아라. 하지만 그 아이가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었을 때는 오직 그 아이의 보호와 진결의 전달에만 진력해라!”

 문주의 기상이 삼엄했던 노인의 눈빛이 다시 스승의 눈빛으로 돌아왔다.

 공식적인 명령은 끝이 난 것이다.

 “제문아, 네 목숨을 소중히 하거라. 그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내겐 너도 소중하구나. 나를 보기 위해 너무 빨리 오지는 말거라. 사제가 저승에서도 나를 괴롭힐까 두렵구나!”

 중년 남자가 고개를 숙여 보이지 않게 눈물을 훔치며 노인에게 말했다. 그 말속에는 누군가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스승님, 그들은 왜 세상으로 나오지 않는 것입니까? 그들이 우리를 도와주기만 하였어도 일이 이런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네 말도 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세상에서 노닐고 있는 그들을 강요로 세상으로 끌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들의 능력은 나에 못지않아.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강제로 세상으로 끌어낼 수 있는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유자적하던 그들도 우리가 그자들을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렇게 여유를 부리지는 못할 것이다. 제문아, 그렇지만 그들이 세상에 나오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 아니겠느냐? 진인사 대천명을 잊지 말거라!”

 “예, 스승님,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악물고 대답하며 중년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에게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강물처럼 흘러내렸다.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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