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세인트 카멜 사립학교 학생회
작가 : 고스란
작품등록일 : 2016.6.4

 
이, 이게 나라고?
작성일 : 16-06-04 02:57     조회 : 669     추천 : 1     분량 : 840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인트 카멜 사립학교 학생회

 

 이, 이게 나라고?

 

 

 1#

 

 

 

 

 2015년 11월 11일.

 

 한국에는 해마다 찾아오는 수능 한파가 있다. 그리고 이 매서운 바람에도 싱글벙글 인 소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박하영. 그리고 그녀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저기 봐, 쟤가 그 유명한 전국 석차 1등이라매?”

 “아 진짜? 그래서 저렇게 여유만만이구만. 어우 재수 없어.”

 

 그렇다 그녀, 박하영은 전국 문과 석차 1등을 자랑하는 수재였던 것이다!

 

 ‘으흐흐흐. 아, 이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재수 없다니!’

 

 하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가볍게 자신의 머릿결을 흩날렸다.

 

 ‘좋아, 이대로 이 몸은 서울대로 향하는 거다!’

 

 하영은 자신이 중학생 시절부터 목표로 해왔던 서울대를 떠올렸다.

 

 ‘이 얼마나 황홀한 나날이란 말인가!’

 

 하영은 상상했다. 꽃이 피는 봄이 오면 두꺼운 안경을 벗어버리고 샤랄라한 원피스를 입으며 서울대의 교정을 거니는 모습을!

 하지만 그때, 자신만의 상상에 도취된 나머지 하영은 커다란 실수를 하게 된다.

 

 “어어, 거기 조심해!”

 “응?”

 바로, 신호등이 빨간불인 것을 보지 못하고 건너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콰아아앙!

 

 불행히도 하영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달려오는 트럭에 치여 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차에 치여 멀리 날아간 하영은 점점 흐려지는 의식을 애써 붙잡고 있었다.

 

 “안 돼……. 이렇게 죽을 수…….”

 

 그렇다. 수능 하루 전날, 모의고사 전교 석차 1등에 빛나는 하영은 차에 치여 의식을 잃게 된다.

 

 

 ****

 

 

 아름다운 해안가가 유명한 나라, 센트라냐. 하지만 해안가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또 하나있다. 바로 세인트 카멜 사립학교였다.

 이 세인트 카멜 사립학교가 유명한 이유는 세계 최초의 남녀공학이라는 점과 대대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자들로 구성된 학생회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학생회는 좀 특별하다.

 카트리샤, 척박한 땅을 가진 겨울의 나라. 그런 나라가 이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다. 이유는 카트리샤의 마법사 군단. 그리고 그 힘의 중심엔 늘 왕족이 있다. 그리고 지금의 세인트 카멜 사립학교의 학생회에는 장차 세계의 패권을 쥘 카트리샤의 황태자가 있다.

 그 때문에 각 나라의 공작가 자제들은 물론이고 힘 꽤나 쓴다는 귀족 가문들은 카트리샤에 줄이라도 댈까싶어 모두 이 세인트 카멜 사립학교에 입학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하지만 여기 세인트 카멜 사립학교의 교내 양호실에서 그 학생회에 파란을 일으킬 학생이 잠들어있다.

 

 “으음, 죽기 싫어…….”

 “어머! 리나 양, 정신이 들어요?”

 

 양호실을 책임지고 있는 양호선생 에리스. 그녀의 특징은 아담한 체구와 베이비 페이스. 그리고 그런 귀여운 외모에 맞지 않는 풍만한 가슴이다.

 그 탓에 수많은 남학생들이 꾀병으로 양호실을 찾아오지만 비단 그 얘기는 1학년에게만 국한된다. 그 이유는 잠시 후에 밝히기로 하겠다.

 우선 우리의 주인공 하영에게로 돌아가자. 그녀는 에리스의 나긋한 목소리와 따뜻한 손길 덕분에 악몽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꿈보다 더 꿈같은 현실에 어안이 벙벙하다.

 

 “여기가 대체 어디……?”

 

 분명 자신은 차에 치여 쓰러지지 않았던가, 그런데 눈을 뜬 이곳은 영락없는 양호실이다. 게다가 그녀의 눈앞에는 금발의 미소녀가 있지 않은가! 그뿐 아니라 외국인이 한국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하영은 에리스를 보자마자 영어로 말해야하나 망설였지만 이내 에리스의 출중한 한국어실력을 듣자마자 맘을 놓았다.

 

 “저기 죄송하지만 여기는 어딘가요?”

 

 하영의 물음에 에리스는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이상하다, 열은 내렸는데. 약을 더 먹여야 하나?”

 

 그리고 에리스는 괴상한 녹색으로 번쩍이는 삼각 플라스크를 손에 들고서 중얼거렸다.

 

 “역시 두꺼비 내장을 더 넣어야겠어.”

 

 그 소리를 주워듣고 하영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 두꺼비 내장?!’

 

 “하하하하. 이야, 이거 두통이 싹 가셨네. 어우 몸이 너무 개운한데요?”

 

 하영은 두 팔을 머리위로 쭉쭉 내뻗으며 여유 있는 표정을 짓기 위해 애썼다.

 

 “어머, 다행이에요. 그럼 하나야 선생님을 모셔올게요.”

 

 에리스는 하영을 바라보며 두 손을 곱게 모아 활짝 웃었다.

 

 ‘하나야 선생님?’

 

 하영은 에리스가 양호실을 나간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리스가 남기고 간 삼각 플라크에서는 녹색 액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이걸 먹었다간 죽을지도 몰라.’

 

 하영은 슬쩍 그 약을 침대 밑으로 숨겼다.

 

 “그나저나 여기는 대체 어디지? 병원 같지는 않은데, 어라?”

 

 양호실을 찬찬히 살펴보던 하영은 한쪽 벽에 세워진 고풍스러운 거울을 발견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자신을 비추고 있는 그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하영이 다가선 그 거울에는 은색으로 빛나는 탐스럽고 긴 머리, 그 머리처럼 초연하게 빛나는 은색의 눈동자. 마치 인형을 연상케 하는 새하얀 피부와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한 아리따운 소녀가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하영은 손을 덜덜 떨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하영은 자신의 볼을 세게 꼬집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꺄아아아악!”

 

 하영은 있는 힘껏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자 양호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리나 양, 무슨 일인가요!”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바로 에리스. 그리고 그 옆에 하나야 선생이 있었다.

 

 “저……. 대체 왜 이렇게 변한건가요?”

 

 하영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상황을 심각성을 알아차린 하나야가 하영의 손을 붙잡고 어딘가로 향했다.

 

 “뭐야 갑자기, 대체 왜 이러세요!”

 “설명은 교장실에 가서 얘기해드리죠.”

 

 

 

 하나야의 말대로 하영은 교장실에 도착해서야 상황의 자초지종을 알 수 있었다.

 하나야 선생, 붉은기의 갈색머리와 슬림하지만 탄탄한 몸매의 상당한 미중년이다. 하지만 그런 육감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특유의 샌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이거,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그리고 하영의 앞에 앉아 덜덜 거리며 차를 마시고 있는 인자한 얼굴의 노년 여성. 바로 세인트 카멜 학교의 20대 교장인 에비넬 프로스카.

 에비넬는 뭣 때문인지 하나야 선생의 귀띔을 듣고 난 뒤 하영을 앞에 두고 사시나무 떨 듯이 몸을 떨고 있었다.

 

 “음 우선 리나… 아, 그쪽의 이름을 좀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저요?”

 

 하영이 그 질문을 듣고 에비넬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 박하영이요.”

 “박하영? 그것은 어느 나라의 언어입니까?”

 “무슨 소리세요, 한국어 모르세요? 할아버지도 지금 쓰고 계시잖아요. 게다가 지금 있는 곳도 대한민국이고.”

 

 그 대답에 에비넬의 얼굴이 사색이 된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 신이시여. 어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에비넬는 한참동안 한숨을 내쉬다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영 양, 당신이 지금 깃들어 있는 몸의 주인은 원래 리나 폰 리카스랍니다. 지금 당신이 있는 이곳의 나라도 대한

 민국이 아닌 센트라냐라는 나라, 당신은 리나 양의 실수로 차원 이동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네?”

 

 ‘차원이동? 센트라냐?’

 

 하영은 에비넬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것이 말인가 막걸리인가,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차에 치여 죽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나는 분명히 차에 치여서 의식을 잃었는데 말이야. 지금 이 상황은 대체 뭐냔 말이지.’

 

 “장난이 지나치시네요. 저보고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거예요?”

 “저도 장난이었으면 좋겠군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리나 양이 금서에 적힌 주문을 외웠고 성공했습니다. 그 주문은

 차원의 문을 여는 열쇠. 하지만 아직 미숙한 소녀일 뿐인 리나 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하영 양과 영혼이 뒤바뀐 것 같습니다. 그 증거로 여기, 거울을 보시죠.”

 

 에비넬이 손거울로 하영의 얼굴을 비췄다. 그러자 아까 양호실에서 보았던 은발의 미소녀가 또다시 나타났다. 하영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리나 양이 체득하고 있던 언어이기 때문에 모국어라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하영 양, 잘 들어보세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말이 한국어인지.”

 “그게 대체 무슨 소리……. 헉.”

 

 하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자신의 입에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언어가 튀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게다가 에비넬이 말하는 언어도 잘 들어보니 한국어가 아니었다.

 하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정말 빼도 박도 못하게 자신이 다른 세계로 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하영의 등골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자신만이 홀로 외진 곳에 떨어졌다 생각하니 공포와 막막함이 순식간에 그녀를 삼켰다.

 

 ‘침착하자. 그래, 일단은 이 교장이라는 할아버지 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하자!’

 

 그런 결심과 함께 하영은 크게 뜬 촉촉한 눈망울로 에비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효과가 있었는지 그가 하영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흐흑……. 신도 무심하시지. 어찌 이 에비넬를 버리십니까!!”

 

 ‘에?’

 

 “하나야 선생, 저는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겠군요. 그리고 이 학교도…….”

 

 어느새 에비넬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들고 그 곁을 지키고 서있던 하나야는 조용히 에비넬의 어깨를 다독였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하영은 의아한 얼굴로 에비넬에게 물었다.

 

 “저기… 무슨 큰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그러자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아낸 에비넬이 하영에게 말했다.

 

 “하영 양이 깃든 그 몸의 주인, 리나 양은 리카스 가문의 영애입니다. 게다가 리카스 가문은 센트라냐에서도 손꼽히는 명망 있는 공작가……. 리나 양이 이렇게 됐다는 걸 알게 된다면 제 목숨은 물론이고 우리 세인트 카멜 사립학교의 존망도 어두울 게 뻔합니다.”

 

 그 말을 전하던 에비넬의 낯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 있던 하영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비밀로 하면 되잖아요.”

 

 하영이 별거 아니네, 라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에비넬의 얼굴에 점차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런 방법이! 맞습니다, 하나야 선생! 일단은 비밀로 하고 영혼을 다시 돌려놓을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럼 되겠네요, 교장 선생님!”

 

 에비넬와 하나야의 맞장구를 지켜보며 하영은 인상을 찡그렸다.

 

 ‘여기에 적응하려면 한참 걸리겠어.’

 

 “하영 양!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에비넬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하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를요?”

 

 그런 하영에게 에비넬이 환하게 웃어보였다.

 

 “앞으로 하영 양의 리나 연기! 기대하겠습니다.”

 “네?!”

 

 그렇다. 별거 아니네, 라고 생각했던 하영은 졸지에 리나 인척 학교생활을 하게 생겼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하영은 여러모로 에비넬를 설득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하아, 졸지에 가짜 인생을 살게 됐네.’

 

 “그럼 하나야 선생, 하영 양… 아니, 리나 양의 학교생활을 도와주시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 시험은 어떻게 할까요?”

 

 그 얘기를 들은 에비넬이 팔장을 끼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시험이라……. 아! 문제없겠네요. 그 리나 양이라면 분명 모두들 이해할겁니다!”

 

 그러자 하나야도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렇네요, 리나 양이라면 괜찮습니다.”

 

 에비넬이 다시 하영을 바라보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시간이 다 됐군요. 그럼, 하영 양. 어서 중간고사를 보러 가보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시험이 끝나고 하도록 하죠.”

 

 그 얘기를 듣고 있던 하영이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미간을 찡그렸다.

 

 “중간고사요?!”

 하영이 경악한 얼굴로 묻자, 하나야와 에비넬는 친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고사는 이미 다 끝났다고! 이제 수능만 보면 되는 거였단 말이야!!’

 

 그렇다. 하영은 수능을 하루 앞둔 수험생이었다. 당연히 중간고사는 끝난 지 오래였기에 하나야 손에 질질 끌려가는 하영은 망연자실에 빠져있었다.

 

 “이곳이 리나 양의 교실입니다. 저쪽 자리에 앉으시면 돼요.”

 

 하나야가 어깨를 축 늘어트린 하영을 일으켜 세우며 창가에 붙어있는 자리로 안내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하영이 자리에 앉자마자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바보는 왜 온 거야? 어차피 시험을 보나 안보나 지가 꼴찌인건 뻔할 텐데.”

 “어머, 그러게. 보면 박애주의자가 따로 없다니까? 한결같이 성적을 깔아주는 게 사랑이 아니고 뭐겠어?”

 

 ‘바보? 설마 나 말하는 건 아니겠지?’

 

 께름칙한 예감에 하영은 수군거리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양 갈래 머리를 한 주황색 머리 여자애와 보라색 단발머리를 한 여자애가 하영을 가리키며 더욱 심하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저 년들이 지금 나한테 바보라고 한 거야?’

 

 하영은 미간을 찡그리며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리고 좀 전에 있었던 교장실에서의 대화를 기억해냈다.

 

 

 

 ‘시험이라……. 아! 문제없겠네요. 그 리나 양이라면 분명 모두들 이해할겁니다!’

 ‘그렇네요, 리나 양이라면 괜찮습니다.’

 

 

 

 하영은 단박에 에비넬와 하나야가 주고받던 그 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렸다.

 

 ‘이 몸의 주인이 꼴찌였던 거야?!’

 

 그때, 하나야가 모래시계를 교탁에 올려놓으며 시험지를 배부하기 시작했다.

 

 “자자, 거기 조용히 하세요.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얼떨결에 시험지를 받아든 하영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로서는 처음 겪는 수치심이었다.

 

 ‘바보? 어디 바보한테 한번 발려봐라. 다 부셔버리겠어!’

 

 하영의 승부욕에 불이 당겼다. 그녀는 무서운 기세로 시험지를 훑어 내려갔다.

 

 

 시험 과목은 마법 필기-1학년.

 

 

 ‘마법?’

 

 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에비넬에게 주문에 대한 얘기를 들어 짐작은 했지만 이 세계에 정말 마법이란 게 존재하다니.

 

 ‘별 거 아니네.’

 

 하영은 남모르게 씩 웃었다. 처음 보는 괴이한 문자들이 리나 덕분에 술술 읽혔던 건 물론이고 시험 문제로 나와 있는 마법진과 주문이 수식과 영어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수식은 중학교 수준.

 

 ‘이거 수준이 너무 한데, 근의 공식이 왜 나오는 거지?’

 

 그렇다. 이미 고등학교 과정의 모든 지식을 뛰어넘은 하영에게 중등 수식과 영어를 읽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웠던 것이었다!

 하영은 펜을 들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문제는 총 20문항. 그녀가 문제를 푸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이었다. 하지만 아직 모래시계의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아, 심심해. 검산이나 할까?’

 

 하영은 다시 시험지에 나열된 문제들을 체크했다. 그 문제들을 들여다볼수록 불타올랐던 투지가 꺼져버린 탓인지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겨났다.

 

 ‘마법이라…… 이게 주문이란 건가?’

 

 하영은 맨 마지막 문제에 적어놓은 주문을 조용히 속삭였다.

 

 “파이어 볼.”

 

 그러자 일순간 거대한 빛이 시험지에 적힌 마법진을 통해 교실 안을 환하게 비췄다. 그때, 그 빛을 본 학생들이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교실 밖으로 달아났다.

 

 ‘뭐, 뭐야 이건?’

 

 하영도 그 빛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욱 당황스러운 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자신의 손 때문이었다. 분명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어느새 두 손은 공손히 포개어진 상태로 마법진의 빛을 받았다.

 

 ‘뭔가 불길해……!’

 

 하영은 이를 악물고 손의 방향을 창문으로 비틀었다. 그러자 거대한 불꽃의 구 모양이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왔고 그녀는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뒤로 나뒹굴었다.

 일순간 거대한 파열음과 열기가 교실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잠잠해졌다.

 겨우 정신을 차린 하영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대체…….”

 

 교실 창가의 벽이 하영의 마법으로 순식간에 불타 사라졌던 것이다.

 하나야가 다가와 하영을 감쌌다. 그리고 대피했던 학생들이 돌아와 웅성거렸다.

 

 “지금 리나가 마나 발동을 한 거야?!”

 “말도 안 돼, 스크롤도 없이 1학년이 마나 발동이라니…….”

 “꼴통 리나가 설마 천재였던 거야?”

 

 천재. 하영이 들었으면 분명 좋아했을 단어였지만 그녀는 지금 자신이 벌인 일에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리나 양, 이제 괜찮습니다.”

 

 하영을 안은 하나야가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녀의 두려움을 진정시키기엔 무리였다.

 

 ‘무서워…….’

 

 그제야 하영은 진정, 이것이 꿈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하영의 역습 2016 / 6 / 28 301 1 4858   
4 리나의 일기장 2016 / 6 / 24 285 1 5061   
3 격돌! 리나와 로지스트니! 2016 / 6 / 12 337 1 5422   
2 학생회장의 등장 2016 / 6 / 8 440 1 5816   
1 이, 이게 나라고? 2016 / 6 / 4 670 1 840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