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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기억 저편에 있는 너.
작가 : 청아휘
작품등록일 : 2016.9.20

그 때에 관한 생각의 일부라도 절대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주인공 오혜연.
그러나 그게 쉽게 되질 않았다.
친한 친구의 강압(?)에 못이겨 동창모임에 나간 혜연은 잊고 살았던 그 날의 일을
기억하고 만다...

 
기억 저편에 있는 너.
작성일 : 16-09-20 23:18     조회 : 853     추천 : 3     분량 : 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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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창모임

 

 

 진드기도 그런 진드기가 없었다. 아주 독종이었다.

 

 마음 같아선 해충박멸기로 싹 쓸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내가 멍청했다.

 

 ‘ 너어! 오늘도 안 오면 진짜 절교다.’

 

  오늘만도 열 번도 넘게 전화와 문자로 약속을 상기시켰던 가현이의 성의가 괘씸해 참석하기 싫은 중학 동창들 모임장소에 문을 연 그녀의 잘못이었다.

 

 그냥 갈 것을.....

 

 그곳에 있던 동창(?)들은 혜연의 얼굴을 보자마자 하나같이 경악에 찬 표정들이었다.

 

 쟤 뭐야?

 네가 여길 왜 왔어?

 너 같은 앤, 우리랑 어울리면 안 되잖아!

 

 저들의 커다랗게 치켜떠진 눈이, 벌어진 입술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역시 오는 게 아니었다.

 그깟 엄포에 졸아서 아무생각 없이 털래털래 걸음을 하면 안 되는 거였다. 불편했지만 이해도 됐다.

 

 그 당시 그녀는 특출 나게 잘난 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혜연은 얌전한 범 생이 과가 아니었다. 범 생 이는커녕 거칠기 짝이 없는 불량 과였다.

 

 더 이상 그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혜연이 표정을 굳히며 몸을 돌렸다.

 

 그때다.

 

 “ 으아아아~~ 왔다. 거 봐 왔지. 경호야! 혜연이 왔어.”

 

 혜연의 출현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무리속이 아닌 다른 곳에서 원수 같은 가현이의 호들갑스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가연인 화장실을 다녀왔는지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손으로 여차하면 밖으로 나갈 태세인 혜연의 팔을 꽉 붙잡고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 너희들 얘 알지? 혜연이, 오혜연. 얘, 진짜 어렵게 행차 한 거야.”

 

 그때서야 몇몇이 불쾌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마지못해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했다.

 

 “ 어서 와.”

 

 “ 진짜 왔네.....”

 

 “ 안녕!”

 

 등등.....

 

 전혀 반갑지 않은 표정들이지만 억지로, 아주 억지로 아는 척을 해주는 모양새가 우스웠다.

 

 혜연이 회색 빛 같은 눈길로 좌중을 재빠르게 훑자 그녀와 눈이 마주친 몇몇의 눈동자가 황급히 눈길을 피하기까지 했다.

 

 후훗.... 혜연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이래서 이런 모임에 오면 안 되는 거였다. 두 번 다시 이런 모임에 걸음을 할 일은 없었다.

 

 “ 오랜만이다.”

 

 눈길이 닿지 않았던 무리 속에 있던 남자가 자리서 벌떡 일어나 무표정에 가까운 그녀 옆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오랜만이라.... 얜 또 누구야?

 

 혜연은 내밀어진 손을 잡는 대신 그 남자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생김새는 그럭저럭 봐줄만 했지만 기억엔 없었다.

 

 “ 내 손... 이렇게 계속 올리고 있어야 되는 거냐?”

 

 남자는 서늘하고 불량스럽기 짝이 없는 혜연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행동을 하는 그녀를 놀리기라도 하듯 피식 웃기까지 했다.

 

 “ 반가운데 한 번 안아 봐도 되겠냐?”

 

 “ .....미친 새끼네!”

 

 혜연의 거친 반응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 눈이 더 크게 떠지며 이내 탄식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오혜연이 어떤 사람인줄 다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조신한 척 말을 아끼지 않았다.

 

 “ 꺼져!”

 

 “ 그러니까 악수하자고....”

 

 반대로 혜연의 거친 반응에도 남자는 기죽지 않았다. 보다 못한 가현이 혜연의 오른 손을 끌어다 남자의 손과 맞잡게 하며 구시렁거리더니 이내 비명을 질렀다.

 

 “ 악수한다고 손이 다.... 어? 야!”

 

 남자는 혜연의 손이 닿자마자 그대로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 당기는 힘이 어찌나 센지 혜연이 얼굴이 심하게 구겨지며 쌍욕이 뱉어졌다.

 

 “ 이 씨입.....”

 

 뭐 이런 개새끼가 다 있어? 욕이 입안으로 급하게 삼켜졌다. 가득이나 불편해하는 저들에게 괜한 공포감을 줄 필요가 없었다.

 

 “ 에이 씨. 너, 뭐야?”

 

 그녀가 잡힌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남자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 뭐 이딴 게 다 있어?”

 

 “ 여전하구나. 하긴 그래야 오혜연이지.....”

 

 그래야 오혜연이라고? 아호오오..... 진짜.....

 

 그동안 숨겨져 있던 그녀의 사나움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경호라고 불리던 남자는 열이 올라 얼굴이 붉으락 변해있는 혜연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지 빙긋 웃으며 턱짓으로 비어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 앉아라.”

 

 “ 너, 상당히 재수 없는 놈이구나.”

 

 아무래도 잘못 온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오래전 행동이 적나라하게 펼쳐질 것 같아 피해야했다.

 

 그런데 가긴 가되 순하게 갈 순 없었다. 몸을 돌리며 장승처럼 뻗대고 서있는 누군가의 다리를 걷어차려고 발을 뻗는 순간,

 

 “ 너 가려고 그러지?”

 

 내내 눈치만 보고 있던 가현이 귀신처럼 알아차리고 혜연의 손을 또 다시 덥석 잡았다.

 

 “ 너, 못가!”

 

 “ 좋은 말 할 때 비켜라.”

 

 “ 흐으음, 안 되지.”

 

 “ 그래. 혜연아, 앉아.”

 

 가현이에 이어 옆에 앉아있던 단발머리 여자애가 엉거주춤 서있는 혜연을 보며 자기 옆 빈자리를 가리키고 환하게 웃었다.

 

 이 아이 역시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단발머린 혜연의 손을 잡고 자기 옆에 앉히며 물었다.

 

 “ 쟤 누군지 몰라?”

 

 단발머리가 가리킨 사람은 남자였다.

 

 알 턱이 없었다. 저 남자뿐 아니라 단발머리를 비롯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모르는 얼굴들이었기에 혜연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혜연이의 그런 반응에 미친 듯 웃어젖히는 사람은 가현이였다.

 

 “ 푸 하하하하... 나, 쟤 저럴 줄 알았어. 내가 그랬잖아. 혜연인 삶 자체가 무관심이라고....”

 

 옆에 앉아있음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가현이가 테이블까지 두드리며 깔깔거렸다.

 

 “ 허어, 정말이야? 너, 나 몰라?”

 

 남자가 어이없어하며 혜연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단발머리 역시 설마 하는 표정이었다.

 

 혜연이는 맞은편에 앉아 여전히 깔깔거리는 가현이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 어머! 정말 인가봐.”

 

 “ 설마, 말도 안 돼!”

 

 단발머리가 기막혀했다. 그 아이뿐 아니었다. 혜연이의 그런 반응에 거기 있던 다른 사람들까지도 한 결 같이 뜨악한 표정들이었다.

 

 “ 잊고 싶은 시절이었던 모양이지.....”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순 잠재우는 듯 낮고 굵은 목소리가 테이블을 넘어왔다.

 

 실내가 어두운 탓에 혜연은 구석에 자리한 몇몇 얼굴을 미처 제대로 보지 못했다. 또한 너무나 낯선 분위기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복잡한 심정이었다.

 

 심란해하는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 단발머리가 따라준 맥주잔을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그대로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았다.

 

 잊고 싶은 시절..... 이라.....

 

 그 말속에 깊이 박혀있는 가시의 뜻을 혜연이 모를 리가 없었다. 어둠속이지만 대충 어디쯤에서 말소리가 나온 지 알기에 그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물었다.

 

 “ 너! 나, 잘 알아?”

 

 얼마나 나에 대해 잘 알기에 저런 말을 거침없이 하는지도 궁금했다.

 

 감정을 실었기에 혜연의 입에서 나오는 말투엔 시퍼런 날이 세워져있었다.

 

 “ 너, 누구야?”

 

 겁이 없다면 없는 거였다. 건방지기도 했다. 그걸 증명하듯 그곳에 있던 동창들의 시선이 일제히 혜연을 향해 쏟아졌다.

 

 방금 전까지 장난스럽게 혜연을 보며 생글거리던 가현이 눈동자도 보름날 까만 하늘에 떠있던 둥근달마냥 커져 있었고, 그 커다란 눈동자엔 ‘ 계집애야, 가만히 있어.’라는 무언의 충고가 담겨있었다.

 

 혜연이 입술을 달싹이며 어금니를 꽉 물었다.

 

 ‘ 너, 나중에 보자. 죽을 줄 알아.....’

 

 그 순간 어둠속에서 찰칵하는 라이터 불 켜는 소리와 함께 담배에 불을 붙이는 안경 낀 얼굴이 보였다.

 

 혜연은 이를 앙 물고 가현이의 눈을 힘껏 째리고 다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남자의 시선 역시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

 

 “ 혜연아, 윤채잖아. 서윤채. 서윤채 몰라?”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져 불편했는데 가현이가 눈치 있게 분위기를 갈랐다. 혜연은 윤채고 나발이고 왜 저 아이가 한 마디 했는데 좌중이 싸늘해졌는지 그게 더 궁금했다.

 

 “ 서...윤채? 서윤채가 누군.... 아!”

 

 그때서야 풀어진 필름 감기듯 휘리릭 그녀의 기억이 되감아졌다.

 

 “ 아이 씨! 재수 없어. 에이 ㅆ.....”

 

 미처 다 뱉지 못한 그녀의 쌍욕에 동창들은 다시 놀란 얼굴들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혜연은 가방을 들고 그 곳을 뛰쳐나왔다.

 

 “ 야! 혜연아, 어디 가?”

 

 가현이의 다급한 부름도 그녀는 외면했다.

 

 오늘은 일진이 더러운 날이었다. 길가다 개똥 밟은 기분이었고, 맑고 깨끗한 날 지나가는 차로인해 고인 웅덩이 물세례 받은 기분이었다.

 

 왜 왔을까. 왜 와서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살렸는지 혜연은 후회막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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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천 16-11-05 23:17
 
호기심이 드는 초반부네요^^ 즐감, 추천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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