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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제1부 / 1장 숫자의 비밀 - 1
작성일 : 16-09-19 13:00     조회 : 684     추천 : 0     분량 : 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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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어깨를 가로로 놓으면 사람들의 반 이상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정도로 꽉 차있다. 하지만 키가 작은 아이들은 아빠의 목에 엉덩이를 올려놓고 있어서 어깨를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와 전광판에선 사람들의 감정을 과도하게 기쁘게 만드는 음악과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고 사람들은 그것에 맞춰 몸을 들썩거리거나 비명과 비슷한 환호를 지르고 있다.

 

  어두워진 하늘은 비좁고 허황된 거리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 하늘 속을 날아가던 차들은 주차타워의 빈 칸을 찾아 들어가거나 작동모드를 변경해 거리로 내려와 자동차를 반으로 접었다. 반이 된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손톱으로 차 문을 잠그고 거리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옮겼다.

 

  거리의 중심에 우뚝하게 솟아있는 무대에선 사회를 맡은 어린이가 머리카락 끝에 마이크를 붙이고 있었다. 잠시 후,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마이크를 잘 못 건드려서 발생된 둔탁한 소음이 사람들의 귓속을 때렸고 사람들은 무대 중앙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린이는 자신의 잘못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울음을 터트렸다. 주변에 있던 어린이의 엄마는 황급히 무대 위로 올라가 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사람들은 시선을 어린이에게서 다른 것으로 옮긴 후,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리며 옷에 붙어있는 시계를 쳐다봤다. 시계는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 속으로 숫자를 집어넣어 자정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게 했다.

 

  비좁고 허황된 거리를 말없이 지켜보던 하늘에 흰색 광선이 넓게 그려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두 가지 반응이 시작됐다. 한 가지 반응은 환호와 기쁨이고 다른 한 가지 반응은 탄식과 슬픔이다.

 

  환호하는 사람들은 끼리끼리 포옹을 하거나 손뼉을 부딪치며 곧 다가올 22세기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 않았고 탄식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손등을 빌려 눈물을 닦거나 주먹으로 땅을 치며 시간이 멈추기를 바랐다. 잠시 후, 넓게 펴져있던 흰색 광선이 점점 작아지며 다른 색깔의 광선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사람들은 고개를 높게 들어 하늘에 새겨지는 숫자를 쳐다봤다. 숫자는 30부터 줄어들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두 가지 반응은 좀 전 보다 더 극명해졌다. 환호하는 사람들의 목에서 나온 높은 음들은 공기를 따뜻하게 했고 탄식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낮은 음들은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환호와 탄식이 섞인 공기는 모호한 기후와 어울리게 미지근했다. 그래서 공기들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과 상관없는 기온 때문에 불쾌를 느끼기 시작했다.

 

  숫자가 27을 지날 때, 탄식하는 사람들의 울음소리는 거대해졌다. 그것은 마치, 몇 년 전 도시를 초토화했던 정체불명의 해양생물체가 원자총의 공격에 뒷걸음치며 내던 소리 같았다.

 

  숫자가 점점 내려가 17이 되자 탄식하는 사람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격동하는 영혼이 잠잠해 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의 생체에너지가 소리를 만들 수 없을 만큼 다 닳아 없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숫자 7이 홀로 남았을 때 표현할 깊은 슬픔을 위해 잠깐 쉰 것이었다.

 

  숫자 10은 20까지의 숫자들과 다른 색으로 하늘에 새겨졌다. 그 색은 여태껏 본적이 없는 색이었다. 수 천 가지의 색이 들어있는 표준색도에도 표현이 되지 않은 희한한 색이었다. 예술가들이 22세기를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끊이지 않을 궁금증을 미연에 막을 유일한 방법이 될 만큼 그 색은 쉽게 설명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드디어 숫자 7이 그 희한한 색으로 표현되자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뉘었던 사람들이 한 가지 생각으로 몰려들었다. 그 생각은 처음으로 보는 색이 표현한 마지막 숫자에 관한 것이었다. 7이 의미했던 상징들을 모두 버려야 한다는 아쉬움은 처음 보는 색에 대한 감동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환호하던 사람들도 7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기 위해 손바닥을 고관절에 얹어 놓았다. 하지만 곧 5와 4가 되자 그들의 손은 고관절을 혼자 내버려 두었다. 환호하던 사람들이 5와 4에서 다시 박수를 친 것과 달리 탄식하던 사람들은 17에서 비축해둔 격렬한 감정을 3과 2가 될 때까지 뿜어댔다.

 

  그들이 뿜어내는 7에 대한 사랑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사라지는 자유, 획일화 된 꿈을 조장하는 사회에 대한 포고, 따뜻하고 소중했던 과거와 그 추억이 깃든 현재를 연결해 주는 끈을 놓치기 싫어하는 소박한 감정이 뒤섞인 것이었다.

 

  1초가 남았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박수를 동요하는 어린이는 이제 7을 말할 수 없다. 어린이의 통장엔 7천만 원이 있을 수 없다. 어린이의 손가락은 7번째 손가락 없이 11개가 된다. 어린이는 숫자공부를 다시 해야 하고 옷장에 숨겨둔 7개의 인형은 7개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늘에 7마리의 새가 날고 있어도 '어, 8마리의 새가 날고 있네!'라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 학교에 가기 위해 일어나는 시간도 몇 시간 앞당겨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는 7을 버리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어린이의 부모와 선생님들이다. 어린이의 부모는 지금부터 실수로라도 7을 말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고 어린이의 선생님은 두 시간 빨라진 수업 시간을 맞추기 위해 7번 확인하던 자명종을 8번 확인할 것이다. 7이 없는 하루하루가 어떨지 대충 짐작이 간다.

 

  거리의 한 쪽에선 경찰들이 시민들의 소동을 막느라 기절폭탄을 쏘고 소형지뢰를 던져댔다. 소동을 일으킨 시민들은 숫자 7이 크게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이마에 7을 나타내는 전광스틱을 붙이고 손가락 세 개를 감추어서 7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7을 없앤 정부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다.

 

  그들 중 한 명은 경찰의 제지와 기절폭탄을 요리조리 피해 무대로 올라가 어린이의 머리카락에 붙은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대고 환호하는 사람들을 저주 했지만 마이크의 전원은 그 전에 꺼졌다.

 

  탄식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손바닥을 보여주며 경의를 표했는데 그들이 보낸 경의는 자기가 하고 싶었던 행동을 대신 해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그들에게 손바닥을 보이는 사람들 중 우찬7, 아니 지금부터는 우찬8이 된 남자가 있다.

 

 

 

 2

 

 "22세기에 다시 이야기 하지."

  우찬8이 어제 구단관계자에게 들은 말이다. 그는 이 말에 대한 대답을 한 참 동안 생각했다. 그가 한 참 동안 생각한 대답의 종류는 7가지 정도가 된다. 아니 8가지 정도가 된다.

 

  그 중 첫 번째는 자신이 요구한 연봉보다 50%나 적은 구단 제시연봉에 수긍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한 것에 대해 자기 자신에게 미안해하며 생각을 두 번째로 옮겼다. 이적과 은퇴를 잠시 생각하던 그는 네 번째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연봉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있는 근력증가비용을 옵션으로 분리해서 구단의 지출비용을 줄이려는 자신의 노력을 티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 눈에 띄게 근력이 약해져 가는 그로서는 마땅한 생각이 아니었다.

 

  구단숙소로 이사하는 것과 구단주에게 간청의 편지를 쓰는 것 다음으로 생각한 일곱 번째 아니 여덟 번째 생각은 구단관계자의 눈을 살며시 비껴 본 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가 다른 여섯 가지 생각을 말하지 않고 여덟 번째 생각을 말한 이유는 22세기는 자기편이 되어 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22세기는 자기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해 주며 그동안의 실수를 용서해 주고 좋지 못했던 리그 성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그의 가슴속에 가득했다. 그가 왜 그런 기대와 믿음이 있었는지는 잘 알 수 없으나 22세기를 앞에 놓은 누구라도 그런 기대쯤이야 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는 '22세기에 다시 이야기 하지'에 대한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하루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우찬8은 구단 사무실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한참을 목적 없이 걷다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소매 끝을 뒤집었다. 왜냐하면 그가 새로 산 붉은 남방은 다른 옷들과는 다르게 시계가 소매 안쪽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시계가 7시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소매 끝을 잡았던 손가락을 제자리로 가져오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동안 엉뚱한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이런 행동은 당장 내일부터 7시를 살 수 없다는 거북한 느낌이 말초신경을 마비시켰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제부턴 과거와 미래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아파서 그랬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의 손가락은 한참 후에야 허리춤으로 돌아왔다.

 

  우찬8은 어제 이름을 바꿨다. 이름을 바꾸기 전,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펑펑 운 일은 나와 그만 아는 일이다. 작게 시작한 울음이 커지면서 그는 천국에 간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다. 사랑으로 가득 찼던 아버지의 웃음과 따스한 손길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다. 다 이해해주고 많이 기다려 주던 아버지가 몹시 그리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둘러싼 차가운 공기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곧 그 공기 때문에 몸이 벌벌 떨렸다. 몸이 떨리며 몸속의 그리움은 원망으로 바뀌었다. 그는 자신을 홀로 이 세상에 남겨둔 가족들의 얼굴을 마음에 떠오르게 한 후 자신의 불쌍한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줬다.

 

  가족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며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지만 그 목적은 빗나갔다. 가족들은, 특히 그의 아버지는 그의 원망을 힘없게 만드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그의 마음속에 요동치는 모든 감정을 이해하고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표정을 본 그가 오히려 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이미 다 알고 있었는데 알려주려고 했던 것이 미안했다. 아버지는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 하려 했던 것이 미안했다. 그는 원망을 마음 깊은 곳으로 돌려보내고 사랑을 꺼냈다. 아버지의 사랑을 본 그가 꺼낼 수 있는 감정은 사랑 밖에 없으니까. 그는 사랑으로 아버지를 봤다. 아버지는 한 발짝 다가섰다. 그도 한 발짝 다가섰고 몸을 앞으로 뉘이며 아버지의 어깨에 자신의 목을 얹어 놓았다.

 

  "7을 잃어버렸어. 아니 7을 잊어야 한 대. 나한테 7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빠는 알고 있지? 내 등번호는 항상 7이었고, 가족이름도 7이었고, 매일 7시에 일어났잖아. 아무리 높은 계단도 일곱 걸음으로 올라갔고, 맛있는 과일은 한 번에 7개씩 먹었어. 애완로봇도 7개를 가지고 있고, 소중한 결단과 선택은 항상 7시에 했어. 지금도 7시잖아."

 

  그의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표정을 유지했다. 표정에도 온도가 있다면 아빠의 표정은 체온보다 높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눈썹과 입술이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아도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아빠의 표정, 침묵해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표정, 표정에도 특유의 색이 들어있다면 그것은 살색보다 더 짙은 오렌지색이 아닐까?

 

 표정을 바꾼 피부색이 아버지의 마음을 그에게 더 잘 전달하고 있다. 표정이 노래를 한다면 그 노래는 그의 눈과 마음에 붙은 먼지를 씻어낼 눈물을 만들 것이다. 그는 그 표정을 머릿속에 넣은 후, 뒤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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