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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녹살라
작가 : 정인수
작품등록일 : 2016.9.19

먼 옛날 신이 이 땅에 내려와 인간을 사랑하여 자식을 낳으니 반인반신이었다.
반인반신의 자식들이 본래 그 땅에 살던 인간들을 핍박하니, 신의 반려가 신에게 애원하였다.
결국 신은 인간 4명에게 강한 힘을, 인간 모두에게는 신의 반려를 빗댄 아름다움을 내려주었고, 인간은 북쪽 설산으로 숨어들었다.
시간이 흘러 반인반신들 사이에서 분란과 균열이 생겨 세 나라로 나뉘게 되었다.
그 즈음 많은 인간들이 남쪽으로 나타났지만 아직도 북쪽 설산에서 숨어 사는 인간들이 있었으니,
북쪽의 인간이 다시 나타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였다.

 
1. 북쪽 설산 (1)
작성일 : 16-09-19 01:22     조회 : 780     추천 : 0     분량 : 6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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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이 땅에 내려와 인간의 아름다움에 반해 자식을 낳았으니, 신의 피를 이어받은 반인반신의 존재다.

 신과 인간 사이에 수많은 자식을 이루고 후대로 이어졌다.

 

 자자손손 신과 신의 반려를 숭배하기 위해 신전을 세웠고, 자신들의 탄생에 감사하며 살기 시작하였으니 그 땅을 “로데주아”라 부르기 시작했다.

 

 신의 피를 이어 받은 로데주아인들은 신의 은총으로 강한 힘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풍요로운 땅에서 안락한 삶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순수한 인간들은 태초부터 이어져 온 자신들의 땅을 침범하고 약탈하는 로데주아인들과 그들을 만들어낸 신을 오히려 증오하며 메마른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신의 반려 녹살라는 신에게 부탁했다.

 

 “부디 인간을 용서하시고 자식과 같은 은총을 내려주시옵소서.”

 

 동족의 비참한 모습에 슬퍼하는 반려 때문에 신은 인간을 용서했지만, 모든 인간에게 자식과 같은 강함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나누어진 네 부족 안에서 그들이 뽑은 4명의 인간만이 로데주아인을 뛰어넘는 강한 힘을 받아 그 4명에게는 신의 권능을 나타내는 각인이 몸에 나타나게 되었으며, 모든 인간에게는 자신의 반려를 빗댄 아름다움을 주었다.

 

 이로 인해 로데주아인들은 자신들은 감당할 수 없는 4명의 인간의 능력에 항복하여 약탈과 침략을 멈추었다.

 그러나 인간의 아름다움은 마치 신과 같은 후광을 나타내는 듯 했고, 신이 반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인간을 로데주아인들은 일방적으로 사랑하기 시작했다.

 

 4명의 인간의 힘에 대항할 수 없었던 로데주아인들은 사랑에 빠진 인간에게 은밀히 사랑을 속삭여 혼인을 올렸지만, 그를 거부하는 인간은 강제로 납치하여 자신의 집에 가두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를 참다못한 4명의 인간은 로데주아인들에게 보복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칼과 활에 죽는 수가 수 십, 수 백이 넘자 로데주아인 중 가장 지혜로운 자가 나와 4명의 인간과 이야기를 나누며 맹세했다.

 

 “앞으로 로데주아인은 인간의 땅에 침범하지도, 인간을 탐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로데주아인들을 믿기로 한 인간은 그들의 땅으로 돌아갔다. 인간의 힘을 겪은 로데주아인은 이를 두려워 하며 다시는 인간과 접촉하려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인간은 인간만의 낙원에서 조용히 살아가고자 힘을 가진 네 명은 서로를 형제로 여기며 앞장서 터전을 일구어 나갔다. 그러나 과거 로데주아인으로부터 밀려나 자리 잡은 북쪽 산간지역은 일 년의 절반 이상이 눈이 녹지 않는 설산이었다.

 힘을 가지고 있으나 여전히 살기 힘든 처지에 4명의 형제는 고민했다.

 

 같은 시기, 인간에 대한 모든 일들이 묻혀 잊어질 즈음 로데주아인들 사이에서 균열이 생겨났다.

 지혜로운 자, 막강한 힘을 가진 자, 그리고 그 사이의 대립을 중재하고자 로데주아를 아끼고 사랑하는 신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3명의 대립은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지 못한 3명은 각자 로데주아를 나누어 그들만의 나라를 세우기로 한다.

 그렇게 로데주아는 분열되어 오늘 날 로주오, 데메크사, 데론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로데주아가 이렇듯 세 나라로 쪼개지는 그 날 밤, 신의 분노인지 로데주아를 가로지르는 ‘신의 강’이 검은 물로 변했다.

 신의 은총으로 일컫던 푸른 물이 단숨에 검게 변하자 로데주아인들은 너무도 놀라 하늘에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때, 지혜를 가진 자들은 다른 로데주아인들이 잊고 있었던 인간의 존재를 찾아냈다. 신의 반려의 부탁으로 은총을 받은 그들의 힘이 함께 한다면 신의 분노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로주오의 번성과 안위를 위하여 로주오의 왕이 조심스럽게 북쪽 산간의 인간의 땅으로 찾아가 4명의 형제에게 제안했다.

 

 “나를 따라 로주오로 함께 오십시오. 모든 인간이 함께 지낼 수 있는 비옥한 땅과 당신들에게 걸 맞는 지위를 드리겠습니다.”

 

 인간이 신에게 받은 것은 아름다운 외모와 특별한 힘을 가진 4명의 형제뿐이었다. 그들에게 로주오의 제안은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었으나, 과거 로데주아인들에게 핍박받았던 몇몇 인간은 강렬히 반대했다.

 

 “4명 중 한 명이라도 떨어진다면, 과거 로데주아의 침략이 다시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땅에서 더 이상 버틸 순 없습니다.”

 “우리의 땅을 다시 되찾아야 합니다.”

 

 모든 인간의 안위를 위해 몇날며칠이고 형제는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인간 또한 나누어지게 되었다.

 

 “나는 로주오의 땅으로 가겠습니다. 나의 식솔과, 함께 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데려가겠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날리는 차가운 눈발에 지친 셋째는 서둘러 로주오로 떠났다. 그를 따라 많은 인간들 또한 로데주아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을 그제서야 깨달은 데메크사의 왕은 놀라 친위대를 이끌고 인간의 땅에 찾아왔다.

 

 “데메크사는 로주오보다 더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 모두를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로주오보다도 더 넓은 땅과 더 높은 지위를 드리겠습니다. 데메크사의 힘을 믿으십시오.”

 

 강한 힘으로 가장 큰 영토를 지배하게 된 힘의 군주에게 결국 형제 중 첫째가 데메크사의 왕에게 복종하기로 결정했다.

 

 “저는 과거의 혼란이 또 다시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저는 이 힘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넷째는 힘도, 권력도, 지위도 그 어떤 것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희망하였다. 결국 본래 인간의 땅, 북쪽에 남겠다고 소원한 인간들과 함께 둘째가 남기로 결정하였다.

 

 “나의 욕심으로 둘째 형제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니, 이는 후대에 꼭 갚을 것입니다.”

 

 넷째는 둘째에게 사죄하며 홀로 설산에서 떠났다.

 

 “비록 많은 가족을 떠나보냈으나 우리의 땅에서 계속 지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라도 다 함께 힘을 모아 땅을 지켜나갑시다.”

 

 이렇듯 둘째와 그를 따르는 인간들은 다른 로데주아인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져갔다.

 북쪽의 인간이 다시 로데주아에 나타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

 

 

 날 때부터 지내온 곳이지만 도통 이 추위는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두꺼운 가죽겉옷이 무용지물일 만큼 살을 에는 눈바람에 볼과 코는 새빨갛게 얼어버렸다.

 

 “하아.”

 

 어린 소녀가 언 손을 입김으로 녹여보려 했지만 사방팔방에서 불어대는 눈에 그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눈발이 날리는 산길을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니 나무 집 창문으로 환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따뜻해 보이는 빛을 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발에 힘이 들어갔다.

 

 ‘똑똑’

 

 “아저씨….”

 

 바람소리에 묻힐 법도 한 작은 목소리였지만, 굳게 닫혔던 나무문이 금세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두툼한 털옷을 꿰어 입은 태유 아저씨의 호탕한 목소리가 반갑게 들렸다.

 

 “자호구나! 어서 들어오렴. 오늘은 눈바람이 제법 거센데,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

 “저….”

 “또 땔감이 떨어졌니?”

 

 고작 나무문 하나 차이인데, 집 안의 따뜻한 공기에 콧물이 훌쩍 나왔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하기도 전 방 안쪽에서 나온 또래의 소녀가 샐쭉한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

 

 “살라야, 안녕.”

 “흥.”

 

 용기를 내 인사를 건넸지만 맞은편의 살라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팽 돌렸다.

 

 “아저씨. 저, 범이가 많이 아파요. 오늘 땔감은 미리 준비해두었는데 해가 너무 빨리 저물어서 물을 길러오지 못했어요. 물 한 동만 빌려주시면 제가 내일 아침 일찍 물을 떠다 드려도 될까요?”

 “그렇게 하렴. 지금은 밖에 바람이 많이 부니 아저씨와 함께 가자. 살라 너는 땔감 한 묶음 가져 오거라.”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살라가 입을 내밀고 집 안쪽으로 사라졌다.

 자호가 당황하여 황급히 대꾸했다.

 

 “아니에요. 아저씨. 땔감은 충분히 있어요.”

 “오늘 눈바람이 제법 센 것이, 간밤에 불이 꺼질 수도 있겠다. 나무를 넉넉히 넣어 따뜻하게 자거라. 너까지 아프면 범이가 더 고생하는 거란다.”

 “예…. 감사합니다. 아저씨.”

 “아버지. 여기요.”

 “그래. 살라야. 아버지는 잠시 자호네 다녀올 테니 너도 얼른 자렴.”

 “네. 아버지.”

 

 어느새 태유의 양 손에 물 한 동과 땔감 한 묶음이 쥐어져있었다. 바깥으로 나오니 따뜻한 공기가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익숙한 발걸음으로 조심조심 산길을 조금 내려오니 저 만치 아래의 낡은 나무집이 보였다.

 아까와 다르게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빛이 환하기는커녕 금방이라도 꺼질 듯 비실했다.

 

 “네 아버지께서는 무엇을 하고 있니?”

 “그게….”

 “또 술을 먹고 누워 있느냐?”

 “예에….”

 

 땔감 살 돈도 없는 처지에 술이라니, 거한 사치였다.

 아저씨가 혀를 차며 문을 거칠게 열었다.

 

 “이보게! 일어나보게!”

 “으….”

 

 술에 취한 자호의 아버지는 결국 두 팔을 허공에 두어 번 휘젓더니,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익숙한 모습이지만 태유 아저씨께 민망하여 자호의 작은 머리가 아래로 푹 숙여졌다.

 

 “그럴 것 없다. 자호 네가 고생이로구나.”

 “아니에요. 아저씨께는 항상 죄송합니다.”

 “되었다. 자. 물은 이 쪽에 두고, 땔감은….”

 “콜록, 콜록!”

 “범아!”

 

 잦았던 기침이 다시 시작하자 자호가 황급히 동생 범이에게 향했다. 있는 이불을 최대한 몸까지 끌어당겼지만 얇은 이불과 싸늘한 집 안 공기가 이 어린 두 남매에게 좋을 리가 없었다.

 

 “자호야. 땔감을 더 넣자꾸나.”

 “예.”

 

 태유는 종종 걸음으로 집 안을 열심히 돌아다니는 어린 소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렸을 적부터 친한 친우였던 소녀의 어미는 5년 전 둘째 범이가 태어나자마자 산 아래로 도망가 버렸다.

 마을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적은 사람들만 남은 이 산골에도 여전히 산 아래 생활을 동경하는 사람이 있었다.

 일 년 중 대부분 눈바람이 휘몰아치는 이 땅은 농사도 지을 수 없어 대부분 태유가 이끄는 사냥 팀이 잡아오는 사슴이나 멧돼지, 곰 등이 주 식량이었다. 그 외의 물건들은 일정 기간이 되면 태유 홀로 마을을 나서 데메크사 변두리의 마을에 들러 구매를 하는 형식이었다.

 태유 역시 산 아래의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가끔씩 변두리로 나가 귀동냥으로 듣는 소식으로 가늠하고 있을 뿐이었다.

 

 “으음…….”

 

 아내가 도망 간 뒤로 자호의 아버지는 일도 손에서 놓아버렸다. 과거에는 아내와 자식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먼저 사냥에 나서는 이였는데, 지금은 7살 난 딸아이가 이집, 저집에서 심부름 값으로 받아오는 식량과 푼돈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물론 태유가 상황을 봐가며 물이며 땔감이며 집 앞에 두고 가지만 그 로는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울 터인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에 취해있으니 태유는 할 말을 잃었다.

 

 “자호야. 내일 아저씨가 사냥을 나간다. 큰 놈으로 잡아올 테니 내일 저녁에 아저씨 집으로 오려무나.”

 “정말 감사합니다.”

 

 갑작스런 눈보라로 심부름은커녕 내일 피울 땔감조차 걱정이던 자호였다. 태유의 말에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운감 아저씨에게 말을 해둘 테니 내일 아침에 가서 약도 받아가고. 물은 다음에 떠 와도 되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정말요?”

 

 먹을 식량보다도 동생 약에 안색이 환해지는 아이였다. 태유는 안쓰러운 마음을 숨기고 오른 손으로 자호의 머리통을 쓸었다. 감격에 겨워하던 자호의 눈에 태유의 손등에 그리듯 새겨진 문양이 눈에 띄었다.

 

 “아저씨. 손등에 이 무늬는 하늘 신님이 주신 거라지요?”

 “그래.”

 “이 무늬 때문에 아저씨가 칼과 활을 잘 쓰시는 거예요?”

 “하하. 그렇다고 해야겠구나.”

 “우와….”

 

 산골에서 지내는 아이들에게 그들의 신화(神話)만큼 재미난 이야기가 없었다. 자식인 살라뿐만 아니라 동네 아이들에게 수없이 들려줬을 이야기지만 아이들은 그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더 이야기를 해 달라 조르기 일 수였다.

 

 “밤이 늦었구나. 아저씨는 이만 내일 사냥 준비를 하러 가야겠다.”

 “네. 아저씨. 밤늦게 까지 죄송해요.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몸에도 맞지 않는 두툼한 옷에 묻힌 자호의 얼굴이 너무 작아 보여 태유는 다시 한 번 머리를 두어 번 쓸어주고는 집을 나섰다.

 마을 공동 보관소가 텅텅 빈지 오래였다. 내일 사냥은 꼭 풍년이어야 했다.

 

 ‘언제까지 이 곳에서 지낼 수 있을까.’

 

 얼마 전 외지인이 산 안 쪽 마을까지 들어와 아이들에게 보인 이후 마을이 아직도 소란스러웠다. 다른 생김새와 화려한 옷,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에 아이들이 하루 종일 어른들에게 떠들어댔기 때문이었다.

 

 “첫째 형제로부터 전언입니다. 둘째 태유를 만나러 왔습니다.”

 

 피가 아닌 신의 각인으로 얽힌 형제. 태어나 열 번 채 보지 못한 형제였으며, 산 아래 로데주아 대륙의 데메크사 왕국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 유일한 인간이었다. 그런 사람의 전언을 전달하기 위해 창백한 피부의 푸른색의 눈동자를 지닌 외지인은 사냥을 나간 태유를 반나절이나 기다렸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무슨 일입니까?”

 “안녕하십니까. 저는 데메크사의 왕궁에서 2기사단의….”

 “됐습니다. 바깥 이야기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이 깊은 산골까지 찾아온 외지인이 태유는 달갑지 않았다. 차갑게 대꾸하고 첫째 형제로부터의 서신을 건네받았다.

 

 「둘째와 그 사람들 모두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여 이렇게 사람을 통해 서신을 보낸다.

 갑작스런 방문에 사람들이 놀란 것은 아닐지 염려가 되지만 로주오 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걱정되어 황급히 연락하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혹여 이 전에 건넸던 제안에는 생각을 해보았느냐? 나는 너와 그 가족 모두를 생각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 하거라.」

 

 “서신은 받았습니다. 그만 가십시오.”

 “달리 전해드릴 말씀이 있으시다면…”

 “없으니 이만 가시오!”

 

 외지인은 그렇게 떠났다. 그 이후 마을의 어른이란 어른은 모두 모여 몇날 며칠 의논하고 고민했다.

 나날이 잦아지는 눈보라에 이제는 이 곳을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제껏 우리가 지내온 터를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하는 것인지.

 결국 완고한 몇몇 노인들은 내 무덤은 이 곳이다! 선언하고는 며칠을 앓아누워 버렸다. 그렇게 마을을 휩쓴 이주 이야기는 이제야 쏙 들어갔다.

 하지만 마을을 이끄는 태유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고민이었다. 제 아무리 자신이 칼과 활에 능해도 사냥감이 없으면 사냥을 할 수 없었다. 개체가 준 것인지 세 번에 한번정도 잡힐까 말까였다. 호랑이나 곰이라도 잡혀야 가죽이라도 내다 팔 텐데, 여러모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후우.”

 

 당장의 마을 식량난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복잡한 문제는 잠시 뒤로 두고, 태유는 문을 열기 전 한숨을 마저 내쉬고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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