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
 1  2  3  4  5  >>
 
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노인간
작가 : 김재휘
작품등록일 : 2022.11.25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존재 '나노인간'
여러 일들을 겪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존재의 이유를 찾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

 
제 1 화 - 죽음과 죽음사이
작성일 : 22-11-25 15:44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535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 1 화 - 죽음과 죽음사이

 

 위이이잉-

 

  하늘에서 두터운 강철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집게가 서슬 퍼런 아가리를 한껏 벌리며 내려왔다. 그 모습은 흡사 먹이를 향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맹렬하게 달려드는 맹수의 모습 같았다.

 

 우드득! 우득!

 뿌드득!

 

  강철집게는 가지각색의 모습들로 군데군데 모여 거대한 산을 이루고, 누군가 한입 베어 먹은 듯 머리 한쪽이 깊게 파여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뇌와 뇌수들로 차갑고 메마른 대지를 뒤덮으며 다진 고기처럼 잘게 으깨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진흙처럼 질척한 새빨간 어떤 덩어리들과 줄줄이 소시지를 연상케 하는 분홍빛 창자들과 어지럽게 널브러진 신체 어느 하나 온전치 않은 수많은 개성 넘치는 시체들을 한 움큼씩 집어 삼켰다.

 음산한 분위기의 강철 아가리 속에 처박힌 영혼 없는 텅 빈 껍데기들은 쌉쌀한 공기 중에 기괴하면서 오묘한 화음들을 널리 흩날리며 종잇장처럼 꼬깃하게 구겨지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덜컹!

 

  집게는 지옥의 불꽃처럼 새빨간 화염들을 매섭게 뿜어내는 원형모양의 거대한 불구덩이 속으로 입안 한가득 머금고 있던 껍데기들을 모조리 토해냈다.

 

 화르르륵- 화륵-

 

  시뻘건 화염들은 마치 어미 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기다리는 어느 조그만 둥지의 아기 새들처럼 쫘-악 입을 벌리며 껍데기들을 집어 삼켰다. 그것들은 눈 깜짝할 새 흔적도 없이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졌다.

 

 무(無)! 그 모습은 무(無)의 세계로의 완벽한 회귀(回歸)였다.

 

 위이이잉-

 

  입안이 한결 가벼워진 집게는 또다시 공허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 물에 젖어 축 늘어진 걸레 같은 껍데기들을 무차별적으로 삼키고 뱉기를 반복했다.

 

 쿨럭쿨럭!

 

 “으음.........”

 

  수많은 시체들 사이에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보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일 것 같은 굉장히 맑고 깊은 에메랄드 빛깔의 영롱한 눈동자에 끝도 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의 진한 암흑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정체불명의 남자가 거친 기침을 내뱉으며 힘겹게 눈을 떴다.

 

 “으윽!”

 

  남자는 복부를 강하게 쥐어짜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겨우 몸을 반쯤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미간을 찡그리며 복부를 내려다보았다. 날카롭고 예리한 발톱을 가진 어떤 짐승에게 당한 듯 뱃가죽 일부가 심하게 뜯겨있었다.

 

 주르륵-

 

 뜯겨 나간 뱃속에서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연분홍빛 창자들이 마치 뱀이 기어가듯 빠르고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크으으윽!!”

 

  극심한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흘러나온 내장을 뱃속으로 밀어 넣고 손으로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창자들은 계속해서 손을 비집고 나오려했다.

 

 “하아....하아....”

 

  겨우 창자들을 밀어 넣고 압박하는데 성공한 그는 물컹하면서 딱딱한 무언가에 기대어 앉아 잠시간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며 통증이 완화되길 기다렸다.

 

 “후우....”

 

  통증이 아주 약간, 한숨 돌릴 정도의 수준으로 완화되자 남자의 검갈색 망막 속에 주변의 모습들이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

 

  남자는 두 눈을 크게 뜨며 굉장히 놀라워했다. 그러다 안색이 급속도로 창백해지며 굳어졌다. 눈앞에 너무도 잔혹하고 끔찍한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혹한 모습들로 죽은 수많은 사람들이 층층이 빼곡하게 쌓여 하나의 크고 높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산은 하나가 아니었다. 셀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산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새빨간 피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강물을 이루었다.

  그는 자신이 기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멍하니 눈앞에 펼쳐진 지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울렁울렁-

 

  주변을 유유히 떠돌던 알싸한 비린내가 섞인 고약한 악취가 하늘 높이 우뚝 솟아오른 그의 콧속으로 들어가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우웨엑!!”

 

 결국 고약한 악취와 참혹한 광경을 버티지 못하고 시큼한 액체들을 한 움큼 게워냈다.

 

 첨벙첨벙!

 

  입에서 쏟아져 나온 투명한 액체들은 차가운 바닥을 뒤덮은 새빨간 핏빛 강물 속을 뚫고 들어가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강물과 자연스럽게 한 몸이 되었다.

 

 지끈지끈!

 

 속을 게우고 나니 너트에 볼트가 조여지는 것처럼 극심한 통증이 머릿속을 강하게 조여 왔다.

 

 덜덜덜-

 

 무의식속에 잠재되어있던 공포의 향기가 전신을 휘감자 그의 온몸이 사시나무 떨 듯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주르륵-

 

 등 뒤로 서늘한 한 줄기의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동시에 입술이 바싹 마르고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꿀꺽-

 

 목이 한차례 크게 요동쳤다. 무의식적으로 칼칼한 마른침을 삼켰다.

 

 ‘……벗어나야해…’

 

 깊은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본능이란 꽃 한 송이가 창백한 머릿속에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우우우웅-

 

  죽음과 죽음사이의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있는 그의 머리위로 서슬 퍼런 강철 아가리가 아무렇게 쌓여있는 껍데기들을 무자비하게 집어 삼켰다.

 

 콰드득! 콰득!

 우드득!

 

 집게 속에 들어간 껍데기들은 마치 과즙을 짜고 남은 찌꺼기처럼 하나의 핏덩어리들로 압축되었다.

 

 줄줄줄줄-

 

 굳게 다문 집게 사이로 끈적거리는 새빨간 즙들과 정체불명의 찌꺼기들이 봇물 터지듯 마구 흘러내렸다.

 

 첨벙첨벙!

 

  대지를 향해 맹렬하게 쏟아져 내리는, 근엄하고 엄숙한 폭포수를 연상케 하는 새빨간 물줄기들이 충격의 늪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남자의 온몸을 때리며 시뻘건 핏빛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이곳에서 벗어나야 해!’

 

  전신을 뒤덮은 쌉쌀한 핏빛 물줄기에 퍼뜩 정신을 차린 그는 지옥 보다 더한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나기 위해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청-

 털썩!

 

 ‘젠장!’

 

  몸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빨리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생각은, 마음은 이미 저 멀리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만 몸은 그런 생각과 마음을 쉽사리 따라주지 않았다. 이미 공포의 향기가 뼛속 깊숙하게 녹아있었다.

 

 질끈

 

  있는 힘껏 입술을 깨물며 온몸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힘을 주면 줄수록 물에 젖은 솜처럼 축- 늘어질 뿐이었다.

 

 뚝- 뚝-

 

 입술에 파고든 새하얀 이빨사이로 새어나온 검붉은 핏방울이 출렁이는 껍데기들의 비릿한 즙 위로 떨어졌다.

 

 으득!

 

 어금니를 꽉 깨물며 주변을 가득 메운 어느 껍데기들의 신체 일부를 아무렇게 움켜잡았다.

 

 “흐으으읍!”

 

  그리곤 있는 힘을 모두 쥐어짜내며 힘겹게 일어섰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포에 물든 몸의 떨림이 심해졌지만 넘어지지 않기 위해 신체를 붙잡은 손이 마비가 올 정도로 강하게 붙잡으며 버티었다.

 

 첨벙! 첨벙!

 

  남자는 한 발, 한 발 천천히 앞을 향해 걸어갔다. 온몸을 거대한 바윗돌로 짓이기고 동시에 날카로운 칼로 난도질하는 것 같은 무겁고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수많은 껍데기들의 한(恨)이 서린 피눈물 사이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우욱!”

 

  하지만 얼마 못가 자리에 멈춰 헛구역질을 했다. 눈앞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요동치는 어지러움이 속을 뒤집은 덕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손으로 압박하고 있던 복부에서 또다시 창자가 밀려나왔다.

 

 “으으윽!”

 

 극심한 통증을 겨우 참아내며 손가락 틈으로 빠져나온 창자를 밀어 넣고 복부를 좀 더 강하게 압박했다.

 

 “허억……허어억……”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괴로워했다. 너무나 아프고 힘이 들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싫었다. 이런 곳에서, 숨이 턱 막히는, 사방에서 목을 죄어오는 죽음과 죽음사이에서 마지막 한줌의 숨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살아야해! 반드시!’

 

  무언가에 홀린 듯,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며 계속해서 떨리고 힘이 빠지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살고자 하는 본능,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본능. 그의 머릿속엔 오직 살고자하는 본능만이 가득했다.

 

 우우웅-

 뿌드득! 뿌득!

 

 강철 집게는 그의 주변을 맴돌며 위협을 가했다. 마치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네놈을 집어 삼킬 수 있다는 몸짓을 취하며.

 

 멈칫

 

  모든 힘을 쥐어짜며 한(恨)의 강물을 가로질러 가던 남자는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무언가에 걸음을 멈추었다. 거대한 껍데기들의 산이었다. 그는 음울한 분위기의 산을 말없이 바라보다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껍데기들을 밟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턱!

 

 “크으윽!”

 

  하늘과 맞닿을 듯이 아무렇게 겹겹이 쌓여 뭉쳐있는 껍데기들을 마치 암벽 등반 하는 것처럼 하나씩 밟고 올라가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양 손이 아닌 한 손만으론 더더욱 쉽지 않았다.

 

 턱! 턱!

 주륵-

 턱! 턱!

 주르륵-

 

  조금만 올라가면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수없이 올라갔다 미끄러지기를 반복한 그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겨우 산 중턱 부근에 도달할 수 있었다.

 

 “…허어억…허어억……”

 

 잠시 몸을 앞으로 기대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복부를 압박한 손이 느슨해지자 창자가 다시 앞 다투어 나오기 시작했다.

 

 꽈악!

 

 더욱 강한 힘으로 복부를 압박했다. 창자는 조금만 방심해도 언제든지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부단히 몸부림쳤다.

 

 어질어질-

 

 고약한 악취가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보고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눈동자’

 

  서럽고 원통한 눈빛을 띤 미처 눈을 감지 못한 텅 빈 눈동자, 혼자 살아남아 발버둥치는 자신의 모습을 비웃고 경멸하듯 쳐다보는, 그 수많은 눈동자들에 괜스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알 수 없는 죄책감에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주르르륵-

 

  갑자기 핏물이 굳어있는 두 뺨에 맑고 투명한 액체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눈물은 핏물을 뒤집어 쓴 남자의 얼굴, 마치 새빨간 가면을 쓴 것 같은 그의 얼굴에 단단하게 굳어있는 핏물을 정화시키듯 깨끗하게 씻어 내려가며 가엾은 껍데기들 사이로 마구 흩뿌려졌다.

 

 ‘……이곳에서 벗어나서 반드시 오래 또 오래 살아남아 우리의 존재의 이유가 단순히 소각장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는 먼지 같은 존재가 아님을 꼭 증명 하겠네 형제들이여……편안히 잠드시게. 그리고…내게 힘을 주시게…꼭! 이곳에서 반드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주시게.’

 

 그는 처참한 모습의 ‘그들을’을 비통한 심정으로 바라보며 굳은 결심의 눈빛을 띠었다.

 

 턱- 턱-

 

 ‘안 돼…조금만 더…조금만 더!

 

  또다시 온 힘을 다해 시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밟아가며 기어 올라갔다. 하지만 그의 굳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나른해지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까드득!

 

  턱이 으스러지도록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며 아득해져가는 정신을 겨우 붙잡았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었다. 반드시 살아남아 그들의 존재의 이유를, 우리의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기로. 마음은 이미 이곳을,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죽음과 죽음사이를 벗어나 삶과 삶 사이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단 한 발자국, 단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무풍지대(無風地帶)가 나온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몽롱함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누군가 뒷덜미를 거칠게 붙잡고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아래로, 아래로……아득한 저 아래로……계속…….

 가녀린 껍데기들의 한(恨)이 서린 핏빛 강물이 유혹의 손짓을 한다.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아득한 저 아래 깊은 심연 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 제 1 화 - 죽음과 죽음사이 2022 / 11 / 25 244 0 535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