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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거세하기
작가 : 라떼밀르
작품등록일 : 2022.2.18

돼지 불알 까던 거세사. 공화국 최강의 드래곤 불알까기 마스터가 되다.

 
1.돼지 거세사
작성일 : 22-02-18 14:28     조회 : 373     추천 : 1     분량 : 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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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돼지 거세사

 

 산맥에 늦은 봄이 찾아왔다. 수목 한계선에 있는 마을 이름은 고트하브(Godhab). 고대인의 사어(死語)로 ‘희망’이라는 뜻이다. 축사를 열자 돼지 냄새가 진동했다.

 

 「불까기의 계절이군.」

 

 먼지 속에서 코딱지를 파며 궁드르디의 아버지인 프롬이 중얼거렸다.

 

 「올해는 유독 수놈이 많이 태어났어요. 귀찮게.」

 「곧 전쟁이 날 거다. 재수 없을 징조야.」

 

 마을에는 돼지가 수컷을 많이 낳으면 전쟁이 난다는 미신이 있다. 경험인지 구전인지 프롬의 설명이 그럴싸하다.

 

 「돼지들은 본능으로 냄새를 알지.」

 「무슨 냄새요?」

 「전쟁 냄새.」

 

 프롬이 삽으로 분뇨가 들러붙은 톱밥을 퍼냈다.

 

 「도시에서 날아오는 죽음의 냄새지.」

 「도시는 가장 가까운 곳도 산맥 너머 천 리나 떨어져 있는데요?」

 

 프롬이 거세용 선반에 쌓인 지푸라기를 쓸며 말했다.

 

 「봄이면 산맥 너머에서 남풍이 불지. 도시 냄새가 타고 넘어 와. 제련소의 숯 냄새, 모루에 쳐대는 금속 냄새, 병기창의 염초 화약 냄새.」

 「그러니까 왜 전쟁 직전에 수놈을 많이 낳냐고요?」

 「본능으로 알거든. 젊은 거세꾼들이 전장에 끌려가 죽는걸.」

 

 숯불에 달군 고환 봉합용 바늘을 찬물에 식히며 프롬이 중얼거렸다.

 

 「거세꾼 없는 동안 씨를 많이 뿌리겠다는 속셈이지.」

 

 다행히 이 부자가 전쟁에 차출되어 죽을 일은 없다. 이 지방은 벽촌이라 군역이 면제다. 세금 받으려고 저승까지 쫓아온다는 관리들도 이 마을은 두 손 들었다. 험산준령, 산적, 악천후. 공화국은 고트하브에 면세와 반영구 자치를 허가했다. 물론 독립채산제로.

 

 「우리 같은 이주민에게 이곳은 전쟁도, 세금도, 노역도 없는 고독한 천국이지.」

 

 프롬이 달군 바늘을 건넸다. 검은 광택이 번쩍이는 바늘에는 정교한 드래곤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점심까지 끝내자. 폴커씨 농장도 수퇘지 풍년이라 백 마리 까줘야 돼.」

 「백 마리요?!」

 

 싸구려 럼주에 칼을 소독하던 궁드르디가 면도날을 돼지 분뇨에 빠뜨릴 뻔했다.

 

 「하루 동안 백 쉰 마리나? 제가 무슨 불알 학살자인가요?」

 「투르니에. 물 들어 올 때 노 저으라 이거야. 재능 썩히지 말고.」

 

 프롬은 아들 궁드르디의 이름을 ‘투르니에’로 부르길 좋아한다. 궁드르디 판 투르니에 2세. 귀족호칭인 ‘판’이 붙는 까닭은 부농인 프롬이 몰락 귀족의 족보를 일천 데나리온에 샀기 때문이다. 가난한 노동자 삼년 치 품삯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그 고귀한 재능으로 제 어머니는 임금님 옷을 가봉하셨다죠? 저는 돼지 불알 가죽을 꿰매고 있는데 말이죠.」

 

 바늘구멍에 실을 꿰며 궁드르디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말에 따르면, 어머니는 왕실 옷감을 수선하던 특급 재봉사였다고 한다. 혁명으로 공화국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이 얘기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다루겠다.

 

 그녀의 놀라운 손재주는 아들에게 유전되었고 그녀의 아들은 죽은 그녀가 생각도 못한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돼지 거세사.

 

 「투르니에. 직업엔 귀천이 없어. 네가 불알을 잘 까줘야 노린내 없는 좋은 베이컨을 만들지. 우리 집안이 베이컨과 하몽을 만들어 귀족 족보를 산 사실을 잊지 마라. 저 놈부터 까자.」

 「젖에 럼주 섞어 먹이셨죠?」

 「물론. 점심 전에 끝내자.」

 「제발요! 마취되는 시간도 생각하셔야죠.」

 

  몽둥이로 돼지 양미간을 내리쳐 기절시킨 뒤 거세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궁드르디는 가장 고통을 적게 주는 방식을 선호한다. 고통 없이, 흉터 없이, 신속하게. 일명 ‘거세 3원칙’이다.

 

 「서둘러. 마을에 귀한 손님이 온단 말이야. 회관에서 돼지 잡을 거라 해체작업 도와야 돼.」

 「그래서 백단나무 방패를 꺼내셨군요.」

 

 방패는 한 때 프롬이 용맹한 전사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바다 건너 먼 남쪽대륙에서 자라는 백단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소금물에 일년 이상 담근 뒤 말려 수차례 옻칠을 한 명품이었다. 방패는 프롬의 집 부엌에 걸려 있다. 고트하브로 이주한 뒤로는 사람 죽일 일이 없어져서 돼지수육이나 얼린 대구 내려칠 때나 가끔 도마로 쓰기 때문이다.

 

 「기대해도 돼죠, 아버지?」

 「그래. 내가 좋아하는 돼지 뽈살은 따로 빼놓으마.」

 

 프롬이 백단나무 방패를 꺼내는 날은 허리끈을 느슨하게 해두는 게 좋다. 아침 정도는 굶어주는 게 예의다. 포식할 수 있는 축제날이니까.

 

 「오늘 수도에서 위대한 [볼 브레이커스]이신 슈타이너 경이 마을에 오실 예정이다.」

 「[볼 브레이커스]가 뭐죠? 특급 드래곤 슬레이어인가요?」

 

 프롬은 거세가 끝난 뒤 마취가 덜 깨어 비틀거리는 돼지새끼를 조심스레 짚더미에 뉘인 뒤 경멸하듯 코를 풀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볼 브레이커스]를 그런 호구새끼들과 비교하지 말거라. 슈타이너 같은 분 때문에 이 마을이 먹고 사는 거란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말 그대로 드래곤 사냥꾼이다. 마을에선 통칭 ‘호구새끼들’로 통한다. 이들이 와서 먹고, 자고, 쓰는 돈으로 마을이 굴러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타이너님은 [볼 브레이커스]들의 전설이시지. 그 분은 드래곤들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계시단다. 그렇지 않으면 이 마을은 일년 안에 초토화 됐을걸.」

 

 「흐흠.」

 

 강소국인 둠 브링거 공화국을 지탱하는 부의 원천은 드래곤 사냥과 가공 산업이다. [음녀의 자궁]이라 불리는 거대한 분지 전체가 공화국 영토이고 지상에서 유일하게 드래곤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덕분에 드래곤 사냥은 공화국의 황금알을 낳는 독점사업이었다.

 

 「드래곤과 돼지의 공통점이 뭔지 아니? 버릴 게 없다는 거야.」

 

 그렇다. 드래곤은 버릴 게 없다. 게다가 하나 같이 고급이다. 가죽은 최상급 방어구. 뼈와 이빨과 발톱은 강철보다 단단한 무기. 기름은 고급 약재와 화장품. 내장과 알은 고급 식자재. 털은 최고급 옷감. 눈알은 장신구.

 

 「심지어는 배설물도 일반 유기비료나 최상급 비료인 구아노보다도 열 배나 비싸지.」

 

 축사바닥에 들러붙은 돼지 똥을 삽으로 긁으며 프롬이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당연히 수요도 엄청났다. 그리고 드래곤 관련 산업 일체는 공화국의 통제 아래에 있었다.

 

 「뭘 모르는 놈들은 이 마을을 수목 한계선의 유배지 정도로 생각해. 하지만 공화국은 일루리사트 지방과 이 고트하브 마을에 관심이 많아.」

 

 고트하브 마을은 드래곤을 사냥하러 온 드래곤 슬레이어들에게 숙식을 제공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의 불법 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일종의 계획 도시다. 공화국이 쿼터제를 통해 각국이 연간 사냥할 수 있는 드래곤의 개체수와 종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을에 어슬렁거리는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놈들을 봐라. 열에 서넛은 밀수꾼, 첩자, 불법 가공업자야. 우린 면세와 군면제를 대가로 공화국의 눈과 손이 돼야 해. 개잡놈들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게 여기 주민들 임무지.」

 

 타국에서 온 드래곤 슬레이어들은 드래곤을 한 마리만 잡아다 팔아도 엄청난 이익을 남긴다. 때문에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전사, 마법사, 사냥꾼, 암살자들이 사냥 허가증을 받거나 갱신하기 위해 매년 둠 브링거 공화국의 수도인 누크로 몰려든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드래곤 슬레이어 허가증을 받은 이들은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기 위해 매년 봄이면 [음녀의 자궁] 곳곳을 누빈다. 덕분에 수도 누크와 거점 도시들은 숙박업, 보험업, 장의사, 의료 보조기구상점이 늘 성황이다.

 

 술집마다 드래곤을 잡겠다고 덤볐다가 비명횡사하거나 불구가 된 외국인들이 넘쳐났다. 공화국의 풍요와 번영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허당들의 뼈무덤과 천명 중 한명이 안 되는 확률로 일확천금을 거둔 사냥꾼들의 신화 위에 견고히 세워져 있었다.

 

 「게다가 올해는 이십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성(聖)패트릭 축일]이 있는 해란다. 외지 놈들 행동을 더 철저히 감시해야 돼. 궁드르디, 너 패트릭 축일은 처음이지?」

 「이십 년에 한 번 돌아온다면서요. 전 열일곱이고요. 아들 나이도 몰라요?」

 

 궁드르디가 다섯 번째 돼지를 거세하며 사무적으로 대꾸했다.

 

 「대단한 구경거리지. 수백, 수천 에이커 사탕무밭에 수십 마리 녹각룡이 들이닥칠 테니까. 빨리 끝내고 들판으로 가보자.」

 

 

 ******************************************************************************************************

 

 

 「저 넓은 사탕무밭을 녹각룡이 전부 망쳐놓는다고요?」

 

 거세용 수술도구를 메고 사탕무밭을 가로지르며 궁드르디가 프롬에게 물었다.

 

 「너한테나 사탕무밭이 드넓지. 드래곤에게는 돌아서면 배고픈 간식거리 밖에 안 돼.」

 

 냉대기후인 이곳에서 키울 수 있는 작물은 호밀과 사탕무 정도다. 사탕무는 설탕의 주원료라 공화국이 식량안보를 위해 일괄수매 한다. 수확량이 많든 적든 일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집집마다 재배한다. 게다가 즙을 짜낸 찌꺼기는 양질의 사료다. 돼지 키우는데 없어서는 안 될 자산이었다.

 

 그런 사탕무 재배에 이십 년에 한 번 큰 흉년이 찾아온다. 바로 [성 패트릭 축일]이 있는 해다. 녹각룡들 때문이다.

 

 「녀석들은 이십 년에 한 번 번식기가 되면 수컷들이 민가로 내려와 사탕무밭을 쑥밭으로 만들어.」

 

 공화국의 수도 누크에는 국토관리부 산하 [드래곤 자원청]이라는 곳이 있다. 드래곤의 습성과 서식지, 해부학적 특성을 전방위로 연구하는 곳이다. 이곳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녹각룡의 번식주기는 이십 년에 한 번으로 매우 길다. 이 때 수컷들은 몸집을 불려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량의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알지? 인간이나 드래곤이나 살찌가 가장 좋은 음식이 뭔지.」

 「당연히 설탕 아닌가요.」

 「그래서 녹각룡들이 내려오기 시작한 거지.」

 

 인간이 이 지역에 정착해 숲을 태우고 사탕무밭을 일구면서 개척민들은 드래곤과의 공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게 성 패트릭 축일과 무슨 상관이 죠?」

 「패트릭 성인이 드래곤을 무찌른 것을 기념하는 거지. 녹각룡들이 밭에서 빨리 떠나기를 빌면서 말이다.」

 

 성 패트릭은 천년 전 일루리샤트를 처음 개척했다는 전설 속 영웅이다. 그는 태초의 세계수인 이그드라실에 기생해 살던 옛 뱀 ‘실버 서펀트’의 머리를 으깨버렸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 공로로 태초의 현명한 드래곤들에게 대륙을 다스릴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물론 이런 비슷한 형태의 이야기가 변주되어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전설을 사실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두.두.두.두.두.

 

 숲에서 산사태 같은 소리가 울렸다. 폴커의 농장으로 향하던 프롬과 궁드르디 부자가 멈춰섰다. 프롬이 땅에 귀를 댔다.

 

 「녹각룡들이 오고 있어. 이제부터 볼만해 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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