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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프롤로그
작성일 : 22-02-18 22:27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7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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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뽀드득- 뽀드득-

 

 낮부터 함박눈이 내리더니 초저녁엔 발목까지 눈이 쌓였다. 눈보라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노을마저 눈발에 가려 길거리는 온통 깜깜했다.

 

 "걷는 것도 일이네. 여기는 눈 치우는 사람도 없나?"

 

 산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강아지도 오늘만큼은 덜덜 떨며 개집에 죽치고 앉아있을 날씨였다. 가로등에도 하나둘 불이 들어왔지만 눈발을 뚫기엔 턱도 없었다. 더욱이 해가 지평선 너머로 몸을 숨기자 한산했던 거리가 더욱 쌀쌀하게 느껴졌다. 원호는 투덜거리며 담벼락 밑에 서있던 눈사람을 째려봤다.

 

 "뭘 봐? 너도 내가 우습냐?"

 "...."

 

 눈사람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나뭇가지로 그린 입만 빙그레 웃고 있었다.

 

 "쳇."

 

 그는 신호등을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건넜다. 어차피 이 동네는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일도 드물었다. 오늘처럼 거센 눈보라를 뚫고 달릴 자동차는 더 희귀했다. 원호가 횡단보도를 건너자 눈앞에 식당이 보였다. 집과 가까워 자주 들르는 가게였다. 그는 평소처럼 담배 하나를 태우고 식당으로 입장했다

 

 딸랑딸랑-

 

 식당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안경에 김이 서렸다.

 

 "아오, 안경은 이게 귀찮아."

 

 그는 안경을 벗어 소매로 대충 훑었다. 테두리가 덜 닦인 안경을 쓰고 식당을 둘러보니, 언제나 그렇듯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여기 술 좀 더 가져와!"

 "국밥 한 그릇 추가요!"

 "계산이요!"

 

 꾀죄죄한 얼굴, 누더기를 뒤집어 쓴 꼴을 보아하니 근처 판자촌 주민들이었다. 원호는 외투에 쌓인 눈을 털며 앉을 자리를 탐색했다.

 

 "어디 보자."

 

 식당은 자리마다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빈자리라고는 출입문 옆에 위치한 2인용 식탁이 전부였다.

 

 "앉을 데가 여기 밖에 없네."

 

 안쪽에 다른 자리가 있을 거란 기대는 애초에 접었다. 게다가 구석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덩치들을 밀치면서 끼어 들어가야 했다. 게다가 가장 구석 자리는 이 근방에서 활동하는 '자외단'이라는 도적단의 지정석이었다. 괜히 잘못 걸렸다가는 식사도 못하고 돈만 날려야 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원호는 얼른 포기하고 출입문 옆에 자리를 잡았다. TV에서는 뉴스가 한창이었다.

 

 "15년 전, 마루시의 명장제약은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동물을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 후 15년이 지난 오늘, 명장제약에서 또 한 번의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뉴스에선 명장제약회사의 건물이 나왔다. 건물은 검정색 벽과 커다란 유리창으로 만들어진 깔끔한 외관을 자랑했다. 카메라가 1층에서 꼭대기층까지 올려다보는데 5초나 걸릴 만큼 상당한 높이를 자랑했다.

 

 "바로 동물의 체세포만으로 수정란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것인데요. 명장제약은 이 기술을 통해 개체 수가 적은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복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표는 전세계 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말 그대로 '생명체의 완벽한 복제'가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생물학회에서는 이번 성과로 인해 인류의 과학이 한 걸음 더 진보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실용화를 하기에는 무리이며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

 

 아나운서는 마치 자기가 성과를 낸 것마냥 자랑스럽게 소식을 전했다. 원호는 왼쪽 입 꼬리만 올린 채 웃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더니 기어코 해내는군."

 

 그는 시선을 돌려 식당 주인을 찾았다.

 

 "여기 국밥 한 그릇이요."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대답.

 

 "크흠."

 

 워낙 사람이 많은 탓에 주인장이 단번에 주문을 받아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식당의 가장 바깥쪽에서 주문을 했으니 들었을 리가 만무했다.

 

 "여기요!"

 

 그는 조금 더 언성을 높였다.

 

 딸랑딸랑-

 

 그때 식당 문이 열렸다. 안 그래도 만석인 식당으로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그 덕분에 원호는 바깥 바람을 다시 한 번 만끽할 수 있었다. 그 손님은 머리와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식당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원호는 5분 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속으로 코웃음쳤다. 비열한 웃음이 그의 얼굴로 찔끔찔끔 새어나왔다.

 

 '어쭈? 자리도 없는데 안 나가고 버티는 거 봐라? 넌 어디 앉을 건데?'

 

 그 순간, 새 손님은 원호와 눈이 마주쳤다. 원호는 황급히 표정을 원상복구 시켰지만, 그 손님은 생쥐를 포착한 살쾡이처럼 살금살금 원호에게 다가왔다.

 

 "죄송하지만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원호는 얼굴을 한껏 찡그린 채 불청객을 쳐다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그 손님의 얼굴은 굉장히 앳돼 보였다.

 

 '뭐야, 학생인가?'

 

 나이가 많아봤자 고등학생이나 될 법한 남성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뭐, 편하실 대로 하세요."

 

 모르는 사람과 마주하며 식사한다는 게 영 껄끄러웠지만 차마 거절할 순 없었다. 그는 그렇게 매몰찬 사람은 아니었다.

 

 "여기, 국밥 두 그릇 주세요."

 

 식당 사장을 다섯 차례나 부른 끝에 겨우 주문에 성공한 두 사람은 조용히 음식을 기다렸다. 원호는 어색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홀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발은 여전히 거셌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원호의 앞에 있던 학생이었다.

 

 "나쁜 놈들만 잘 먹고 잘 살고... 말세다 말세."

 

 펄럭펄럭

 

 그는 언제 가져왔는지 식당 구석에 비치되어있던 신문을 읽고 있었다. 메인 기사는 어제 시내에서 열린 '노동자 권리 보호 운동'에서 발생했던 폭력사태에 관한 기사였다. 노동자들이 합심해서 개최한 캠페인이 경찰들의 무력으로 강제 해산된 내용이었다. 물론 기사에는 노동자들의 욕심이 그 사달의 원인이라고 쓰여있었다. 학생은 계속해서 혼잣말을 했다.

 

 "노동자 대부분이 달구 시민이니 모여봤자 아무런 힘도 낼 수 없지."

 

 기득권 층이 바라보는 달구 시민들은 그저 사탕 주위에 몰려드는 개미떼에 지나지 않았다. 다르게 말하면, 기득권 층은 기분이 나쁘면 언제든 달구 시민들을 발로 밟을 수 있는 입장이었다.

 

 "높으신 분들은 더 저질스런 범죄도 저지르시면서 떵떵거리시는데, 아랫사람들이 조금만 밥그릇을 들어도 죽일 것처럼 대하시니, 쯧."

 

 원호는 대꾸하지 않고 눈 내리는 거리만 묵묵히 바라보았다. 남학생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뭐, 돈 없는 게 죄지."

 

 학생은 자신의 말이 원호의 귀에 쑤셔 박힐 정도로 맹렬하게 내뱉었다.

 

 "1%의 상위층이, 청탁이니 결탁이니 손잡고, 못된 짓까지 해서 버는 돈이 이 나라 전체 돈의 99%랍니다. 99%의 하위층이 뼈 빠지게 일해서 가지는 돈이 전체의 1%도 안 되는 게 웃음 포인트입니다."

 

 창밖을 보던 원호는 마침내 웃음을 터뜨렸다. 바깥 날씨보다 차가운 웃음이었다.

 

 "학생, 그래봤자 변하는 건 없어. 학생이 말한 99% 하위층의 대부분은 그 구조를 당연시하고 있으니까. 아니, 오히려 1% 상위층에게 잘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지."

 

 자신의 주장이 반박 당했음에도 학생은 반갑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듣자하니 무슨 노예 같네요."

 "신분만 안 나눴지, 노예나 다름없지."

 "그럼 노예의 기준은 뭐죠?"

 "아까 학생이 말했잖아. 99%가 뭉쳐봤자 1%의 부(富)도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 상위층이 모기처럼 자신의 피와 땀을 쪽쪽 빨아 먹는데도 좋다고 달라붙는 99%의 사람들."

 

 두 사람의 대화가 점점 달아오르던 순간, 식당 주인이 불쑥 끼어들었다.

 

 "저기, 국밥 나왔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사람이 많아서 늦게 나왔다며 머쓱해했다.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드세요."

 

 아주머니는 밥과 국을 식탁에 올려놓고 서둘러 주방으로 돌아갔다.

 

 달그락.

 

 그녀에 의해 대화가 중단된 두 사람은 말없이 숟가락을 들었다. 원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밥을 국에 말았다.

 

 그때였다.

 

 "저는 바꿀 겁니다."

 

 이번에도 대화를 시작한 사람은 학생 쪽이었다.

 

 달그락.

 

 원호는 대꾸하지 않고 차분히 밥을 떴다.

 

 "지금 상황을 만든 것도 그 상위층이니, 이러 환경을 부수면 나머지 99%의 사람들도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원호는 마주한 학생이 무슨 웅변 대회라도 준비하나 싶었다. 너무 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탓에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글쎄, 그럴까? 있는 것들은 없는 것들 등쳐먹으려고 하고, 없는 것들은 없는 것들끼리 뒤통수치려고 용쓰는 상황인데? 학생 '빈익빈 부익부'라는 말은 학교에서 배웠지? 딱 그 짝이거든. 이 구조는 절대 안 변해."

 "제가 얼추 조사해보니까, 부정적인 경로로 도는 돈이 국가의 전체 돈의 1/3 넘게 차지하더라고요. 소위 '뒷돈'이라고도 하죠."

 "그래서,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진원호 씨, 당신이 필요합니다."

 

 원호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오른발을 출입구 방향으로 빼놓은 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너 뭐야? 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흥분한 원호와는 반대로 학생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걱정 마세요. 경찰 쪽은 아니니까...."

 

 그 학생은 천천히 원호를 올려다 보았다.

 

 "...오히려 그 반대니까."

 "그래서 어쩌라고! 그럼 넌 뭔데?"

 

 흥분한 원호를 보며, 학생은 혹여나 누가 쳐다볼까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식당 안은 이미 취객들에 의한 고성방가로 가득 차있었다. 그 둘에게 관심을 갖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학생은 원호에게 앉으라고 손짓하며 다시 수저를 들었다.

 

 "원호 씨, 재작년에 프로그램 하나를 개발하셨죠? 광범위 도청 프로그램"

 "너, 지...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프로그램으로 대기업과 국회의원들 간의 부정거래내역을 들춰낸 사람도 당신이죠?"

 

 원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학생은 수저로 천천히 국밥을 펐다.

 

 "그 뒤로는 철저히 은둔생활을 하셨고... 찾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아니, 헛소리 그만 하고! 목적이 뭐야?"

 

 아직도 원호의 발끝은 출입구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언제라도 달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후루룩-

 

 학생은 국밥을 한 입 먹더니 숟가락을 놓았다.

 

 "따지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빈익빈 부익부'든 '부의 대물림'이든 뭐든 간에 다 부셔버릴 겁니다. 더 늦으면 안 됩니다."

 

 그 학생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원호를 바라보았다.

 

 "어떠십니까... 동참하시겠습니까?“

 

 

 ***

 

 

 한 사내가 강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음~ 날씨는 나쁘지 않네."

 

 1년 만에 열리는 선상 파티였다. 조명빛은 밤을 깨울 만큼 찬란했고 선상 연주는 바람보다 시원했다. 조명과 음악 속에서 승객들은 서로의 인맥을 확인하기 위해 이리저리 쏘다녔다. 그들에게는 이런 만남도 사업의 연장선이었다.

 

 "그래...."

 

 파티장 입구에 선 시장은 항구 끝의 등대처럼 주위를 쓰윽 훑어보았다.

 

 남자 승객들은 하나 같이 매끈한 정장과 광 나는 구두, 여자 승객들은 허리가 들어간 잘 빠진 드레스와 반짝이는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마루시의 시민이자 상당한 재력가라는 점이었다.

 

 "승객 확인은 전부 해봤나?"

 

 승객들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지만, 유독 파티의 주최자인 시장만은 그렇지 못했다. 시장의 눈동자는 불안감으로 인해 더욱 어두웠다. 훤칠한 키와 깔끔하게 올린 머리와 상반되는 근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네! 262명 맞습니다."

 

 경호 총책임자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답했다.

 

 "얼굴이랑 신분까지 싹 다 대조했겠지?"

 "네, 당연하죠. 내빈들부터 저희 경호팀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검사했습니다. 투명인간이 들어온 게 아니고서야 불청객은 단연코 없었습니다."

 

 여기서 불청객이란, 달구시(市), 즉 강 아래 쪽 지역에 살고 있는 도적단을 의미했다.

 

 "이거,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해져서."

 "걱정 마세요. 곳곳에 전문 경호원들을 배치시켜놨기 때문에 이 근처엔 얼씬거리지 못할 겁니다."

 

 실제로 선상에는 초청인사 말고도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 30여 명이 주위를 순찰하고 있었다.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우락부락한 체격 탓에 주변의 시선을 끌었다.

 

 "그래. 덕분에 마음이 좀 놓이는군."

 

 시장은 승객들과의 만남에 앞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때 선상파티의 사회자가 시장에게 다가왔다. 그의 토끼처럼 튀어나온 앞니가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시장님, 무대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분위기도 달아올랐고요. 조금 뒤에 올라가시면 됩니다. 다들 시장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장은 유리창에 비친 옷차림을 점검했다. 그는 곧 자신의 밤하늘 빛 정장의 단추를 채웠다.

 

 "알겠네. 곧 들어가겠네."

 

 시장은 선상을 한 바퀴 더 체크하고 서야 문을 열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연회장은 학교 운동장 만큼이나 넓었다. 오른쪽 구석에선 초청 연주단의 클래식 연주가 한창이었고, 벽에 붙은 테이블에는 내빈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산해진미가 즐비해있었다. 연회장 곳곳에서 승객들의 담소가 진행 중이었다. 시장은 단상을 향해 사뿐사뿐 걸어갔다.

 

 "아이구, 마루 시장님."

 

 누군가 오른편에서 그를 불렀다. 시장이 고개를 돌리니, 그의 앞엔 명장제약의 사장인 백민관이 서있었다. 100살이 가까운 나이었음에도 아직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의 외모나 태도로만 본다면 그의 나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만큼 그의 모습은 정정하고 세련되기까지 했다. 시장은 웃으며 그에게 꾸벅 인사했다.

 

 "아니, 백 사장님 아니십니까? 이 자리에 와주시다니 정말로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시장님이 초대해주셨는데 당연히 와야지요."

 

 백 사장은 마루시의 제일 가는 재산가였음에도 언제나 겸손을 잃지 않았다.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 편히 즐기시다 가시죠."

 

 시장은 인사를 마치고 다시 단상으로 가려했다.

 

 "아, 잠시만."

 

 백 사장은 갑자기 시장의 손목을 잡더니 무언가를 건넸다.

 

 "이게 뭐죠?"

 

 백민관이 건넨 것은 새까만 서류가방이었다. 노트북과 책 한 권만 넣으면 꽉 찰 크기의 가방이었다.

 

 "그때 그 프로젝트 말입니다."

 "그 프로젝트요?"

 "저번에 시장님이 언급했던 '그 프로젝트' 말입니다. 그동안 많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시장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서 오늘 준비해왔습니다."

 "그러십니까? 알겠습니다. 나중에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예. 백 사장님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시장은 백 사장과의 대화를 마치고 단상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서류가방을 단상 옆에 놓고, 마이크를 들었다.

 

 삐익-

 

 마이크 켜지는 소리와 함께 연주단의 연주가 중지됐고, 연회장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단상의 모든 조명은 고개를 돌려 시장을 비추었다. 동시에 모든 이목이 단상 마이크 앞으로 향했다.

 

 "여러분, 아름다운 밤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마루시(市)의 시장 임현규입니다. 가장 먼저, 여기에 참석해주신 모든 내빈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짝짝짝짝짝-

 

 짧은 박수갈채가 끝나고, 시장은 말을 이어갔다.

 

 "긴 말할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강 아래, 달구시에서 침입해오는 도적단 탓에 마루시에 사는 저희가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습니까?"

 

 마루시와 달구시는 학목강(江)으로 분리되어있는 두 지역이었다. 학목강은 강이 흐르는 모양이 학의 목처럼 쭉 뻗어있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지금 승객들이 탑승한 배도 학목강 위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그들이 허구한 날 마루시로 들어와 도적질했고, 그 탓에 우리들이 손해 본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연회장에 참석한 인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빈 중 거의 모든 이가 그들에게 도적질을 당한 자들이었다. 시장은 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하고선 강단의 중앙으로 갔다. 곧이어 빔 프로젝터가 강단 정면에 프로젝트 화면을 쏘았다. 그 화면으로 예전 뉴스 장면이 나타났다. 뉴스는 도적단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보통 이 도적단들은 낮에는 달구시에서 잠자코 있다가, 밤이 되면 다리를 통해 강을 넘습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마을인 우리 마루시로 오는 거죠."

 

 '상대적'이라고는 했지만, 부(富)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우선 땅덩어리만 보자면 달구시가 마루시보다 10배 이상 넓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정반대였다. 달구시 수 백 가구의 재산을 합쳐도 마루시 한 가족의 재산을 넘지 못했다. 그만큼 빈부의 격차가 심했고, 그 격차는 수 십 년 째 끊임없이 벌어져 갔다.

 

 "아주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달구시에선 금전 자체가 희소했다. 달구 시민 중엔 마루시로 나와 돈을 벌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마루 사람들이 인심이 후한 편은 아니었다. 기껏 마루까지 나온 달구 시민에게 돌아가는 봉급은 입에 겨우 풀칠할 정도였다. 그런 연유로 달구시에선 불법적으로 돈을 버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마약을 제조, 조달하는 자부터 살인청부를 업으로 삼는 사람까지.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자들이 택한 업은 '도적'이었다. 다른 일보다 접근하기 쉬웠고 수입도 상대적으로 많은 직업이었다.

 

 "물론 경찰병력을 달구시에 투입해서 도적단을 소탕할 수도 있습니다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강 아래 지역의 치안은 너무 나쁩니다."

 
작가의 말
 

 제 소설의 첫 장입니다. 오타를 발견하셨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ii858@naver.com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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