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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통일
작가 : 솔거
작품등록일 : 2022.2.12

한반도의 휴전선은 남북이 아닌 미국, 구소련, 중국에 의해 정해진 선이다. 70년 전 힘없는 남과 북의 주민은 강대국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내전을 치렀다. 남은 북 때문에 내전을 치렀다고 하고 북은 남한의 친일세력이 미국을 등에 업고 치른 내전이라고 선전했다. 이제70년이 지났고 우리의 국력도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 되었다. 우리의 힘으로 휴전선 철책을 걷어 낼 때가 된 것이다. 아니 닫혔던 문을 열어야 한다.

 
1화. 불꽃놀이
작성일 : 22-02-12 13:26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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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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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과 들이 푸른 녹색으로 뒤 덮인 5월이다. 홍호태 판사는 5월의 싱그러움 속에 뚜벅뚜벅 교회로 올라간다. 야트막한 야산에 지어진 교회가 근처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서 초라하게 보인다. 호태는 남북통일을 시키시려는 왕건 아저씨의 무운을 빌기 위해 교회로 간 것이다. 호태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시여 오늘은 왕건 아저씨가 남북통일의 염원을 안고 휴전선을 철폐시키려고 북으로 들어서는 날입니다. 하나님 그런 왕건아저씨를 굽어 살피시어 한반도가 70년 만의 통일이 되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 옵서소, 이렇게 손 모아 비나이다. 그렇게 하나님께 기도를 하고 교회를 내려오는데 딩동 스마트 폰이 울려 열어보니 동철이 전화다.

  동철은 집을 나서며 호태에게 혹시 동창회 참석 안하면 어쩌나 해서 전화를 한 것인데 호태가 오늘은 부득이 한 일이 있어 참석을 못한다니 씁쓰레한 웃음을 띠고 그래 잘난 놈들은 항상 바쁘시겠지? 그렇게 뒤틀린 마음으로 오창 읍내로 가는데 도로 옆의 아카시아 나무에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동철의 코에도 향기가 진동한다. 햐- 5월은 여왕의 계절이라더니 산과 들에는 꽃과 나비가 춤을 추고 날씨 또한 화창한데 홍 판사가 안 온다니 그래 잘난 놈은 잘난 놈끼리 놀아라! 나는 꺽정과 수홍을 대동하고 서울하고도 강남 최고가는 룸싸롱에서 질탕하게 놀고 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동철은 오창읍 농협에서 1천만 원을 인출해 모임 장소인 오창 갈비로 들어서니 꺽정과 수홍이 반갑게 맞는다. 동철은 우리는 동창회 끝나면 서울 가서 놀다 오자! 그러니 꺽정이 뭐 서울? 하고 묻는다.

  동철은 왜 우리는 서울 가서 놀 군번이 아니니? 너나 나는 충분히 서울하고도 강남 가서 놀아도 돼, 오늘 호태를 위해 동창회를 하려고 했는데 그가 못 온다니 우리끼리 서울 가서 질탕하게 노는 거야! 그렇게 잡담하는 사이 동창들이 하나 둘 오더니 30명이 된 것 같다. 그러니 박수홍 동창회장이 의례 적인 인사말로 여러분 오늘도 공사다망하신 중에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동창회는 홍호태가 판사가 금의환향해 그를 위해 앞 당겨서 하려고 한 동창회인데 그가 안 온다니 우리끼리 놀다 갑시다. 지금이 5월 여왕의 계절이니 오늘은 우리 남자 동창들이 여자 동창 들을 여왕같이 모시고 놀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그러니 여자 동창들은 좋다고 부산을 떨며 오늘만 우리들을 여왕같이 모셔보는 거야. 박형숙이 남자 쪽을 보며 그렇게 말하니 남자동창들이 그래그래 오늘은 너희 들을 하루만 여왕처럼 모실게, 그러자 동철이 비웃는 투로 한마디 던졌다. 야, 너희들이 여왕처럼 품위가 있냐? 재색을 겸비한 요조숙녀냐? 대접을 받게? 그렇게 빈정대니 형숙이 앙칼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동철아! 그런 너희들은 뭐가 대단하다고 우쭐 대니? 우리와 비슷한 것들이 땅 떼기 조금 많다고 지랄하긴? 야, 나는 너의 그 땅 안 부러워 우쭐 대려면 호태나 재현이 같이 머리에 뭔가 조금 들고 점잔이라도 빼는 것들이 지랄하면 모를까. 야, 우리 여왕 안할 테니 먼저같이 놀다 가자. 형숙이 그렇게 쏴 부치니 박 회장이 “야, 야, 이제 농담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자!” 남자들은 그래 농담 그만하고 회장 말 들어 그리고 각자 좋아하는 술을 따라 한잔씩 마시며 잡담을 하기 시작했다.

 갈비 안주에 소주, 맥주를 곁들여 먹는다.

  그날 동창회는 호태와 재현이 현주만 빠졌다. 동창들은 술이 몇 잔 들어가니 형숙이 가만히 잊지를 못하고 꼭 된 것 들은 빠져요. 그 애들이 지난번엔 오더니 이번엔 쏙 빠지네, 내 더러워서 이게 뭐야? 오늘 참석한 것들은 우리들하고 제들 뭐는 뭐끼리 논다고? 남자들을 보고 빈정대니 홍 회장이 아따, 이제 그만해라 네 입이 더 더러워진다. 그 애들은 무슨 사정이 있겠지, 홍 회장 말이 끝나니 동철이 기분 나쁜 투로 말했다.

  “야, 꺽정아, 가자, 내 더러워서··· 아~ 아니 이 오창 촌것들까지 우릴 무시하고 꼭 호태, 재현이만 찾아요,··· 퉤~에 더럽다. 야, 가자. 수홍이도 우리하고 같이 가는 거야.”

  동철이 말에 수홍이 밖으로 나와 꺽정과 동철이 승용차를 타니 꺽정이 야, 동철아 어디로 가는 거야? 하고 묻는다. 동철은 어디로 가긴? 서울로 간다. 꺽정은 서울?

  이 새끼야! 너나 내가 지금 호태나 재현이만 못한 게 뭐 있어? 임가야, 지금은 돈이 최고인 세상이야, 이천 년대까지는 검 판사, 의사, 은행원들이 선망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많이 가졌건 돈 많이 가진 자가 상전인 세상이야, 나는 저번에 서울 고급 술집 가서 그걸 깨달았다. 그 애들이 뭐라고 했는지 아니? 의사, 판, 검사는 업무에 시달려 사내구실도 제대로 못한대, 지금 세상엔 힘 안들이고 부자 된 인간들, 그러니까 너나 내가 거기에 속해, 그러니 오창 구석에서 빌빌 대지 말고 서울 하고도 강남 가서 노는 거야, 꺽정아 너와 나는 있는 재산 마구 팔아 써도 다 못쓰고 죽어 안 그러냐? 그러니 앞으로는 한 달에 한번 씩 서울 강남 가서 왕같이 즐기는 거야.

  그리고 옆에 있는 수홍을 보고 말했다. 수홍아 너는 우리가 특별히 끼워줄게 기죽지 말고 살아, 네가 호태나 재현이만 못한 게 뭐 있니? 고시에 몇 번 떨어진 것 가지고 그렇게 의기소침 한데 그럴 필요 없어, 아직도 너희는 땅이 2천 평이나 있어, 그것 가지고 오창에서 당당하게 살아. 다른 놈은 몰라도 네 심정은 내가 잘 알아, 그래서 너는 우리와 함께 다닐 거니까 힘내, 너는 우리 34회 동창회장이야 안 그러냐? 꺽정아?

  그래 동철이 말이 맞지, 실력으로 따지면 그들하고 종이 한 장 차이지, 호태 지가 S대 나와 판사 된 거 지금 별것 아니야.

  이들은 잡담을 하며 서울 강남으로 가 강남에서 제일 좋다는 발렌타인 룸싸롱에 차를 대니 검정 양복 입은 20대 깍두기가 안내를 한다. 회장님! 차는 저희가 주차시킬 테니 들어가십시오.

  이들은 젊은 깍두기의 안내로 어깨가 으쓱해서 안으로 들어가니 마담이 나와 공손히 인사를 하고 룸으로 안내를 한다. 룸에 들어서니 고현정이 30대 초반이었을 때 같이 신선함이 넘치는 새끼 마담이 들어와 동철을 보더니 이회장님은 구면 같은데 이번에는 두 분을 모시고 왔으니 최고의 접대를 해 드려야 되겠네요.

  꺽정은 난생처음 서울에서도 최고가는 술집에 들어서니 너무 호화스러운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두리번거리며 여기가 남자들 선망의 대상인 그 술집인가? 아방궁이 따로 없네, 여기가 아방궁이지, 그리고는 앞에 서 있는 마담을 보고 아~아 너무 예쁘다. 나는 마담이 파트너 해줬으면 좋겠다.···

  새끼 마담은 아이고 회장님은··· 저는 삼십이 넘었어요, 내가 특별히 이십 대 빼어난 팔등신을 들여보낼 텐데 그 애 보시면 나를 언제 봤냐? 그러지 마시고 그러면서 새끼 마담은 나가고 이십대 초반 호스티스 3명이 들어왔다. 꺽정은 그들을 보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멀건이 쳐다보니 동철이 쿡 찌르며 “너 그렇게 촌놈 티낼래?”하고 말했다.

  룸에 들어온 아가씨 들은 동철이 일행 옆에 한명씩 앉았다. 그 중에도 제일 예쁘고 잘빠진 김장미가 꺽정이 옆에 앉아 인사를 한다. 저는 김장미에요. 앞으로 많이 사랑해 주세요, 다음은 아침햇살이 동철이 옆에 앉아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이슬이 박수홍 옆에 앉아 인사를 했다. 인사 하고나니 장미가 “술은 무슨 술로 올릴까요?”

  꺽정은“너희들은 어떤 술이 좋으니? 너희들이 좋은 걸로 가지고와.”

  “그럼 발렌타인 30년으로 가지고 와도 되요?”

  꺽정은 되 고 말고, 너희들이 좋으면 그걸로 가지고 오고 그 대신 우릴 왕같이 모시는 거야?

  알았어요. 왕이 아니라 오늘은 황제로 모실게요, 그런데 오늘은 초면이니, 17년산으로 드세요. 우리들은 회장님들을 영원한 파트너로 모시고 싶어요.

  꺽정은 그래그래, 오늘 우리들을 왕 같이 모시면 우리도 너희들을 영원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자주 올게, 안 그러니? 수홍아! 수홍은 암 그렇고말고, 옆에 있든 장미는 우리는 사람 척 보면 알아요. 이 사람들은 치사한 사람들, 이 사람들은 술 조금 마시고 몸이나 더듬을 졸장부, 또 어떤 부류는 홀딱 벗고 지랄하는 부류도 있는데 회장님들은 순수한 분들로 얼굴에 써져 있어요. 그래서 우리도 부담 없게 해 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17년산으로 3병을 마시는 것이 좋을 거예요. 꺽정은 그래 좋다. 그런데 우리는 회장이 아니야.

  여기서는 매너 좋고 돈 잘 쓰면 회장님이 되는 곳 이예요. 회장도 쩨쩨하게 놀면 나중에 미친놈 소리 듣는 대가 여기예요. 이천 년대까지는 검. 판사, 의사, 권력자들이 회장이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해서 많이 가졌건 돈 많이 가진 사람이 회장님인 세상이 되었어요. 그래서 세 분의 성만이라도 알아야 부르기가 편할 텐데…

  “그래 나는 임가고, 이놈은 김가고, 저 사람은 박씨다.”그래요, 그럼, 임회장님, 김회장님, 박회장님께 한잔씩 올리겠습니다. 이들은 셋이 똑같이 술을 따랐다.

 그리고 저희들도 술잔을 드니 남자들이 술을 따르고 그렇게 몇 차례 술잔이 오고가니 술 한 병이 어느새 비었다.

  꺽정은 술이 얼근해 지니 손이 장미 치마 속으로 들어간다. 장미는 회장님들은 졸장부 아니고 순수한 분으로 보았는데 왜 이래요. 왜 이러긴? 네가 너무 너무 예뻐 나도 모르게 손이 저절로 움직이니 어쩌니? 옆에서 그것을 보고 있던 동철이 꺽정아 조금 참아 술을 세병은 마셔야 노래도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객실로 올라가 연애도 할 텐데 뭐가 그리 급해? 예들아 술이나 빨리 가져와! 그렇게 되어 술이 연거푸 들어와 발렌타인 3병을 비우고 나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 한다. 셋이 노래도 수준급으로 부른다. 가곡과 샹송에 팝송을 부르니 동철이 일행은 정말 황제가 된 기분으로 너무 즐겁다.

  오창 촌놈들이 고급술에 고급 음악으로 황제 같은 대접을 받으며 시간을 보내는데 어느덧 영시가 넘어 1시가 되었다. 이들은 술에 취해 꺽정이 장미 유방을 빨고 야단법석이다. 그것을 본 동철이 야 꺽정아 우리 이제 객실로 올라가자, 얘들아 이제 객실로 올라갈 것이다. 우리를 황제의 침실로 모셔라. 그러면서 수표 여섯 장을 꺼내 준다.

  “아침햇살이 술값은? 그러니 동철이 야, 임가야 술값은 네 카드로 결재해.” 꺽정은 얼 덜 결에 카드를 내주니 계산서가 나와 받아 주머니에 넣고 한강호텔 25층으로 올라가 나란히 5호, 6호, 7호실로 들어갔다. 동철은 아침햇살 보고,“야, 너 먼저 샤워 해.” 그러면서 커튼을 젖히고 한강 쪽 을 쳐다보니 불꽃놀이를 하나 꽁지 달린 별똥별 같은 불이 강북에서 수없이 왔다 갔다 한다. 동철은 머리를 휘휘 내 저으며 이게 뭐야 내가 술이 너무 취했나?

  정말 서울 강남의 야경은 이렇게 황홀한 것인가? 그래, 이렇게 사는 거야. 앞으로 한 달에 한번은 이렇게 황제 대접 받으며 즐겁게 사는 거야. 동철이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아침햇살이 샤워를 하고 나온다. 샤워하고 나오는 아침햇살을 보니 입니 딱 벌어진다.‘야 비너스가 저보다 아름다웠을까, 하~아 정말 팔등신 미인이다.’아침햇살이 얼굴은 장미보다 예쁘지 않지만 육체는 그야말로 빼어난 팔등신이다. 아침햇살의 육체를 본 동철은 후다닥 샤워를 하고 나와 물기를 닦고 야생마로 돌변해 아침햇살에게 돌진했다. 아침햇살은 밖을 보고 있다가 회장님 저 밖을 봐요, 뭔가? 이상해요.

  “뭐가 이상해!”

  “오늘은 회장님들을 위한 특별한 날인가 봐요?”

  “뭐 특별한 날?”

  “저길 봐요.”

  “어디?”

  “저기 한강 북 쪽이요!”

  아침햇살이 그렇게 말하니 동철이 강북 쪽을 보고 아니 아까보다 더 요란하네, 서울은 불꽃놀이도 저렇게 휘황찬란하게 하는 거야? 그러니까 오늘이 회장님 날이지요. 나는 이런 생활 일 년 만에 밤 1시 넘어 불꽃 놀이하는 것은 처음 봐요. 나도 밤 1시 넘어 불꽃놀이 하는 것은 처음 본다. 그런데 불꽃이 너무 이상하다. 불꽃이 하늘에서 터져야 하는데 땅에서도 터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큰 불꽃 하나가 한강호텔 쪽으로 오는가? 했는데 한강호텔에 와서 꽝 하고 터졌다. 동철이 정신이 번쩍 들어 생각하니 불꽃이 아니라 폭탄이 터진 것이다? 그러니 동철은“야, 옷 입어.” 하면서 자기도 재빨리 옷을 입는데 그 때 수홍과 꺽정이 파트너와 같이 동철이 방으로 들어왔다.

  “야, 동철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거 불꽃놀이가 아니고 전쟁 난거 아니야? 꺽정이 당황해 물으니 수홍도 그 때야 정신이 들어 그래 전쟁이야 전쟁, 얘들아 빨리 밑으로 내려가자 틀림없이 전쟁이 난 거야, 이들은 호텔 복도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가니 벌써 만원이다.

  수홍이,“야, 빨리 이쪽으로 와! 여기 계단으로 내려가게.” 그렇게 해서 이들은 층 계단으로 내려간다. 마음이 급하니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져 한참 내려갔어도 반쯤 내려간 것 같다. 그 때 또 꽝 하더니 전기불이 꺼져 캄캄절벽이 되었다. 수홍은 동료들에게 야 너희들 옆에 난간 잡고 빨리빨리 내려와 하고 악을 썼다. 그렇게 해서 1층까지 내려온 것 같은데 또 꽝 하더니 아수라장이 되었다. 수홍이 정신이 든 것은 폭격 맞은 지 한 시간쯤 지난 뒤였다. 그는 몸을 움직여도 움직여지질 않는다.

 ‘하~ 이제 죽는구나,’

  나도 IQ가 조금만 더 높았으면 고시에 합격해 여기 안 오는 건데 이게 뭐냐? 삼십에 장가도 못 가고 여기서 죽게 되다니? 하~아 참 세상 야속하다. 그러나 어떻게든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 수홍이 그렇게 생각하니 술이 확 깬다. 제 정신으로 돌아온 수홍은 손으로 건물더미를 만져가며 이리 저리 파헤치고 몸을 움직여보니 부상당한 곳은 없는 것 같다.‘그래, 어떻게든 무너진 조각들을 조금씩 치우고 밖으로 나가는 거야.’그러면서 손톱이 닳도록 건물더미를 파헤치니 한 쪽에서 환한 빛이 들어온다. 그래 이쪽이다. 수홍은 빛이 들어오는 쪽으로 계속 손을 뻗어 부서진 조각들을 헤집으니 밖의 서늘한 공기가 느껴져 더 빨리 파냈다. 한참을 더 파내다 팔을 뻗어보니 감촉이 밖인 것 같다. 그는 건물 더미를 조금 더 파헤치고 밖으로 나와 보니 새벽이다.

  ‘아~아 살았다.’ 조금 있으니 날이 밝는데 어쩐 일인지 폭탄이 밤 1시 넘어 잠간 떨어지고 만 것 같다. 그런데 사방이 아비규환이다. 건물들은 거의가 무너졌고 그 건물더미 속에서 사람 살리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길거리는 죽은 사람들이 즐비하고 길바닥은 붉은 피로 물들었다. ‘그래 이것이 지옥이다. 지옥!’ 그런데 동철과 꺽정은 어떻게 됐을까? 우선 그들부터 찾아보자.’수홍은 꺽정과 동철이 걱정되어 그들부터 찾기로 하고 무너진 호텔 옆을 빙빙 돌며 동철아! 꺽정아! 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렇게 부르다 지쳐 건물더미에 앉아 멀건이 앞을 처다 보고 있는데 저쪽에서 아침햇살과 이슬이 거지꼴로 두리번거리고 있다. 수홍이 그들을 보고 악을 썼다.“야, 이리 와 하고 손짓하니.” 아침햇살과 이슬이 수홍이 앞으로 와 울음을 터트렸다. “장미를 찾아야 되는데 장미가 없어요.”

  “그래? 내 친구들도 어디로 갔나? 못 찾았어. 우리 셋이 찾아보자.”이들은 우선 목이 말라 헛것이 보일 정도니 수홍이 물을 찾아 나섰다. 내가 어떻게든 물을 구해가지고 올게 너희들은 꼼작 말고 여기 있어. 수홍은 근처 빈 집에 들어가 여기저기를 뒤져 물 3병과, 과자, 라면을 한 아름안고 이슬과 아침햇살 있는 곳으로 와 먹으라고 주고 자기도 과자를 먹는데 어디선가 “사람 살려 사람 살려 하는 희미한 소리가 들린다.” 수홍은 귀가 쫑긋해 소리 나는 쪽으로 가 자세히 들어보니 동철이 목소리다. 그래서 이슬과 아침햇살 보고 너희들도 이리 와서 나하고 같이 여길 파헤쳐보자! 그들도 알았어요. 하고 거든다. 이들이 한참 건물더미를 치우고 나니 속에서 동철이 목소리가 들린다. “물, 물, 물, 물부터 줘 ···”

  수홍은 “야, 물이 문제야. 조금만 참아 곧 꺼내줄게.” 이들은 있는 힘을 다해 건물 부스러기를 걷어내고 동철을 꺼내 물부터 먹였다.

  이제 임꺽정과 김장미만 찾으면 된다. 수홍 일행은 동철을 꺼낸 다음 한참을 쉬고 있다가 동철이 꺽정에 대해 말했다. 꺽정은 자기와 같이 손잡고 내려오다 쾅 소리와 함께 손을 놓았으니 자기 있던 근처에 있을 거라며 거기부터 파보자고 한다. 동철의 말에 수홍 일행이 그곳을 한참 파들어 가며 꺽정아~ 꺽정아~를 부르니 꺽정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린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

  수홍과 동철은 여자들과 같이 “염려 말아 꺼내줄게!” 그렇게 악을 쓰고 건물더미를 파헤치니 꺽정이 다리하나가 하시라(중방)에 깔려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동철은 이것은 사람의 힘으론 안 되는 거야 하더니 중장비를 찾으러 사방을 해매다 4톤 트럭을 발견했다. 동철은 트럭이라도 이용하려고 트럭을 호텔 잔해 쪽으로 몰고 와 짐칸에 있던 밧줄로 트럭 윈치 쇠고리에 걸고 또 한쪽은 꺽정을 짓누르고 있는 중방에 걸었다. 그리고 트럭을 서서히 앞으로 전진 시키니 중방이 움직이는데 꺽정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아! 아! 나 죽어. 나 죽어”

  우악스런 동철은 꺽정이 악을 쓰던 말든 트럭을 서서히 앞으로 전진시켜 다리를 꺼낼 만큼 중방이 물러나니 꺽정을 간신히 끌어내 물부터 먹이고 다리를 보니 정강이가 부러진 것 같다. 그것을 본 동철은 우선 근처 병원으로 가 의사가 있나 보니 텅 비었다. 의사는 없어도 그곳에 있는 소독약과 붕대를 가지고 나와 소독을 하고 붕대로 칭칭 감았다. 그리고 근처 약방문을 부수고 들어가 마이신과 진정제를 가지고 나와 우선 과자부터 먹인 다음 약을 먹였다. 그다음 트럭 운전석 옆에 태우고 나머지 사람은 짐칸에 타게 한 다음 말죽거리로 해서 오창으로 가려고 큰 길로 나섰다.

  큰 길에 나와 보니 자동차로 뒤죽박죽이다. 자동차로는 갈 수가 없다. 동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수홍과 근처 슈퍼마켓으로 가 카터(짐 나르는 구르마)를 가지고와 꺽정을 태우고 오창으로 내려간다. 장미는 끝내 찾지 못해 룸 사롱에 있든 여섯 명중 다섯 명만 오창으로 가려고 말죽거리 까지 갔는데 도로에는 어찌 된 영문인지 군인이라고는 한명도 보이질 않는다. 경찰도 안 보이고 인민군도 안 보인다. 피난민만 구름떼로 남으로, 남으로 내려간다.

  동철이 일행은 뭔가 이상하다. 전쟁이 나서 밤중에 폭탄이 떨어졌으면 낮에는 남한 폭격기가 북 폭을 해야 되는데 폭격기도 안 보인다. 동철이 일행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누구에게 물어보려도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카타를 끌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 저녁 늦게야 천신만고 끝에 오창에 도착했다. 수홍은 우선 급한 것이 꺽정이니 그를 읍내 병원에 입원 시키고 여자들은 동철네 집으로 같이 가라고 동철에게 일렀다. 그렇게 해 놓고 그들과 헤어져 집으로 가는데 동네 어귀에서 호태와 마주치게 되었다.

  수홍은 반갑기도 하고 또 호태는 현직 판사니 무슨 일인지 알지 않을까 해서 호태야 이게 어떻게 된 거니? 하고 물었다. 호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도 자세히는 몰라 어떻게 전쟁이 났는지, 그런데 너희들 다 무사한 거니? 그래 구사일생으로 살아왔다. 꺽정이만 다리가 부러졌어, 그래서 병원에 입원시키고 집으로 가는 중이야,

  “그래? 큰 다행이다.”

  “그런데 호태야, 어째서 서울에만 폭탄이 떨어지고 오창 부근은 조용한 거야? 이게 어떻게 된 거니? 호태는 너희들 아침 방송 못 봤니? 아침에 중앙TV로 방송했는데 미군 약 3만 명이 해방군의 포로가 됐대. 그래서 해방군과 미국이 협상중이래. 수홍은 우리는 TV방송을 못 봐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슨 전쟁하다말고 협상이야 그리고 해방군은 또 뭐고?

  그게 나도 TV방송만 봐서 자세히는 몰라 그런데 북한도 하루 동안에 평양이 불바다가 됐데, 그런데 미국은 저희들 포로 3만 명만 풀어주면 해방군의 제안을 다 들어줄 것이라고 해. 하여간 방송만 봐서 자세히는 몰라, 그러니까 이번에도 미국은 저희 군만 빼 가면 남북이 어떻게 되든 그냥 놔 둘려나 봐. 호태의 말에 수홍은 이해가 안가 다시 물었다.

  ‘아니 북한이 남침을 했으면 이번기회에 통일시켜야지 휴전선을 그냥 놔둔다. 참 대한민국 한심한 나라다. 한마디로 한국은 아무 권한도 없다는 말 아니냐? 그동안 많은 사람이 미국은 남북통일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거야? 수홍의 말을 듣고 있던 호태가 말을 받았다. 자기들 소기의 목적만 달성하면 휴전으로 끝내겠지? 그것이 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행태니까. 수홍은 그런데 어쩌다 갑자기 전쟁이 난거야? 우리는 서울 강남 호텔 25층에 있다 불꽃놀이 하는 줄 알고 구경하다 죽는 줄 알았다.

  호태는 “하여간, 너희들, 용케 살아왔다.” 그러면서 “수홍아 나는 이번 기회에 신의 가호를 받은 구원자가 나타나 정말 진정한 해방을 시켰으면 좋겠다.”

  “뭐, 해방? 통일이 아니고 해방?”

  그래 해방? 사실 우리 한반도 그동안 해방 된 것 아니지 않니? 안 그러냐. 어찌 일본으로 부터 해방된 나라가 도로 그 친일파가 정권을 잡고 권력행사를 하니? 그게 무슨 해방이야. 일본이 보면 저희 한 현에 불과한 거지, 북도 그렇다. 해방이 돼 친일파들 숙청해서 저희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다. 그래놓고 저희 몇 놈 호의호식하자고 그 많은 국민을 굶겨 죽여? 죽일 놈들, 하여간 이 기회에 신의 가호를 받은 사람이 나와 진정한 해방과 통일을 시킨다면 얼마나 좋겠니? 수홍이 그래,“너는 교회 다니니 구세주를 보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해라.”

  “나는 벌써 기도했어, 앞으로도 기도 할 거야. 그리고 그런 세력이 나타나면 열일 제쳐놓고 그들 편에 서서 구국운동을 할 거야, 수홍아 너는 그런 세력이 있다면 어떻게 할래?”

  “호태야, 그런데는 내가 적극 동참해야지 네가 왜 그런 데를 끼어들어.”한국에서 너는 성공한 사람 즉 제도권 안에 든 사람이야? 이러다가 다시 친일 정권이 들어서면 너는 좌익으로 몰려 죽어. “그런데 왜 네가 거기 참여 해 나 같은 사람이나 하는 거지,” “안 그러냐?” 나는 이번에 그런 정의 세력이 일으킨 전쟁이라면 적극 동참해서 정말 해방된 나라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 하고 싶다. 수홍아, 너는 역시 정신이 바로배긴 놈이다. 앞으로는 너하고 가끔 만나야 되겠다. 그러면 무슨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너희 부모님들 걱정하시겠다. 빨리 가봐라.

  “그래 수일 내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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