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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의 작은 마법사에게
작가 : 파란안개
작품등록일 : 2022.2.1

"내가 사랑한, 나의 작은 마법사."
불타버린 마을.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이사벨은 자신을 구해준 마법사의 저택으로 가게 된다. 그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이고, 자신의 어머니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는 사실은 평생 고아로 살아온 이사벨에게 어색한 일이다.
이것은 어떤 마법의 이야기.
"어쩌겠어. 사랑한 순간, 질 수밖에 없어. 내가 널 사랑하니까,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은 거지."
세상을 사랑하여 구하려는 자.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이기에 구하려는 자. 그런 이를 사랑하던 자들.
우리는 당신이 사랑하는 세계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당신은, 이 세상 그 무수한 것을 사랑하지만… 그중 나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 그거면 충분해요."
사랑과 마법이 피워낸 성장 판타지
#마법사여주, #성장하는여주, #인외남주, #성장물, #마법사_부모의_사랑은_덤

 
1. 작은 손님
작성일 : 22-02-01 21:52     조회 : 366     추천 : 0     분량 : 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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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체 끌어안은 채 젖어가는 대지는 아이에게 있어 너무나 충격적이기에, 보지 못하였음이 차라리 다행이다. 시야를 가리는 흉포한 빗줄기가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이들의 눈물이 되어 흘렀다.

  죽은 이는 하늘로 가 별이 된다 하던가. 별이 가려진 이 밤에 잠든 이들은 그조차 되지 못하고, 대지를 떠나지 못할 것이다. 먹구름 장막 아래, 영혼 떠돈다. 죽었으나 죽지 못한 자들처럼.

  빗속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인간 위한 축제가 아니었다. 마물. 죽이고 취하고 뜯어낸다. 그들의 축제였다. 노는 이들은 인간이 아니고 음식과 장난감은 인간이었으니. 그들에게도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있다면 지금이 그 절정일테다. 기괴한 비명 소리가 천지를 가르고, 무너진 마을을 차지하였다.

  지붕 한쪽 무너진 나무집 아래에 숨죽이고 있던 이사벨은 바깥의 상황을 알지 못하였다. 들어온 공간을 막은 잔해는 자신을 숨겨주었으나, 동시에 나갈 수 없게 만들었다. 들려오는 찢어지는 듯한 소리만이 나갈 수 없는 이의 자그마한 의지조차 무너뜨렸다.

  이 모든 것이, 불과 한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기에, 이사벨은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하였다. 그것이 하루 전에 일어난 일이었어도, 겨우 여덟 살 된 아이는 상황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가 아는 것은 단순했다.

  이곳에 숨어 있을 것.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나오지 말고, 소리 내지 말 것.

  언제나 따스한 눈으로 간식거리를 쥐여주던 촌장 할아버지가 남기고 간 말이었다. 가장 작고, 가장 구석진 방 한쪽에 자신을 데려오던 할아버지는 어린아이가 보기에도 비장한 낯을 하고 있었다.

 [ "조금만 기다리면, 괜찮아질 것이야. 그러니 여기서 기다리거라. 알았지?" ]

  이사벨은 그 말을 믿었다.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까. 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 전부 할아버지가 해결하시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라고.

  괜찮을 거야.

  정말로 괜찮아? 누군가 마음속에서 물었다.

  이사벨. 부모님이 없어 촌장님이 거둬준 고아. 단어의 일련은 아이의 불행을 예감하게 만드나, 아이는 불행하지 않았다.

  이웃들 모두가 사랑을 주고 애정을 주었고, 제 생일이라 아는 날이면 누군가가 수북한 선물을 보내었다. 다정한 촌장 할아버지는 그를 두고서 후원자라 말하였으나, 이사벨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였다.

 고아라는 사실이 아이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나, 놀라울 만치 영특한 아이는 제 처지를 알고 있었다.

  때문에 떼 쓰는 일도, 제멋대로 하는 일도 없어 모두가 안타까워한 이사벨. 이제는 혼자 남은 이사벨.

  너는 정말 괜찮은 거니?

  가라앉은 공기가, 죽음 애도하는 빗물이.

  피를 머금은 대지와 마을 태우는 불꽃이.

  세상 만물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보는 사람이 슬플 만큼 똑똑한 아이는 알았다. 자신은 죽을 것이다. 어느 날, 숲에서 보았던 죽어가는 새 한 마리처럼. 놀라고 두려워 고개 돌리고 보지 않은 사람처럼 달려간 자신은, 이제 새의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것에 어떤 감상을 느낄 수 없었다. 죽음이란 여덟 해 인생이 기록된 서사시에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었다. 동화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정도의 감각이 두려움을 줄여주었다. 알 수 없기에.

  허나 하늘은 아이를 버리지 않았다. 그것은 바깥에서 더이상 기괴한 비명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에, 바람처럼 다가왔다.

  긁어내듯 기이한 것 대신 들려온 것은, 정적. 눈 쌓이는 고요함. 들리지 않는 것이 들려온다.

  이전까지 바깥은 온통 시끄러웠기에, 갑작스러운 고요는 이상한 일이었다. 하다못해 빗방울이 대지 두드리는 소리라도 울려야 했으나, 그조차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있는 공간만, 혹은 마을 자체가 단절된 것만 같았다. 마물도, 비도, 불꽃도 쫓겨난 것처럼.

  공백의 정적 속, 심장 뛰는 소리와 호흡의 소리만이 선연하다.

  살아있음에 대한 증거.

  삶의 증거가 생생히 이사벨을 두드릴수록, 아주 작은 빛이 마음속에서 피어났다.

  혹시, 설마.

  그 빛을 일으킨 불꽃에 장작을 넣듯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무어라 하는지 잘 알 수 없었으나 얼핏, 찾았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럿의 소리.

  살았다.

  그것이, 인간에게 새겨진 본능이 아이에게 들려준 것이다. 무너져있던 잔해가 툭툭, 흔들렸으나 그것은 전혀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마침내 자그마한 틈새가 열리고 누군가 밝힌 흰 빛이 틈새 사이로 비쳐 들어온 순간.

  그것은 허공에 동그랗게 뜬 빛무리였으며 자신을 바라보던 이의 투명하게 흰 눈동자다.

  마주한 순간, 이사벨은 감춰진 두려움이 억눌러 내지도 못하였던 울음을 터트렸다.

  *

  눈부신 흰 빛에 의해 깨닫지 못하였으나, 세상은 이미 새벽이었다. 옅푸른 남청색이 어둑한 하늘을 한 겹 덮어 내린 시간이다. 모든 것이 어둡고,  푸르며, 몽환적이다. 모든 것이 한 겹의 막 아래에 존재하는 것만 같다.

  그 푸른 어둠, 혹은 푸른 빛의 무언가는 이사벨의 안정을 책임지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것은 불타고 무너진 집과 밭, 숲을 이루던 나무의 잿더미를 감춰주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시신을 수습하는 것을 이사벨에게 감추었다.

  그것은 무수한 사람들이 이사벨을 바라보는 시선도 적절히 가려주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이사벨의 옆에 앉은 이가 다른 이들의 시선이 함부로 오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었다. 동정, 귀찮음, 안타까움, 수상함. 그 외의 무수한 것 담은 시선 중 무엇 하나 이사벨에게 온전히 닿지 않았다. 무엇 하나도.

  물론 곳곳에 존재하는 투명한 빛무리가 그것만을 위해 이사벨의 주변에만 아주 옅게 존재함은 아니라고, 이사벨은 스스로 생각했다.

  이사벨이 온전히 본 것이라면 제 옆의 투명한 눈을 지닌 사람이 건네준, 어디서 난 것인지 알 수 없는 두툼한 잔에 담긴 따스한 코코아와 그 사람이다. 맑은 눈을 가진 사람.

  이사벨은 자신의 옆에 있는 이 사람이 인간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이사벨은 타인의 시선이며 눈동자 속 깃든 것을 알아챔에 재능이 있었다. 허나 그의 눈동자는 너무나 투명하고 그 속이 깊어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아주 복잡한 무언가인 것만을 겨우 알았다.

  그렇지만, 그것이 해를 입힐 의향이 없다는 것은. 그리고 어떤 따스함을 지녔음은 알 수 있었다.

  "괜찮아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염려 담아 물었다. 그 순간, 주변의 경계를 빌미 삼으며 서 있던 이들, 그리고 무너진 마을을 수습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작은 아이와 그 옆의 사람에게로 향했다.

  딸꾹. 갑작스레 몰아닥치는 시선의 세례에 이사벨이 딸꾹질을 하였다. 말이 나오려 하면 그것이 나와 막았다.

  한숨이 공기를 가른다.

  "다들 눈 깔… …아니, 돌려요."

  "오스카 님, 하지만…"

  "하지만?"

  오스카라 부르는 소리에, 이사벨은 그제야 그의 이름을 알았다. 동화 속 요정, 혹은 유령이 아닌 모두의 눈에 보이는 사람임을 실감했다. 사람 같지 않은 분위기를 지닌 자였다.

  몸을 일으키는 움직임 따라서 선명한 금빛이 흔들렸다. 푸른 장막마저도 그 찬란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길게 흔들리는 것 묶은 리본이 푸른색임을, 이사벨은 보았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나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지시한 일을 다 처리한 것도 아니지 않던가요? 이럴 시간에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는데요?"

  조심스럽고도 다감한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이사벨은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오스카를 올려다보았다. 제게 코코아를 건네주고 진정하기를 기다리며 등 다독여주던 어색한 손길마저도 인간 아닌 무언가라 가능한 태도라 여겨지게 만드는 사람이었지만, 그 순간의 오스카는 인간 아이를 처음 본 요정 같은 분위기였다.

  허나 지금, 이 순간, 이사벨은 자신이 홀로 태풍의 눈 안에 있는 작은 새싹과 같음을 알았다. 그는 꼭 오래된 고목, 혹은 빙하에 봉인된 기고의 존재였다.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것. 침묵이 만든 생생한 날카로움.

  타인의 눈동자에 깃든 것을 알아보던 이사벨은 그런 것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받는 것은, 기이한 호의. 이사벨은 그렇게 생각하였다.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을 겪은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이었을까?

  아이의 의문과 상관없이, 자리한 공기의 날카로움과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꺼낼 수 있는 존재가 있다. 세상은 그것을 뭉뚱그려 인간이라 칭하였고, 그것들은 작게 나눠 눈치 없는 사람이라 칭하였다.

  예컨대, 곧 입을 연 사람이 그런 축에 들었다.

  "시, 시간이요!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새벽입니다! 다들 자야 합니다! 아이의 상태를 살피는 것과 수습도 중요하나 그보… 헙…!"

  지금, 이 순간, 바보 같은 동료의 입을 막은 이는 훗날 제 동기와 이곳에 자리한 이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받았다. 그는 여럿의 목숨을 구하였다. 그가 구할 수 있던 이유는 단순히 입을 함부로 놀리는 이의 입을 막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아이가 자야 합니다! 자세한 청취는 자고 일어나면 듣겠으며 함부로 묻지 않을 것임을 맹세합니다! 어떠십니까?"

  그는 참으로 현명하였으니, 오스카는 그제야 지금이 본디 비 내리는데도 불타오르던, 핏빛 마을의 새벽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의 시선이 이사벨을 향했다. 생생한 가시, 혹은 칼날 같은 날카로움은 어디로 갔는가. 자리한 것은 그 위 걷는 사람마냥 조심스러운 시선이다. 오스카의 목소리가 언뜻 떨린 것만 같았다.

  "미안해요, 배려가 부족했었어요. 피곤할 터이니 이만 쉬러 가지 않겠나요. 잠들 곳을 준비해줄터이니."

  그 말이 계기가 된 것처럼, 아니면 코코아와 따스함과 곁에 선명한 배려가 만들어내던 안정이 그제야 고통을 들고 온 것처럼. 밀려오는 것들은 이사벨이 자각하기도 전에 답을 내었다.

  "가, 가, 감사합니다…"

  그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이 들 만큼 지친 아이의 목소리였다.

  "저, 그럼, 저는, 어디로 가면…"

  오스카는 고민하였다.

  이곳은 아이가 잠들기 적합한 곳이 아니다. 거대한 힘이 만들어낸 막이 하늘을 가린 덕분에 이사벨이 자각하지 못하였을 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전부 치웠다 한들 마물이 뛰놀던 곳이며 무너진 마을이다. 어른도 이런 곳에서 쉬이 잠들지 못할 것이다.

  오스카는 결심하고서 손을 내밀었다.

  "데려다줄게요."

  모르는 어른은 따라가면 안 된단다. 촌장 할아버지의 말이 떠오른 것은 왜였을까. 그것은 오스카가 처음 보는 어른인 탓이었을 테다. 그러나 이사벨은 오스카를 처음 봤다 생각할 수 없었다. 이유는 몰랐다.

  몰랐기에, 이사벨은 내민 손을 잡았다.

  처음은 놀랄지도 모른단다. 그 다감한 목소리에 대해 반응을 하기도 전이었다.

  빛. 혹은 하얀 어둠. 그것이 끝이었다. 이사벨은 그 순간을 그것 외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흰 어둠이 가라앉고 색채 선명한 광경이 눈꺼풀 안쪽으로 그 빛을 지니고 두드리고서야 눈을 떴다. 눈부심 지나 안정을 위하여 흐릿하던 시선은 몇 번의 깜빡임을 지나고서야 겨우 선명해졌다.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변이 온통 휘황찬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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