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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노트맨
작가 : happydwarf
작품등록일 : 2022.1.30

눈을 뜨니 이 넓은 서울에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가 알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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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1-30 18:04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5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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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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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뜨니 이상하게 평소보다 햇살이 강했다. 숙취로 인하여 조금 어지럽기도 하였는데 알람이 울리지 않아 늦잠을 잔 걸까? 머리맡을 더듬어 핸드폰을 바라보니 11:05라는 숫자가 보였다.

 

 망했다. 출근해야 하는데!

 

 다행히 핸드폰에는 아직까지 부재중 알림이 보이지 않았다.

 

 "지우야! 왜 안 깨웠어? 큰일 났다. 진짜!"

 

 당황스럽고 짜증 나는 마음에 애꿎은 애엄마를 찾으며 거실로 나갔다.

 

 지우는 나와 결혼하고 신혼의 달콤함이 채 가시기도 전인 3개월만에 계획에도 없는 쌍둥이가 생겨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상태이지만 아무리 술 먹고 들어온 내가 미워도 그렇지, 남편이 밖에 나가 돈을 벌어와야 먹고 살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조금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우야! 어디 있어?"

 

 거실로 나오자 쌍둥이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고 세상 고요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방부터 시작해서 집안 곳곳을 확인해보았다. 역시 없었다. 옷가지는 분명 있는데 애들이랑 어디로 간 것일까? 아내는 지난번에 내가 친구들과 놀다가 외박을 하게 된 날에도 ‘엄마가 보고 싶어서, 걱정 하지마.’라는 메모를 남기고 장모님댁에 갔던 사람이다. 그런 아내가 남편이 조금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이처럼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지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어제는 문자로 허락까지 받았던 기억이 떠올라 더 이상했다. 평상시에 친구들이 '너 그러다 이혼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라!'하며 놀리면 그것은 남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은근히 불안했다.

 

 이제는 출근이 문제가 아니었다. 가정이 깨어질 상황인데 아이들과 아내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 방에 들어가 핸드폰을 다시 집어들고 곧바로 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그토록 길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계속해서 걸었지만 지우는 받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아서 초조했다. 장모님댁으로 간 것일까? 일단 옷만 대충 걸친 후 장모님댁을 찾아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파트를 나오며 회사 상사에게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으셨다. 회의중인지도 모른다. 다른 부서의 친구에게도 전화하니 그 녀석도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늘따라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었다.

 

 차를 몰고 나가다 빨간불에 멈춰 서서 지우를 생각했다. 그동안 못해준 것이 떠올라 마음이 괴로웠다. 지우가 나를 떠나버릴 정도로 힘든 것을 알았더라면 거래처사람 만난다고 속이고 친구와 술을 먹는 짓도, 야근이라는 핑계로 동기들이랑 늦게까지 놀다가 들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와 후회한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돌이킬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할 때가 아니라 수습하고 사과할 때임을 잘 알고 있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후에 장모님께서 특별히 귀하게 키우신 딸을 고생시킨 죄로 장모님이 따귀라도 때리신다면 기꺼이 맞을 준비도 되어있었다.

 

 생각을 하다보니 신호등이 언제부터 파란불로 바뀌었는지도 몰랐지만 다행히 내 뒤로는 대기중인 차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좀 더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면서 지우를 생각하다 보지 못했던 이상한 점들을 발견했다. 우선 내가 타고 있는 이 클래식한 자동차(이 시대에 완전자율운행 기술이 없는)를 제외하고는 도로에 아무런 차도 돌아다니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거리에도 걸어다니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생전 처음 보는 기묘한 광경에 가던 길을 잠시 멈추기위해 길가에 차를 세워두었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주변 상가를 둘러보았다.

 

 서울이 이렇게 조용했던 적이 있었나? 전쟁이라도 난 것이라면 내가 잠을 자는 지난 몇 시간 동안 오히려 더욱 시끄러웠을텐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지우를 찾으러 가야한다는 생각을 잠시 뒤로하고 지금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까운 식당에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가 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 옆의 옷가게도, 서점에도, 개인이 운영하는 것 같은 핸드드립 커피집에도 사람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핸드폰은 이제 신호조차 잡히지 않아서 지우에게 다시 통화를 걸 수도 없게 되었다. 나는 그제야 슬슬 이 거대한 도시에 내가 알지 못하는 무슨 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갑자기 고전영화인 '나는 전설이다'에서 남자 주인공이 좀비에 맞서며 고독하게 살아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지난 밤 동안 영화와 같은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것이라면 여기 어딘가에 햇빛을 피하여 숨어있는 그것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갑자기 섬뜩해졌다.

 

 

 

 "씨O!"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거친 욕설이 절로 나왔다.

 

 일단 차로 돌아갔다. 그리고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히길 기다렸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잠시 후에 이성이 돌아왔다. 그래, 어쨌든 처자식은 찾아야 한다. 다시 장모님 댁으로 출발하였다. 우리집이 있는 노원구에서 장모님댁이 있는 서초동까지 가는 길에는 모든 것이 고요했다. 가는 길에 사람이나 지나다니는 차량이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마음은 알바가 아니라는 듯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중간에 불안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나머지 지난 몇 년간 끊었던 담배를 찾아 이름모를 동네마트에 들어갔다. 역시나 기분이 나쁠 정도로 조용하다. 나는 계산대 위에 비치되어 있는 담배를 살피다 예전에 피던 것이 보여 한 갑을 꺼내들었다. 검지손톱으로 비닐을 벗기는데 갑자기 뒤에서 무언가 나타날까 소름이 돋았다. 불안함이 커질수록 비닐도 잘 안 벗겨졌다. 결국 힘으로 잡아뜯듯이 뜯어서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를 찾아 불을 붙였다. 깊은 숨으로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니 오랜만에 들어온 니코틴에 온몸이 세포가 반가운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비상한 상황에는 그에 걸맞게 규칙을 깨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너무 급한 나머지 성인이 되고나서 처음으로 계산도 안하고 물건을 가져간 것이지만 그냥 갈까하다가 나를 보고 있는 감시카메라가 나를 도둑 보듯이 쳐다보는 것 같아서 셀프계산대에서 결제를 마치고 나왔다.

 

 "후~"

 

 어지럽던 머리가 조금은 가라앉으며 차분하게 다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이 큰 도시에 나 혼자만 남겨졌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일단 지우부터 찾고 나서 이 상황을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차가 도로에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한 후부터는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렸다. 그래도 혹시 몰라 교차로에서는 속도를 줄이기도 했는데 역시나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은 희망일 뿐이었다. 갑자기 최고 속도로 달려보고 싶어졌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떻게든 쌓인 긴장을 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도심을 속도제한 없이 달려보는 경험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요즘 실감나는 가상현실게임으로 유명한 ‘GTA IN SEOUL’을 하고 싶었는데 비싸서 못했었다. 아마 그 게임을 하는 것보다야 지금이 더 실감이 나겠지만 아무도 없는 도심을 달리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아직도 철들지 않은 어린아이 같다고 느껴져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윽고 장모님 댁에 도착하였다. 지어진 지 일년도 되지 않은 신축아파트는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서 있었다. 이 아파트를 장모님과 같이 보러 왔을 때가 생각났다. 우리가 결혼한다고 하였을 때에 장모님은 몇십년간 지내시던 주택을 파시고 하나뿐인 딸네 집의 자금에 보태신다고 본인은 작은 평수의 노약자를 위한 이 '국민평생임대 아파트'에 들어가셨다. 평생 마당이 있는 집이어야 된다고 하시더니 아파트도 살아보니 편리하다고 좋아하셨는데 그것이 다 우리들에게 부담주지 않으려 하시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장모님께 죄송한 마음으로 공동현관 앞에 섰는데 벨을 누르자니 막상 이곳에 장모님도 지우도 아이들도 없을까봐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장모님께서 공동현관 및 출입문 비밀번호를 설정하실 때 내가 도와드려서 들어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비밀번호는 '1,1,0,3' 지우의 생일이다. 이윽고 문이 열렸다.

 

 장모님 댁은 1305호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도 같은 번호로 문을 열었다. 괜히 눈물이 나려고 했다.

 

 "아, 제발!"

 

 문이 열리는데 그 사이로 지우와 아이들의 신발이 보이지 않았다. 무슨 소리라도 들을까 싶어서 조용히 귀를 기울이다 중문을 열었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한 시간 전에 내가 집에서 느꼈던 기분보다 더 쓰라린 기분이었다. 장모님도 보이지 않으시고 지우와 쌍둥이의 그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 오지 않았는가? 순간 속이 메슥거리고 어지러웠다. 한참을 그곳에 멍하니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이 되어서 혹시 숨어있던 좀비들이 나올까 싶어서 조용히 베란다를 내려다보았다. 며칠 동안 긴장하며 지켜본 결과 좀비는커녕 날아다니는 새 한 마리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누굴까? 누가 나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로부터 한 달 동안 대부분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취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고 이것이 꿈이라면 다시 한숨자고 일어나서 제발 깨고 싶었다. 하지만 매일 같이 일어난 후에 변함없이 고요한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또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술을 찾았다. 이제는 어디를 가서도 계산하는 일이 없었다. 대형마트에서도 백화점에서도 식당에서도 그냥 손에 잡히는대로 먹고 마셨다. 그리고 그곳에서 곧바로 취해서 흔들리는 다리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엔 지우와 아이들을 보고 싶어서. 아무도 날 돌봐줄 이가 없는데 나는 스스로를 방치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갈 길을 못찾고 미아동까지 갔다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몇 번이나 눈을 비볐는지 모르겠다. 그는 날 발견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를 보며 사라질새라 조심히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 사람이 다름아닌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최고'라는 친구임을 알게 되었다. 최고는 나와는 정말 맞지 않는 녀석이었다. 가치관도 정반대고 생각하는 것도 허세가 가득해서 주먹다짐도 몇 번 했을 정도로 정말 밥맛인 친구였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지독히도 무서운 외로움에 시달린 때문인지 그 녀석이 난생처음 반가웠다. 나는 술에 취해 떨리는 팔을 부여잡고 친구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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