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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환생한 거 같으니 편하게 살고 싶다
작가 : 이따금
작품등록일 : 2022.1.29

“보이면 안 되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소리칠 때 솔직히 미안했다.

환상종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괜히 소원을 빌었나.

아무튼 나는 분명 죽었는데 다시 환생한 거 같다.

근데 세계는 왜 이 모양이 됐을까.

됐고, 이제 진짜 편하게 살고 싶다.

 
아무래도 죽고 다시 환생한 거 같다
작성일 : 22-01-29 22:56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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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절한 기원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부른다.’

 

  그건 일찍이 신으로 불리며 숭배받거나 귀(鬼)라고 불려 퇴치당하기도 했다.

 

  인간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늘 가까이서 그들을 살폈다.

 

  그러나 늘 기억이나 소망 속에서 사라지던 존재다.

 

  문명이 발달하고 신앙이 사라져가는 시대에서 동족들이 힘을 잃고 희미하게 사라질 때, 나는 생각했다.

 

  환상종, 이름이 잊혀질 때 사라지는 그 생명도 소문도 아닌 것들에 생명을 주겠다고.

 

  방망이를 들어, 한 번, 두 번, 세 번 지난 100여 년간의 기원을 담아 소원을 빌었다.

 

  신이 있다면, 환상종에게도 소망이나 소문 따위로 사라지지 않게 유한한 생명을 달라고.

 

  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라, 도깨비.”

 

  눈을 뜨자 달빛에 비친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보름달이 가장 크게 뜬 밤. 그 몸이 달빛에 가려 아예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와 희미하게 빛나는 머리칼은 그녀가 신임을 짐작하게 했다.

 

  윤달. 4년에 한 번씩 다가오는 해. 2023년 2월 29일. 신이 유일하게 세계에 내려오는 날이었다. 이 해에는 모든 죄악이 용서받았고 가장 간절한 기원을 담은 이에게 소원을 들어주었다. 물론 이 또한 전승. 우리 같은 환상종처럼 그 소문에 대한 진위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는 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라, 그 소원은 이뤄줄 수 있어.”

 

  “대가는 무엇입니까?”

 

  어떤 일이든 대가가 필요하다. 이건 우리 같이 평소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노동력에 가까웠다. 100여 년간의 염원을 담았더라도 그 대가는 분명 클 것이었다. 신은 생각하듯 잠시 말을 멈추며 말했다.

 

  “대가는 너희가 힘을 누렸던 만큼 그 힘을 누리진 못할 거야. 그리고 그 힘 중 일부는 인간들에게 간다. 이러면 균형이 맞겠지?”

 

  “감사합니다, 대가가 그 정도뿐이라니 정말 감사합니다.”

 

  나를 향해 간절히 기도하던 인간들처럼.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맞닿아 계속해서 신에게 감사를 외쳤다. 앞을 가로막던 그림자가 사라지고, 내게서 그림자가 천천히 생겨날 때 안에서 희미하게 심장이 뛰는 소리가 느껴졌다.

 

 ------------------------------

 

  소원을 빌고 1년이 지났다. 그 소원은 우리 같은 도깨비나 구미호뿐만 아니라 인간들 사이에서 돌던 도시 괴담 같은 미물들도 함께 불렀다. 자아가 있는 환상종도 있었으나 자아가 없어진 미물들도 태어났다. 지성 없는 미물들이 끊임없이 나와 환상종, 인간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이에 인간들은 각 도시를 거점 삼아 무작위로 몰려오는 환상종을 막아냈다. 그건 지성이 있는 환상종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 우리에겐 총칼이 통했고 나를 필두로 지성체가 대화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할 뿐이었다. 탈을 고쳐 쓰고 인간들이 내게 다가오길 기다렸다.

 

  ‘이 많은 걸 베고 베어내다 보면, 내게 남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북한산 기슭, 내 최후의 보루인 도깨비 터를 습격해온 인간들을 베어내며 생각했다. 군복 입은 무리가 총을 들고 진격했고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선봉에 뛰어들었다. 산에 올라오는 무수히 많은 인간을 일방적으로 공격하기엔 이 비탈이 너무 편리했고 선봉에서 그들과 함께 섞이자 뒤에 있던 무리는 함부로 총을 쏘지 못했다.

 

  ‘이게 내가 바란 것일까.’

 

  선봉에서 발포하는 눈먼 총알들을 피하며 생각했다. 나는 그저 환상종과 인간이 함께 사회를 만들어 가는 걸 꿈꿨다. 다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죽음과 죽음뿐이다. 미물의 ‘문’을 열어버린 내겐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상금이 걸렸다. 더 도망치기에도 지쳤다. 한국, 아니 세계 곳곳에 ‘문’이 열렸고 그곳에선 지성 없는 미물들은 가리지 않고 주변을 파괴했다.

 

  “도깨비 왕을 죽여라. 선봉도 관계없이 발포해라.”

 

  그 명령을 필두로 총소리와 많은 인간의 비명이 들렸다. 쓰러져 있는 시체를 들어 방패 삼아 뒤로 도망쳤다. 분명 산을 포위했겠지만, 남은 선택지는 이것뿐이었다.

 

  ‘그래도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보고 싶었다.’

 

  강남이나 신림 대로변에서 인간과 환상종이 함께 걷고 있는 장면을 보고 싶었다. 감투를 쓰고 다시 도망치려 했다. 시선을 피할 수 있을 테니 괜찮을 것이었다. 그때 번개가 쳤다. 예전 말로는 신의 천벌이라도 내린 것처럼.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열 번. 도망치려는 곳, 기슭 위부터 천천히 불이 번졌다. 뜨거움이 느껴졌고 숨이 막혀 빠르게 소매로 입을 막았다.

 

  “도깨비 왕, 잘 지내셨나요?”

 

  인간들 사이를 헤집으며 이무기 수십 마리가 나왔다. 그들은 일반 성인 남성 수준의 덩치로 천천히 땅을 기며 다가왔다. 그들이 나를 쏘아보는 눈빛에서 확실히 같은 팀은 아닌 거 같다는 걸 느꼈다.

 

  “너희가 한 짓이야?”

 

  타오르는 북한산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무기 중 한 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삶에 대한 미련이 많은 녀석들이다. 용이 되기 위해 몇 백년을 버텨온 종족. 다시 태어나기 이전부터 목적의식을 또렷하게 갖고 있던 몇 안 되는 환상종.

 

  “인간들은 이번 일에 대한 대가로 당신의 목을 원합니다.”

 

  “내 목이 있다면 무엇이 달라지지?”

 

  그 사이 화를 못 참고 내게 달려드는 이무기를 베어내며 물었다.

 

  “당신을 죽이면 환상종-인간 회담이 진행됩니다.”

 

  “왜지?”

 

  “적어도 이 사단을 만든 자를 벌해야 인간사회가 잠잠해지기 때문이겠죠.”

 

  “정말 나 하나의 목으로 이 사단이 끝나는 건가?”

 

  이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언제 없어졌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삶보다 차라리 유한하지만, 살아 있다고 느끼는 삶. 주변 인간들에게 잊혀져 가는 도깨비나 구미호의 불안한 눈빛을 보며 언젠가 살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인간들 손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내가 죽는다면 그게 해결될 때, 그건 내 대가였다. 신은 이런 결말을 알고 있었을까.

 

  “알았어.”

 

  칼을 내려놨다. 이내 하나의 방망이로 변해 땅에 떨어졌다. 하늘은 맑았고 신은 소원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 그 약속에 어떤 악의라도 들어 있던 걸까.

 

  “우리 이무기는 지금 인간에게 죽기엔 그 버틴 시간이 깁니다. 미안합니다.”

 

  이무기가 그렇게 외치자 하늘에서 큰 번개가 떨어졌다. 도깨비는 바라는 게 없을 때 그 어떤 힘도 나지 않는다. 힘을 풀고 하늘을 바라볼 때가 마지막 기억이었다.

 

 ------------------------------

 

  다시 눈을 뜨니 아무것도 없는 검은 공간이었다.

 

  “기억해, 간절히 바라면 그건 반드시 이뤄진다.”

 

  누군가 기도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목소리가 반가워 그 목소리를 천천히 따라갔다. 걸어간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나는 조금씩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목소리는 꽤 오래 살았음에도 누군의 것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나 따스했고 따라가지 않으면 영원히 여기서 갇힐 것만 같았다.

 

  “여긴 어디지?”

 

  목소리를 따라 빛이 드는 곳에 갔다. 더 많은 목소리가 처음으로 나를 맞이했다.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은 멀리서 하얗게 물든 투명한 벽. 하늘까지 감싸 있는 벽은 바깥 세상을 불투명하게 비췄다. 두 번째로 시야에 잡힌 건 좁은 골목이었다. 벽과 벽 사이에서 나는 대로를 걷는 행인들을 보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해 우선 그곳으로 걸었다. 그때 옆에서 자동차 경적이 울렸다. 황급히 옆으로 몸을 던졌다.

 

  “조심해!”

 

  클락션 소리와 주변 행인들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여긴 어디일까. 일종의 대로였다. 차 두 대가 지날 2차선 도로가 있고 그 옆으로 무수히 많은 인파가 지나다녔다. 그 사이를 정처 없이 걸었다. 건물들이 조금 더 높아져 있었다. 표지판을 보고 이곳이 강남임을 알 수 있었다. 꼬리를 드러낸 구미호나 얼굴이 동물, 파충류를 닮은 환상종이 인간과 함께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천국인가...’

 

  평화롭게 같이 다니는 모습이 낯설었다. ‘환상종 업소’라고 쓰여 있는 식당을 들어갔다. 카레 냄새가 좋았다.

 

  “저 죄송한데 물어볼 게 있는데...”

 

  “네?”

 

  “혹시 여기가 천국인가요?”

 

  “인간이신가요? 나가주세요.”

 

  종업원이 나를 밀어 내쫓았다. 일단 천국은 아닌 거 같았다. 2023년과는 확실히 다른 듯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배가 고픈 기분이 들었다. 굉장히 아련한 기억이었다. 인간들이 공물로 주는 음식은 단순 기호품이었는데 생명체가 되자마자 그 맛과 배고픔을 느겼다. 대로에서 배를 움켜쥐며 쭉 걸었다.

 

  “먹을 게 있을까요?”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음식 가게마다 다가갔지만, 돈이 없으면 나가달라는 문전박대뿐이었다. 편의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길을 걷고 걷다가 고소한 빵 냄새가 나는 곳을 쭉 따라갔다. 강남 시내의 마지막 건물이었다. 하얀 벽 바로 옆에 있는 그 카페엔 ‘꼬꼬지’라는 이름이 있었다.

 

  “어서오세요!”

 

  어떤 여자가 인사했고 나이가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컵을 닦으며 나를 바라봤다.

 

  “저, 혹시 아무 빵이나 좀 주실 수 있나요?”

 

  “아, 네. 지금 막 구운 카스테라로 드릴게요.”

 

  여자는 나를 자리에 안내하더니 진열대에서 카스테라를 꺼내 빠르게 대접했다. 천천히 빵을 먹으면서 가게를 둘러봤다. 중세 시대 느낌의 카페였다. 칼 두 자루가 벽면에 놓여 있고 스무 명 정도 정원을 채울 수 있게 마련돼 있었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탓인지, 손님이 없었다. 다 먹고 배가 불렀지만, 돈이 없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저 근데 돈이 없는데, 혹시 나중에 갚아도 괜찮을까요?”

 

  수중에 한 푼도 없기에 부끄러웠다. 방망이만 있었다면 쉽게 금은보화를 갖다 줄 수 있었을 텐데. 그 말에 여자는 점장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이 손님 돈이 없다는데요?”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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