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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남전생 美男傳生
작가 : 모시티사라매
작품등록일 : 2022.1.18

마계대전의 마침표를 찍은 역전의 용사 발타르. 하지만 추한 외모를 투구로 가리고 다녀야 하는 운명이다. 공적을 기리기 위해 왕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공주와의 결혼을 대가로 요구하고 마침내 벌어진 약혼식에서 모종의 이유로 마력재해가 벌어지며 죽음을 맞고 깨어난 것은 지방 자작가의 미공자 요한의 몸이다.

 
미남전생 1화
작성일 : 22-01-18 03:11     조회 : 332     추천 : 0     분량 : 7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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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왕을 처치했다.

 

 

 전령이 가져온 한 줄의 소식이 8년의 항마전쟁의 끝을 알렸다.

 

 왕국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를 얼싸안으며 실로 오랜만의 기쁨과 안도를 느꼈다.

 

 그리고 모두가 칭송했다.

 

 마계 세력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하던 난국의 전세를 역전시키고

 최전선에서 마왕과 직접 맞섰으며, 결국 종전(終戰)의 소식을 전한 5인의 영웅에 대해서.

 

 

 다섯 속성의 이치를 통달한 대현자, 빛의 케스텔.

 

 백발백중 절대로 표적을 놓치지 않는 명사수, 바람의 아루스.

 

 신의 이름으로 만악(萬惡)을 정화하는 충실한 시종, 수도승 디컨.

 

 추적의 귀재이지만 자신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암습자, 그림자 로이든.

 

 

 그리고…….

 

 

 “저기 봐. 깃발이 보여!”

 

 오각 창틀에 기대어 선 여인이 들뜬 얼굴로 외쳤다.

 

 창문 밖,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아래로 마왕 토벌대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군요. 공주님.”

 

 휘황찬란한 드레스를 조심스럽게 들고 선 시종장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창을 등지고 돌아선 여성의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불꽃처럼 붉게 반짝인다.

 

 그 희귀한 아름다움은 오직 왕실의 혈통에게만 허락된 것이었다.

 

 에데른 왕국의 현왕의 외동딸 율리아나 에데른의 눈은 시종장의 말처럼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마왕을 물리친 용사라니. 어떤 사람일까?”

 “그 말씀은, 흑검(黑劍)의 발타르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그래, 마지막에 마왕의 심장을 꿰뚫은 것은 발타르의 칼이잖아. 최전선에서도 가장 앞자리에 서서 싸운 사람이라니. 그야말로 진정한 용사지.”

 “글쎄요. 소문으로는 귀신처럼 무서운 사람이라던데. 그보다 이제 식을 위한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흥!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겠지. 안되겠어. 준비 전에 내려가 보자. 아직 시간 있잖아?”

 “공주님. 그러다 예정에 늦기라도 하시면…….”

 

 시종장의 잔소리가 이어지기도 전에 율리아나는 잽싸게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치맛단을 치켜들고 시종들을 따돌리며 왕궁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마왕을 퇴치하고 돌아온 다섯 용사들에게 그녀의 아버지 군터 에데른 국왕이 치하와 함께 훈장과 작위를 수여할 것이다.

 

 궁에 당도한 용사들은 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1층 동편에 있는 전신(戰神)의 방에서 대기할 예정이었다.

 

 본래라면 수여식이 되어서야 5인의 영웅과 대면할 터지만, 당돌한 공주의 호기심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고옹~ 주우~ 니이임~”

 

 이미 멀리 들려오는 시종들의 부름을 무시한 채 내달려 어느 새 전신의 방 앞까지 당도한 율리아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굳게 닫힌 문, 너머에 세상을 마왕으로부터 구해낸 이들이 있었다.

 

 ‘스르륵’

 

 문이 열리자 마침내 방 곳곳에 흩어져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황색 승복 차림의 수도승.

 순백의 로브를 두른 현자.

 물빛 튜닉을 걸친 여성 궁수와

 몸에 달라붙는 진녹색 레더 재킷 차림에 작은 체구의 암습자.

 

 차림만으로도 한눈에 각자가 누군지 구분할 수 있었다.

 

 역시나 저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것이 외견만으로도 대단한 인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한쪽 벽에 기대어 서있는 거대한 사내.

 

 “누구?”

 

 길게 기른 머리를 뒤로 질끈 동여맨 로이든이 매서운 눈매를 반짝이며 묻는다.

 

 그리고 때마침 뒤따른 시종장이 질문의 답을 대신했다.

 

 “율리아나 공주님, 이렇게 맘대로 돌아다니시면 아니 됩니다!”

 

 공주란 이야기, 그리고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확인한 용사들은 그제야 일어서서 그녀를 향해 예를 취했다.

 

 하지만 율리아나의 시선은 한 사내만을 향한 채였다.

 

 “당신이 발타르입니까?”

 

 그녀의 물음에 상대는 다시금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투박하고 낡은 갑주를 걸친 남자는 구부정하게 선 자세에도 불구, 그녀보다 세 배는 되어 보이는 키와 덩치였다.

 

 거구라기보다는 차라리 거인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팔뚝은 통나무처럼 굵고 단단했고 어깨는 보통의 장정 두 사람에 맞먹는 넓이다.

 

 그의 존재감이 튀어 보이는 것은 비단 덩치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째서 궁내에서 투구를 쓰고 있는 것이지?”

 

 그랬다.

 

 나름의 깔끔한 예복을 갖춰 입은 다른 네 사람과 달리

 발타르는 전장에서 함께 했을 것 같은 갑주 차림이었고 그것으로 모자라 머리엔 투구까지 쓰고 있었다.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폐쇄형 투구는 가고일의 대가리를 형상화한 듯 기괴한 모양이었다.

 

 “벗어보아라, 얼굴이 보고 싶구나.”

 

 공주의 요청에도 발타르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대신 옆에 서있던 로브 차림의 마법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공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케스텔 이두아르라고 합니다. 이 사내의 투구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으니 이해해 주십시오.”

 “궁에서 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것을 이해하라고?”

 

 율리아나의 요구는 일견 당연한 것이었다.

 

 국왕을 비롯한 왕실 사람들의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할 왕궁의 사정상, 궁내의 사람은 누구나 신분을 분명히 해야만 했다.

 

 “저 꼴로 아바마마를 알현한다면, 그것이 용사인지 암살자인지 어찌 안다는 것이냐!”

 “투구 아래 얼굴은 입궁하면서 확인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착용하는 사정에 대해서도 이미 왕실경호대에게 양해를 구해두었고요. 부디 헤아려주십시오.”

 

 케스텔의 설명에도 율리아나는 수긍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두 눈은 여전히 발타르에게로 향해 있었다.

 

 자신의 요구에 일언반구 없이 목석처럼 가만히 서선 케스텔에게 답을 대신토록 내버려두는 그의 태도가 공주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거론 수긍할 수 없다. 대체 무슨 사정인지 설명을 해봐라. 듣고 판단을 내릴 터!”

 “그……. 그것이…….”

 

 이번엔 케스텔도 얼른 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며 발타르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 모습은 외려 율리아나의 고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뿐이었다.

 

 출입문을 막고 서서 어서 투구를 벗으라는 듯 당돌한 눈빛을 쏘아 붙이는 공주를 이번엔 아루스가 설득에 나섰다.

 

 “걱정하시는 바는 알겠으나, 보시다시피 이런 덩치라 누가 대신할 수 있을 리도 없습니다. 게다가 그는 전장에서도 결코 투구를 벗지 않습니다. 아마도 얼굴보다 저 투구로 발타르를 기억하는 이가 대부분일 겁니다.”

 

 그럼에도 공주는 요지부동이었다.

 

 “수상하구나. 내 말은 곧 왕실의 뜻이기도 하거늘. 어째서 그대들은 핑계만 대는 것인가!”

 

 외동딸로 온실 속 화초처럼 유아독존 자라온 공주에게 이런 식의 설득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5인은 알 리가 없었다.

 

 아루스가 다시금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 찰나,

 발타르는 철갑으로 싸맨 커다란 손을 어깨 위로 들더니 그녀를 막았다.

 

 그리고 마침내 투구 속에서 굵고 나직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공주님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솥뚜껑 만 한 손이 야무지게 움직이더니 투구를 고정한 가죽 버클들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투구를 벗은 용사가 숙였던 고개를 드는 순간, 율리아나는 작은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꺄앗! 괴…… 괴물?”

 

 철갑으로 가려져있던 용사의 얼굴은 공주의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어둠 속에서 희망의 빛을 밝혀준 영웅의 미소 대신 그 아래에 드러난 것은 괴물과도 같은 용모였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이마, 악어 같은 눈과 늑대의 주둥이를 달은 코.

 

 찌부러진 입술 사이로는 불규칙하고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때문일까,

 목소리 역시 어딘가 음울하고 소름이 끼친다.

 

 “말씀이 과하십니다. 저 역시 공주님과 같은 인간입니다. 다만 이런 외모로 태어났기에 오해를 피하려 평소엔 감추고 있을 뿐이지요.”

 

 자신의 말을 지적하는 사내를 바라보며 율리아나는 생각했다.

 

 ‘저것이 인간이라고? 저 몸뚱이와 얼굴이? 차라리 마물이라면 모를까.’

 

 마치 짐승의 것을 닮은 발타르의 눈과 마주치자

 그녀는 자신의 속내마저 읽히는 것만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 경호대에서 그의 투구를 허락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런 모습을 한 남자가 모든 이들이 보는 가운데 왕의 치하를 받는다니. 아무래도 보기 좋은 꼴은 아니었다.

 

 “믿을 수 없어.”

 

 도로 투구를 쓰려던 발타르는 중얼거리듯 흘리는 공주의 말에 동작을 멈추었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당신 같은 괴물이 마왕을 퇴치했다고? 영광스런 에데른 왕국의 영웅이 이런 모습이라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독설을 내뿜는 공주의 말에 주위의 모두가 당황했다.

 

 하지만 발타르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감히 나를 훈계하려는 게냐?”

 

 발끈하는 공주의 태도에 발타르는 한숨을 내뿜더니 대꾸했다.

 

 “사실을 아뢸 뿐입니다.”

 “하하, 정말 네가 인간이라는 걸 어찌 증명하지? 가계에 마물의 피가 섞이지 않고서야 그런 모습을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리 왕족이라도 상대는 국가적 재앙을 해결한 영웅.

 

 율리아나의 말이 정도를 넘었음은 분명했다.

 

 하지만 둘의 대화가 뿜어내는 기세에 누구도 얼른 끼어들 수 없었다.

 

 “내 말이 맞지 않는가? 그런 자라면 작위에 영토까지 하사할 수는 없겠지!”

 

 인신공격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더니 공주는 홱 돌아서 방을 빠져나갔다.

 

 퇴장하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던 발타르가 나직이 한 마디를 더했다.

 

 “흉한 외모가 악을 의미하지 않듯 외견이 아름답다고 선한 것도 아닙니다. 꽃처럼 고운 입술에서도 악랄한 가시가 튀어나오는 것처럼.”

 

 쾅!

 

 거센 소리로 문이 닫히기 직전 용사는 보았다.

 

 머리카락만큼이나 붉게 타오르는 암적색의 눈동자가 그 사이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문이 닫히고도 감정의 열기가 남아있는 대기실, 로이든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소문처럼 성깔이 보통 아니군.”

 

 아루스도 자신의 회갈색 머리카락을 신경질 적으로 쓰다듬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설마 식에서 진짜 말썽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그러자 여태 잠자코 있던 수도승도 한 마디를 거든다.

 

 “성질을 죽이지 그랬소, 발타르.”

 

 거구의 영웅은 도로 철제 투구를 뒤집어쓰며 말했다.

 

 “작위 같은 거,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어.”

 

 대현자 케스텔은 심란한 표정으로 그런 동료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걱정과 달리 서훈과 작위 수여를 위한 행사는 예정대로 무사히 진행되었다.

 

 흑검의 용사가 만인 앞에서 투구를 벗는 일도,

 다섯 영웅들을 향한 국왕의 은사가 취소되는 일도 없었다.

 

 붉은 머리의 공주 역시 아까와 달리 조용하고 고고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마침내 예식이 끝나고 다섯 영웅들에게 귀족의 작위가 수여되자 장내에는 다시금 환호와 갈채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에데른 국왕 군터가 마지막 감사의 말로 마무리를 하려는 순간,

 오늘 두 번째로 발타르가 오른손을 자신의 어깨 위로 치켜들었다.

 

 “왜 그러는가, 발타르 공?”

 

 오늘로서 공작위에 오른 그에게 국왕이 발언을 허했다.

 

 그러자 거구의 사내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왕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폐하.”

 “무엇이든 말해보시게.”

 

 왕은 반색하며 말했다. 마왕을 물리친 절대 무력의 사내가

 자신 앞에 조아리고 부탁을 청했다.

 

 그것은 마계와의 전쟁동안 흔들렸던 왕좌의 권위를 다시금 확인시킬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발타르는 무릎을 꿇은 채, 천천히 투구를 풀기 시작했다.

 

 곁에 도열했던 나머지 네 명의 영웅들은 그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특히나 현자 케스텔은 불길한 예감에 지그시 눈을 감고 말았다.

 

 발타르가 투구를 벗고 천천히 일어서자 장내에 수군대는 소리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마왕을 물리친 용사가 얼굴을 감추고 있는 것에 사람들은 호기심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용사의 얼굴을 마주한 충격은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개중에는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마는 심약한 부인들도 있을 정도였다.

 

 ‘꿀꺽.’

 

 왕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마른 침을 삼키며 군터 왕은 용사의 얼굴을 보았다.

 

 코앞에서 마주한 발타르의 용모는 너무나 흉측하고 기이하여 차라리 마계에 속한 존재라고 믿고 싶을 정도였다.

 

 그 크고 비뚤어졌으며 흉측한 입이 열리자 익숙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제 소원은…….”

 “그, 그래. 말해보시게.”

 

 뭉개진 듯 보이는 눈두덩 아래 광채를 띤 눈이 율리아나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용사의 소원은 다시금 장내의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공주님을 제 아내로 맞고 싶습니다.”

 

 

 ***

 

 

 멀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코를 간질이는 감촉을 느끼며 발타르는 서서히 눈을 떴다.

 

 무언가 덧씌운 듯 시야가 뿌옇게 흐리다. 몇 번인가 눈을 깜빡이며 그는 생각했다.

 

 ‘여긴 어디지?’

 

 자신은 마왕을 물리치고 마침내 전쟁을 끝냈다.

 

 그리고 왕의 앞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분명 그랬던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기억의 끝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다. 어쩌면 모든 게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자신이 누워있는 이곳은 여전히 전쟁터 한 가운데인 걸까.

 

 눈의 초점이 돌아오고 시야가 밝아지자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려한 장식 천정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자신은 푹신한 침대 위에 누운 채였다.

 

 머리맡으로 드리워진 순백의 커튼은 은은하게 좋은 향기를 내뿜는다.

 

 ‘병영 숙소는 아니야. 그렇다고 의무대의 병실일리도 없다.’

 

 발타르는 혼란스러웠다. 상황을 파악하려 그는 몸을 일으키려 해보았다.

 

 하지만 전신에 힘이 풀려 맘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마비독에 걸린 것만 같은 기분이다.

 

 ‘설마…….’

 

 문득 드는 생각에 발타르는 도로 눈을 감으며 작은 한숨을 내뿜었다.

 

 ‘난 죽은 건가.’

 

 지금의 상황에 대한 나름의 추측이었다.

 

 꿈처럼 떠오르는 승전의 기억은 어쩌면 죽기 직전 보았던 주마등이거나 자신의 바람이 실현된 환상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 깨끗하고 평화로운 공간은 영원한 안식을 위한 곳일지도.

 

 막상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발타르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죽음을 이렇게나 순순히 받아들이게 되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동안의 삶은 괴롭고 힘든 고행의 길에 가까웠으니까.

 

 어쩌면 이런 안식을 내심 바라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 평화로운 정적을 깨는 파열음이 들려왔다.

 

 놀란 그가 눈을 뜨고서 고개를 돌리니 문이 열려있고 그 가운데 누군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둥그런 얼굴에 커다란 눈, 콧잔등에 자리한 경질의 비늘과 희미하게 푸른빛을 띤 피부.

 

 메이드 차림의 여성 수인(獸人)이었다. 방금 전의 요란한 소리는

 그녀의 발치에 나뒹굴고 있는 은쟁반 때문인 듯 보였다.

 

 발타르는 여전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말을 걸었다.

 

 “이……, 이봐…….”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채 듣지도 않고서 상대는 후다닥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곳이 천국이라는 추측은 틀린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발타르는 몸을 덮은 이불을 밀쳐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불 아래 드러난 것은 뼈에 거죽만 붙인 듯 앙상한 팔과 다리였다.

 

 게다가 옷 아래 드러난 피부는 창백하긴 했지만 너무나 뽀얗고 깨끗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그는 당황스러웠다.

 

 용사로서 험난한 전장을 누비는 사이 박인 굳은살도,

 우락부락하게 단련된 근육도,

 곳곳에 흔적처럼 남았던 흉터들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아니다.

 

 사라졌다기 보다는 아예 새로운 몸이 된 것만 같다. 발타르는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더듬어 보았다.

 

 손끝에 전해지는 낯선 감각이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뻣뻣하게 굳은 몸을 굴려 침대에서 떨어지듯 내려온 그는 문 쪽을 향해 바닥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맘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앙상하게 뼈만 남아 제대로 힘을 쓸 근육이 없기 때문임을 실감했다.

 

 어렵사리 문간에 다다른 그는 조금 전 수인이 떨구고 간 은쟁반 위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자 반들반들 잘 닦인 은쟁반 위로 얼굴이 비쳤다.

 

 하지만 그것은 짐승이나 마물이라 오해받던 흉측한 자신이 아니었다.

 

 은쟁반 속에서 금발 벽안에 조각처럼 아름다운 얼굴의 청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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