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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쇼윈도 가족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2.1.12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욕망.
금지 된 사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뛰어 넘어 다시 찾아 온 사랑.

 
1화. 상흔
작성일 : 22-01-12 23:33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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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상흔

 

 넓은 거실을 지키는 것은 언제나 60인치 대형벽걸이 TV와 다우닝카우치소파였다. 거실의 TV는 한 달에 한 번 켜질까 말까 하였고, 소파 또한 사람의 온기를 느껴 본적이 언제였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사람이 안사는 것도 아니다. 네 가족이 살고 있다. 안방엔 안주인이 서재엔 바깥주인이 두 개의 각각 작은 방엔. 대학생인 딸과 고등학생인 아들이 거주했다. 네 개의 방은 좀처럼 방문이 열리지 않았다. 지난, 살인적인 8월의 폭염에도 방문은 죄수의 감방처럼 굳게 닫혀 있었다.

 

 방문 하나가 열리더니 이 집의 안주인인 정수정이 방을 나왔다. 수정이 부엌으로 가더니 냉장고에서 생크림 빵과 우유를 꺼내 민우의 방으로 향하였다.

 

 똑똑

 

 방에선 반응이 없다.

 

 똑똑

 

 다시 노크를 하였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야, 홍민우 뭐해?”

 

 어느새 그녀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뭐 한다고 대답을 안 해?”

 

 민우가 게임에 빠져 밖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홍민우!”

 

 그녀의 음성이 날카롭게 찢어졌다. 그제야 민우가 밖의 소리를 듣고는 얼른 게임을 중단하고 교과서를 폈다. 이어폰도 꽂았다. 그리고 연필로 교과서에 밑줄까지 그어가며 열공모드를 취했다. 이 순간만 보면 딱 모범생의 자세다. 이윽고 수정이 방안으로 들이닥쳤다.

 단단히 벼르고 방안으로 들어왔는데 아들은 공부에 열중이지 않은가. 아뿔사! 신중하지

 못한 자신의 처사가 부끄러웠다. 아들에게 미안했다.

 

 “민우야”

 

 수정이 부드러운 음색으로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제야 아들이 이어폰을 귀에서 떼 내고 고개를 들었다.

 이어폰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공부하느라 힘들지?”

 

 좀 전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나긋나긋 한 그녀의 음성.

 

 민우가 대답 대신 엷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배고프지? 간식 먹고 좀 쉬었다가 해.”

 “배 안 고파. 간식은 내가 알아서 챙겨 먹을게. 신경 쓰지 마.”

 

 민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때 아니면, 우리 아들 얼굴 보기도 힘든데?”

 “나는 됐고! 아빠한테나 신경 좀 써.”

 

 어린 아들의 눈에도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부부 사이를 개선해야지 하면서도, 그게 마음대로 잘되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 이젠 도저히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민우가 대학교에 들어 갈 때까지는 형식적이지만. 부부 사이를 유지하고 싶었다.

 

 “민우야…….”

 “왜?”

 “아니다. 엄마가 이러는 거 성가시면, 그만할게. 네가 알아서 간식 챙겨 먹어. 너, 좋아하는 간식, 냉장고에 넣어 둘게.”

 “미안해 엄마,”

 “아니야 괜찮아. 미안한 건 엄마지.”

 

 수정은 아들의 어깨를 한 번 다독이고 조용히 방을 나갔다. 민우는 엄마가 나간 방문에서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엄마를 속이는 저가 밉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엄마가 좋아하니까, 엄마가 행복해하니까, 민우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다. 엄마는 민우가 원하는 것을 하라는데, 그게 뭔지 아직은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면서도 공부만큼은 꼭 하라는, 엄마를 민우는 이해할 수 없다.

 

 수정이 잠을 자려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침대가 혼자 자기엔 조금 큰 킹사이즈다. 이 침대를 살 때만 해도 남편 성호와는 사이가 좋았다. 그와 각방을 쓰게 된 것은 그가 단짝 친구인 지원을 만나는 걸 알고 나서부터였다. 지원과는 중,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친자매 이상으로 마음을 터놓고 지낸 사이였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위로를 해 준 친구가 지원이었고, 남편 흉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 대상도 그녀였다. 그런 그녀와 남편이 몰래 만나고 있었다. 하늘이 내려앉는 고통이었다. 지구가 멸망하는 아픔이었다. 한동안 물 한 모금 넘기기도 힘이 들었다. 불면증에도 시달렸다. 자기 한 몸 건사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 아이들 보살피는 것은 더더욱 힘이 들었다.

 

 “엄마, 또 아파?”

 

 수정이 침대에 누워있는데, 민영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녀를 흔들었다.

 

 “엄마 머리 아파. 조금 더 누워 있을게. 네가 민우 좀 봐.”

 

 겨우 일곱 살인 어린 딸에게 민우를 맡겼다. 매일 아프다고 누워있는 엄마가 어린 딸 눈엔 좋아 보일 리 없었다. 말이 엄마지. 제 몸 아프다고 다정하게 한 번 보듬어 주지 않는, 엄마가 아이들 눈엔 타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저 엄마라 하니 엄마인것이지. 특별한 감정도 애정도 없어 보였다.

 

 “민우, 바지에 오줌 쌌어.”

 

 민우가 바지에 오줌 쌌다는 말을 듣고 그녀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남편의 외도가 그녀에겐 생활의 리듬마저도 앗아가 버렸다. 무력감이 그녀 일상을 파괴했다.

 

 “네가 좀 닦아 주지!”

 

 그녀의 말엔 짜증이 잔뜩 묻어있었다.

 

 “더러워서 싫어. 냄새난단 말이야.”

 

 민영이 울먹이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어린 딸에게 그런 부탁을 한, 자신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엄마로서의 기본적인 책임마저도 회피하려 했던, 자기 자신에게 몸서리를 쳤다.

 

 그때 성호가 퇴근해서 들어왔다. 아이들이 아빠한테 달려가 매달리며 어리광을 부렸다. 그녀에겐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어, 민우 바지 왜 이리 축축해.”

 

 그가 출근복도 벗지 않은 채 민우의 바지부터 갈아 입혔다.

 

 “아빠 옷 갈아입고 민우 목욕 시켜 줄게.”

 

 그는 바쁘게 옷을 갈아입고, 남매를 씻기고 청소를 하고,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반찬을 만들었다. 성호 혼자 숨 돌릴 틈 없이 바빴지만, 그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이러한 모습들은 어제오늘 있었던 일은 아니었다.

 

 “애는 좀 챙기지!”

 

 성호의 핀잔에도 그녀는 묵묵부답이다. 그도 이런 말은 해 봐야 소용없을 거라 생각 했지만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일과를 마치고 나자 성호는 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갔다. 몸 안에 있는 에너지란 에너지는 모두 방전 된 듯했다. 언제까지 기약 없는, 아내가 있지만 아내가 부재인 홀아비 생활을 해야만 하는지 가슴이 답답했다. 한 번 실수가 이렇게 두고두고 자기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에게 고통이 될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아이들에겐 정말 미안했다. 하지만 아내에겐 미안한 마음보다는 원망하는 마음이 더 컸다.

 

 “이혼할래?”

 

 유책배우자에겐 이혼을 청구할 권리도 없었지만, 이 상황이 너무 힘들어 견디다 못한 그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누구 좋아하라고?”

 

 그녀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럼, 계속 이렇게 살래?”

 “당신이 왜 큰소리야?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물론 내가 잘 못은 했지만, 그렇다고 애들을 돌보지 않고 버려두는 건, 누가 봐도 욕먹을 짓이야. 애들이 뭔 잘못이야?”

 “말 한번 잘하네. 애들 생각했으면 애초에 바람을 피우지 말았어야지.”

 

 결국, 이혼은 성호에겐 사치였다. 생각 같아선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 출발 해서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고 싶었다. 엄마가 있어도 엄마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졌다.

 

 “정신과 상담 한번 받아보자.”

 “싫어!”

 “당신 이러다가 큰일 나.”

 “귀찮아.”

 

 수정은 그렇게 스스로 자신을 갉아 먹으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다.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은 엄마를 슬슬 피하기까지 했다. 엄마의 존재가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짐이었다. 그녀는 히키코모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누굴 만나는 것도 누가 자기 집을 방문하는 것도 불편했다.

 민영의 유치원 재롱잔치를 앞두고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니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서도 딸의 유치원 재롱잔치에 안 가는 것은, 이상한 일이고, 그렇다고 가자니 사람들 만나는 것이 두렵다.

 

 “엄마 안 와도 돼.”

 

 민영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정말 자신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야지. 우리 딸 유치원 마지막 재롱잔치인데……."

 "안 와도 괜찮은데…….”

 “왜 엄마가 창피해?”

 “창피해서가 아니라…….엄마가 아프니까.”

 

 일곱 살 어린 딸은 이미 정서적으로 어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엄마 괜찮아. 재롱잔치 갈게.”

 

 민영이 엄마 말에 반신반의했다.

 

 “…….정말 올 수 있어?”

 “응!”

 

 재롱잔치에 안 와도 된다는 민영의 말에, 그녀는 슬슬 오기가 생겼다. 이번 재롱잔치에 참석하지 않으면, 영영 밖의 세상과는 담쌓고 살아가게 될 것 같았다. 내년이면 민영이 초등학교 입학도 할 텐데, 입학식도 참석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 엄마가 유치원 재롱잔치에 간대.”

 

 민영이 엄마가 재롱잔치에 가는 게 무슨 큰 자랑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어댔다. 성호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가 얼른 남편의 시선을 피해 얼굴을 돌렸다.

 

 “당신 이게 무슨 소리야?”

 

 그녀가 대답도 하지 않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랑 이야기 좀 해.”

 

 성호가 방문 앞에 붙어 서서 애원 조로 말했다. 수정은 성호와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몹시 부자연스러웠고 서먹했다.

 

 “정말 엄마가 재롱잔치에 간댔어?”

 “응,”

 “엄마가 재롱잔치에 간다고 해서 좋아?”

 “응 짱 좋아.”

 민영이 해맑게 웃었다. 딸아이의 말간 웃음에 성호의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이렇게 봄 햇살보다 맑은,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무슨 짓을 하는 걸까,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소한 행동에도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는데. 그렇다면 나부터 달라져야지. 그는 깊은숨을 내쉬면서 자신을 다독였다. 그래, 아내의 변화에 응원하자. 아내도 어색해서 저러는 것이지. 아내가 무거운 빗장을 풀고 스스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야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똑똑

 

 성호는 아내의 방을 노크했다. 방에서는 반응이 없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아내가 벽을 향해 앉아있었다. 마치 그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여보…….”

 

 조용히 아내를 불렀다. 얼마 만에 불러보는 소린가. ‘여보’라는 말이 이렇게 따듯한 호칭이었던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아내를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그녀가 금방 고개를 떨궜다.

 

 “잘 생각했어. 고마워.”

 

 그가 아내의 양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잡아보는 아내의 손이다. 여전히 아내의 손은 보드랍고 따뜻했다. 그녀가 어색한지 슬며시 남편의 손을 밀어냈다.

 

 “우리 민영이가 엄마가 재롱잔치에 간다니까 정말 좋은가 봐.”

 

 남편의 말에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우리 민영이 이렇게 활짝 웃는 모습, 정말 오랜만에 봤어. 당신 말 한마디에 저렇게 얼굴이 환해졌어. 정말 신기하지 않아?”

 “…….”

 “여보…….”

 “…그러게. 내가 엄마라는 걸 잊고 살았어. 나, 이제부터 엄마 노릇은 제대로 할게.”

 “그래, 그래, 정말 고마워.”

 

 어느새 성호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하지만, 당신한테는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아.”

 

 수정이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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