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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성좌가 지켜주는 회귀자 데뷔일지
작가 : 솔트
작품등록일 : 2022.1.1

여기가 어딘지, 어쩌다 여기 있는 건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시험에서 떨어지고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머리가 지끈거리네. 내가 알파기는 해도 사법고시는 쉽지 않았다. 몇번 고배를 마셔도 나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불타올랐다. 쉽기만 하던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어려운 문제이니까.

그나저나 누가 술을 마신채로 쓰러진 나를 자기 집에 데려온 건가? 일단 씻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을 보자마자 경악했다. 남자다운 턱선 대신 말랑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몸에서 팔랑거리며 떨어진 불길한 말이 쓰여진 쪽지.

[나를 구해줘.]

그때 갑자기 눈 앞에 푸른 창이 떠올랐다.

 
1화
작성일 : 22-01-01 22:13     조회 : 333     추천 : 0     분량 : 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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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어딘지, 어쩌다 여기 있는 건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시험에서 떨어지고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머리가 지끈거리네. 내가 알파기는 해도 사법고시는 쉽지 않았다. 몇번 고배를 마셔도 나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불타올랐다. 쉽기만 하던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어려운 문제이니까.

 

 그나저나 누가 술을 마신채로 쓰러진 나를 자기 집에 데려온 건가? 일단 씻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을 보자마자 경악했다. 남자다운 턱선 대신 말랑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몸에서 팔랑거리며 떨어진 불길한 말이 쓰여진 쪽지.

 

 [나를 구해줘.]

 

 그때 갑자기 눈 앞에 푸른 창이 떠올랐다.

 

 [회귀자 스킬, <상태창 열람>]

 

 이름 : 구원겸 (차이현)

 회귀 : 1회차

 나이 : 20살

 스킬 : 너는 나에게 반한다. (3분 동안의 시간 동안 상대를 현혹 가능. 하는 말에 설득력을 더 실어주고, 상대의 판단력을 흐려지게 만든다.)

 

 눈은 입만큼 말한다. (하루에 한번 사용 가능.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면, 그 사람이 지금 하는 생각을 짧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천의 얼굴 (표정을 자유자제로 바꿀 수 있다.)

 

 [당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성좌의 수 : 1]

 

 회귀자라니. 내가 죽기라도 한 건가? 성좌는 뭐지? 누구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구원겸의 집은 좁은 원룸이었다. 대학 다닐 때 술에 취해 아는 선배 집에서 잔 적 있는데, 발이나 뻗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 원룸보다 더 좁았다. 집을 뒤졌는데, 쓸만한 게 별로 없었다. 통장 잔고도 휑했다. 막막했다. 0부터 시작하게 되다니. 우선 지금 할 수 있는 게 있나 싶었다. 20살. 알바로 번 돈이 월세로 다 나가는 생활을 하니까 비관 자살을 하게 되지. 나 또한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싹해졌다.

 

 모든 것은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나는 고민하다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옷을 껴입었다. 롱패딩 안에 기모 후드집업, 두꺼운 맨투맨. 추위를 워낙 잘타서 어쩔 수 없었다. 한때는 알파였던 내가 이꼴이라니. 추위에도 강철같은 두꺼운 몸이었는데. 어쩌다 베타가 돼서는 골골 앓게 됐는지, 말하자면 길다.

 

 “일단 돈이 필요해.”

 

 돈 벌러 갑니다. 굶어 죽지 않으려고요. 자다 깨니 웬 모르는 어린 놈 몸에 들어와 있더라고. 알파 차이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됐고, 나는 베타인 구원겸이 되어버렸다. 아직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넋놓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나는 시선을 위로 돌려 팝업창을 바라봤다. [당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성좌의 수 : 1]

 

 성좌라니, 뭔지 전혀 감이 안 잡혔다. 어쨌거나 나는 할 일을 해야 한다.

 

 연예계 풀장은 의외로 형질이 다양하다. 외모나 실력이 무조건 형질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보니 그렇다. 알파나 오메가라고 해서 다들 노래에 월등한 가수 같은 실력을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니니까. 외모는 대체로 알파나 오메가가 우월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베타는 열등하냐는 말이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인간의 멋짐은 그런 요소로 평가하는 게 아니니까. 드라마 같은 미디어에서 알파나 오메가를 환상종처럼 묘사하지만,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만하면 얼굴도 준수하고, 보컬도 우월하니 백퍼센트 주목을 받게 되겠지.

 

 이 예감은 적중했다. 홍대에서 버스킹 하던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 곡 불렀더니 피디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가 내게 명함을 줬다.

 

 “지금 시간되시나요?”

 

 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서유림은 나를 방송국으로 끌고갔다. 카메라 테스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에서 합격 통보와, 찾아오는 방법을 적은 문자가 도착했다.

 

 카메라 테스트 영상이나 다른 영상을 가지고 시청자 평가를 받는다는 문자가 연이어 도착했다. 해당 영상을 가지고 시청자들이 투표해서 순위가 나올 거라고. 장비도 마땅치 않으니 방송국에서 찍은 영상 그대로 쓰는 게 낫겠지. 나는 서유림 작가에게 답장을 보내고 눈을 감았다.

 

 ***

 

 인터넷 반응은 찾아보지 않았다. 어차피 투표 결과는 현장에서 알려준다고 했다. 77명을 불러놓고 떨어진 참가자는 집에 돌아간다라. 너무한 처사인 것 같기도 했지만,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원래 다 이렇지.

 

 아예 쌩얼로 온 나와는 달리 다른 참가자들은 샵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온 모양이다. 눈에 펄이니 뭐니 찍어바른 얼굴이었다. 일반인 참가자들은 방송국에서 지원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장을 해준다고는 하는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김준서에요! 잘 부탁드려요.”

 

 싹싹하네. 김준서는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고양이 같은 눈매가 웃음기를 머금자 봄날의 햇빛처럼 주변이 환해지는 듯했다. 밝은 분위기라 개인적인 취향이 갈릴 여지가 없어 보였다. 김준서는 내가 고시 생활을 할 때, 마이턴에서 1위를 거머쥔 참가자였다. 못 하는 게 없어서 별명이 갓준서였다.

 

 그런데 왜 나한테 말을 걸었지? 나는 떨떠름한 기색을 숨겼다. 분장실에도 카메라가 돌고 있었다. 김준서는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말을 걸기 시작했다. 뭐야 그냥 가볍게 물은 거였군.

 

 어색하게 서있다가 재촉에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메이크업을 받게 되었다.

 

 “얼굴 더 하얗게…굳이 할 필요는 없겠네요. 21호 쓰면 딱이겠다.”

 

 그러더니 얼굴 파운데이션을 바르기 시작하는 손길을 어색하게 받았다. 곧 브러쉬로 눈을 슥슥 터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옆에 있는 사람은 고데기로 내 머리를 손질했다. 살짝 펌을 넣어 아이돌 같은 머리. 거기다 반짝거리는 섀도우가 발려진 눈을 한 구원겸의 얼굴을 슬쩍 보고 외면했다. 저 얼굴이 이제 내 얼굴인데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얼굴을 보고 있던 도중 거울로 눈이 마주친 연습생이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이수안이에요. 형은 어디 출신이에요?”

 

 그러면서 3대 기획사를 시작으로 기획사를 줄줄 읊기에, 말 허리를 자를 수밖에 없었다.

 

 “일반인 참가자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이수안은 나를 무시하듯 말을 툭 던졌다. 이수안은 휙 돌아서 나가버렸다. 저렇게 사람 급을 나눈다라. 나랑은 맞지 않겠네.

 

 별 것 아닌 사소한 헤프닝이 지나고나서 이동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서 카메라가 가득한 세트장에 도착했다.

 

 연습생들은 눈부신 조명 아래 섰다. 각자 원하는 순위의 의자에 앉았다. 77명의 연습생이 전부 모이자, 심사위원이 입장했다. 그리고 첫 레벨 평가가 시작되었다. 77명을 심사하는 동안 무식하게 연습생들을 안 돌려 보내서 꽤 지루한 시간이었다.

 

 그때 윤지우가 말을 걸었다.

 

 “이현 씨는 잘생기셨네요.”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하는데, 이게 일반적인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무시하려다 한 마디 툭 던졌다.

 

 “그래서 지우 씨가 옆에 있어도 괜찮은 거겠죠.”

 

 “하하.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데.”

 

 기분은 좋은 모양이었다. 연습생들은 열심히 무대를 했다. 그러나 긴장해서 무대를 망친 사람도 있었다. 다들 고만고만한 레벨만 나오니, 점점 분위기가 풀어졌다. 그러던중 김준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준서가 노래하면서 춤을 추는데 너무나 완벽했다. 왜 데뷔를 하지 않고 여기에 나왔는지 이해 가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물론 이 방송은 아주 화제가 되고, 데뷔하게 된 아이돌들 또한 활동하면서 많은 1위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걸 알고 있는 건 이 자리에서 나뿐이다. 인터넷 여론만 해도 마이턴를 다시 하다니 전회와 똑같이 망할 거라고 예상했다. 저 정도 되는 사람이 굳이 출연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대선배인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들으며 나는 의아함을 지우지 못했다.

 

 “김준서 군의 등수는 1위입니다!”

 

 벌써 1위가 나와버렸다. 연습생들은 충격을 애써 숨기며 박수를 보냈다. 김준서는 순위에서 늘 상위권에 들겠지. 77명의 참가자 중 빛나는 1위라.

 

 김준서의 존재로 인해 내 순위가 밀렸다. 즉, 마이턴에서 떨어질 확률이 늘어났다. 복잡한 머리를 애써 진정시키고 무대에 집중했다. 내 순서가 멀지 않았다.

 

 “…구원겸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노래를 불렀다. 반응을 보니 썩 잘 부른 듯했다. 해냈다.

 

 “이제 노래 들어볼게요.”

 

 자신감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 당당하게 포즈를 취하고, 춤추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준비한 춤은, 개그로 받아들여진 것 같았다. 적당히 춘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인 모양이다. 웃겨 쓰러지는 심사위원들을 애써 무시하며 무대를 마쳤다.

 

 “참…개성적인 춤이네요.”

 

 비교적 온화한 심사위원의 평이 이정도였다. 노래에는 호평이 이어졌다. 춤이 아쉽다는 평이 많았지만, 이 정도면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구원겸 군은 C등급 입니다. 등수는, 17위입니다.”

 

 “참…개성적인 춤이네요.”

 

 비교적 온화한 심사위원의 평이 이정도였다. 노래에는 호평이 이어졌다. 춤이 아쉽다는 평이 많았지만, 이 정도면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구원겸 군은 C등급 입니다. 그리고 등수는, 19위입니다.”

 

 첫 심사부터 등급과 등수를 매겨버리는 충격적인 방식이다. 이러다가 내가 다른 연습생에게 밀리는 모습도 찍겠지. 정말이지 잔인한 방송이다. 그나저나 내가 가진 실력보다 높은 등수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나를 밀어내려고 이 등수를 준걸까 불안하기도 했다. 순서도 끝났겠다 열심히 리액션을 하려고 애썼으나, 슬슬 심사위원의 평가가 마치 자장가처럼 들렸다. 참가자들이 선보이는 무대는 비슷비슷한 퀄리티여서 잠을 부추겼다. 적당히 리액션하면서 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자는 모습이 찍히면 끝장이니 필사적으로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그러던 와중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나 또한 무대에 선 남자를 보았다.

 

 모두가 인정할 얼굴이었다. 정말 예쁘게 생겼다. 뽀얀 얼굴은 우유만 먹어서 이렇게 된 걸까? 밀크티색으로 염색한 머리색이 얼굴과 잘 어울렸다. 멍하니 바라보던 중, 신해운과 눈이 마주쳤다. 신해운은 금방 내게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노래가 나왔다. 신해운은 무대를 나쁘지 않게 소화했다. 그러나 원래의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평가 또한 나쁘지 않았지만, 신해운의 얼굴은 어두웠다. 무대에서 내려와 내 옆자리에 앉기에 꾸벅 인사했다. 그러자 신해운 또한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대들. 워낙 수가 많아서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유독 별로인 무대는 기억에 남았다. 이세빈 참가자의 무대는 아이돌을 하고 싶어서 나온 건지 의심될 정도였다. 그렇지만 노력은 가상하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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