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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의 기사도를 그대에게 드립니다
작가 : 난채
작품등록일 : 2022.1.1

제국 최고의 망나니로 살아온 브라이니 드 하이츠 황녀

"경거망동 하지 말거라. 어지 하는 행동이 지 어미만 쏙 빼닮아서는..."

황후를 닮아 황제의 미움을 받는 그녀에게 내려온 불길한 신탁으로 인해 여러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브라이니

'황궁은 더이상 안전한 곳이 되지 못한다.'

사랑하는 이들의 삶을 위해 가출을 결심하여 도착한 곳이... 기사단?!

우아한 드레스 뒤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칼자루, 상황속에서 피어나는 감정, 사랑

 
0화. 프롤로그
작성일 : 22-02-04 20:35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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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게…… 어찌 이러십니까…….”

 

 아테르 황제의 발치에서 적발(赤髮)을 가진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네년에게 내려오는 신탁이 있는걸, 너도 알 것이다.”

 

 [멸망을 담은 붉은 태양이 제국을 집어삼키니, 재앙의 씨앗은 뿌려졌다.]

 

 “난 내 제국을 사랑한다.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제국이 타락의 길을 걷는다면…….”

 

 황제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난 내 딸을 기꺼이 포기하겠어.”

 

 * * *

 

 “브라이니 누님, 제발 정신 좀 차려보세요!”

 

 ‘내 동생…….’

 

 아휘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눈꺼풀은 무거워지고 몸은 점점 뜨거워졌다.

 

 ‘이번엔 독인가.’

 

 정신 나간 자신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닮은 나를 굉장히 미워했다.

 특히 붉은색의 머리카락은 더욱 증오했다.

 붉은 머리카락은 저주를 불러온다고.

 

 “의원은 아직인 것이냐? 왜 이리 행동이 굼떠!”

 

 “죄송합니다, 황태자 전하! 곧 도착하신답니다!”

 

 ‘나 살리려고 너무 노력하지마, 아휘벤.’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말만 삼킬 뿐이었다.

 운 좋게 살아나면, 아버지는 날 다시 죽이려 드시겠지.

 차가운 실소가 터져 나왔다.

 

 “푸흐흐…….”

 

 “누님, 조금만 더 참으세요. 의원이 곧 온대요.”

 

 “아직……. 괜찮아. 참을 만……. 커억…….”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거친 기침과 함께 검붉은 색의 핏덩이가

 그녀의 입에서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죽은 피였다.

 

 “펠리톡신(palytoxin)……!”

 

 

 아휘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황제인 제 아비는 늘 딸을 못마땅해했다. 하지만 이렇게 심한 증오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뼈마디가 아릴 정도로 쥔 주먹이 저절로 떨렸다.

 

 ‘제길…….’

 

 

 뒷골목에서나 들을법한 욕설을 한가득 입에 물고 화를 삭힐 때였다.

 엄청난 무게의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이 벌컥 열리며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브라이니는 어디에 있느냐!”

 

 * * *

 

 “위험한 고비는 넘기셨습니다. 황녀님께선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오늘은 혼자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십시오.”

 

 의원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에 자리를 비켜주었다.

 

 “세르노 왕자 전하, 많이 놀라셨죠?”

 

 “이번에도 황제 폐하 짓입니까?”

 

 “네, 아버지가…… 그랬다고 하더군요.”

 

 “대체 왜……!”

 

 세르노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의 분위기는 가만히 있는 사람들도 떨게 했는데

 지금처럼 살기를 담아 소리를 칠 때면 주변에 있는 공기까지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 의원의 말을 들어서 아시다시피 누님은 지금 안정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약혼녀의 목숨이 위태롭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당장 황제 폐하를 알현하여…….”

 

 “그건 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위입니다. 그렇게 되면 누님의 안전은 더욱 보장되지 못하겠죠.”

 

 “그렇다고 이대로 손 놓고 지켜만 볼 순 없지 않습니까!

 난 브라이니 없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황태자 전하.”

 

 세르노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잠들어있는 약혼녀의 얼굴은 아까의 상황이 무색하게 평온했다.

 

 “이러다 누님의 안정에 도움은커녕 짐만 될 뿐입니다. 저와 나가서 마저 이야기하시죠.”

 

 세르노는 아휘벤의 손에 이끌려 침실 밖으로 나갔다.

 아휘벤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려는 세르노를 붙잡고 자신의 서재로 향했다. 그런 그들의 노력을 다 지켜본 브라이니가 눈을 떴다. 사실 정신은 진작 돌아왔었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일부로 자는 척을 했던 것이다.

 

 ‘이제야 좀 조용하네…….’

 

 브라이니 드 하이츠의 목숨은 생각보다 질겼다.

 암살자의 잠입에도, 낙마사고에서도, 심지어 독에도 버틴 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먹은 극독은 타격이 꽤 컸다.

 정말로 죽을 뻔했으니까.

 

 ‘꼴에 약혼자라고 병문안도 와줄 줄이야. 기특한걸?’

 

 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

 

 뻣뻣하게 고정되어있던 고개를 약간 돌려 산맥 뒤로 넘어가고 있는 태양이 마구 흩뿌린 빛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내가 수시로 살해위협을 받는 마당에 세르노와 아휘벤이 안전할 리가 있나.”

 

 나로 인해 내 주변 사람들이 위험해진다.

 사랑하는 동생 아휘벤, 약혼자 세르노까지 한꺼번에 잃기 쉬운 위치.

 그게 바로 신에게 저주받은 황녀가 지옥 같은 황궁에서의 삶이었다.

 

 “황궁은 더는 내가 있을 공간이 되지 못한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로맨스판타지 소설 작가 난채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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