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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티그리스 강가에서
작가 : 애플타운
작품등록일 : 2016.5.19

빚을 갚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 시내로 일자리를 얻게 된 마드린느는 저택에서 하인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저택은 완벽하지만 그만큼 쓸쓸했다.

 
1장 그랑드 마을에서의 화재 (1)
작성일 : 16-05-19 22:28     조회 : 572     추천 : 1     분량 : 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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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그랑드 마을에서의 화재

 

 

 

 

 

 누구나 자신의 허름함 속에 위대함을 숨기면서 살아가는 법이니,

 가을의 태풍이 모든 걸 쓸어가버린다 해도,

 겨울의 찬바람에 피가 맺혀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 제게 이르시고 당신은 떠나가셨지만,

 가을 바람의 스쳐감은 버겁기만 하고,

 겨울은 너무 낯설기만 한걸요, 어머니

 

 

 

 

 마드린느는 소리없이 깊게 통곡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슬픔으로 마음은 조각조각 깨져가고만 있었다. 겉으로는 그런 기색을 내보이지 않는 듯 했지만, 검은 두 눈에 가득하던 생기넘치는 빛은 사라지고 블랙홀처럼 두려움과 허망함만이 점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그런 변화들은 세세해서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저 여자는 바늘로 찔러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의 검은 우물에 다다르지 못한 방랑자일 뿐이다. 린느는 다른 사람들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마구 손발을 휘두르거나, 드러눕거나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저 불타고 있는 자신의 집을 바라보고, 두 눈에 담았다. 이 광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노라고. 무너져가는 과정을 모두 다 기억하겠다는 듯이 우두커니 서서 계속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신이 가출한 아가씨로 보였을 뿐이었다.

 

 

 

 

 “린느, 그러다가 다친다!”

 

 

 

 

 옆집 아저씨 한스가 멀찌감치 떨어져서 소리를 질렀다. 불꽃이 넘실거리더니 점점 커져서 이제 집밖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이제는 우지끈, 하고 집이 무너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목재들은 다들 먹혀버린 것이다. 걸음마를 시작하는 불길을 만나기 직전인데도, 축제의 클라이막스인 퍼레이드 광경을 보고 있는 아이처럼 정신이 팔려있는 마드린느에게 떠날 시점을 알려준 것은 죽음의 기척이 아니었다. 바지와 셔츠가 여기저기 찢어져있고, 그을려진 상태로 코를 막으며 급박하게 재촉하는 한스 아저씨였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떠난 지 오래였다. 초반의 불길을 잡으려고 모두들 노력했으나, 물동이를 붓는 동시에 과자마냥 쩝쩝 받아먹어버리는 불길이었다. 화재가 쉽사리 잡히지 않을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귀중품 몇 가지만 챙기고 아이들의 손을 낚아 채 얼른 산을 내려갔다.

 

 

 

 하지만 린느의 손을 낚아채고, 등을 때리면서 “죽을려고 환장했어? 어서 내려가, 이년아!” 라고 말해줄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뜨고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들... 추억들... 그건 다 저 집과 함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집 안에서라면,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었고, 어른처럼 행세하지 않아도 됐었다. 그랬었다.

 “너까지 불에 타 죽을 순 없다! 시간이 없어!”

 

 

 

 

 

 등을 떠밀며 한스 아저씨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끌려가면서도 뒤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놓칠 순 없다. 그렇게 띄엄띄엄 바라본 광경은 불길이 다른 집들까지 손을 뻗치고 있던 게 마지막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건지, 대체 누가 불을 지른건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처음으로 불에 타고 있었던 것은 마드린느 테르피의 집이었다. 그런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불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지, 혹시 누군가의 소행은 아닌지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마드린느뿐이었다.

 

 

 

 

 따뜻한 침대에서 폭신폭신한 곰 인형과의 소꿉놀이가 중단되어 그렇지 않아도 짜증이 나는데, 이젠 낯선 곳에서 잠까지 자야 했던 아이들은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아이를 달래면서도 지금까지 손해 본 것은 얼마인지 계산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궁리하던 사람들은 막막함에 부딪쳤다. 지금까지 간소한 농사로 소소하게 벌어먹던 사람들이 다른 기술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허탈해하다가 성을 내기도 하다가, 주저앉아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분노를 담은 화살을 활시위에 얹었고, 화살은 곧장 22살짜리 아가씨에게로 돌진했다.

 

 

 

 

 

 

 

 

 

 

 22살은 어엿한 성인이다. 어린 아이 취급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에 대처하기에 적합한 나이는 아니었다. 10살만 더 많았더라면. 그래서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더라면 사람들은 보다 점잖게 행동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른 보호자가 있었더라면, 혹은 최소한의 지지를 해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더라면 마드린느가 덜 당황했을 수도 있었을거다.

 

 

 

 

 

 

 

 

 

 

 그러나 그런 행운들은 보기 좋게 요리조리 피해간지 오래였다. 사람들의 못된 심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고, 설사 사람들의 고약한 심보에 대해 알고있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지금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너무나 미숙했고 숫기도 없었다. ‘부모도, 돈도, 미모도 없는 데다가 지금까지 나열된 요소들을 상쇄해줄 특별한 무언가가 아직 도드라지지 못한 젊은 여자’ 인 그녀는 성질머리가 더러운 목동에게 화풀이용으로 아주 적합한 희생양이었다.

 

 

 

 

 

 

 

 시작은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이 둘을 둔 주부였다. 커다란 몸집을 이끌고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때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머리 수건을 패대기치며 눈을 부라렸다.

 

 

 

 

 

 

 

 “너, 너 말이야, 외출할 때 주전자를 멍청하게 불 위에 두고 나온 거 아니냐? 불이 너네 집에서부터 났어. 알아? 너네 집에서부터 불이 다 옮겨 붙어가지고 우리가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여기서 밤을 지새운 거 아냐!”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주먹으로 쾅쾅 치던 여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짙은 눈썹의 남자가 삿대질과 함께 말을 이어받았다.

 

 

 “아주 이거 미친년 아냐? 미친거지. 불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그래? 지금 우리집 농산물 수확해놓은 거 다 탔어. 다 홀랑 탔다고. 시내에 납품하기로 다 약속되어있었던 건데, 너 이거 어떻게 할래? 이번 년도 납품 물품들은 어떻게 할거야?”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씩 일어나 동참했다.

 

 

 

 

 

 “너 왜 이렇게 늦게 내려왔냐? 꿀단지라도 숨겨놨냐? 니가 지른 불 보니까 속이 어때. 시원해? 좋아 죽겠어? ”

 

 

 

 

 

 빈 병들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빨개진 얼굴로 가만히 있는 마드린느의 뺨을 툭툭 치며 악을 썼다.

 

 

 

 

 

 

 “꿀 먹었냐? 말 좀 해봐! 해보라고! 이 꼬라지를 보니까 소감이 어떠신가? ”

 

 

 

 

 

 집까지 잃었는데 이젠 다른 사람들의 욕지거리까지 받아줘야 하는 상황이라니. 정말 땅속으로 꺼져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 눈 앞에는 또 다른 불들이 마드린느를 향해 어른거리고 있었다. 2차 화재다. 이번에는 불을 꺼야 한다.

 

 

 

 

 

 

 지금까지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가 없다는 것도 잘 알겠다. 누구의 잘못이든 간에, 내가 화재의 원인을 밝힐 수도 없다. 그리고 내가 정말 부주의해서 불을 낸 거라면? 아니, 그게 지금 중요하긴 한가? 내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면, 이 사람들은 나를 정말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

 

 

 

 

 

 

 덩치 좋은 한스 아저씨가 사람들을 막아 나서지 않았더라면, 마드린느는 그 상태에서 돌에 맞아 죽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었을까, 한스는 거구의 사내이자 그에 어울리는 후덕한 인심의 소유자로, 마을에서 꽤나 평판이 좋은 편이었다.

 

 

 

 

 

 

 

 “자자-, 그만 합시다. 이 아가씨도 얼마나 놀랐겠소. 여러분만 집터 잃은 거 아닙디다. 이 아가씨는 혼자 사는 데 집까지 잃었으니 뭐 정신이 얼마나 있겠소. ”

 

 

 

 

 

 

 한스 아저씨가 큰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자 사람들이 한 두 발짝씩 뒤로 물러나갔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들도 조금은 줄어들었다.

 

 

 

 

 

 “다들 진정합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퍼부으면 나 같은 사람도 당황하겠다 이거 아닙니까.”

 

 

 

 

 

 

 

 

 씨익- 한스 아저씨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와 함께 두 손으로 사람들을 끌어 안자 사람들은 차차 뒤로 물러났고, 앉긴 했으나 여전히 마드린느를 노려봤다.

 

 

 

 

 

 “좋습디다. 한 마을에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뭐 이런 일 저런 일 있을 수 있다는 거 아닙디까.”

 

 

 

 

 

 “그래, 이런 일 저런 일 생길 수 있다 이거야. 그런데 이번 일은 뭐야? 우리가 그려려니 하고 넘어갈 수가 있어? 아니잖아. 한스, 자기도 생각을 좀 해봐. 우리가 저 아가씨 애기 때 어머니랑 같이 왔을 때만 해도 어땠어. 남편 없는 여자가 딸이랑 단 둘이 떨렁 연고도 없이 다짜고짜 정착하려고 해도 아무런 말도 없이 우리 마을에 잘 받아줘, 물건 대신 가서 팔아달라면 다 팔아줘, 농사 지을 땅 내줘, 우리가 뭐 안 베풀고 어디 냉정하기만 한 사람들이야? ”

 

 

 

 

 

 한스의 말을 받아친 사람은 몸에 숄을 크게 두른채로 덜덜 떨고 있던, 깐깐하기로는 둘째라면 아쉬운 쇼티 여사였다.

 

 

 

 

 “옳소, 옳소! 저 쇼리 여사 말이 맞구먼잉! 우리가 다 지들 살길 마련해줬구먼, 은혜를 웬수로 갚어? ”

 “얌전한 줄로만 알았더니 우리 마을에 그렇게 큰 불장난을 낼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러니까 남편 없는 여자들 받아주는 거 아니라고! ”

 

 

 

 난장판이 다시 슬슬 올라올 기세였다. 더 이상 머뭇거릴 생각도 없었던 마드린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다.

 

 

 

 

 “당신들이 그렇게 잘났으면 나한테 따지는 대신 집이나 복구할 방도나 알아보지 그래요? 그럴 시간은 없고 나한테 징징거릴 시간은 있으시겠다 이건가요? 아니면 여유가 너무 넘쳐서 같이 울고 싶으신 거라면, 전 너무 피곤해서 한숨 자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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