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블랙위버
작가 : 날뺌
작품등록일 : 2021.12.30

삭제중/리메이크

 
1화.
작성일 : 21-12-30 22:43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307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화. 쓰레기통(1)

 추워진 날씨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눈앞의 시선은 발끝만을 향하고 불퉁한 시멘트 바닥이 그 배경이 됐다. 평소와 같은 길을 거니는 것조차 눈 밑 검게 늘어진 추의 무게를 더해 나간다.

 

 ‘피곤하다.’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이게 맞지 않을까. 이윽고 도착한 지하철 내부 역시 그것은 사물, 사람 가리지 않고 곳곳에 붙어있었다. 그럴수록 지친 정신은 눈을 감고 외면할 뿐이었다. 그렇게 몇 걸음을 더 디뎌 눈을 뜨면 스크린 도어다. 안전을 명목으로 세워진 이것은 모든 걸 비추기에 충분했다.

 

 [구어어.]

 [끄어···ㄱ.]

 

 이미 그것과 융화되어 한 몸이 되어버린 무언가, 또는 작은 덩어리를 이루어 숙주를 머금은 것들, 나는 저것들에 대해 정의 내리기를 꺼리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찌꺼기.’

 

 곧이어 역으로 들어오는 열차의 소음과 안내방송이 주변을 채우며 문이 열렸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루어진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흘러나와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저들끼리 뭉치기도 하며 다시 붙기도 한다. 목적과 의도 없이 본능만을 가지고 흘러가는 그것이 오히려 자연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을 통해 새까만 어둠만이 지나간다. 그 속에 눈을 내리깐 채 목에 걸린 작은 돌멩이를 쥐고 있는 고등학생 소년이 보였다. 작은 돌멩이가 그의 생명줄인 것마냥 강하게 움켜잡았다. 겁쟁이다. 듬성 비어있는 칸임에도 고개를 들지 못해 구석 한 편을 차지하고 있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 먼 길을 돌아 도망치는 것조차 포기한 이였다.

 

 그저 있어야 할 곳, 있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어떻게든 그 안에 몸을 욱여넣고 살아가려 한다. 숨을 죽이고 시선을 내리깐 채 다시 열리는 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윽.”

 

 평소와 같은 시야에서 까맣게 그을린 작은 탄알이 두 다리를 삐죽 내놓은 채 옆으로 사라졌다. 다시 눈을 감았다 뜬 그곳엔 누군가 먹다 버린 편의점 커피의 잔해가 남아있었다. 바닥의 쓰레기 역시 그것이 앉기 좋은 자리였다. 야구공만 한 크기의 탄 알갱이가 없어진 곳은 아무것도 아닌 플라스틱 잔해였다.

 

 학교 밖 골목, 등교하기 이른 시간임에 방심한 탓이다. 풀어진 이음줄을 조이며 경직된 몸을 달랬다. 탄알은 무게가 나가는 덩어리에 비해서 떼어내기도 수월한 편이다. 때로는 큰 소리에 놀라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탄알은 찌꺼기의 먼지 정도가 아닐까.’

 

 그 먼지에도 놀란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다소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스스로 찾아 들어가는 장소조차 찌꺼기의 소굴일진대.

 

 갑작스레 교실 문이 열리며 한 여학생이 놀라 ‘으ㅇㅓㅓㅇㅏ.’하고 알아듣기도 힘든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양팔을 앞으로 휘저었다.

 

 “으아, 놀랐네. 어···, 그래, 너였구나. 학교를 참, 일찍 오네. 어, 들어가. 들어가.”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연지원, 허나 놀란 덕분에 그녀의 주변에 붙어있던 탄알 몇 개가 떨어져 나갔다. 연지원을 제외하고는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모양이다. 교실 내부 역시 서늘한 공기가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의자의 나무와 쇠의 감촉에서도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

 

 연지원 그녀의 색깔은 뚜렷하다. 반 아이들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쳐 지나가며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근래에 들어, 보기 드문 아이니까. 그녀를 딱히 설명할만한 단어나 문구도 없었다. ‘연지원은 그 자체로 연지원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으니. 본연 그 자체로 살아있는 존재에게 부가적인 설명이란 필요치 않았다. 다만, 살짝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연지원은 민망한 감정에 얼굴을 긁적이며 곽용두가 들어간 교실을 향해 슬쩍 시선을 돌렸다. 교실 문을 열자마자 오컬트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얼굴이 눈앞에 있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평소 무덤덤한 행실을 가지고 있는 그녀라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곽용두, 그는 이상하다. 조용하고 소극적인 아이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운출무심(雲出無心), 바람 따라 내딛는 걸음걸이가 연지원의 성격이며, 인생이 되는 그녀와 다르게 곽용두 그만의 분위기가 존재했다.

 

 떡 벌어진 어깨에 또래보다 비교적 큰 몸집을 가지고선 항상 위축되어 다닌다. 무언갈 꺼리는 듯 피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확연히 눈에 띄는 부분은 멀쩡한 얼굴에 깊게 내려온 다크서클이다. 눈 밑 깊게 파인 피로는 벽을 만들어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어렵고 딱딱한 이목구비에 지친듯한 기색은 더불어 서로를 피하게 만들기 딱 좋았다.

 

 ‘혼자 다니는데, 딱히 불편한 건 없어 보였지.’

 

 연지원은 괜히 혼자 머쓱하게 친한척한 것 같아 입술을 굳게 닫았다. 눈을 몇 번 껌뻑거리며 마음을 진정시키기는 했으나 빨갛게 달아오른 귀까지 숨길 방도는 없었다.

 

 등교 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매캐한 검은 연기가 들어차며 시야를 가렸다. 나는 국가적 상황, 정치, 직장인의 비애? 그런 건 모른다. 그저 눈앞에 들어찬 이것들에 대해 공포를 느낄 뿐이었다. 울렁이는 속을 진정시키며 머리를 깊게 내렸다.

 

 끼익-.

 

 어느새 북적거리는 소음과 책상 사이를 지나 들던 애들에 떠밀려 부딪쳤다.

 

 “··아, 미안해··.”

 

 짐짓 느리고 어둔한 사과가 들려왔다.

 

 [끄ㅇ, ㅇ ㅓ 어.]

 

 반장, 김영민이다. 이미 그것과 융화되어버린 듯한 반장은 기괴함 그 자체였다. 반쯤 찌꺼기에 먹힌 반장의 상체가 검고, 탁한 근육질 덩어리로 변이한 채 오른쪽으로 휘어있었다. 두꺼운 세포가 터질 듯 부풀어 있었고, 군데군데 돋아난 혈관이 기세를 더했다. 울퉁불퉁한 표면의 두상 앞에 드러난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분주하게 주변을 살펴나간다. 나는 얼른 몸을 말아 넣은 채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괜찮아.”

 

 주변에 서 있던 반장의 친구들이 차츰 눈치를 보며 그를 데려나갔다.

 

 “영민아, 괜찮아?”

 “맞아. 오늘따라 진짜 안 좋아 보이는데?”

 

 김영민의 친구들이 그를 보며 안부를 몇 번 더 건네었다.

 

 “··응, 괜찮아··. 요즘 들어 몸이 무겁네··. ··쉬면, 괜찮아질 거야··.”

 

 김영민이 팔을 들어 어깨를 주무르는 와중에도 검은 세포 덩어리가 차지하는 부피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진행 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지리 선생님, 수학 선생님을 순으로 몇 번의 선생님이 더 바뀌었다. 어느새 오후가 되어 짧은 해가 붉은 기를 띨 무렵 반장의 변이 발작이 시작되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 2화. 2021 / 12 / 30 153 0 3251   
1 1화. 2021 / 12 / 30 259 0 307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