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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대항해시대: 디케(검과 저울) [2021년 개정]
작가 : 유툽작성TV
작품등록일 : 2021.12.28

판타지, 추리, 로맨스가 모두 섞인 복합장르입니다.

---

대 상회 <스드로니카>에 속한 귀금속 상단의 교역선 <티파데 아비움>호.
선에서 내린 일등항해사 에드윈 벨번츠는 우연히 직물 상 잔나 스드로니카를 만나게 되고,
첫 눈에 반한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버린 채 그녀를 따라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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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륙 발견의 명예와 영토 확장의 기회 마련, 혹은 이미 발견되고 개척된 항로를 통한 국가 간 무역과 상호 발전.
이제는 이단으로 취급되는 마법과 현실로 다가오는 과학의 경계에서 옛 문물과 신문물을 찾으려는 대항해시대가 이어진다.
끝없는 전쟁의 반복에도 이어지는 항로개척과 해상 무역은 돈과 권력, 명예. 국가, 기업, 개인에 할 것 없이 버릴 수 없는 기회의 보고가 된다.
그런 기회의 보고를 항해하는 대 상회 <스드로니카>와 일등항해사 에드윈 벨번츠의 모험이야기.

 
Season 1. <검과 저울> 0.0 참다랑어다!
작성일 : 21-12-28 14:57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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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다랑어다!”

 

 하얀 포말을 이루며 물살을 가르는 <티파데 아비움>호 옆으로 참다랑어들이 힘차게 뛰어올랐다. 갑판 위에서 사십 여일 째의 지루한 항해를 맞는 선원들에게 참다랑어의 발견은 한 여름 단비만큼이나 달콤하고 짜릿했다. 이윽고 참다랑어를 처음 발견한 선원 주위로 낚싯대가 던져졌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본 갑판장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옆에 둔 라임주스를 반 컵이나 마시긴 했지만 거기서 올라오는 신물하고는 달랐다. 잘 구워진 참다랑어의 두툼한 살이 이미 그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그는 오늘 저녁을 기대하며 라임주스로 그새 텁텁해진 입 안을 축였다.

 

 “오늘 저녁이 기대되는군그래. 그렇지 않나 갑판장?”

 

 낚시하는 선원들에게 시선을 빼앗긴 동안 어느새 선수에 올라온 선장이 인기척을 냈다. 갑판장은 몸을 돌렸다.

 

 선장은 잠을 제대로 못 잤는지 눈두덩이 움푹 들어가고 얼굴이 조금 부어있었다. 그러나 며칠 씻지 못 한 사람치고 옷매무새는 상당히 깔끔했다.

 

 그는 흰색 실크로 짠 셔츠에 빛바랜 회색 가죽 자켓을 입고 있었는데, 그가 움직일 때마다 흉부에 금색 실로 수놓인 커다란 저울이 햇빛에 반사돼 금빛 물결을 일었다.

 

 “그렇습니다. 오늘만큼은 송어와 갑오징어, 보리빵을 잊을 수 있겠군요.”

 

 웩. 선장은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수일 간 내내 잡히던 물고기와 이젠 곰팡이를 털고 먹어야하는 보리빵은 잠시라도 그만 보고 싶었다. 보리빵을 곁에 두는 일상이 다시금 싫증날 만큼 지쳐가던 중이었다.

 

 “그것들은 이제 듣기도 싫어. 입으로 욕봤으면 됐지, 귀까지 욕을 봐야겠나? 조나르에 도착하면 난 가장 먼저 식당에 들어가 양고기 수프와 스테이크를 있는 대로 썰어버릴 생각이네. 드이한 병사들이 해적쓰레기들 모가지 썰 듯이 말이야.”

 

 선장은 그렇게 말하며 짧게 웃었다. 갑판장은 그제야 선장이 말하는 저녁이 음식뿐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송어와 갑오징어만 줄기차게 잡히던 해역을 지나 참다랑어를 발견했다는 건 일리모이 해에 들어섰다는 뜻일 터였다.

 

 그리고 일리모이 해에 들어섰다는 건 그들이 결실을 맺는 도착지인 조나르에 거의 다다랐단 얘기였다. 갑판장은 이제 그가 선장실을 박차고 나온 이유 또한 알 수 있었다.

 

 “오늘은 푹 주무실 수 있겠군요.”

 

 “맞는 말이야. 요 며칠 포크하고 나이프 대신 컴퍼스와 자만 잡고 씨름하는데 아주 미쳐 돌아버리는 줄 알아다니깐? 흔들리는 선장실에서 포르톨라노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어. 아무리 막대한 이윤이 약속돼 있더라도 '내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고 있지?'란 생각이 들지.”

 

 선장은 갑판장 옆에 놓인 라임주스를 뺏어들었다. 밤새 와인만 연거푸 들이켰던 터라 갈증이 심했다. 목 안으로 들어오는 라임 특유의 시큼함이 뭉쳤던 피로를 찔러대는지 선장은 라임주스를 넘길 때 몸을 가볍게 떨었다.

 

 “어떤 위대한 발명가가 망할 놈의 컴퍼스와 자 없이도 내 위치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관측기구를 만들어준다면 난 그에게 지금 여기 실린 화물의 절반을 내줄 용의가 있네.”

 

 “선장님이 그렇게 이윤을 안 챙기는 분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갑판장은 가볍게 웃었다. 그런 관측기구가 있을지 부터가 의문이긴 하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물론 상당한 값어치를 할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지금 싣고 있는 화물의 절반’이란 말이, 분별없는 말은 아무리 농담이라도 질색하는 선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내심 놀라웠다. 갑판장은 그 어떤 훌륭한 관측기구가 발명되어도 그 만큼의 값은 되지 못 할 거라 확신했다.

 

 “앞으로 <티파데 아비움>호의 재무담당은 제가 맡아야겠군요. 선장님께 맡겼다간 창고 안 와인처럼 금세 동이 나겠습니다.”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말게. 집단에서 가장 큰 이윤이 날 때는 서로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야.”

 

 선장은 갑판장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라임주스를 비우며 발길을 돌렸다. 갑판장이 그의 뒤를 따랐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선장님은 망할 컴퍼스와 그만 싸우고 눈 좀 붙이세요. 일리모이 해에 진입한 것도 알았으니 남은 항해는 일등항해사가 알아서 할 겁니다.”

 

 갑판장은 선장에게서 잔을 도로 빼앗으며 말을 이었다.

 

 “선장님이 일거릴 빼앗아버리면 그 놈이 월급 타 먹는 명분이 사라지잖습니까. 하루가 멀다 하고 놀음판 벌리는 거 보는 것도 이젠 눈꼴 시려요.”

 

 “시기하는 건 아니고?”

 

 선장은 갑판장을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농담하지마세요. 설마 그러겠습니까.”

 

 시선을 돌린 갑판장은 저도 모르게 오른쪽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허리춤엔 있어야할 검이 없었다. 갑판장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저 멀리 한 남자를 응시했다.

 

 <티파데 아비움>호의 메인마스트 아래에서는 한창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루한 항해가 오래 지속되면 선원들은 술과 낚시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그 중 으뜸인 건 단연 도박이었다. 포커를 비롯한 카드놀이에서부터 주사위 게임에 이르기까지 종류와 유행은 다양했다.

 

 요즘 유행하는 게임은 블러프라는 주사위 게임이었다. 일종의 거짓말게임이다. 개인당 지급된 다섯 개의 주사위를 각자의 컵에 넣어 섞은 뒤 엎어놓고, 전체 주사위 중 특정 숫자의 개수를 맞추는 게임이었다.

 

 도박을 할 때면 갑판장은 동료들에게 또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조롱을 종종 듣곤 했다. 아내 역시 이러다 입에 풀칠하겠다며 귀금속 만지는 남편이 정작 쥐꼬리만큼 남은 봉급을 가져올 때면 봉창을 두드렸다.

 

 도박에서 빼앗긴 단검은 애초에 그런 일을 만들지 않게끔 봉급을 묶어둘 목적으로 항해 전에 제작해둔 단검이었다. 칼자루 전체엔 도금이 되어 있었고 폼멜 부분에는 세공된 루비까지 박혀있었다.

 

 갑판장은 마지막 판까지 이겨 모든 배팅 금액을 가져가는 남자의 허리춤을 보며 그 날에 절제하지 못했던 자신의 객기를 저주했다.

 

 “이번 일 마치고 돌아가면 예쁜 여자 한 명 소개시켜줘.”

 

 갑작스런 선장의 말에 갑판장은 깜짝 놀라며 질색했다.

 

 “선장님, 예닐곱살 따님까지 있지 않으십니까!?”

 

 “나 말고 저 놈 말이야. 아직 숫총각이잖나. 혹시 아나, 좋은 인연 만들어주면 없던 인정이 생길지.”

 

 “돈 밖에 모르는 놈이 여자까지 알게 되면 더 큰일날겁니다.”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가. 쥐뿔도 없는 자네가 아는 여자마저 없다면 더 큰일 날걸세.”

 

 선장은 갑판장의 아내가 이제 집에서 부술 수 있는 건 그밖에 안 남았다는 농담을 하며 갑판장에게 물 한 잔을 부탁했다. 갑판장은 근처에 있는 선원에게 물을 명령하며 선장의 농담을 받아칠 말을 생각했다. 그 때였다.

 

 쾅! 굉음과 함께 원인 모를 충격이 정신을 때렸다. 어지러운 시야를 간신히 붙잡고서야 갑판장은 불현 듯 닥친 충격이 포탄이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뒤이은 포탄이 연달아 선박을 때렸다. 선원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해적이다!”

 

 감시탑에서도 그제야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웅크린 채 포탄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고갤 돌려보니 저 멀리 검은 색 깃발의 선박이 보였다. 이름 모를 해적선이 <티파데 아비움>호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갑판장은 몸을 낮춘 선장을 보호하며 왼쪽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들었다.

 

 “키를 잡아! 좌현! 좌현으로 틀어라!”

 

 그는 선미에 있는 선원이 들리도록 고함을 지르며 손에 쥔 브로드 소드의 감각을 익혔다. 내심 이 검만은 빼앗기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선원들은 갑판장의 명령을 복창하며 전투 준비에 나섰다.

 

 <티파데 아비움>호는 전형적인 교역선이었기 때문에 포를 따로 두지 않았다. 포문을 모두 닫아 적재를 최대한으로 늘리기 좋은 창고로 개조했고 갑판에도 별도의 포를 마련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선미에라도 포 하나를 두고 견제 사격을 하며 도주하는 게 이런 상황을 대비한 방법이 될 수 있었겠지만, <티파데 아비움>호는 귀금속을 운반하는 교역선으로써 귀금속을 하나라도 더 실을 욕심으로 최소한의 포도 재적하지 않고 선미 포마저 두지 않았다. 그저 사격 받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뱃머리를 돌리고 무작정 도주할 뿐이었다.

 

 ‘그마저도 금방 따라잡히고 말겠지.’

 

 선박 주변으로 떨어지는 포탄에 파도가 일었다. 갑판장은 심하게 흔들리는 선박에서 균형을 잡으며 선장을 선장실로 안내했다. 그를 안으로 들인 후에야 제대로 인원을 정렬할 수 있었다.

 

 선원들을 보던 갑판장은 암담한 한숨을 삼켰다. 잔뼈가 굵었다 뿐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상인이었다. 항해에 도움이 되고 검을 들 수는 있어도 해상전투에 조예가 깊은 이들은 결코 아니었다.

 

 갑판장은 내키지 않았지만 뒤에 쫓아오는 해적선이 대상회 <스드로니카>와 교류가 있는 집단이길 바랐다. <스드로니카> 상회와 상납 관계를 유지하는 해적 무리라면 일정 금액의 조공만 있으면 풀려날 수도 있을 터였다.

 

 마른 침을 삼키던 갑판장은 어느새 자기 발밑까지 와서 팔딱대는 물고기를 내려다봤다. 포탄의 충격으로 갑판까지 날아온 물고기였다. 가다랑어였다.

 

 아무리 크기가 작을 걸 감안해도 참다랑어와 가다랑어 구분도 못하다니. 어이가 없을 만도 했지만 지금 상황에 실소가 새진 않았다.

 

 오히려 헷갈릴 수도 있지 하며 마음에도 없는 이해심이 일었다. 아무리 배 위에 사는 뱃사람이라 한들 저 멀리 햇빛에 반사되는 내파를 가르며 헤엄치는 다랑어 종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사실 알아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모자란 놈들이라 욕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따분한 일상에 찌들어 있다가 발견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싶다가, 이젠 또 그게 무슨 상관이랴 싶었다. 한 가지 상관이 있다면 그럼 대체 여기는 어디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는 해역의 위치를 짐작해보려다 곧 포기했다. 그러고는 선장이 했던 말에 동의했다. 이젠 그도 한눈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관측기구가 있다면 화물의 절반을 내놓을 용의가 있었다. 제발 그런 기회가 있기를 바랐다. 이대로 가다간 아무 대가 없이 선박 째로 빼앗길 테니.

 

 갑판장은 맹렬히 거릴 좁혀오는 해적선을 보며 오늘 저녁을 기대했다. 조금 전 얘기했던 저녁들과는 다른 의미로 오늘 저녁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송어와 갑오징어, 보리빵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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