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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별이 지다
작가 : 올서리
작품등록일 : 2021.12.13

언제부턴가 세상에 닥친 기후의 변화, 환경파괴, 그리고 인간성의 상실 등의 현상이 우리와 가까운 어느 별의 움직임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연호는 그 별의 흔적을 쫓아 어떻게든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한다. 초신성과 고래, 오로라, 그리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

 
#1. 속삭임 (1)
작성일 : 21-12-13 21:16     조회 : 480     추천 : 3     분량 : 4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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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둠이 짙게 내린 골목길에서 길을 잃은 연호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몹시 당황하며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20년이 넘도록 살아온 이곳이 너무나도 낯설게만 느껴졌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 전혀 감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어떤 길을 가도, 어느 모퉁이를 돌아도 아는 곳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미로에 갇혀 출구를 찾지 못하는 실험쥐와도 같은 처지였다. 미치도록 벗어나고 싶었다. 달리고 또 달렸다. 아무리 달려도 익숙한 거리는 찾을 수가 없었다. 숨이 가빠오고, 땀은 비 오듯 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연호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위안이 되어줄, 아니 두려움을 잊게 해줄 그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때 어느 막다른 골목 안쪽, 어두운 곳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호야!”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들려오는 그 목소리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연호는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에 앞뒤 잴 것도 없이 소리가 들리는 골목 안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손에 닿을 듯, 닿을 듯,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골목 안쪽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보였는데도, 달려갈수록 그 끝은 점점 더 멀어지기만 했다. 아버지는 골목 끝에 그대로 서 있었지만, 그래서 죽을힘을 다해 달렸지만, 연호는 끝내 아버지에게로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문득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연호는 자신이 얼마만큼을 달렸는지 돌아보았다. 달린 거리는 불과 몇 미터도 채 되지 않아보였다.

 

  “미쳐버리겠네!”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고 다리도 풀려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때였다. 허리를 굽히고 손을 무릎에 의지한 채 숨을 헐떡거리는 연호의 귀에 어떤 소리가 들렸다.

 

  “그르릉.....”

 

 언뜻 짐승의 거친 숨소리처럼 들렸지만, 그것은 짐승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흉측한 몰골의 생명체였다.

 

  “연호야!”

 

 다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이번엔 연호의 뒤쪽에서 부르는 소리였다. 아버지는 빨리 골목을 빠져나오라며 손짓했다.

 

  “어서 이쪽으로 나와, 연호야. 얼른 도망가!”』

 

 

  잠에서 깬 연호는 잠시 주춤하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물건, 냄새, 이곳은 자신의 방이 분명했다.

 

  “하, 또 꿈이었어.”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 끈적였고, 베개 또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또 악몽을 꾸었다. 이것은 도저히 익숙해 질 수가 없는 것이었다. 요 며칠 동안 계속해서 가족들, 특히 아버지와 연민이가 꿈에 나타났다. 자신이 곤경에 처하는 꿈은 그나마 짜증 한 번 내고 지나칠 수 있었지만, 가족들이 아프거나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상황은 아무리 꿈속이라도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런 꿈은 오래도록 남아 두고두고 그를 괴롭혔다.

 

  ‘담배라도 다시 피울까?’

 

 요즘 따라 군을 제대하면서 어렵게 끊었던 담배가 다시 어른거렸다. 그렇다고 다시 입에 댈 생각은 없었다. 그저 뭐라도 해서 덜어낼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뿐이었다.

  끈끈한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연호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침대 바로 옆 탁자위에 놓인 노트북이 열려있었다. 잠들지 않으려고 늦도록 영화를 본 기억까지만 머릿속에 남아 있을 뿐, 언제 잠들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연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샤워를 했다. 몸은 조금 상쾌해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무거워지기만 했다. 방으로 돌아온 그는 일단 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창문부터 활짝 열었다. 요즘 같은 때에 신선한 공기 따위는 기대도 안했지만, 집안 곳곳에 놓여있는 화분의 꽃향기와 건조한 흙냄새들이 방안의 땀 냄새와 섞여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진짜! 이래서 2층에 화분 놓지 말라니까. 으이그, 연민이 이 녀석 때문에 뭐야 이게. 아, 이 쾌쾌한 냄새. 뭐 새벽인데 신선한 느낌이라고는 도대체가 없으니.....’

 

 신선한 공기, 맑은 하늘. 이제는 방송에서도 듣기 힘든 말들이었다. 그것은 일시적인 황사나 미세먼지 탓이 아니었다. 땅위에 발부치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이 느끼고 있는 기후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었다. 숨조차 맘대로 쉴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은 사람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그들의 내면도 쩍쩍 갈라진 땅처럼 메마르게 만들고 있었다. 다들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올여름, 다 떠내려가도 좋을 만큼 충분한 비가 내리기를.

  사람들은 모두 올 여름이 일찍 찾아왔다며 꿀맛 같은 단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을 다 녹여버릴 것만 같은 강렬한 햇볕만이 내리쬘 뿐, 올해도 여전히 비가 내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예년보다 이른 더위 탓에 가뭄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아직은 늦은 봄, 이른 여름이라 낮엔 더워도 새벽에는 쌀쌀한 기운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연호는 익숙한 새벽의 기운으로 간밤의 악몽을 씻어내고 싶었다. 혹시라도 새벽을 지배하는 정령이 있다면, 그 무엇도 자신을 지배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고 싶었다.

 

 

  요즘 들어 꿈이든, 뭐든 잠을 설치는 날이 부쩍 많아진 연호는 밤마다 잠자리에 드는 것이 두렵기만 했다. 꿈을 꾼 다음날이면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간밤의 잔상 때문에 온종일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반복되는 악몽은 일상을 뒤집고 있었다. 눈을 뜰 때마다 주변을 살피며 이곳이 어디인지 확인해야만 하는 날들이 쌓이면서 피로는 이제 연호와 한 몸처럼 붙어 떼어낼 수가 없었다. 사춘기를 벗어날 쯤부터 숙면을 취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을 겪어온 연호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악몽은 성인이 되어 직장을 다니는 지금 그야말로 악몽처럼 더 그를 괴롭혔다. 가뜩이나 주말도 없이 이어지는 강의 때문에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판인데, 꿈에 시달리고 난 다음날이면 서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피곤했고, 어김없이 밀려오는 두통과 졸음에 맞서 하루를 힘겹게 버텨내야만했다. 피곤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종일 뒤숭숭한 기분으로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어떻게든 빨리 수습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런 날들이 계속 쌓이면서 마음잡고 한 번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그간의 결심들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곤 했다. 강의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싶었지만, 가족들의 반대를 뿌리치면서까지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그만두고 강사라는 직업을 택한 것은 전적으로 연호 자신이었기 때문에, 쉽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강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거나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어른들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나았을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공대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연호는 규칙적이고 수직적인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고, 회식이다 뭐다 해서 밤마다 어울려 다니는 꼴도 지긋지긋했다.

 

  ‘이런 열정으로 차라리 일들이나 더 열심히 하던가! 일의 연장은 무슨, 개뿔.’

 

 그놈의 회의니 뭐니 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모이라는 것도 보통 귀찮은 게 아니었다. 왜 이렇게들 매일같이 모여서 억지로라도 의견을 내라는 건지, 좀 가만히 두면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을 텐데. 연호는 여럿이 있으면 일단 입을 닫는 성격이었다. 태생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단체생활이 맞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2년 정도를 버티며 다닌 직장에서 이제나 저제나 언제든 때려 칠 구실만을 찾고 있던 연호에게 마침 거절할 수 없는 솔깃한 제안이 들어온 것은 어느 명절 때 사촌형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고모의 아들인 그는 당시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공대를 나온 연호에게 수학이나 과학강사를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갑작스럽게 제안을 했고, 그것은 마치 어둠 속의 한줄기 빛처럼 그에게 구원으로 다가왔다. 그 달콤한 유혹은 전혀 앞뒤를 잴만한 일이 아니었다.

  사촌형의 도움으로 마침내 수학을 가르치게 된 연호는 잠도 깨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야하는 것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뻤다. 학원가도 예전 같지 않게 힘들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제 막 걸음을 뗀 연호에게는 주변의 그런 말들이 귀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처음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르치는 것에 대한 나름의 흥미를 느끼기도 했다. 열심히 강의를 준비하고, 목이 쉬도록 가르친 학생들이 실력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보람을 느꼈다. 일반적인 직장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초보강사라는 딱지를 뗀 후부터는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직장의 동료나 상사들이 아닌, 어린 학생들을 상대한다는 것이 연호에게는 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어딜 가나 일보다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이 더 힘들었던 그에게는 정말 다행스런 일이었다.

  연호는 보통의 직장을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난 이후, 주로 저녁이나 주말에 집중적으로 수업을 했다.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사교성이 떨어지는 그에게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기만 했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친구들과도 만남이 뜸해지다보니 관계는 더 멀어졌고, 연애는 시간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마음조차도 없었다. 누군가를 사귄다는 것은 그저 귀찮은 감정놀음에 불과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작가의 말
 

 연재를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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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 22-01-21 15:51
 
정주행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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