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그녀의 병실에서 나는 그녀와 많은 감정을 오가며 대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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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많이 아파?"
넌지시 그녀에게 물었다.
"뭘 그렇게 걱정해? 죽을정도 아니야! 아직 난 괜찮아"
그녀는 언제나처럼 나에게 미소를 띄웠다.
"그래도...너무 많이 걱정되는걸...너랑 같이 하고싶은일,먹고싶은음식,보고싶은것 너무많아. 아직 널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그녀는 계속 히죽히죽 웃기만했다.
"헤헤...너가 그렇게 슬퍼하고있는걸 보면 왠지 모르게 힘이 난달까? 좀 더 날 위해 슬퍼해줘"
픽 웃음이 나버렸다.
"하...너 정말...지금 널 걱정하고있는 내 입장도 생각해달라구.."
그녀는 끊임없이 미소를 보여줬다. 나는 그 미소에 불안한 마음을 차근차근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어찌보면 이때 나는 정말 아주 작은 희망을 그녀의 미소속에서 찾고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약 정말로 지금보다 더 아파서 네 곁을 떠나게 된다고해도...."
갑자기 심장이 덜컹 가라앉았다. 죽는다고 안했다. if다 if. 그런데 왜 그렇게 불안했을까.
"절대 울지마. 나는 네 곁에 보이지 않아도 쭉 함께할거니까...."
얘가 왜이러나...싶었다. 죽을정도 아니라고 아주 방금전에 얘기한 주제에 곧 죽는다고 어필 팍팍해댄다. 아직 괜찮다고 해놓고 이렇게 사람을 애간장을 태우나?
"지금 울어버릴 것같아...죽는다는 소리는 입밖에 꺼내지도 마. 말이 씨가 된다고 그런 말 함부로 하는거 아니야."
화내버렸다. 그녀가 조금씩 포기하고 있단걸 느낀탓이다.
"헤헤....미안! 그래도 그냥 지금 이렇게 아파서 너랑 하고싶은거,먹고싶은거,보고싶은거 많은데 아무것도 못하니까 하도 답답해서 얘기해봤어."
또 웃어준다. 천사같았다. 그녀가 했던 말들은 전부 잊혀진다. 그저 미소만이 기억될뿐.
"그래...아무튼 이제 시간이 늦었으니까 이제 그만자."
"에?...아직 12시도 안됐는데?"
그녀는 아직 더 얘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오늘은 나 일찍 들어가야해. 밀린 원고 마감해야하니까..."
"하지만....좀 더 얘기하고 가면 안되?"
그녀는 가녀린 손으로 내 손가락을 붙잡았다.
"일찍 자야 아픈 것도 덜해. 빨리 자."
나는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며 얘기했다.
"알았어....그리고 아까 내가 얘기 꼭 기억해야해?"
"으휴....알겠어. 약속."
솔직히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미소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 약속하자.
그녀와 약속한다고 얘기한 후 나는 급하게 오늘자 원고를 쓰기위해 집으로 달려갔다.
새벽까지 계속 글을 써내려갔다. 현대 사회에서 소설작가라는 직업은 정말 힘든거같다고 새삼 느낀다. 만약 내가 이 일 말고 다른 일을 했다면 그녀와 더 같이 있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따르릉"
글을 써내려가던 도중 핸드폰이 울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울부짖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의 사망소식을 받았다.
바로 몇시간전 내 앞에서 천사같은 미소를 띄운 그녀가...
이 일을 계기로 나와 그녀의 이야기.
아니,나와 기억속의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