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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벌레의 혁명
작가 : dddd
작품등록일 : 2021.5.7

 
다 이렇게 살아.
작성일 : 21-05-08 03:33     조회 : 427     추천 : 0     분량 : 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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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수 : 괴이한 모양의 공상의 동물

 내가 본 괴수는 형태가 다양했지만, 끔찍하고 역겹게 생겼다는 점에서는 모두 한결같았다.

 나는 여태껏 사람보다 무서운 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본 순간 생각이 손바닥 뒤집 듯 뒤집혔다.

 '사람보다 끔찍한 것도 있구나.'

 내가 처음 본 괴수는 거대한 검은 산양의 머리를 했고, 강고해보이는 염소의 다리를 가졌으며, 그 입에서는

 여러 개의 촉수가 떼지어 뭉쳐있었는데, 마치 거머리처럼 다른 괴수의 피를 빨았다.

 그 모습은 흡사 옛날 책에서 본 악마같아 보였다.

 나는 그것의 특징을 따 산양의 괴수라 이름지었다.

 다른 괴수의 뼈가 확연히 드러난 것이 피가 모조리 빨린 듯 보였다.

 동시에 잠에 빠진 짐승처럼 몸이 축 늘어진 게 진작에 길거리에서 뒤져버린 마을 사람들을 연상시켰다.

 패자는 비로 인해 젖어있는 풀 위로 버려졌고,

 승자는 이제는 가치가 없을 먹잇감을 아무런 변동없이 내려다 볼뿐이다.

 변화가 없다는 게 오히려 공포감을 들게 했다. 그것이 하는 행동은 무척 자연스러워서, 나도 그렇게 행동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는 그 광경에서 차마 눈을 떼지 못했다.

 비가 온 탓에 내 냄새를 맡지 못했는지, 배가 불러서 어찌되든 상관이 없어졌는지 여하튼 괴수는 한참을 서 있다

 어둠만이 보이는 숲 저 너머로 모습을 감췄다. 내 눈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의 건너뜀 없이 괴수를 새겼다.

 (산양의 괴수가 남기고간 괴수 사체를 한 번, 괴수의 발자취를 따라 숲 너머를 한 번)

 괴수가 하는 행동에 인간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윗분들이 아랫것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죽일 때와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광경을 여러번 목격한 적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았던 건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무참하게살해당한 임산부였다. 분만이 얼마 남지 않은(아이를 벤) 그녀의 배가 꼬챙이 같은 칼에 정통으로 뚫렸다.

 죽음 직전의 고통은 사람의 마지막 절규도 끊는 법이다.한번에 몰려오는 고통으로 여자는 신음도 흘리지 못하였지만,

 남자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서서히 손잡이를 잡은 주먹에 힘을 실었고, 마침내 칼은 그녀를 완전히 관통했다.

 남자는 피 묻은 손으로 옆의 남자에게 말했다.

 "야, 저거 그, 어린이 세트에 나오는 오므라이스 같지 않아? 칼까지 꽂혔으니 더 그럴 듯해 보이네.

 내친 김에 깃발까지 달까? "

 여자의 배는 오므라이스였고, 피가 케첩처럼 그 위에 뿌려져있었으니 그 남자 관점으로는 그렇게 보일만했다.

 남자는 기어코 깃발까지 달아 어린이 세트 완성이었다.

 괴수나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게 괴수의 무서움을 덮었다. 그 때부터 나는 괴수를 몸집만 큰 사람처럼 느껴,

 우습게 여겼다.

 "나는 괴수가 다를 줄 알았어."

 나는 연이에게 미친 여자처럼 중얼거렸다.

 "어딜가나 약한 것이 강한 놈한테 잡아 먹히더라고."

 괴수의 사체를 들여다봤다. 숨을 쉬지 않았다. 내 생각대로 죽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렇게 무섭지가 않더라고."

 그래서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원해서 괴수처리반에 몸 담았다.

 인간을 죽이고 싶어 내가 인간과 다를 바 없는 괴수를 죽이면 조금은 해소감이 들거라 생각했다.

 그 생각은 타당했다.(정확했다.) 몇 십 마리의 괴수를 칼로 찢으면서, 차츰 살해 욕구가 사라졌다.

 괴수처리반은 하루하루를 목숨을 걸고서 싸운다. 괴수의 수는 셀 수 없이 많은데, 적은 숫자로 그것들을 다 죽여야

 하니 말이다. 한 달 급여는 1000쿠르. 몸 팔아서 장사하거나 눈 뗄 세도 없이 일을 해야 겨우 손에 넣을 금액이다.

 이 일을 하면서 돈이 부족해 길거리의 쓰레기나 죽은 지 얼마 안 돼 따뜻한 사람을 먹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나같은 생각으로 들어온 사람은 전무했다. 여기에 들어온 사람들 종류는 두가지였다.

 전자는 형량을 줄일려는 경우와 후자는 괴수에 의해 자신보다 소중한 사람들이 죽은 경우다.

 연이는 확실하게 후자였다. 그 애도 나와 같은 F등급 시민인데, 아버지의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집에서 가출했다가 동생이 괴수의 발에 밟혀 죽었다고 했다. 괴수의 무게에 압박 당해 동생은 형체를 남기지 못했다고.. 자기가 그 날 밤에 나오지만 않았으면 계속 살았을 거라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 해 겨울 연이는 방심을 하다 괴수에게 살해당했다.

 "이제야 동생을 만나겠네요. 걔 저 없이는 잠도 못 자던 애였는데,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겠어요."

 연이가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그래? 들어온 지 얼마 안됐는데, 동생 원수도 못 갚았네."

 연이의 거친 손을 스르륵 풀렀다.

 "괜찮아요. 언니가 죽여줄 거잖아요. 세상에 숨을 쉬는 괴수들 전부 다."

 연이는 힘들었는지 한차례 건너뛰고 말했다.

 "언니가 갈가리 찢겨줄 테니까. 저요. 괴수를 만나기 전까지 아버지 아니 그 새끼 눈치만 보느라

 괴수는 환상의 동물쯤으로 여겼어요. 어리석었던거죠."

 연이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그 날, 동생이 괴수한테 밟혀 죽는데,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했어요. 머리로는 동생하고 도망쳐야하는데,

 하는데, 발이 떨어질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보고만 있었어요. 죽기 전부터 죽는 순간까지

 동생이 죽으니까 생각이 정리되더라고요. 이제 내가 죽겠구나. 발바닥에 불이 날 것처럼 도망쳤어요.

 저 그렇게 빨리 달려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살이 뒤룩뒤룩 찐 괴수여서 절

 쫓아오진 못하더라고요."

 연이는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유언이라 여기고 듣기로 했다.

 "한 두달쯤 지나고 나서 방에서 멍하니 하늘을 보는데, 갑자기'왜 살지'하고 생각이 든 거에요.

 그 생각을 기점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나무의 가지들처럼 뻗어서 서로 뒤엉켜버렸어요.

 왜 난 아무것도 못했지. 내가 그 때 움직였다면 동생을 구하지 않았을까 동생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죽었을까?

 당연하겠지만 한번 든 생각은 멈추지 않더라고요. 멈췄으면 좋았을텐데. 동생의 마지막이 기억 속에 맴도는 거에요.

 불쌍한 내 동생. 살아 생전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 데...

 동생을 놔두고 살아갈 수는 없었어요. 저도 동생과 똑같은 방식으로 죽기로 마음 먹었어요.

 괴수가 많이 나온다는 숲에 무작정 들어갔어요. 밤이여서 괴수가 날 볼수있을까 걱정했는데, 어느샌가

 코 앞에 있더라고요. 이제 죽겠지 한 순간이였어요. 그런데 언니가 나타났어요."

 연이가 나를 바라봤다. 연이의 눈은 녹색 섞인 검은색이었다.

 "언니가 저한테 신처럼 내려온 거에요. 아무도 안 구해줬는데, 언니만이 와줬어요.

 언니를 따라서 여기까지 온 거에요.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비록 괴수를 몇 마리밖에 죽이지는 못했지만,

 언니를 도왔으니까요. "

 그녀가 배에서 나오는 자신의 피를 손에 흠뻑 묻혀서 내 손을 억세게 움켜잡았다.

 그녀의 피가 내 손에도 묻었다.

 "언니. 언니라면 할 수 있어요. 나는 못했지만, 언니라면....언니..라면..."

 손을 움켜잡은 채 연이는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피는 족쇄였고,

 자신을 대신해서 괴수를 죽이라는 그녀의 눈은 명령이었다. 그녀가 바란 게 무엇인지는 알아도,

 내가 감당하기에는 큰 짐이었다. 그녀의 시신은 거두어졌고, 장례는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F등급 인원들이 그렇게 죽었다. 그렇게 알았다. 살아남는 데 필요한 건

 순간의 선택과 운이라는 걸. 복수심이나 능력이 살려주는 게 아니었다.

 난 살아남았다. 온몸에 상처는 가득했지만, 그 정도는 죽은 애들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내가 이곳에 들어온지도 5년이 넘었지만, 빌어먹을 괴수는 여전하다. 이번에 새로 들어올 신입은 좀 오래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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