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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계 방랑기
작가 : 두들
작품등록일 : 2016.9.8

두 세계를 넘나드는 인간이 있다. 그들은 신에게 선택을 받은 자들이며, 목적도 없이 떠돈다 알려져있다.

 
첫 번째 일지 #01
작성일 : 16-09-08 00:51     조회 : 431     추천 : 0     분량 : 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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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자, 상황을 정리해보자. 나는 오늘 초등학교 동창회를 가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일절 새지 않고 그대로 집에 들어와 잠들었다. 물론, 나는 술이 약한 사람도 아니거니와 몽유병을 앓는 것도 아니며 망상가 또한 아니다.

 

 “반가워요, 저는 여신 라데나라고 합니다.”

 “아... 네, 그러십니까.”

 

 즉, 나는 오색찬란한 미지의 공간에 둥둥 떠 있을 이유와 여신을 자처하는 미친 여자와 말 섞을 이유도 없다. 이건 분명히 내가 미쳤거나 꿈일 것이다.

 

 “아, 아프다.”

 

 볼을 꼬집자 통증이 느껴졌다. 아픈 것을 보니까 꿈은 아니고, 아무래도 내가 미친놈인 것 같다.

 

 “당신은 의심이 많은 사람이군요.”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일단 지금 상황도 뭐가 뭔지 하나도...”

 

 삐빅, 한국어입니다.

 

 “인간은 매일 잠을 자지요? 인간이 잠을 자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나요?”

 “잠을 잤다가 다시 눈을 뜨면 아침이 되어있겠죠?”

 

 내가 되묻자 자칭 여신 라데나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헛소리 그만 하고 제대로 대답이나 하라는 뜻 같다.

 

 “아, 잘 생각해보니 모르겠네요. 잠을 자면 어떤 일이 일어나죠?”

 “인간은 잠에 들면 다른 세상으로 가게 됩니다.”

 “그냥 돌아가면 안 될까요? 제가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서요.”

 

 일단 다른 세상 이야기가 나온 시점에서 정신병자 확정이다.

 

 “한가한 거 알고 있으니 가만히 듣기나 하세요.”

 “네.”

 

 세상살이가 힘든 이유는 신이라는 작자가 앞뒤로 꽉 막혀있어 그런 것 같다. 새로운 깨달음 얻어갑니다, 여신님.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은 단 한 번뿐이죠? 미리 체험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아니요, 별로 안 땡기네요.”

 “그럼, 이제 얘기 시작해도 될까요?”

 

 그렇게 물으며 라데나는 내게 미소를 지었다. 과연 여신의 미소는 살인미소다. 진짜 사람 하나 잡게 생...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해요, 여신님.

 

 “당연히 아무나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럼 누가 가능하죠?”

 “당연히 제가 선택한 사람들뿐이죠.”

 

 이런 얘기를 아무에게나 하겠나? 이런 얘기를 나에게 하는 이유는 내가 선택받았다는 뜻일 것이다.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인간은 매우 극소수입니다. 그들은 전부 저에게 선택을 받았죠. 지금의 당신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저와의 대화를 거쳐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선택을 받을 수 있죠?”

 

 솔직히 이해는 안 간다. 나는 그저 아르바이트로 하루 벌어 먹고 살 뿐인 평범한 사람인데 말이다. 백수들만 뽑는 건가?

 

 “저는 인종, 인격, 재산 등 인간이 현세에 지니는 모든 것을 무시하고 매우 평등한 방법으로 사람을 선택하죠.”

 

 모든 것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한 명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배워온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라는 것이었고, 그 다음으로 ‘세상을 평등하지 않다.’라는 가르침이었다. 그녀가 오로지 신이기에 가능한 방법이 있는 것일까?

 

 “제게는 돌림판이 하나 있습니다. 다트를 던져 당첨된 사람을 선택하는 거죠. 물론 다트판에는 잠에 빠져있는 분들만 표시가 됩니다.”

 

 아웃이다, 아웃. 평등은 개뿔이.

 

 “그건 그냥 운 아닌가요? 그저 운이 좋은 사람이 당첨되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운도 실력입니다.”

 

 무슨 헛소리야?

 

 “어쨌든 당신은 이제 새로운 세상으로 가게 될 겁니다. 그곳에서 어떤 사람이 되든지 그것은 순전히 당신의 몫이 되겠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일부러 말 돌린 것 같은데? 맞지?

 

 “네네 어쨌든, 저는 다른 세상에 가서 뭘 하면 되죠?”

 “네?”

 “네?”

 

 왜 물어봤는데 오히려 되묻는 거냐. ‘네?’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아니 아무런 목적도 없이 두 세계를 오갈 수 있도록 해주진 않을 거 아니에요? 뭔가 사명이라든가, 목적이라든가...”

 

 난 신이 고작 재미와 흥미 따위 때문에 이런 복잡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냥 마음대로 살면 돼요.”

 

 아이고, 내 믿음이 깨져버렸네.

 

 “저는 그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당신이 선택받은 다른 사람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든, 극단적으로 말해 세계를 정복하든 저는 당신을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모든 선택은 당신 자신의 몫이니까요.”

 

 뭐 이런 무책임한 신이... 솔직히 말해요. 사칭이죠?

 

 “어째서 제가 이런 일을 하는지 물어보셨죠? 궁금하신가요?”

 “네.”

 

 안 궁금하면 그게 사람이냐?

 

 “이걸 제가 먼저 설명을 안 드렸군요. 잘 들어주세요.”

 “네.”

 

 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두 세계를 넘나들 수 있을 수는 없다. 신이라는 존재는 세상의 조율자이고, 그 행동 하나하나에는 큰 의미가 담겨있다. 때문에 그녀가 돌림판을 사용했다는 것도 거짓일 가능성이 크지만, 신의 말에는 일일이 토를 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관리하는 두 세계는 오랜 세월을 지내왔죠. 비록 생명체가 탄생하기까지는 오래 걸렸지만, ‘세계’ 혹은 ‘차원’이라는 존재가 생겨난 것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이전이었죠.”

 

 즉, 라데나는 생명 탄생 이전부터, 어쩌면 우주가 생겨나기 이전인 태초부터 두 차원을 관리하도록 역할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신이라는 존재가 라데나 하나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딘가에 또 다른 신이 있겠지만, 일단 라데나는 나와 두 차원의 유일한 신일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 두 세계는 각각의 독특한 특성을 이루었습니다. 특성은 곧 개성이고, 이는 두 세계가 서로 운명을 달리하기 때문에 그 개성은 더욱 특별하게 여겨졌습니다. 각각의 차원에 살던 인간들은 자신들의 개성을 끔찍이 아꼈습니다. 당신의 세계에서는 과학으로 발전했지만, 다른 세계는 마법으로 발전한 세계입니다.”

 

 그녀의 말로 추측하건데, 두 세계에 태어난 ‘인간’이라는 종은 서로 다른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세계의 인류가 번개가 떨어진 나무에서 불을 발견했을 때, 다른 세계의 인류는 불가사의한 힘으로 불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두 세계는 과학과 마법 중 한 가지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각자 개성이 굳어진 두 세계는 그대로 멈췄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에게 놀라움을 주는 발전을 이룩한 세계는 없었습니다. 개성이 굳어 발전의 한계에 다다른 겁니다.”

 “어째서 개성이 굳어지면 발전이 멈춘다는 거죠? 지금 저희 세상만 하더라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불과 수십 년 사이에 많은 것을 이룩했고, 더 많은 것을 개척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발전이 멈추었다고 하시는 거죠?”

 

 라데나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턱을 괴었다. 몇 분 뒤, 라데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두 세계는 조금씩 발전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 한계를 잘 알고 있어요. 한 가지만을 고집한 세계의 말로를 저는 몇 번이고 지켜봤지요. 셀 수도 없이 많은 세계의 탄생과 종말을 보면서, 저는 이런 의문에 도달했습니다. ‘어째서 하나의 세계에 두 가지 개성이 혼재되지 않을까?’하는 의문에 말입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현재 인류가 그녀의 첫 인류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이미 수많은 종말을 보았고, 굳어진 개성의 한계에 질려버린 것이다.

 

 “개성은 좋은 겁니다.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개성이 너무 오래 유지되면, 그것은 그들 인류에게 있어서 언제나 당연한 법칙이 되어버리죠. 개성을 개성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저는 그것이 곧 무개성이죠. 무개성으로 변질된 개성은 각각의 세계에 악영향만을 미친다는 겁니다. 때문에 저는 과학이 발전한 당신의 차원의 인간들은 다른 곳으로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을 주려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새로운 개성을 찾아 두 세계가 나아갔으면 하는 바램이지요.”

 

 즉, 그녀는 두 세계의 신으로서 다른 결과를 얻고 싶다는 것이다. 좋게 말하자면 두 세계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매일 같은 결말을 보는 게 시시하니까 좀 제대로 해보라는 뜻이다.

 

 “죽음을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겁니다.”

 “아니요, 사양하겠습니다.”

 

 누가 마음대로 내 생각 읽으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네?”

 

 생각을 읽기 전에 화제를 돌려주는 센스를 가져야 진정한 남자라고 할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헛소리다.

 

 “아까 제가 사는 세계의 사람에게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능력을 주신다고 하셨는데, 어째서 저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죠? 다른 세계의 사람이 이곳에 오는 일은 없습니까?”

 

 내 질문에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당신의 세계에는 판타지에 동경을 가진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마법과 같은 신비로운 것들은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것에서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즉, 그에 관련된 어떤 것들을 보더라도 놀라지 않을 수 있죠. 문화적인 충격이 없이 다른 세계에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해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볼까요? 다른 세상의 사람들은 오로지 마법만으로 살아왔어요. 그들에게 과학이라는 것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죠. 그들은 당신들에 비해 상당한 부분에서 충격을 받게 될 거에요. 그래서 저는 당신의 세계의 사람들만 선택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과연 납득이 간다. 마법이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과학을 접한다면 자신의 근본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며, 반대로 반사회적인 성향을 품게 되어 도리어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가 만약 새로운 세상에 간다면, 저는 뭘 해야만 하죠?”

 “여행을 하세요.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고, 또 마법도 배워보세요. 제가 당신에게 드리는 모든 능력은 두 세계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그 말은... 차원을 이동하는 것 말고 다른 능력을 주시겠다는 건가요?”

 

 라데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잖아요? 다른 세계는 당신이 살면서 접해온 판타지 세계와 매우 흡사해요. 그곳에서 그저 집을 오가는 능력만 준다면? 아마, 길게 살지는 못하겠죠. 저는 죽더라도 최소한 당신의 진정한 땅에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흥분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다. 새로운 세상으로 간다는 것은 지루하게 학업에 매달렸던 나에 대한 보상이고, 마법에 비견될 능력은 내 원래 세상에서 돈을 벌 유용한 수단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굉장히 속물이군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일하기도 싫어하면서 돈을 벌 궁리부터 하는 사람은 또 오랜만이네요. 뭐, 나쁘지 않아요. 당신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라데나는 내게 날아와 내 눈에 그녀 자신의 손을 덮었다.

 

 “눈을 감아요. 그리고 상상해보세요.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당신을요.”

 

 눈을 감은 나는 그렇게 속삭이는 라데나의 말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눈을 뜨면 당신은 새로운 삶을 얻게 될 거에요. 저는 항상 당신과 같은 사람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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