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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잉홈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쓸쓸한 삶과 죽음을 대하는 고귀한 삶과 죽음에 대하여.

 
승주
작성일 : 20-09-27 21:04     조회 : 585     추천 : 0     분량 :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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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먼지 냄새와 뒤섞인 서류냄새가 차갑게 느껴졌다. 한 면이 모두 유리창인 사무실의 동쪽에선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왔다. 강한 섬광과 같은 햇살을 실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그 햇살을 따라 사무실의 먼지들이 반짝이며 춤을 추었다. 빛이 밝을수록, 따뜻할수록, 먼지들이 반짝일수록 긴장감은 거대해졌다. 다시 빛을 따라 햇빛을 쏘아봤다. 또각또각 구두 굽 소리가 가까워졌다. 난 시선을 돌렸다.

  “강승주 씨!”

  구두 굽 소리의 주인공이었다.

  “네!”

  나는 놀라 대답했다.

  “앉으세요.”

  그는 사무실 출입문 옆에 있는 낡은 밤색 가죽소파를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음....... 전엔 무슨 일 했어요? 경력이....... 자세히 적혀 있지 않네요.”

  그는 내 쪽으로 오지 않고 소파 맞은편에 놓여있는 책상에 걸터앉으며 내게 질문했다. 그의 작업복 왼쪽 가슴에 ‘사무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

  난 그의 물음에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는 눈을 치켜뜨며 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손에 들려있던 이력서를 다시 살피고는 말했다.

  “이런 일은 해 봤어요?”

  “네? 아....... 아니요....... 아르바이트는 많이 해 봤습니다.”

  난 말했다.

  “무슨 아르바이트?”

  “어........ 주유소....... 세차장....... 또 중고자동차 매매상.......”

  이번엔 제대로 대답하려고 과거의 기억에 집중했다.

  “차 좋아하나 봐요? 죄다 차에 관련된 일들이네?”

  “아, 어....... 어쩌다보니.......”

  난 멋쩍어 두 손을 괜히 비비며 말했다.

  “몸은 튼튼하죠? 어디 아픈 덴 없고? 힘 좀 써야할 텐데....... 괜찮겠어요?”

  그의 말투는 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손발이 차가워지고 숨도 가빴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난 절실했다. 이깟 긴장감 따윈 이겨내야 했다.

  “네! 괜찮습니다. 건강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난 대답했다.

  “흠......... 따라와요!”

  그는 양쪽 입 꼬리를 올려 표정을 한 번 정리하고는 내게 말했다. 난 그를 따라갔다.

  사무실이 있는 2층짜리 건물을 벗어나 주차장을 지나 작업장으로 그는 나를 데려갔다. 물류창고답게 널따란 내부는 상차를 기다리는 물건들로 가득했고 지게차도 오갔다. 반대편엔 물건 포장을 하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무장은 날 그 쪽으로 안내했다.

  “어이, 김 주임! 와봐!”

  사무장은 손짓을 하며 누군가를 불렀다. 아담한 키에 마른 몸의 한 사내가 우릴 향해 다가왔다.

  “여기, 오늘부터 같이 일할 강승주 씨. 일 좀 잘 가르쳐주고 시간 배분하는 거랑 작업장 이것저것 좀 일러 줘요.”

  사무장은 김 주임이라는 그 사내에게 말했다.

  “반가워요!”

  손에 끼고 있던 목장갑 한 쪽을 벗으며 김 주임은 내게 악수를 청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강승주입니다.”

  난 넙죽 그의 손을 잡으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승주씨? 음....... 그래요. 열심히 해봐요.”

  작은 체구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목소리는 굵고 크면서 왠지 모를 신뢰감을 주었다. 그의 멘트에 조금 전까지 덩어리져 있던 나의 긴장감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자, 그럼 수고들 해요.”

  사무장이 내 어깨를 한 번 툭 치며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따라와요......... 야, 원식아!”

  김 주임은 나를 데리고 다시 작업장으로 향했다. 심호흡을 했다. 사무실 냄새보다는 작업장의 쾌쾌함이 오히려 편했다. 천천히 온 몸에 퍼지는 전율과 함께 현실감이 전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삶 속에 던져졌다. 죽는 게 나았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있는 게 나은 건지는 좀 더 지내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운명에 나를 맡겼다. 난 알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아직 아무 깨달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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