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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트웬티 트윈즈
작가 : Terry
작품등록일 : 2020.9.27

화제의 신입생, 만인의 연인, 경영학과 아이돌 좋은 타이틀은 모두 가진 은재. 그런 은재를 짝사랑하지만 말 한 번 걸지 못하는 하은에게 은재의 쌍둥이 형이 데뷔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기왕 맘 놓고 좋아할거면 동기보다는 아이돌이 낫잖아?

 
짝사랑은 힘들어
작성일 : 20-09-27 18:21     조회 : 437     추천 : 0     분량 : 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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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1세기, 케이팝이 제패한 시대. 매 년 수십 개의 그룹과 수백 명이 데뷔하는 그야말로 케이팝 과포화 시대에 하은은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20살 새내기 하은에겐 어느 그룹이 무슨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지 보다 대학교 커뮤니티와 대나무숲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신입생이 더 중요했다.

 

 

  "야, 오늘 술 마시러 오냐?"

  "걔 온대? 나 걔 가면 갈래."

  "걔 오긴 한다는데 선배들이 걜 놔주겠냐. 잘생기고 싹싹한 후배 하나 생겼다고 다들 신났더만."

  "걔가 보통 잘생겼냐. 나 같아도 우리 학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할 듯."

 

 

  하은은 앞자리에 앉은 채리와 정한이 하는 말을 엿듣다가 책상에 고개를 파묻었다가 제 이마를 전공 책에 콩콩 박기 시작했다. 채리와 정한이 그런 하은을 보고 혀를 찼다. 점점 세지는 하은의 자학에 정한이 하은의 이마와 전공 책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정한의 손에 이마를 묻고 하은이 중얼거렸다. 염병 천병 욕지거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야, 강하은. 정신 차려."

  "내가 뭐랬냐. 걔는 그냥 약간 우리 과의 그거지."

  "연예인 그런 거."

  "그래. 내가 왜 사서 고생하냐 했잖아."

 

 

  야- 은재 왔어?

 

 

  일순 중구난방 흘러 나오던 소음이 강의실 앞쪽으로 몰렸다. 일제히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이 부담스럽지도 않은지 눈까지 휘어접으며 웃어 보인다. 은재야, 밥 먹었냐. 야 이따 술 마시러 올 거지? 은재야, 이거 옷 어디 거야? 잘 어울린다.... 끝도 없이 불리는 이름에 괜히 하은은 울컥해져 정한의 손바닥에 제 이마를 꾹 눌렀다. 정한은 전공 책에 세게 눌린 손이 아파 급히 빼내려다 늘어진 하은의 뒤통수가 안쓰러워 다른 손으로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턱 끝에 오는 하은의 단발머리가 축 처진 강아지 귀 같아서 정한은 차마 하은에게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교수님이 들어오실 때까지 그렇게 있었다.

 

 

  최은재. 올해 화제의 신입생. 지금 경영학과 학생들의 대화에 등장하는 '걔'의 9할은 차지하는 애. 그리고 강하은의 첫사랑. 그것도 20년 인생 첫 짝사랑.

 

 

  "나 포기할까?"

  "걔랑 말은 해보고 포기하는 거야?"

  "말 한 번 못하니까 포기하는 거지..."

 

 

  하은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0년 인생에서 나름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다. 첫눈에 반하는 건 판타지지. 로맨스가 아니라. 하은에게 사랑은 그러했다. 진중하고 느리고 농도 짙은 그런 것.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고백을 꽤 여러 번 받아봤지만 하은은 전부 거절했고 하은의 거절 멘트는 항상 똑같았다,

 

  '너 나랑 친해?'

 

  그런 하은의 옆에서 항상 뒤처리를 해주던 게 채리였다. 중학교부터 하은을 알아온 채리는 하은이 사랑을 얼마나 진귀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은 곤란했다. 에둘러 거절할 수도 있는 걸 하은은 항상 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되묻곤 했으니까. 하은에게 거절당한 애들은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결국엔 자존심 상해 말도 안 되는 걸로 뒤에서 하은을 욕하고 다닌다는 걸 채리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얼탄 표정의 남자애에게 대신 미안하다 말하며 뭐가 미안하냐는 하은을 끌고 가야 했다.

 

  '너 그러다 욕먹어. 거절할 거면 미안하다고 하던가. 그게 싫으면 생각 없다고 하던가. 너 나랑 친해가 뭐야 제발 하은아...'

 

  하은은 그런 채리를 항상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사랑을 해. 채리는 그런 하은에 항상 답답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그런 하은의 가치관이 불과 한 달 전 첫 개강 날 최은재를 처음 본 날 산산조각 났다. 첫눈에 반한다는 거. 그게 가능하다는걸. 대학 합격하고 개강 전까지 하와이에 있는 삼촌 집에서 있었던 하은은 개강 전 신입생 오티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단톡방과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최은재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채리가 아이돌 외모가 있다고 난리를 쳐도 하은은 하와이 비치의 정경에 빠져 관광객들이나 먹는다는 맛대가리 없는 코코넛만 주구장창 빨아댔다. 사촌 오빠 션은 그런 하은을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도 비치 위 젤리 가게 앞에 있는 곳에서 파는 게 제일 맛있다며 빨대 박힌 코코넛을 사다 주곤 했다.

 

 

  결국 친구 하나 없이 개강한 하은은 채리만 졸졸 따라다녔다. 채리는 오티에서 친해진 정한을 하은에게 소개해 줬고 먼저 나서는 성격이 아니라 그렇지 낯가리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하은은 30분 만에 정한과 둘도 없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채리는 그런 하은과 정한을 보며 못 말린다는 듯 웃었다. 다른 사람에게 딱히 관심을 두는 성격이 아닌지라 강의실에서 채리와 정한과만 얘기하던 하은은 개총에서 은재를 처음 봤다. 잠시 들릴 데가 있다며 아직 오지 않은 채리와 정한 때문에 하은만 혼자 뻘쭘하게 앉아있었다. 대부분 오티에 참석했던 건지 두루두루 친해 보이는 애들 사이에서 하은은 채리와 정한의 단톡방(셋의 성을 따 최유원이라고 이름 붙였다.)에 우는 모양 이모티콘만 수십 개 보내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에 하은이 채리와 정한인가싶어 고개를 들고 문 쪽을 바라봤다. 문 앞에는 채리와 정한 대신 한 남자애가 서있었는데 하은은 멍하니 그 남자 애를 바라보았다. 늦어서 미안하다며 앞머리를 털며 말하는 남자애에 다들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다들 그 남자애가 자기 테이블에 앉기를 바라는 눈치였지만 결국 큰 목소리로 그 남자애를 부르는 과대 선배의 테이블에 앉았다. 긴 검정 코트를 정리하며 옆 테이블 동기들에게 인사하던 그 모든 동작이 슬로우모션으로 하은의 눈에 박혔다. 뒤늦게 들어온 채리와 정한이 하은의 앞에 앉아 하은의 눈 앞에 손을 흔들어 보일 때까지 하은은 멍하니 검은 코트의 남자 애만 바라봤다.

 

 

  "최은재?"

  "응?"

  "최은재 보고 있는 거 아냐? 저기 검은 코트"

 

 

  이름이 최은재구나.. 중얼거리는 하은에 채리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아이돌 외모 하나 있다고."

  "걔가 쟤야?"

  "응. 너가 지구 반대편에서 몇 달 동안 수영만 할 때 여긴 쟤 때문에 난리가 났다."

 

 

  키득대며 말하는 채리에도 하은은 멍하니 은재 쪽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뭔가 이상했는지 채리가 하은을 불렀다. 채리에게 눈도 돌리지 않고 대충 대답하던 하은에 채리가 고개를 갸웃하자 정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사랑에 빠졌네, 울 하은이."

 

 

  채리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정한을 바라봤다.

 

 

  "강하은이 사랑에 빠져? 오늘 처음 본 애랑? 이름도 모르는 애한테? 네가 쟬 몰라서 쟤가 얼마나..."

  "어..."

  "응?"

  "맞는 것 같아..."

  "뭐가?"

 

 

  사랑에 빠진 거.. 여전히 은재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새빨개진 얼굴로 말하는 하은에 채리가 치킨 뼈를 발라내던 포크를 놓쳤다. 댕- 하며 바닥에 떨어진 포크에 정한이 종업원을 불러 새 포크를 받는 동안 하은도 채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한은 그런 둘이 웃기다는 듯이 바라봤다.

 

 

  "뭐 첫눈에 반하는 게 대수야? 왜들 그래. 저 얼굴이면 나도 반하겠다."

 

 

  정한의 말에 줄곧 진지한 표정을 하던 채리가 큰 소리로 웃었다. 정한만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눈을 찌푸렸다.

 

 

  "하은아, 너 은재랑 친해?"

 

 

  채리가 웃다가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짓궂게 묻자 하은이의 얼굴이 귀 끝까지 달아올랐다. 테이블에 그대로 머리를 박으려는 걸 정한이 손으로 하은의 머리를 바쳐주었다. 걱정된다는 듯이 하은을 바라보는 정한에 채리가 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럴 만도 하지. 우리 하은이가 20년 동안 지켜온 사랑의 정의가 쟤 하나 때문에 산산조각 나게 생겼는데."

 

 

  여전히 물음표 가득한 정한의 표정에도 채리는 웃겨 죽겠다며 정한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끅끅 거렸다. 술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진이 빠지는 느낌에 정한은 차라리 술 먹고 죽자며 하은과 채리를 일으켰다.

 

 

  술이 들어가니 기분이 좋은지 좀 전까지만 해도 울상이던 하은이 베실베실 웃어댔다. 동기들과 선배들이 가끔 자리를 옮기며 셋의 테이블에 앉았다 갔다. 채리와 정한은 오티에서 만나고 연락도 몇 번 했던 건지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어 나갔고 앞에 앉은 하은을 소개해 줬다. 붉어진 얼굴로 방긋 거리며 인사하는 하은에 동기들과 선배들이 귀엽다며 다음에 밥 사주겠다며 하은의 번호를 받아 갔다.

 

 

  "나도..."

 

 

  하은이 방금까지만 해도 해맑게 웃다가 갑자기 눈꼬리가 축 처져 중얼거렸다.

 

 

  "나도 은재 번호... 갖고 싶은데..."

 

 

  그 말을 끝으로 하은이 테이블에 엎어졌다.

 

 

 

 

 

  개총 이후로도 몇 번 술자리에 다니면서 다른 동기들과는 꽤 친해졌지만 항상 주변에 사람이 넘쳐나는 은재와는 차마 말 한 번 해보지 못했다. 결국 개강 한 달이 되어 4월의 꽃 피는 캠퍼스에서 하은만 죽을 상이었다.

 

 

  "야, 하은아."

  "왜.."

  "최은재 쌍둥이 형 이번에 아이돌 데뷔한대."

 

 

  그게 나랑 뭔 상관이냐는 듯 얼굴을 찌푸리는 하은에 채리가 개구지게 웃었다.

 

 

  "너 어차피 최은재 얼굴 때문에 좋아하는 거잖아."

  "그런 거 아니거든? 내가 무슨 얼빠냐?"

  "솔직히 맞잖아. 아니면 말도 한 번 안 해본 애를 한 달 넘게 왜 좋아하는데?"

 

 

  틀린 말 하나 없는 채리의 말에 하은이 입을 꾹 다물자 정한이 옆에서 피식 웃었다.

 

 

  "똑같이 생겼던데. 한 번 찾아봐. 얼굴 좋아할 거면 일반인보다 연예인이 낫잖아?"

  "그래. 너 최은재 사진 찍어서 저장하고 다닐 거야? 그거 범죄야."

  "근데 연예인이면 다르지. 심지어 걔네는 얼굴 박힌 굿즈까지 나오는데."

  "이제 너도 스무살 봄 캠퍼스 좀 즐겨라."

  "뭐 내가 걔네 형 좋아한다 해도 내 옆에 있는 것도 아닌데.."

  "원래 최애는 마음 한편에 담아둬도 옆에 있는 것같고 그런거지 뭐."

  "...이름이 뭔데."

 

 

  최은규. 채리와 정한이 아이처럼 웃으며 동시에 외쳤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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