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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남자는 신스틸러
작가 : 조윤서
작품등록일 : 2020.9.15

징계 먹은 강력계 여형사 송백설과 영화판의 신스틸러이자 호텔 상속자인 차도현의 수상한 연애.

 
1. 다시 만난 신스틸러 차도현
작성일 : 20-09-15 23:48     조회 : 432     추천 : 0     분량 : 7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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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었나……?’

 한 발자국 다가서니 살집이 좀 있는 몸에 둥근 얼굴의 남자였다. 얼핏 본 왼쪽 얼굴로 와인 빛 액체가 몽글몽글 흐르고 있었다.

 “어후, 피!”

 조용히 움직여 쓰러진 남자 바로 앞까지 왔다.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니 비릿한 피 냄새가 확 풍겨왔다. 숨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살짝 떨리는 내 손이 막 남자의 코끝에 닿으려는 찰나였다. 귀를 의심케 하는 낮은 목 울림이 불시에 귓구멍을 뚫고 쳐들어왔다.

 “……송백설 경사?”

 아, 이런 짬뽕! 기분이 단번에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침을 느낀다……. 이 어두컴컴한 사건 현장과는 물과 기름처럼 완벽히 섞이지 않는, 게다가 낯익기까지 한 저 목소리란!

 고개를 스르륵 돌린 난 오만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뭐야, 당신이 여기 왜……!”

 남자를 쳐다보는 내 오른쪽 눈썹 끝이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차도현. 3일 전 자신의 인생에 불쑥 뛰어든 정체불명의 시커먼 개새, 아니 개 잘 생긴 남자였다. 불과 20분 전만 해도 다시 만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 산에 올라오지 말았어야 했나. 수상하기 짝이 없는 저 남자와의 흑역사 만큼이나 어두운 산기슭에 발을 디딘 건 내 실수였는지 모른다.

 아, 애초에 그 말도 안 되는 미션 제의를 수락하는 게 아니었다. 뱀처럼 꼬부라진 밤의 산길을 올라오면서 느꼈던 시커먼 직감이 딱 들어맞은 게지.

 20분 전쯤의 상황은 이러했다.

 해가 저문 산기슭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포장도로긴 했으나 굴곡이 심한 좁은 곡선형 외길이 4킬로미터 가까이 이어졌다.

 끼이익-. 끼이이익-.

 낡은 해치백 차량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산길에서 유난히 크게 들렸다. 조금 열어둔 차창 밖에서 밤바람이 쏴아 들어오자 볼에 난 잔털이 일제히 중력에 항거해 일어섰다.

 짙은 담청색 야상 점퍼를 입은 난 운전석 쪽 창문을 올리며 수상한 시선을 전방에 던졌다.

 “뭔가 느낌이 쎄 하단 말이지.”

 라이트를 2단으로 올리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랬다간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공을 칠 우려가 있다.

 미등만 켠 낡은 차가 언덕길을 올라가느라 연거푸 앓는 소리를 냈다.

 끄이이익. 끄어어억.

 입술 사이로 자조 섞인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바꿀 때가 한참 지났어……. 나도 안다구. 문짝 붙어있는 것만도 다행이지 뭐.”

 써치라이트의 미약한 불빛에 의지해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차바퀴가 왼편의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운전했다.

 “90도로 꺾였다는 갈림길이 곧 나와야 하는데. 우어어아악……!”

 시커먼 물체가 피할 사이도 없이 불쑥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끼이이이익!

 반사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고 고개를 쳐드니, 나무 밑 어두운 곳에서 덩치가 황소만 한 들개가 떡 버티고 서서 날 노려보고 있었다.

 마침 길 오른쪽으로 난 작은 전원주택 앞 진입로에 주차된 차에서 주민인 듯한 사람이 황급히 내렸다. 큰 개를 보고 놀랐는지 그 사람도 몸을 경직시키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카앙! 캉! 카캉!

 어둠을 가르는 동물의 포효는 소름 끼치는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난 화가 치밀어 차 앞 유리로 얼굴을 들이밀며 다그쳤다.

 “야이, 개쉐! 간 떨어질 뻔했잖아!”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서 있던 참이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참사는 면한 놈의 날렵한 종아리를 보니 욕설이 저절로 나왔다. 쓰벌!

 “거기, 괜찮으세요?”

 “…….”

 이 밤중에 무슨 볼일인가 싶었는지 한동안 나를 주시하던 마을사람은 대답도 없이 울타리 너머로 들어가고, 들개는 샛길로 도망가 버렸다.

 “제길! 정말 가지가지 한다. 도대체 무슨 동창회를 이런 산속에서 한다는 거야? 그 아줌마 말, 순 뻥 아냐?”

 의뢰인의 정보에 의하면 오늘 밤 9시, 충북 단양 양백산 꼭대기 부근의 모처에서 남편의 중학교 동창회가 열린다고 했다. 개교기념일에 딱 맞춘 이색 동창회라나 뭐라나.

 회원 중 한 명의 이혼 축하파티도 겸한다고 했었지.

 하여간 있는 사람들은 어쨌든 튀고 싶은가 보다.

 그 문제의 동창회에서 남편이 누굴 만나는지 낱낱이 알아오라는 게 성북동 부자 사모님이 준 미션이었다.

 [흥! 동창회에 남자만 오겠냐고? 요즘 어디서 전화만 오면 화들짝 놀라는 폼이 이 인간 또 여자 생긴 게 분명하다구요!]

 말하자면 일종의 파파라치. 목적지를 찾아 핸들을 꺾으며 생각했다.

 ‘원래 이런 류의 지질한 사건은 급에 맞지도 않고, 그나마 얼마 남지도 않은 내 품격만 떨어뜨릴 뿐이지만 난 오케이하지 않을 수 없었지.’

 일단 의뢰인이 몇 다리 건너서 엄마 이영희 여사와 아는 사이였던 것이다. 둘째, 목돈이라곤 만져볼 일이 없는 직업을 가진 내겐 분수에 넘치도록 비싼 대가가 예정돼 있었다.

 어쩌면 법규 위반일 것이다. 그거야 걸렸을 때의 일이지만.

 삐까번쩍 폼 나는 중고차 한 대! 딱 석 달 타서 거의 새 거나 다름없는. 머릿속으로 엊그제 성북동 부잣집 차고에서 보았던 SUV 차량의 믿음직한 차체가 떠올랐다. 하필 내 취향을 백퍼센트 저격한 짙은 파란색이었다. 그 점이 미치도록 마음에 들었다.

 “빨간 차였음 이 알바 안 맡았다. 진짜다.”

 잠시 후.

 “저기 있네, 오른쪽에 송전탑!”

 전방 150미터쯤에 갈림길이 있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얼마 못 간 지점에 불빛이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단숨에 올라왔다.

 오른쪽으로 난 좁은 샛길은 차량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이는 아니었다. 비포장도로 가장자리에 바짝 붙여 주차한 후 차에서 내렸다.

 불빛이 새나가지 않도록 신중한 동작으로 점퍼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지도를 살펴보았다.

 “좋아! 제대로 찾아왔어.”

 차 문을 잠그려다가 조수석 쪽 문을 열고 배낭에서 신분증과 가스총을 꺼내 야상 점퍼 주머니에 숨겼다. 가스총을 내려다보니 저도 모르게 짧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경사 송백설! 늬가 지금 여기서 알바나 뛸 타이밍이냐고.”

 대답도 스스로 했다.

 “응. 징계 먹은 경찰도 입에 풀칠은 해야 하잖아. 집에 빚이 얼마냐고.”

 그렇다, 난 징계 먹은 경찰이다. 백수로 지낸 지 오늘로 사흘째. 내가 평소에도 그다지 모범적인 경찰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시니컬하게 떠올리며 휙 몸을 돌렸다.

 휘히히후, 끼이이후, 휘히히후 하는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왔다. 샛길에 진입하자 길게 자란 야생의 풀들이 아귀의 손처럼 연거푸 발목을 잡아당겼다.

 “어우씨, 갑자기 분위기 납량특집?”

 이쯤 되면 하얀 소복 입은 여자가 머리 풀고 튀어나와야 하는 타이밍인가. 밤안개 때문에 어스름한 불빛은 점차 커지고 있었다.

 ‘저런 데 웬 창고지. 보아하니 딱 사이비 각인데. 말이 동창회지 이단 종교단체의 철야기도회 그런 거 아냐? …니미! 혹시 억대 도박판?’

 가보면 알겠지. 드디어 눈앞에 창고가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2시 방향, 약간 경사가 있는 언덕 위에 시멘트로 벽을 바른 작은 창고가 있었다. 통나무를 이어붙인 지붕은 오래되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추레하기 짝이 없었다.

 음산한 기운이 주변을 압도하는 곳이었다.

 “참 취향도 특이하셔들. 저런 데서 무슨 파티를 하겠다고.”

 주위를 경계하며 낮은 포복으로 건물 정면으로 다가갔다. 출입문에 살짝 귀를 대보았으나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보니 오후 8시 55분.

 ‘파티라더니 벌써 끝난 거…?’

 건물 우측에 비싼 외제차 한 대가 서있는 걸로 보아 완전히 끝난 건 아닌 모양이다.

 허름한 건물임에도 뜻밖에 문은 부드럽게 열렸다. 천정에 매달아 놓은 백열등은 꺼진 상태. 멀리서 보이던 불빛은 창고가 아닌 바로 옆 전봇대에서 흘러나온 거였나.

 ‘기분 참 거지같네.’

 어쩐지 곧 불쾌한 일과 마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점퍼에서 가스총을 꺼내 손아귀에 꼭 쥐었다.

 ‘아무래도 적중할 것 같아. 동창회가 아니라 범죄 현장의 삘.’

 각종 농기구며 거적때기 같은 것들이 잔뜩 쌓여있는 입구를 지나 시멘트로 된 칸막이벽을 돌았다.

 “엇……!”

 아무렴, 내 삘은 틀린 적이 없었다. 짚더미가 쌓인 바닥에 누군가 옆으로 누운 채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엔 어이없게도 그 문제적 남자가 있었다! 양 손바닥이 벌겋게 피로 물든 채 내 눈앞에 딱 버티고 서서.

 “송백설 경사가 여길 어떻게?”

 어디서 감히 내 이름을 입에 올려! 저 남자가 왜 손에 피칠갑을 한 채 여기 있는진 중요하지 않았다. 난 잽싸게 가스총을 꺼내들고 놈을 향해 외쳤다. 희번덕거리는 경찰의 눈깔과 간지 나는 폼으로.

 “손 들엇!”

 

 ***

 

 3일 전.

 경기도 양평 깊은 산속에 위치한 영화촬영장. 사방이 칠흑처럼 컴컴한 가운데 높은 조명기구만이 한두 군데 불을 밝히고 있다.

 “훔쳐간 불상을 찾으러 왔소만.”

 섣달 계곡물처럼 차고도 맑은 목소리였다. 흑의에 흑립을 쓰고 어깨에 긴 화살통을 맨 남자였다.

 184cm는 되어 보이는 큰 키에 넓은 어깨를 가졌고, 맑고 투명한 외꺼풀 눈, 콧방울이 보기 좋은 오똑한 코, 단정하지만 끝이 살짝 올라간 육감적인 입술의 소유자다.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가 냅다 튀어나왔다.

 “좌, 좌상이 보냈느냐? 아니면 병판이?”

 “좌상이든 병판이든 내 알 바 아니요. 엽전 앞에 명분은 없소이다.”

 그의 왼쪽 옆구리에서 청룡 문양의 칼자루가 달린 운검이 달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일종의 신호였다. 놈들이 일시에 달려들었다.

 쉬이익! 챙! 처억!

 한동안 날카로운 금속의 떨림이 밤의 정적을 갈라놓았다. 놀란 수리부엉이들이 둥지를 떠나느라 부스럭거리는 소리만이 을씨년스러웠다.

 이제 남은 놈은 단 한 명뿐.

 커다란 느티나무 둥치에 숨어있던 놈이 얼굴을 쳐들었다. 옆구리에 제법 커다란 보따리를 끼고 쩔쩔 매고 있는 폼이라니.

 그 꼬락서니를 지켜보던 복면의 사내가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여긴 몸을 숨기기엔 너무 협소하지 않소?”

 그리곤 칼끝으로 놈의 손에 든 보따리를 가리켰다. 금불의 머리 부분이 삐죽 나와 있다.

 “탐심이 지나치면 명줄이 끊어진다고 일찍이 이 분이 말씀하셨는데. 양반이면서 그것도 모른단 말이오, 나도 아는 것을. 대제학 박겸직의 아들 박연수!”

 “어, 어떻게 알았느냐? 내 의복을 바꿔 입은 것을….”

 “그대가 방금 내게 알려주지 않았소? 죽는 순간까지도 탐심을 놓지 못하는 부패한 양반의 모습 말이오.”

 한 걸음 다가서자 박연수의 어깨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고, 싸늘한 목소리가 흑립 아래에서 흘러나왔다.

 “그간 나랏돈 빼돌리는 양반으로 살아서 좋았소?”

 “사, 살려주면 니 놈이 평생 구경도 못할 엽전을 주겠다! 아니, 금괴! 금괴를 주겠다!”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다음 세상에선 저잣거리에 태어나 보시오. 구경할 게 많아서 매일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흑립 아래로 흘러나온 머리카락이 휭 하니 흩날렸다. 살수의 오른손이 높이 올라갔다.

 “으아아악!”

 모니터를 보고 있던 나 감독이 소리쳤다.

 “컷!”

 감독은 함박 웃으며 양 손의 엄지를 쌍으로 치켜세웠다.

 “좋았어! 역시 신스틸러 차도현! 이렇게 찍는 족족 예술인데 어떻게 안 부를 수가 있겠어? 자, 이제 휴식!”

 조감독이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까요! 저 조각 같은 얼굴은 어떤 영화에 박아놔도 어색하지가 않다니까요. 좀 튈 법도 한데, 참 신기한 마스크란 말이죠….”

 “신비주의자기도 하지.”

 복면을 벗어 손에 든 도현이 나 감독 쪽으로 걸어왔다.

 “모니터 좀 볼까요, 감독님?”

 “보나마나야. 나 하마터면 화날 뻔했잖아! 도현 씨가 주변에 널어둔 내 미쟝센 다 작살내 버려서.”

 “과찬이십니다.”

 “칭찬이라고! 어쩜 그렇게 존재감 갑이야, 응? 혹시 밤마다 밀착 연기수업 받는 거?”

 도현은 대답 대신 모니터를 들여다보더니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네요. 이대로 가시는 겁니까?”

 나 감독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이게 최선이야! 뭐가 더 필요해? 여기서 더 가면 괜히 너저분해 진다구. 수고했어, 도현 씨!”

 “다행이네요. 그럼 제 촬영분량은 여기서 끝이로군요.”

 “응, 끝이야. 아쉽지? 그러게 비중 있게 조연 한 번 가자니까.”

 “전 이대로가 좋습니다.”

 감독이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아니, 남들은 안 시켜줘서 난리인데 왜 싫어? 혹시, 통 크게 주연을 노리나? 그런 거야?”

 “후후, 그건 아닙니다. 다음 영화에서 뵙겠습니다. 조감독님도요.”

 고개를 까딱한 그는 어느새 차를 세워둔 진입로를 향해 걸었다.

 부르르릉. 부르릉.

 멀어지는 블랙의 슈퍼카를 보며 나 감독이 부러운 듯 중얼거렸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기껏 단역으로 저런 차 굴릴 수 있어? 없지?”

 함께 그 광경을 바라보던 조감독이 자신 있게 주장했다.

 “재벌 3세가 확실해요! 그렇지 않고서야 포르쉐 스파이더는 그림의 떡이죠. 혹시 일찌감치 가상화폐를…?”

 “아무렴 어때. 독특하고 개성 있는 마스크에, 연기 잘 하지, 매너 있지, 감독 귀찮게 안 하지!”

 “스탭들 편하게시리 분장도 척척 알아서 셀프로 해오고 말입니다.”

 “내 말이! 진짜 가성비 갑인 조연이야. 영화판에 흔치 않은 캐릭터라니까. …어이! 밥차 아직 안 왔나?”

 저만치에 서있던 까까머리 스탭이 기합이 잔뜩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넵, 5분 남았습니다!”

 

 ***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밤바람이 기분 좋게 들어왔다. 도현의 포르쉐 스파이더는 인적이 드문 산길을 지나 막 고속도로에 접어든 참이다.

 휴대폰 벨이 울렸다. 매니저 겸 비서이기도 한 정태였다.

 “응, 나야.”

 -촬영 잘 끝나셨어요? 죄송해요, 갑자기 어머니가 편찮으신 바람에…….

 “딱 한 씬 찍는 걸 가지고 뭘.”

 -그 딱 한 씬이 예술이니까 말입니다. 오늘도 촬영 끝나자마자 도망치는 중이시죠?

 “당연하지.”

 오면서 대충 클렌징티슈로 지웠더니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눈썹 끝에 검정 때가 묻어 있었다.

 -지금부터 박수찬 형사님 만나러 가실 거죠?

 “응.”

 -근데 오늘 박 형사님이 급한 일로 못 가신대요. 대타가 갈 거라고.

 “대타 누구?”

 -이름과 전번은 문자메시지로 보낼게요. 같은 경찰서래요.

 “어느 서랬지?”

 -강북경찰서요. 강력3팀.

 “오케이. 안 막히면 40분 내로 갈 수 있어.”

 전화를 끊은 도현은 카스테레오의 볼륨을 한껏 높였다. 눈앞에 밤의 경춘가도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었다.

 “밟아볼까.”

 촬영이 끝난 후 이렇게 자신의 애마를 몰고 드라이빙 하는 건 그의 은밀한 취미였다.

 가장 은밀한 건 오늘처럼 가끔 영화판에 단역으로 얼굴 내미는 것이었지만.

 신스틸러 차도현.

 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꽤 인지도가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밝혀지지 않는 그의 사적인 신상에 대한 추리도 무성했다.

 당연하다. 그건 매니저 정태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특급 비밀이니까.

 곧바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송백설 경사. 010-8181-○○○○]

 이 메시지가 인생을 바꿔놓을 줄 그때의 도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작가의 말
 

 "일단"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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