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미젤링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오는 길, 디블은 행복함에 취했다. 이렇게 행복한 걸 미뤄왔던 게 억울하다가도 어차피 쭉 같이 있을 걸 생각하니 그다지 억울한 것 같진 않았다.
모순된 생각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찌되었든 지금 그의 곁엔 미젤링이 있고, 앞으로 쭉 함께할 것이며, 떠나지 않을 것이다.
사라진 사랑이 되돌아온 지금, 모든 것이 완벽했다.
"...기분 좋은 일이 있으십니까?"
D 구역의 슬럼가에 들어서자, 안의 목소리가 어둠을 찢고 들려왔다.
"당연하지."
"하긴, 기분 좋으실만 하겠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내가 천사와..."
"천사를 죽이신다니 말이에요."
디블은 그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건가?"
"그것 때문에 기분 좋으신 거 아니었습니까?"
순식간에 기분이 나락으로 추락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 자세히 말해보아라."
"이빌님께서 악마들을 소집하셨습니다. 더 이상 천사들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디블은 순간 골이 아파지는 걸 느꼈다. 이빌 그 새끼가 기어코...
"원하지 않으십니까?"
"내가 그걸 원할 것 같나?"
"원하지 않으실 이유가 없잖습니까."
"원할 이유도 없지."
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바라겠는가.
"...해."
"뭐라 했나?"
"요즘따라 이상해지셨습니다."
"....?"
디블의 눈썹이 올라갔다. 이상해지다니, 뭐가?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대체 뭐ㄱ...."
"왜 악마의 본분을 잊으시냐고 묻는 겁니다."
왜 본인의 지위를 망각하십니까?
"내가 무슨 짓을 했길래."
"모르는 척 하지 마십시오. 얼마 전 지옥에서 버려진 삼지창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디블님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사실이었다. 미젤링한테 착하게 산다고 고백한 이후, 지옥의 도랑에 삼지창을 처박고는 잊어버렸다.
"그래서 내가 내 지위를 망각하고 있다?"
"예."
"그래, 어쩌면 네 말이 사실일 수도 있겠군."
"디블님!"
"잘 듣거라. 난 악마직 따위엔 이제 관심 없다."
안은 디블의 말이 충격적이었다. 지옥에서 힘으로 따지면 2위인데다 지금 악마들이 올라갈 수 있는 최상에 자리에 올라 있다고 어떤 하급 악마한테 들은 듯 했다.
이런 좋은 자리를 왜 마다하는지 안은 이해되지 않았다.
"....그 말, 사실이십니까?"
"내가 너한테까지 거짓을 고한 적이 있었나?"
없었다. 디블은 한번도 자신한테 거짓을 고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행여나 저 말이 사실일까봐. 그래서 돌이킬 수 없을까봐.
"...차라리 거짓을 고해주십시오."
악마직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가 본인 입으로 악마직을 그만둔다 한다. 차라리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게 더 나을 듯 했다.
우상처럼 따르고 섬겼던 이가 하루아침에 그 지위에서 내려온다는 사실을, 안은 부정하고 싶었다.
"차라리 이번엔 거짓이라 말해주십시오."
"...."
"그냥 장난 좀 쳐봤다 얘기해주시란 말입니다."
"...미안하구나."
네게 거짓을 고하기엔 내가 너무 진심이라서.
"내가 방금 뱉은 말엔 거짓이 단 1g도 섞이지가 않아서."
잔인한 사실을 얘기하는 디블의 태도는 굳건했다. 지위를 던져버리려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그 천사 때문이십니까?"
천사가 나타나고 난 뒤, 그렇게 변해버린 거냔 말입니다.
"말해보십시오. 그 천사 때문이란 말입니까?"
"그렇다면?"
그 천사가 날 이렇게 바꿔놓았다 말하면 어찌할 작정이냐.
"...죽여야겠죠."
"안."
"제가 왜 당신을 따르고 섬겼는데요..
"난 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우상이 아닌 걸 잘 알지 않느냐!"
"아뇨! 제 욕망을 빼고서라도 당신은 그 자리에 계셔야 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디블님이 제일 빛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실 거 아닙니까.
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절박했다. 누구보다 빛나는 자신을 따라왔던 애란 걸 알아서 단어 하나하나가 절절하게 가슴에 와 박혔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안."
난 그 천사 없이는 빛나고 싶지 않단다.
"차라리 내 빛을 빼앗아가도 좋으니 같이 있고 싶다."
"...하."
"그러니 이해해다오."
돌고 돌아 겨우 손에 쥔 걸 놓치기는 싫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