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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壬辰倭亂
작가 : 미스테리
작품등록일 : 2020.8.24

임진왜란, 다시는 일어나선 안될 전쟁이지만 현재의 세상은 너무나 그와 닮아 있다.

그리고, 임진왜란 속에서 잘못된 역사날조 밎 왜곡의 잘못도 함게 알리며 극단적으로 치우쳐진 임진왜란의 영웅들과 악역들의 배치 밎 인격을 바로잡는 작품을 발표하기로 한다!!~

 
이반하는 민심
작성일 : 20-08-25 19:41     조회 : 380     추천 : 0     분량 : 4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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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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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그 후, 여러 모로 궁리를 해보지만 역시 김성일의 주장을 믿고 싶었다.

 이 선조처럼 [무사안일을 좋아하는 별로 강하거나 굳세지 못한 성품의 인간] 이란, 대체로 무서운 재앙이 오는 미래보단 별다른 탈이 없는 무사안일한 미래를 믿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런 지나친 안일우선주의를 놀랍게도 엽기적으로 [긍정적인 마음] 으로 오해하길 좋아한다.

 질병이건 전쟁이건 그밖에 어떤 재앙이건, 대체로 이런 성품의 사람들이 나중에 큰 피해를 당하는 것도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나쁜 일은 없기만 바라고, 그 주제에 그걸 막거나 대비하는 데엔 게으른 성품의 사람이라서 갑자기 생길 참변을 막을 준비를 안하기 때문’ 이다.

 국방~ 그것은 바로 국가의 암보험이다. 보험 들었다고 암 걸리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역시 암보험을 들어두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인 이유도 무사안일보단 재앙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사는 준비성을 우선하기 때문이 아니신가?? 선조는 안타깝게도 여느 흔해빠진 속물스런 백성들처럼 이렇게 착각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무서운 미래는 내가 생각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참 엽기적이고 어이없는 발상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선조는 무서운 전쟁은 없을 거라고 믿고 싶었고, 또 그런 끔찍한 일을 상상해내는 통찰력이나 가상능력도 부족한 사람이었다. 원래부터 태어날 때부터 호의호식의 무사안일한 생활로만 살다가 순전히 ‘운만으로 임금이 된 사람’ 이었기 때문이다. 원래가 무사안일한 삶만 살아온 사람들은 그저 근거 없는 평화적 망상을 ‘긍정적인 생각?’ 으로 착각하기 좋아하는 철부지 근성이 강한데, 선조 역시도 그런 사람에 불과했던 탓일까??~

 

 이렇게 해서, 일단 보고한 평가에서도 조선은 별다른 전쟁에 대한 대비를 못한 채로 허송세월로 지나치고 말았다. 지금 그들이 낭비하여 흘려 보내버린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한 순간이었는지, 아직 재앙이 현실로 안 일어난 이 시점에선 임금도 신하들도 그 누구라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리라.

 

 그런데, 이런 선조조차 그래도 어느 정도의 전쟁준비를 하기로 정책을 바꾼 것은 의외의 상황에서 나온 예측불허의 소문에서였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갔다 와서 임금에게 [전쟁이 있을 것 같다] 고 보고한지 불과 두 달이 채 안되어 서울 항간엔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황윤길이 한 보고가 뻥튀기되어 발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막 민간에 퍼져나가 머잖아 일본에서 쳐들어올 거란 이야기로 번져나간 것이었다.

 

 “머잖아 왜놈들이 여기 쳐들어온대. 수십만 군대로.”

 “뭐야?”

 “우리 남정네들은 다 목잘라 죽이고 아녀자들은 모조리 성폭행하고 끌어다 첩으로 삼는대.”

 “아이고, 증말 끔찍하네.”

 “왜국에 갖다 온 첨사 대감이 한 말이야. 틀림없다구.”

 

 사람들은 장안에서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이런 이야기로 날을 지새우는 판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꼭 황윤길이 일본에서 쳐들어온다는 소문을 퍼뜨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조선 내부엔 한 5년여 전부터 일본에서 세작(간첩)들이 잠입하여, 조선 강토 여기저기에 머잖아 일본이 침략해온다는 이야기를 널리 알렸기 때문이었다.

 장사치 등으로 변장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중으로 변장한 그들은, 조선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유언비어를 퍼뜨려 민심을 이반시키고 있었다.

 

 “왜국에서 곧 쳐들어온대.”

 “뭐야?? 이제 다 살았구나.”

 “죽기 전에 얼른 멀리 북쪽 산속으로 들어가야 살 거 아냐?”

 “이미 전쟁이 나면 늦어. 얼른 북쪽으로 피난가자구.”

 “그래. 그러자구. 이젠 더 여기서 못 살겠어.”

 “왜놈들에게 큰 봉변 당하기 전에 얼른 함경도나 평안도 쯤으로 도망가자.”

 

 조선 팔도에서 고루 소문이 퍼지긴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일본의 세작들이 많이 침투한 데다 지리적으로도 일본과 가까워 전쟁나면 자신들이 제일 큰 피해를 입을 거라고 여긴 하삼도(충청전라경상)의 백성들이 이런 소문에 가장 민감했고 온통 난리를 피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고향을 등지고 몰래 북쪽 함경도나 강원도 산속으로 도망치는 하삼도의 백성들은 수도 셀 수 없을 지경으로 많았다. 일본 첩자들은 바로 이런 민심의 이반을 통해 조선을 혼란에 빠뜨리고, 거기에다 조선의 정치와 공무를 마비시키고자 이런 소문을 지어 퍼뜨린 것이다.

 김성일이 [일본에서 쳐들어오지 않는다] 라는 거짓에 가까운 보고를 한 이유도, 이러한 민심이반 사태를 염려하였고, 급작스레 국방태세를 갖추자면 백성들 고통과 부담이 장난아니게 힘들어져 왜란 이전에 반란이 나서 나라가 무너질지도 모르는 사태를 염려했기 때문이다.

 학봉 김성일은 절대로 간신배 성품의 인간이 절대 아니었다.

 여인천하의 배경인 문정왕후 때, 서슬 푸른 여왕(아들이라고 국왕도 막 회초리로 때린)인 그녀에게 선왕 묘를 옮기지 말라고 백두서생의 몸으로 강하게 상소를 올려 끝내 좌절시킨 적도 있고 세조의 후예인 선조에게 즉위 5년만에 ‘사육신의 복권과 그들 자손의 등용을 강력히 주청’ 하여 통과시킨 인물이기도 한 사람이다. 더욱이, 임진란 발발 한 십 년 전쯤에 선조가 자신을 어떤 임금이냐고 신하들에게 물어볼 때 다른 신하들은 모두 요순 같은 성군이라고 아첨만 떨 때에 [전하는 성군일수도 있지만, 걸주 같은 폭군일 수도 있습니다] 라고 홀로 외롭게도 심기를 건드리는 표현을 하여 선조를 노하게도 했던 인물이다.

 이러한 성품을 갖고 있는 김성일이 고작 당파싸움 따위의 자신의 이익을 따져 허위보고를 했을 리는 없다. 역시 위에 나온 것처럼 심각한 민심이반과 정치적 요동을 염려해서였을 건 뻔하다.

 학봉도 틀림없이 왜변이 있을 거라고는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임진란처럼 큰 전쟁규모가 아니라 고작 하삼도 정도만 분탕질 당하는 고려 말 왜구피해 정도로 생각했고 그 정도는 시간이 걸려 그렇지 조선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또, 도요도미가 쳐들어온대도 그것은 준비기한이 많이 걸려 한 십 년 후쯤이나 가능하다고 여겼기에 그 정도 시간이라면 천천히 전쟁준비를 해도 된다고 믿었던 탓이다.

 

 

 이처럼 정사와 부사가 서로 첨예한 보고를 올리고 헤어진 지 불과 하루 뒤…

 유성룡은 일단 김성일을 개인적으로 만나 의중을 물어보기로 하였다.

 

 ‘그 사람이 한낱 당파의 이익을 쫓아 국방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큰 일을 아무렇게나 허위보고를 할 사람이 아닌데…’

 

 학봉 김성일의 사람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는, 어쩌자고 그런 헛소리를 한 것이냐고 한번 물어볼 참이었다.

 그는 술자리를 마련하여 학봉과 나란히 같이 앉아 원인을 알아보았는데…

 

 “학봉,”

 “예. 좌상대감.”

 “내 긴하게 한가지 물어볼 말이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소이까?”

 “예. 뭐든 말씀해 보십시오.”

 “어제 주상전하 앞에 아뢴 말씀 말인데…”

 “아, 이미 그거일 거라고 예측은 했었소이다.”

 “그럼 어떻게 보고 계시오?”

 

 그 질문이 떨어지자, 학봉도 갑자기 아주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변해 비장한 어조로 이처럼 나즉한 음성으로 밝혀준다.

 

 “좌상대감, 암만 보아도 왜국이 우리 조선을 치려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그래요. 김 부사. 음… 그렇다면 이게 보통 문제는 아니겠는데.”

 

 이미 어제 일본에 갖다온 총책임자인 황윤길과 독대하여, 그의 보고와 모든 주장을 들은 유성룡은 이마의 양미간이 크게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암만 봐도 근거 없는 억지는 아닌 게 확실해 보인다.

 한때 이이의 문하이기도 했던 유성룡은, 미구에 큰 전쟁이 있을 거라고 나름대로 예측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일본이란 것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제가 어제 전하께 그렇게 말씀드린 건, 지금 하삼도의 백성들이 크게 요동하고 있기 때문이었소이다~”

 “…”

 

 눈치가 빠르고 세상물정에 밝은 학봉이다. 아무렴 지금 항간에 퍼지고 있는 요언을 모를 리 없다.

 

 “을묘년처럼 왜구들이 쳐들어온다고 지금 전라도나 경상도에선 난리가 났소이다.”

 “나도 그건 아오. 하삼도에서 적잖은 수가 막 함경도나 평안도로 간다면서 도망친다는걸.”

 “제가 여기 한양으로 올라오는 중에서도 많은 백성들이 피난을 가는 걸 봤습니다.”

 “벌써 그런 상황이오?”

 “그러하오이다. 이 판에 저마저 왜국에서 침공해온다고 하면 전국이 요동칠 거 같아 일단은 민심을 진정시키자는 생각에서 그렇게 밝힌 것이오이다.”

 “흠. 하긴 막연한 공포심(현대어론 패닉)으로 백성들은 물론 남녘 바다를 지키는 병사들마저 소집에 불응하고 도주한다던데… 그런 소릴 오늘 병조에서 듣고 왔소.”

 “바로 그겁니다. 그러니 우선은 전쟁이 없다고 해야 하겠기에…”

 “일리는 있는 소리요. 하지만 전쟁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고 안 일어나는 건 아니니 올바른 방비를 해야 할 판이니 사실대로 말해보시오. 여긴 우리 뿐이오. 전쟁이 곧 일어날 거 같소?”

 “네. 아마 늦어도 십년 안에는 확실할 듯 합니다.”

 

 황윤길과 똑 같은 소리였다. 역시 전쟁이 일어난다는 건 확실한 미래의 현실 같다.

 그렇다면 어쨌거나 나라에서도 대비를 철저히 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날의 술자리는 접고, 유성룡과 김성일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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