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빨대를 쪽쪽 빨고 있는 하늘에게 민아가 다가왔다.
“그래서, 그 크리에이터란 직업은 마음에 안 들어?”
거의 반강제적으로 교실 밖으로 나갔던 민아는 정말로 세수하고 와서, 지금은 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계속 시야를 방해했기에 아예 머리를 올려버렸다.
그럼에도 민아는 딱히 하늘을 탓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아이란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아의 질문에 하늘은 빨대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대신, 의문 어린 시선으로 계속 민아를 쳐다보기만 했다.
“말 좀 하지?”
“아니, 난 아직 춤을 포기하지 않았어.”
“...누가 뭐래?”
드디어 입을 연 하늘. 그 얼굴에는 의미 모를 의지가 충만했기에, 어딘가 대화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 만드는 직업이라며. 난 춤 출 거야.”
“뭐...그렇게 생각할 거라 예상은 했어.”
“생각을 좀 해봤는데, 차라리 아이들에게 율동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오~. 의외로 어울린다.”
“그치?”
“그러면 거기에는 그냥 애들밖에 없는 거니까. 애들도 친구 하나 더 생기니 좋겠네.”
곧바로 휴대폰을 만지기 시작하는 민아를 가만히 쳐다보는 하늘.
하늘은 민아의 농담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아니야! 난 제대로 된 선생님으로서...”
“자. 이거.”
반응 늦은 하늘의 반박은 민아가 내민 휴대폰에 의해 중단됐다.
아직 세상에는 하늘이 모르는 것들이 많다. 그것은 자기 또래에 비해서도 훨신이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휴대폰 조작법조차 몰라, 시도 때도 없이 민아에게 부탁할 정도의 하늘은 민아가 지금 내밀고 있는 휴대폰의 화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뭐야 이거?”
“동영상을 올리는 사이트야. ‘마이원(My one)’이라고. 이곳에 영상을 투고할 수 있어.”
하늘은 그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하며 들여다 봤다.
하늘의 입장에서는 딱히 다른 사이트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휴대폰 사이즈로 큼지막하게 화면에 글씨와 동영상이 떠 있긴 했지만, 인터넷 탐방 경험이 별로 없는 하늘에게는 뭐가 뭔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영상을 만드는 걸 할 줄도 모르고...”
“그럼, 춤 영상도 필요 없겠네.”
민아는 휴대폰을 다시 몇 번의 터치로 조작하더니, 바뀐 화면을 하늘에게 내밀었다.
전체화면으로 되어있는 하나의 영상.
하늘이 어제까지만 있던 댄스 동아리의 부실과 같은 협소한 공간에서, 한 남성이 아이돌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었다.
하늘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 지금까지 연습한 곡은 아니었지만, 나름 아이돌에 관해 호기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기에, 노래만큼은 어느 그룹의 어떤 노래인지 알 수 있었다.
“...우와.”
그렇게 잘 추는 영상은 아니었다. 반대로, 민아가 이쪽 계통에 무지했기 때문에 대충 춤추는 영상을 하나 하늘에게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오히려 민아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하늘에게 먹혔다.
매번 TV에서 아이돌들이 추는 것을 보다가, 처음으로 일반인이 추는 것을 봤다.
동아리를 하고 나서는 항상 하늘도 춤추는 쪽에 서 있었기 때문에, 제 3자 입장에서 감상할 일은 없었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춤을 추는 것은 느낌이 달랐다.
하늘에게는 그 영상 하나만으로 새로운 세상인 것이다.
“어때?”
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하지만 하늘은 영상에 완전 푹 빠져버려, 민아의 말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조금만 보여줄 생각에 손에 들고 있던 것인데, 점점 민아의 팔이 아파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민아는 휴대폰을 천천히 책상 위에 올려놨다.
그럼에도 하늘의 시선은 전혀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민아의 휴대폰에 꽂혀 따라갔다.
“...큰일 났네. 절대 누르지 말라는 버튼 누른 거 아니냐, 나.”
민아는 하늘이 새로운 것에 눈을 떴다는 게 기쁘기도 했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늘은 주변에서 오냐오냐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만 한다. 그것을 민아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민아는 영상이 끝날 때까지 하늘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대단해!”
민아는 하늘이 들리지 않게 ‘문자로 한 말이 그 뜻이냐’라고 말한 후, 다시 하늘을 쳐다봤다.
그 표정은 하늘이 언제나 호기심을 크게 가지고 있을 때만 나타나는, 빛나는 하늘의 얼굴이었다.
“그렇지? 그냥 이런 게 있구나~. 라고만 생각해.”
라며, 민아는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려고 잡았다.
하지만, 그 손을 또 하늘이 붙잡는다.
뿌리치려 했다. 이 이상 하늘에게 영상을 더 보여줬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고, 민아의 촉이 하늘을 거절하라 명령한다.
하지만 쉽게 뿌리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붙잡힌 민아의 손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제야 민아는 깨달았다. 한평생 춤만 추며 근육을 길러온 하늘에게, 집순이 민아가 힘으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놔!”
“에~. 더 보여줘~.”
“안돼! 넌 더 이상 이런 영상 보면 안 돼.”
“왜?”
손을 붙들린 채로 민아는 고민에 빠졌다.
하늘에게 크리에이터란 직업을 소개한 것은 민아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건 민아 주변에서 크리에이터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는, 이 직업도 아이돌과 비슷한 다른 세계 사람들이 가지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기에 말을 꺼낸 것뿐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민아는 딱히 하늘이 크리에이터가 되는 미래를 상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늘이 이 영상에 예상보다 커다란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민아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민아는 이제는 완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아니...딱히 이유가 있지는 않은데...”
“혹시, 동영상 보는데 돈 들어?”
“뭐, 그런 건 아닌데, 데이터가 얼마 남지 않았기도 하네.” 민아는 일단 말을 얼버무리면서 하늘의 눈치를 살폈다.
하늘에게 직설적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도, 오히려 호기심이 더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내 휴대폰으로 보자. 아빠가 나는 데이터 많이 써도 돈 안 나온 데.”
“...흑흑...아버님...”
민아는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지 않은 하늘의 아빠가 조금은 미워졌다.
하늘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마이원을 검색해서 찾아 들어갔다.
그렇게, 아까 민아가 보여준 휴대폰 화면과 똑같은 화면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춤 영상 볼 수 있어?”
하늘은 춤 영상을 찾아보려고 스크롤을 계속해서 내렸지만, 모두 흥미가 없는 영상들뿐이라서 민아에게 물어봤다.
마음 같아서 민아는 알아서 하라고 하고 싶지만, 그러면 하늘에게 쌀쌀맞게 대하는 것이니 오히려 마음이 더 아파진다.
그래서, 민아는 의자를 옮겨 하늘의 옆에 다가왔다.
“여기 위에서 검색할 수 있거든. 여기에 보고 싶은 것 검색하면 돼.”
민아는 여전히 빠른 타자로, 방금 봤던 영상에서 나온 아이돌과 노래를 검색했다.
그러자, 방금 본 영상을 포함해 많은 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우와~.”
민아에게 휴대폰을 건네받은 하늘은 실험으로 아무 영상이나 눌러 재생해봤다.
다른 사람의 색다른 춤을 볼 수 있을 거란 하늘의 기대감이, 민아는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늘은 다시 집중모드가 되어 영상을 시청하려 했다.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장난감을 받은 아이가 되어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영상이 시작되어, 아무리 하늘이라도 뭔가 이상함을 느껴 다시 민아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내가 보려던 게 아니야.”
혼자서 끙끙대던 민아는 하늘이 휴대폰을 건네자 화면을 들여다 봤다.
그리고서는 1초도 되지 않아 하늘이 무슨 말을 하는지 곧바로 알아들었다.
“아~. 이건 광고야.”
“광고?”
“크리에이터들도 돈을 번다고 했잖아. 이렇게 영상에 광고를 넣어서 수익을 내는 거거든.”
“오. 돈 많이 벌어?”
“글쎄, 아마 한번 볼 때마다 몇 원 정도밖에 안 됐던 걸로 아는데.”
“...어? 그럼 100번 봐도 천원이 안되는 거야?”
“응. 아마도.”
“...그래.”
어느덧 광고도 모두 지나가고, 하늘은 다시 휴대폰 화면으로 들어갔다.
그렇기에 민아가 나름 기뻐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민아는 민아대로 하늘이 크리에이터에서 흥미를 끊었다고 생각했다.
결국, 민아는 하늘을 말릴 수 없었다.
설마 1시간이나 되는 점심시간 전체를 영상 찾아보는 데 모두 사용한 하늘과 그럼에도 곁에 붙어서 감시하는 민아.
이것이 단순하게, 다른 사람의 춤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에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민아는 하늘이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은 반대의 입장이다.
애초에 만났을 때부터 아이돌이 되겠다고 항상 노래를 불렀던 하늘이다.
그런 하늘이 곧바로 아이돌의 꿈을 버리고 크리에이터가 되겠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만일의 사태도 있다.
아이돌들도 크리에이터가 되는 사례는 아주 많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돌이 되고 나서 할 수 있는 사례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민아는 느꼈다. 역시 하늘에게는 아이돌의 길을 계속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주말에 놀러 가지 않을래?”
방과 후, 책가방 싸는 하늘에게 또다시 민아가 다가왔다.
다행히 하늘의 영상 호기심은 민아가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설마하니, 수업시간에 몰래 보지도 않았고, 지금도 평범하게 가방 싸면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말? 뭐 하고 놀게.”
“뭐긴 뭐야. 노래방 같은데 밖에 더 가?”
“또?”
노래방에 가자는 얘기에 하늘의 표정이 안 좋아진다.
그런 하늘을 놀리듯 민아는 미소를 짓고 천천히 하늘에게 다가왔다.
“왜? 미래에 아이돌이 되시려는 분이 노래도 잘해야지.”
“그렇기는 하지만...노래는 민아가 훨씬 잘 부르니까 뭔가 창피해.”
“창피하긴. 친구 사이에 뭐가 창피해.”
라며 민아는 손가락으로 하늘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몰래 하늘의 뱃살을 가지고 또 놀리려던 민아였지만, 의외로 손가락이 무언가 딱딱한 것과 마주했다는 사실에, 아예 손 전체로 하늘의 옆구리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미안, 나도 뭔가 창피한 게 생겼어.”
“응?”
민아가 대놓고 자신의 옆구리를 손으로 쥐는 것을 보여줬음에도, 하늘은 민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딱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하늘에게도, 민아에게도 이런 대화는 일상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럼, 주말에 다시 연락할게.”
“응. 잘 가.”
민아는 먼저 교실을 나갔다.
민아도 나름대로 방송부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서둘러 가야 했다.
평소라면 하늘도 빨리 부실에 가서 준비운동을 할 예정이다.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가방을 싸는 도중까지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아가 오고 나서 그 생각은 현실에 뒤덮여 버렸다.
신해가 화를 내고, 민아가 화를 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니, 자신이 있을 곳이 사라졌다는 것에 자각한 것이다.
가방을 메고 복도로 나간 하늘은 심히 고민했다.
혹시, 어제 신해가 쫓아낸 것이 그냥 화 때문인, 그날에만 나가라는 뜻이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하늘이 생각하는 것처럼 동아리 자체에서 쫓아낸 것인지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부실에 가지 않으면 오히려 안 왔다는 것에 혼날까. 아니면, 부실에 왔다는 것에 혼날까.
하늘은 살면서 누군가에게 혼난 적이 별로 없다 보니, 혼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물론, 누구나 혼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겠지만, 하늘의 경우에는 사과하는 방법, 그 후에 행동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
지금 당장, 부실로 가서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신해에게 말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신해의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은지, 하늘은 판단할 수 없었다.
때마침, 복도 앞에서 신해가 걸어오고 있었다.
하늘의 가슴은 순간 철렁했다. 본능대로 움직였다면, 바로 그 자리를 피해 신해와 마주치지 않는 미래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일부러 그 몸을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다.
신해와는 한 번 더 대화해야만 했다. 그것이 설득인지, 사죄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가만히 신해를 바라보는 하늘의 시선을 그녀도 깨달았다.
그래도, 딱히 반응은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차가워 보이는 시선과 표정으로 점점 하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신해는 딱 하늘의 앞에 멈춰섰다.
하늘은 무언가를 먼저 말해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하지만, 신해도 딱히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쳐다보기만 했다.
딱히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하늘은 가만히 입 다물고 있는 신해가 화를 내는 것처럼 느꼈다.
그래서 하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안녕?”
하늘은 손을 올리면서 신해에게 인사했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과 인사하는 것처럼 밝은 미소와 함께 인사하려 했다. 하지만, 하늘의 미소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어색했다.
풀었다가 다시 지었다를 몇 번 반복하고 난 후에야, 하늘은 미소를 포기하고 손을 천천히 내렸다.
“넌, 동아리에 왜 들어왔어.”
그것이 신해가 하늘에게 내민 첫마디였다.
하늘은 머리를 굴렸다. 신해의 기분을 풀기 위해서는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머리가 아파질 정도로 고민했다.
“그...춤 추는 게 좋아서.”
“아이돌이 되려는 게 아니고?”
“응. 그...아이돌이 되기 위해서...”
하늘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신해의 언성이 부실에서 있을 때만큼 커지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신해의 말투가 사람의 기를 죽이는 강압적인 느낌이 있었다.
“나도 알아. 네가 여러 군데 오디션을 보고 떨어진 걸 말이야. 그래서 나도 최대한 너를 팀 안에 녹아들게 해서 이끌어 나가려 했어.”
“응.”
“근데 너도 알잖아. 우리 학교 출신 아이돌이 많아서, 축제 때마다 소속사 관계자들이 찾아와 우리들의 춤을 본단 말이야.”
“...응.”
“다른 얘들은 그래도 너를 데리고 가려 하겠지만, 나도 다급한 입장에서 너를 끌어안고 갈 여유가 없어. 춤이 좋다면 계속 동아리에 있게는 해줄게. 대신, 1달 후에 있을 축제 때까지는 들어오지 마.”
“...응. 알았어.”
그대로 한동안 하늘은 고개를 숙이고, 그런 하늘을 신해는 쳐다봤다.
둘 다 아무런 행동이 없으니, 먼저 움직인 것은 신해였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하늘을 피해 부실로 향했다.
그 후로도, 하늘은 한동안 바닥을 바라만 봤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놀라긴 했어도, 그 속에서 하늘은 신해의 친절을 조금이나마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이 완전히는 버려지지 않았다는 것에 하늘은 안도했다.
“아오! 저 재수!”
교실 쪽에서 들린 소리에 하늘의 고개가 돌아간다.
“야! 당장 민아 데려와! 저 꼬장한테 한마디 해야겠어!”
“근데, 동아리 들어간 민아 건들면 또 난리 칠 텐데...”
“그게 중요해? 지금 우리 하늘이가 울기 직전이라고!”
교실의 창문으로 하늘을 보고 있던, 반 친구 몇 명이 하늘을 대신해서 분노해주고 있던 것이다.
그 모습은 아침에 민아가 하늘을 위한 모습과 비슷했다. 수가 늘었을 뿐.
딱히 하늘은 울 것 같은 표정은 아니었다. 고개를 돌린 하늘의 표정은, 민아가 놀렸을 때 그 의미를 몰라서 짓는 의문과 똑같은 상태였다.
“얘들아...나, 안 울어.”
“아니! 울고 있어. 마음속으로 울고 있는 게 다 들린다고!”
“에이~ 그건 너무 갔다. 아주 시를 써라, 그냥.”
반 친구들이 하늘을 위해 주는 것은 민아와 같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다행인 것은, 민아처럼 정말로 분노를 해주는 것은 아닌 점이다.
단순히 하늘을 위로해주기 위한 말.
덕분에 하늘은 평소대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