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나는 처음부터 태어나면 안 되는 아이였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든 불행은 나로부터 왔다고 했다.
나는 이유없이 더럽혀졌으며
이유없이 혼나고, 이유없이 뺨을 맞았다.
아빠에게 있어 나는 욕구 해소 도구였고,
엄마에게 있어 나는 눈엣가시에 화풀이 대상이었으며,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오빠는 그 모든 것을 물려받았고,
엄마와 아버지처럼 나에게 똑같이 대했다.
착한 아이는 울지 않는다.
착한 아이는 절대 반항을 하지 않는다.
착한 아이는 어른을 공경할 줄 안다.
밖에서 가족에 대해 욕하지 마라, 곧 너의 얼굴에 침뱉는 것이다.
조금 더 참고 견디면 언젠가 좋은 날이 찾아올 것이다.
거짓말. 나에겐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지옥이었어요.
모두가 원하는 대로 떠날게요.
그 착한 아이는 오늘부로 죽고 없습니다.
앞으로 행복한 나날들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겠네요.
모두 행복하세요.
2022년 06월 21일
서울특별시 OO구 OO로 325
유언자 권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