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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내림 TV
작가 : Cordzero
작품등록일 : 2020.8.14

더 나은 다른 삶을 위해 이번 삶을 투자한다?!

 
6화. 움직일 준비(1)
작성일 : 20-09-17 20:59     조회 : 373     추천 : 1     분량 : 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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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는 차트를 살피고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다음 주 중에 검사 결과만 좋으면 그 다음 주에는 퇴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 깁스들 다 풀 수 있는 건가요?”

 “네. 약간의 불편함은 있으실 수 있습니다. 그걸 위해서 보호대 같은 걸 착용하시길 권장합니다.”

 “통원 치료가 필요한가요?”

 “음...... 아직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이대로 잘 회복된다면 특별히 통원치료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으시거나, 지속적으로 통증이 발생한다면 오셔서 물리치료를 받으시는 걸 권장합니다. 집이랑 가까운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 받으시는 것도 괜찮고요. 대신 한의원이나 침은 권하지 않습니다.”

 의사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한 번 차트를 살폈다.

 “염증수치만 안 올라가게 조심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물리치료 빠짐 없이 받아주시고요. 그럼 무난하게 퇴원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퇴원하면 다시 올 일은 없는 건가요?”

 “퇴원 한 달 뒤에 최종 검사 한 번은 하실 겁니다. 그 때 오시고, 검사 결과 들으러 한 번 더 오시면 되고요. 혹시라도 갑자기 심하게 아프다거나,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을 땐 오셔야 하고요. 물론, 그럴 일 없게 잘 관리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겠습니다.”

 “그나저나 회복속도가 정말 빠르세요. 운동을 꾸준히 하셔서 그런지. 앞으로도 관리 잘해주시고요. 가급적이면 염분 높은 음식이나, 육류 위주의 식단은 당분간은 참아주시고요. 외부 음식 잘 안 드시는 것 같아서 굳이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긴 하지만, 혹시나 싶어서 말씀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쉬시고요. 오전에 있는 물리치료 잊지 마시고요.”

 의사는 가벼운 인사와 함께 간호사와 같이 병실을 나갔다. 현성은 침대에 털썩 누우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2주 뒤면 나갈 수 있다.”

 현성은 설레기 시작했다. 완전치 않은 몸이라고 할지라도 한 장소에 얽매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이자 확실한 보험이기도 한 육체를 단련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적당한 장소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계획을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시점이 드디어 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갑고 좋았다. 그 시점을 늦출 수 없는 그는 의사의 말을 충실히 따랐다.

 

 물리치료를 다녀온 현성의 병실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현성은 빠르게 상대를 스캔했다.

 ‘180cm쯤? 운동은 좀 했나본데?“

 현성은 상대가 앉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꽤 정확히 상대의 키를 예측했고, 체구를 살폈다.

 ‘기습이 아니면 쉽게 제압하기 힘든 상대.’

 현성의 인기척에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던 남자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안녕하십니다. 이현성 고객님. 전에 한 번 뵀는데. 기억하시나요?”

 남자는 90도로 허리를 접으며 친절한 말투로 인사와 함께 짧은 물음을 건넸다. 현성은 대뜸 날아온 자신을 아냐는 물음에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덕분에 얼굴에 당황을 내비치고 말았다.

 ‘젠장.’

 그는 빠르게 얼굴에서 당황을 지워냈다. 당황을 내비친다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과 허점을 내비치는 것이었다. 그렇게 드러나 버린 부족함과 허점은 상대에게 감이 좋은 상대에게는 좋은 포인트가 되었고, 치열한 심리전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패배의 신호탄이었다. 그는 지금의 자신을 빠르게 반성하며 표정을 지워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죄송한데 누구시죠?”

 남자는 불쾌함이 조금도 섞이지 않는 밝은 미소와 함께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OO 보험 이승윤이라고 합니다.”

 현성은 명함을 받아들고 슬쩍 확인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보험회사의 이름과 함께 ‘차장’이라는 직급이 한 눈에 들어왔다.

 ‘뭐야? 보험사 직원이 이 타이밍에 왜 나타나? 이미 보험금 받은 거 아니었어? 아니면 뭔가 착오가 있나? 설마 뱉어내라는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가 스스로에게 던진 두 가지의 질문의 답은 모두 ‘아니다’였다. 보험사 직원은 친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유지하며 열심히 설명했다.

 현성은 내용보다 상대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이런 목소리를 가졌다면?’

 그는 승윤의 설명을 대충 들으며 새로운 생각에 빠졌다.

 ‘상대를 매료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면.’

 뭔가 새로운 생각이 들려고 할 때쯤, 승윤은 몇 가지 새로운 서류를 현성에게 내밀며 말했다.

 “한 번 살펴보시죠.”

 현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생각을 미련 없이 놓아버리고 서류를 집어 들었다. 서류에는 그가 받게 될 보험금 액수와 그가 서명해야 할 곳에 형광펜이 그어져있었다. 보험금은 도합 130억 가량으로, 생명보험에서 오는 보험금이 엄청났다.

 ‘이 녀석 꽤 잘 살았나본데?’

 당연한 추론이었다. 납입금이 클수록 수령액이 커지는 것이 보험이었으니까. 그리고 다른 보험도 넣으면서 생명보험에 이토록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납입금을 넣기란 쉽지 않았으니까.

 ‘이거. 대박인데? 내가 본 금액은 보험금이 빠져 있었던 거라면...... 순수하게 개인 자산이라는 건데...... 보험금 액수 보면 이 집이 꽤 사는 걸로 보이고...... 그렇다는 건 앞으로 상속받을 재산도 꽤 있다는 거 같은데?’

 현성은 밖으로 새어나오려는 미소를 애써 감췄다. 대신 철저히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애써 참고 있다는 연기를 해보이며 남아있는 설명을 마저 듣고, 서류에 사인을 했다.

 오후에도 낯선 손님이 찾아왔다. 변호사였다.

 “제가요?”

 “네. 사고 직후, 의식이 깨어나자마자 저를 선임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통사고 건과 상속에 관한 일을 위임하셨고요.”

 변호사는 자신의 명함과 함께 현성의 서명이 들어가 있는 변호사선임계와 위임장 등을 꺼내 확인시켜주었다.

 “그랬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아닙니다. 큰 사건을 겪으신 분들 중에서 종종 그런 경우가 있으니까요.”

 변호사는 선임계와 위임장들을 챙겨 넣고, 다른 서류들을 꺼냈다.

 “상속과 관련된 서류들입니다. 동산을 포함한 모든 상속 재산 목록입니다. 현금 자산이 약 9억, 주식과 채권이 13억 5천 가량이고, 부동산이 집과 상가 하나씩 있습니다. 이를 통한 상속세가 30억 가량입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 자산만 해도 계획을 이뤄나가는 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토록 많은 금액들이 계속해서 흘러들어오는 이 상황이 그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부동산들을 바로 정리할 수 있을까요? 그걸 정리해서 상속세를 납부하고 싶은데.”

 현성의 말을 들은 변호사는 서류 하나를 더 꺼내 건넸다.

 “오늘 날짜 실거래가 기준표입니다. 이 금액으로 괜찮을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변호사는 또 하나의 서류를 내밀었다.

 “이 거래를 포함한 수임료입니다. 여기서 추가 비용 없이 교통사고건 까지 마무리 해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변호사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가 표정을 빠르게 감췄다. 만족스러운 거래를 했지만, 웃어서는 안 되는 자리라는 것을 다시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미소를 감추려고 노력한 것은 변호사 뿐만은 아니었다.

 “곧 퇴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검사가 더 남아있어서요. 그래도 괜찮아지겠죠.”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일 처리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그 가해자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곧 공판이 열립니다. 본인 스스로도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니 별다른 잡음 없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 가해자와 상대 보험사를 상대로 민사 재판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현성은 냉장고에서 캔 음료를 하나 꺼내들고 침대에 앉았다.

 “내가 이 인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구나.”

 현성은 정보를 너무 대충 읽었음을 후회했다. 친분 따위 없이 일적으로 엮인 사람들이 나타났기에 망정이지 친밀한 관계의 사람이 나타났다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을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어색해한다거나, 불편해 보인다거나 하는 평소와 같지 않은 행동을 보였을 때, 그 사람과 친밀한 사람들은 대부분 걱정과 함께 관심을 보인다.

 “거기서 더 나아가면 ‘챙겨준다’는 명분하에 집착하고, 관리하려고 들지.”

 최대한 조심스럽게, 조용하게, 홀로 움직여야 하고,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하는 그에게 그런 지나친 관심은 곤란했다. 그걸 피하기 위해서는 관계가 천천히 느슨해지다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으로 정리를 해야 했다.

 현성은 정보창을 열어 자신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하나하나 체크했다.

 “친인척과의 교류는 거의 없음. 부모님이 주식관련 투자를 시작할 때, 옆에서 태클이 심했고, 자금 확보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방해를 주려고 했고, 부모님의 집을 부모님 모르게 담보로 잡아 대출을 받으려는 시도까지 했다...... 참 쓰레기들 많네. 이후 주식 투자에 성공하자 돈을 빌려달라거나 정보를 달라며 귀찮게 하자 크게 싸우고 관계가 정리되었다.”

 현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끄덕임은 뒷부분 내용에 의해 금방 멈추고 말았다.

 “주식에 한 투자를 정리하고, 벌어들인 돈으로 집과 상가를 매입할 때도 와서 돈 좀 달라고 치근덕거렸다. 하지만 그에 응하지 않자 상가 앞에서 난동을 피워 세입자와 마찰을 만들기도 했다. 그로 인해 사이는 더욱 나빠졌다. 당연하지. 이렇게 하는데 어떻게 사이가 좋겠어. 그래도 이 양반도 대단하네. 어설프게 돈 주고 끝낸 게 아니라 확실하게 안주고 관계를 정리했구만. 근데 이건 또 뭐야.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현성의 사망신고를 하려는 시도도 했다고? 참나......”

 현성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가벼운 한숨을 토해냈다.

 “계획이 실패하자 의식을 찾은 현성을 찾아와 보험금 내놓으라고 했다고? 부모는 어떻게 못해도 이 인간은 어떻게 구어 삶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 인간이 만만하거나,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성은 일단 핸드폰으로 상속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형제들은 3순위로 1순위인 자신이 있는 이상 상속을 받을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사망신고를 하려고 했구나? 그게 안 되니까 일단 우기고 보자는 생각으로 밀고 들어와서 생떼를 부린다? 진상이네 아주. 내가 만만하다 이거지? 두 번 다시 이러지 못하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네.”

 그 때 그의 머리에 하나의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1차 목표치도 채울 겸, 이것들을 먼저 제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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