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승혁이 초아를 데리고 온 곳은 라엘 리조트가 마주 보이는 한적한 수변공원 주차장이었다.
정면으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 주차를 하고 헤드라이트를 끄니 밤바다에 화려한 리조트불빛이 비치어 별빛처럼 빛났다.
/초아/ “...정말 별이네요. 너무 예뻐요..”
초아는 눈앞의 바다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승혁은 에프엠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추고 말했다.
/승혁/ “내가 음악은 잘 몰라서.. 라디오 들으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저녁거리 사 올 테니.”
/초아/ “같이 가요! 아니 제가 갈게요. 오늘 저녁은 제가 사기로 했잖아요.”
/승혁/ “그 발로 어딜 갑니까? 혼자 있기 무서워서 그래요?”
/초아/ “그건 아니지만..”
/승혁/ “그럼 금방 올 테니 잠시만 있어요. 아 이 방송 디제이가 요즘 핫한 아이돌이라는데 좀 대화하면서 놀고 있던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승혁의 손에는 후라이드 치킨과 맥주가 들려있었다.
/초아/ “우와? 치킨이 어디서 뿅 하고 나타난 거예요? 컵라면에 삼각 김밥이면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승혁/ “리조트 부지 선정할 때부터 완공될 때까지 여기 수시로 와서 저쪽을 지켜봤죠. 올 때마다 공원에서 사람들이 치킨을 먹는 냄새가 얼마나 나던지, 항상 눈여겨봤었습니다.”
/초아/ “너무너무 맛있겠다! 근데 팀장님 맥주 드셔도 되요?”
/승혁/ “난 콜라. 술쟁이 강초아씨는 좋아하는 소맥 말아 드시라고 여기팩소주랑 종이컵도 사왔고, 대신 딱 한잔입니다.”
초아의 손에 닭다리를 쥐어주며 캔맥주를 따주고, 승혁은 콜라를 따마셨다.
/초아/ “...이렇게 다정할거면서 아까는..”
/승혁/ “그래서, 나한테 섭섭했습니까?
/초아/ “아니 뭐.. 온도차가 너무 심하니까 적응이 안 되어서요. 그리고 솔직히 아까는 제가 그렇게 욕먹을 만큼 뭘 잘못했나 싶긴 했고요.”
뜨끔한 승혁이 발끈하며 대꾸했다.
/승혁/ “욕은 또 언제 내가 욕을 했다고..크흠 ..”
/초아/ “소리 지르셨잖아요. 안 그래도 정신없는데 어떻게 수습할 거냐고 막 닦달 하시고..”
/승혁/ “아니 그건..흠흠.. 내가 일 할 때는 성질이 좀 급해져서.. 그래도 내가 다그쳐줘서 강초아씨 능력치가 막 두 배로 발휘된 거 아닙니까? 문제해결력이 아주 좋았어요.”
/초아/ “팀장님이 회장님께 전화해서 해결 해주신 거잖아요.. 제가 한 일이 없죠, 뭐..”
/승혁/ “그래도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빠른 판단으로 객실배정 다시하고 부산 라엘호텔에 까지 협조 받을 생각을 한 건 강주임이죠. 나는 레지던스에 내 방이라도 비워줘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까 제이 상무도 강초아씨 칭찬한 거 못 들었습니까?”
/초아/ “정말요?? 제가 진짜 잘 한 거 에요?”
/승혁/ “사람 말을 못 믿습니까? 전화위복으로 내년 구두계약까지 따냈으니 치킨정도는 얼마든지 얻어먹을 만합니다.”
/초아/ “헤헤. 갑자기 막 안 먹어도 배부르네요. 캬, 소맥도 달고~ 배부르니까 눕고 싶다. 아~”
/승혁/ “안 먹어도 배부른 게 아니라 많이 먹어서 배부른 거겠죠. 벌써 뼈까지 다 발라먹었구먼...”
/초아/ “팀장님!”
/승혁/ “그럼 이제 누웁시다.”
/초아/ “네?!”
/승혁/ “눕고 싶다면서요.”
승혁은 빠르게 물티슈로 손을 닦고 뒷정리를 시작했다.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온 승혁이 갑자기 조수석 문을 열고 초아에게 닿을 듯 몸을 기댔다.
화들짝 놀란 초아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초아/ “읍. 팀장님 뭐하세요!”
/승혁/ “무슨 기대를 하는 겁니까? 눕고 싶다고 해서 눕혀주는 겁니다.”
홍당무가 된 초아를 향해 씩 웃으며 좌석을 완전히 눕혀주곤, 제자리로 돌아가 본인의 좌석도 눕히며 말했다.
/승혁/ “이제 진짜 별 좀 봅시다. 날씨가 맑아서 잘 보이겠네.”
차 천장 선루프를 열자 드러난 까만 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촘촘히 박혀있었다.
/승혁/ “어때요? 진짜 별.”
/초아/ “우와,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다 손으로 입을 가려버린 초아.
창밖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파도소리, 하늘에 반짝이는 별. 그리고 옆자리의 승혁까지.
다사다난했던 하루의 마무리,
이 순간이 완벽하게 초아의 가슴에 채워졌다.
그때 라디오에서 디제이가 사연을 읽었다.
[거제도에서 8787님이 문자로 보내주신 신청곡입니다. ‘썸남이랑 별 보러 왔어요!’ 라는 짧은 사연과 함께 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밤바다 사진을 보내주셨네요! 우와 여기 비치는 곳이 호텔인가? 리조트인가요? 야경이 정말 예쁘네요! 8787님! 오늘 꼭 썸 끝내시고 이제부터 1일! 하시기 바라면서 신청곡 들려 드릴게요.<적재의 별 보러 가자>]
찬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면
밤하늘이 반짝 이더라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네 생각이 문득 나더라
어디야 지금 뭐 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너희 집 앞으로 잠깐 나올래
가볍게 겉옷 하나 걸치고서 나오면 돼
너무 멀리 가지 않을게
그렇지만 네 손을 꼭 잡을래
멋진 별자리 이름은 모르지만
나와 같이 가줄래
잔잔한 노랫소리만 가득 차 숨소리도 조심스러운 차 안,
승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초아에게 물었다.
/승혁/ “...내가 강초아씨 썸...남...입니까?”
/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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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는 홍당무가 된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무대답도 하지 못했다.
승혁은 초아를 바라보며 얼굴을 가린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끌어다 잡았다.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어디든 좋으니 나와 가줄래
네게 하고 싶었던 말이 너무도 많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을게
그치만 네 손을 꼭 잡을래
멋진 별자리 이름은 모르지만
나와 같이 가줄래
너와 나의 걸음이
향해 가는 그곳이
어디 일진 모르겠지만
혼자였던 밤하늘
너와 함께 걸으면
그거면 돼
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은 채 누워 노래를 들으며 두 눈 가득 서로를 담았다.
초아를 바라볼수록,
음악이 반복될수록,
승혁의 마음이 이상하게 간질거렸다.
/승혁/ “서두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손만 꼭 잡고 있으려고 했는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 승혁은
초아의 코끝에 자신의 얼굴을 닿을 듯 대고 눈을 감았다.
긴장한 초아의 숨이 잠시 멈췄을 때, 승혁은 자신의 입술로 초아의 것을 부딪쳐 살짝 머금었다. 두 사람의 입술이 천천히 닿았다 떨어졌다.
눈을 떴다.
/승혁/ “우리.. 이제부터.. 1일.. 해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