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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죽지못해 사는 사람들
작가 : 대홍수2
작품등록일 : 2020.8.7

언데드로 인해 멸망한 세상에서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이 세상을 걷고 있었다.

 
ep.2 꼭두각시들(3)
작성일 : 20-08-07 17:01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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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두각시들(3)

 

 미라손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레이저 빔을 발사하는 손을 얻게 된 이상 호기심을 갖지 않는 것이 비정상일 것이다.

 미라손에서는 물이 나온다. 하지만, 우유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생명이나 생명에게서만 비롯되는 것은 나오지 않는다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덕분에 썩어 문드러진 손가락에서 나오는 물을 마셔야 한다는 찝찝함만 극복할 수 있다면 갈증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미라손에서 바위나 쇳덩어리가 나오지는 않는다. 총이라고 부르고, 대포라고 부르지만 어디까지나 달리 떠오르는 명칭이 없어 그렇게 부를 뿐, 장거리 공격은 대부분 고열의 광선 형태로만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미라손에서는 생명에서 비롯되지 않은 액체, 기체 형태의 존재만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

 

 *****

 

 귀신은 절박해 보였다. 그 가벼움만큼 자유로운 그것들은 인간을 죽이고 망가뜨린다는 점만 빼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쾌한 존재들이고, 위험한 싸움은 피하며 다음 장난거리를 찾아다니는 족속이다.

 그렇기에 불과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지금까지 내가 처치한 귀신보다 더 많은 귀신을 없애버렸다는 점에서 나는 자부심보다 의아함이 먼저 느껴졌다.

 

 <睬捺大洪水購讀!兪鬪不鬪位治模豆購讀!>

 

 귀신들린 사람과 호랑이 다음에는 늑대였다. 아니, 늑대가 아니었다.

 호랑이를 리트리버 정도로 보이게 할 만한 흰 늑대는 인간과 유사한 손발을 가지고 두발로 서 있었다. 머리에서는 긴 갈색 털이 턱까지 늘어지게 자라 있었고, 초점 없는 흰 눈동자는 어딜 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주둥이만큼은 확실히 이쪽을 보고 으르렁대고 있었다.

 나는 감탄이 나올 만 한 근육을 보며 혀를 찼다. 어설프게 떠돌아다니는 겉모습만 기괴한 막 만든 키메라가 아니라, 진짜로 작정하고 만든 전투형 키메라였다.

 

 “총으로.”

 [가라 터커! 죽여버려!]

 

 아, 이름이 터커라면 늑대가 아니라 개였나.

 

 공터 저편에서 보이던 터커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쾅!

 

 총탄이 터커의 오른쪽 눈을 관통하고 건물까지 파괴했지만, 터커는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 배를 찢어버렸다.

 

 “역시 머리는 아니었나.”

 

 키메라는 핵을 파괴하면 죽는다. 그리고 핵의 위치는 그 키메라를 만든 존재만 알고 있다.

 저런 날랜 형태의 키메라는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는 것조차 벅차기에 공격 기회가 많지 않고, 한 번에 핵을 파괴하지 못하면 바로 죽을 수밖에 없다.

 

 루프를 겪은 나는 다시 터커와 마주쳐 이번에는 목을 통째로 끊어버렸다. 그러자 머리는 곧바로 움직임을 멈췄지만, 몸통은 여전히 관성을 유지하며 내 머리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핵의 위치는 목 아래.”

 

 화력을 높여 몸 전체를 지워버리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 정도 규모의 공격은 대기 시간이 필요하기에 저 빠른 움직임을 따라잡기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죽음이 아무리 복구 가능한 형태라 할지라도 실제로 죽을 만큼의 고통을 겪다가 죽는 것도, 반나절의 시간을 흘리며 같은 전투를 반복하는 것도, 그리고 그 빌어먹을 정신 능력자가 내 죽음의 횟수를 세어주며 미묘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상당히 불쾌하다.

 

 “씨발.”

 

 다음 루프에서 터커는 공중에 떠올라 단숨에 쇄도했다. 나는 미라손을 올려쳐 수직으로 떨어지는 터커의 앞발을 잘랐다. 균형을 잃은 터커가 바닥을 한 바퀴 구르고 바로 일어나서 몸을 틀었다.

 

 “고…… 기……”

 

 자신의 잘린 손목을 먹어치우는 모습에 혹시나 이렇게 하면 잘린 팔이 다시 자라나는 건가 하는 만화적인 망상이 떠올랐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그 터커는 두 다리로 우뚝 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2층 창문을 턱으로 걸칠 것 같은 덩치가 내뿜는 살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터커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나와 놈의 거리는 놈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까지는 가까워졌다.

 

 “처음엔 에드워드 오빠나 찾을 것 같아서 조금 귀여웠는데. 이제는 못생겼군.”

 

 나는 검날을 눕혀서 터커의 발길질을 막았다. 날을 세운다면 다리를 반으로 쪼개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 쪼개진 다리에 맞아 즉사할 거다.

 

 -쾅!

 

 양 팔이 너덜거리며 허공을 날았다. 바닥을 구르고 나자 숨이 턱 막히는 고통이 일며 후회가 잇따랐다. 굳이 막지 않았으면 편하게 죽고 다시 할 수 있었을 것을.

 

 [죽었다! 죽었다! 아닌가? 안 죽었다! 죽여! 먹어! 밥이다!]

 

 나는 귀신의 비명을 무시하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려 보니 부러지지는 않았는지 뒤지게 아프면서도 그냥저냥 지장 없이 움직일 정도는 되었다.

 후, 다행이다. 부러졌으면 이 더러운 짓을 또 했어야 하니까.

 

 [뭐야? 야! 터커! 착하지 우리 멍멍이? 물어! 물어!]

 

 귀신의 신이 난 비명에도 터커는 건전지 빠진 장난감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핵이 키메라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한다면 꽤나 적절한 비유다.

 왼쪽 옆구리에 핵이 박혀 있다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대놓고 노리면 놈이 피하는 것도 알았다. 그렇다면 가장 무방비 상태, 즉 나를 공격할 때 공격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상태였지만, 그러려면 한 손으로 공격을 막고, 다른 손으로는 샷건을 들고 핵을 쏴야 했다.

 흔들리는 손이 어떤 식으로 반동을 받아 총구가 틀어지는지, 놈의 발이 어떤 식으로 나를 걷어찰지를 모두 계산해 팔이 부러지는 것만큼은 피하도록 뒤로 도약하면서 놈의 발을 노리고 쐈다. 자신의 핵을 노린 공격이 아닌 것을 알고 안심한 터커는 마음 편히 나를 걷어찼고, 내 손은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조준점을 위로 향하며 옆구리의 핵을 터뜨렸다.

 이게 회귀자의 싸움법이다. 소설이나 만화에서는 100만분의 1의 확률이라고 하면 언제나 주인공 보정으로 성공하고 말지만, 나는 100만번 죽을 때 까지 리세마라를 반복해서 성공하고 만다.

 두발로 선 키가 4미터에 달하는 늑대의 발길질로 한 손으로 막아서 팔이 부러지지 않게 버티고, 다른 손으로 동시에 샷건을 쏴서 맞추고 싶은 부위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나는 오늘도 그만큼 죽었다.

 

 “이제는 위험한게 없었으면 정말 좋겠는데.”

 

 죽을 때마다 반나절 과거로 회귀한다. 즉, 이런 녀석이 더 있어서 죽게 된다면 빌어먹을 키메라와 또 싸워야 한다는 건데……

 다행히 전투형 키메라는 보기 힘든 것이라 귀신들도 더 이상 남은 패가 없는 모양이었다. 귀신들은 그저 비통한 비명을 지르며 얼마 남지도 않은 귀신 들린 사람들을 조종할 뿐이었다. 그나마도 제 앞가림도 못하는 어린이나, 검을 지팡이처럼 든 노인이 전부이기에 심리적 저항감을 빼면 특별히 어려울 것도 없었다.

 

 “당신이나 나나 재미로 사람 정도는 죽여 봤잖아요? 이제 와서 도덕은 무슨……”

 

 너무나도 쉬운 학살에 떠오른 잡념이 불쾌한 생각을 건드렸다.

 

 “이제 와서 도덕은 무슨.”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혼자 넘어져 바닥에서 칼을 휘적이는 노인의 목을 찔러 끊고 생각의 방향을 틀었다.

 귀신들이 이런 노인까지 살려둘 이유가 있을까? 귀신 들린 사람도 먹어야 몸이 유지된다. 지팡이 없이는 걷기도 버거운 노인을 살려두는 것이 귀신에게 어떤 득이 될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식량 채집은 가성비가 떨어지고, 인간이 아닌 이상 노인을 존중하며 살릴 이유가 없지. 생기를 빨아먹으려고? 그렇다 해도 노인보다는 젊은이가 도움이 될 텐데.”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너무나도 급한 상황이라 식량의 낭비가 심하더라도 최대한 빠르고 많이 생기를 뽑아내야 할 경우.

 

 “하지만 대체 왜?”

 

 귀신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다. 생기가 필요한 경우는 하나. 영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이를 복구해야 할 때에 생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연비가 기가 막히게 좋은 이 놈들은 사람 한 명 분량의 생기면 대부분의 영체 손상을 복구할 수 있다.

 나는 비명을 지르는 귀신들을 무시하고 사동으로 들어갔다.

 

 “이건 도대체……”

 

 이렇게 많은 인간이 필요한 경우는 둘 중 하나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귀신이 치명상을 입었거나……

 

 [막아! 막아라! 어떻게든 죽여!]

 

 아니면 너무나도 강대한 힘의 귀신이 부상을 입어서 그만큼 인간도 많이 필요하거나.

 

 나는 맨 처음 떠돌았던 한기를 떠올렸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한기는 불쾌감을 넘어서 물리적인 위협까지 가능할 정도였다. 그런 굉장한 한기를 가진 귀신은 얼마나 강한 존재일까?

 그 대답이 눈앞에 있었다.

 벽을 허물어서 넓게 개조된 사동의 중앙에 머리카락이 무릎까지 닿는 한 엘프 귀신이 인간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귀신 들린 인간들이 차례로 그 앞에 서서 생기를 빨렸고, 마침내 숨이 끊어지자 그 안에서 귀신이 나와 다음 인간에 빙의해 줄을 섰다.

 귀신의 목에는 작은 구멍이 두 개 있었다. 구멍의 크기는 작았지만, 그 구멍을 기점으로 균열이 일어 몸을 덮고 있었다. 귀신 생태학을 연구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알아볼 만 한 치명상이었다.

 나를 발견한 그 귀신은 양 손으로 인간을 흡수하면서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죽여! 전부를 불살라 너희들의 왕을 지켜라!]

 

 “왕? 왕이라고? 귀신에게 그런 게 있었나?”

 

 귀신의 왕의 명령에 귀신의 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귀신들은 기괴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위험하다!

 

 붉게 물든 귀신이 부글거리며 날아들었다.

 

 “녹음기! 재생!”

 

 뒤로 물러나며 녹음기를 가동시키자 귀신들이 폭발했다. 폭발한 귀신의 조각난 영체가 땅을 녹이며 사그라들었다.

 

 “뭐야, 영혼이 어떻게 물리적인 힘을……”

 

 의문을 풀 여유는 없었다. 이 교도소에는 수백명의 인간이 있었고, 그만큼은 아니지만, 그 인원을 모두 여유있게 통제할 수 있는 정도의 귀신이 있었다.

 그리고 사동을 나가자 하늘을 덮은 귀신들이 모조리 붉게 물들고 있었다.

 

 “젠장.”

 

 -펑

 

 *****

 

 “반가워요. 내게는 초면이지만 당신에게는 아니겠죠. 그러면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좋겠네요. 당신, 또 죽었네요.”

 “한 번만 더 그런 소리를 하면 네 혀를 비틀어서 리본 매듭을 묶어주지.”

 “기왕이면 나비로 부탁드려요.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이런 삶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테니. 비행기도 좋고요.”

 

 정신 조작자는 매번 다른 인물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이번에는 8살 정도의 어린 소년이었다.

 혹시 이 꼬마가 본체일까? 의심을 담아 생각했지만, 내가 틀렸는지, 내 생각을 읽지 않고 있는지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말했다.

 

 “귀신의 왕이라고 했죠? 혹시 그 얼굴도 기억이 나나요?”

 “엘프였다. 여자고. 그거 말고는 잘 모르겠군. 살면서 몸이 썩지 않은 엘프를 본 적이 있어야지.”

 “그것도 그러네요.”

 

 소년이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귀신의 왕이 있다는 말은 들었어요. 정확하게는 모든 언데드에게는 자신의 왕이 있다는 말을 들었죠.”

 “글쎄. 키메라의 왕이 있다는 말은 상상하기가 힘든데.”

 

 대부분의 키메라는 다람쥐만도 못한 지능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지성체같지도 않은 것들에게 왕이 있을 수 있나?

 

 “모르죠? 사실 좀비도 키메라보다 나은 존재는 아니지만 구울이 통제할 수 있잖아요.”

 “키메라의 왕은 더 똑똑하거나, 키메라를 조종하는 상위 종족이 있을 수 있다? 그럴 수 있군. 그럼 내가 본 것이 진짜 귀신의 왕이라는 건가?”

 “당신의 말 대로면요. 엄청난 힘을 지녔고, 다른 귀신들이 자폭까지 감행해 공격한다는 건 놀랍네요. 경지에 이른 검이 영혼을 베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한계까지 단련된 영혼도 반대로 육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니……”

 

 귀신의 왕이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여기서 회복을 하는 동안은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빌어먹을 세상을 만든 전범이 약해진 채 눈앞에 나타났다면 그걸 못본 척 할 수는 없지.

 

 “놈을 잡을 방법이 있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안 돼. 폭탄을 받아줄 방패가 필요하다.”

 “회귀자가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회귀자는 반드시 이기는 존재가 아니야. 확률이 낮은 싸움은 반드시 승리하고, 이길 수 없는 싸움은 반드시 피할 수 있는 능력이지. 핵폭탄을 100만번 쯤 맞으면 갑자기 한 번 정도는 피해 없이 버티는 일이 일어날 줄 아나? 확률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뭐, 좋아요. 아무튼 그 말은 우리를 제물로 삼겠다는 건가요?”

 “어차피 복수를 마치고 오래 살 생각이 없다고 했지? 그 목숨 더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다.”

 

 소년이 눈을 감았다. 분명 저 소년도 자신의 자아를 가지고 내 이야기를 듣고 정신조작자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자신과 그 가족들을 폭탄받이로 쓴다는 말을 듣고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죽음과 고통이 뭔지 몰라 동요할 줄도 모르는 건가? 아니면, 이 정도로 자아가 망가진 걸까?

 

 손을 맞대고 손가락을 까딱이던 소년은 마침내 눈을 뜨고 말했다.

 

 “아, 알겠어요. 자원자를 모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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