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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죽지못해 사는 사람들
작가 : 대홍수2
작품등록일 : 2020.8.7

언데드로 인해 멸망한 세상에서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이 세상을 걷고 있었다.

 
ep.1 악당(4)
작성일 : 20-08-07 16:59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6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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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당(4)

 

 “씨발.”

 

 욕을 내뱉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마 살면서 마법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아마 이 풍경에는 어딘가 마법적인 추악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피 묻은 제단에 심장들이 벌렁인다. 다섯 심장이 별 모양으로 연결되었고, 그 심장의 끝은 허공에 매달린 머리에 연결되어 있었다. 머리의 두 눈은 파헤쳐져 혈관이 연결되어 있었고, 혈관의 끝에는 폐가 달려 있었다. 그것은 끊임없이 입을 움직였고, 바람 빠지는 것 같은 비명을 내질렀지만, 그 소리가 입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상상도 못할 어느 구멍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심장과 머리가 연결된 혈관이 머리를 지지하고 있었는데, 내장 기관으로 착각할 정도로 부푼 혈관은 흐느적거리며 제멋대로 움직였지만, 머리는 마치 땅에 뿌리내린 것처럼 전혀 흔들리지 않고 비명만을 충실하게 지르고 있었다.

 벽에는 알 수 없는 공식과 숫자가 가득했는데,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사람들의 나이와 성별 건강상태 등이 적혀 있었는데, 그 옆에 주석으로 붙어있는 ‘심장’, ‘폐’ 따위의 단어는 아무래도 이 사람의 심장은 저 재단에 저 사람의 폐는 저 천장에 달려 있다는 의미 같았다.

 바닥에는 잘린 손가락들이 접착제를 쓴 듯 단단히 달라붙어 있었는데, 마치 하나의 도형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뭉뚝한 것이 섞여 있는 것을 보니 발가락도 섞여 있는 듯 했다. 자신이 뻗어야 할 가지를 잃은 손발의 행방을 오래 궁금해 할 필요는 없었다. 그것들은 쓸모가 없는 듯 대충 구석에 쌓여 썩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썩어가는 모습은 이 장면의 마법적 기괴함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는데, 벌레들이 파먹고 있는 손발은 뼈가 드러나 보였지만, 바닥에 달라붙은 손발가락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것처럼 선명했다.

 그것은 진정으로 마법적으로 추악한 어떤 결정체였고, 마법이 존재하는 세상에서도 이를 요약할 수 있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을 듯 했다.

 

 “저…… 사람 살아있나?”

 

 무심코 여자라고 말할 뻔 했지만, 어디까지나 긴 머리칼 때문에 해 본 추측일 뿐, 저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의 성별을 알아낼 방법은 없어 보였다.

 남자는 자신있게 말했다.

 

 “살아있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있을 거야!”

 

 나는 충격적인 모든 것에서 눈을 떼기 위해 남자를 바라보았다.

 

 “바닥 밑에 지하가 있었군.”

 “뭐?”

 “네 인격 말이다.”

 “그래서? 인체실험으로 만든 약이 페스트를 막을 수 있다면 써야지 않겠어?”

 

 남자는 그다지 불쾌해하지 않는 어조로 내 말을 넘겼다. 지하 통로에 진입한 뒤로 남자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이제 진짜 궁금한 걸 알려줄까? 내가 좀비를 통제할 수 있는지?”

 

 내가 붙잡을 틈도 없이 남자가 그 흉물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조심성 없이 달리며 바닥을 밟았지만, 손가락들은 전혀 흐트러지지도 상하지도 않고 형태를 유지했다.

 그리고는 이상한 소리를 지껄였다.

 

 “내 생각대로면 좀비를 조종하려면 마법이 필요해. 하지만 좀비는 구울만이 조종할 수 있어. 그리고 마법도 구울만이 쓸 수 있어.”

 

 남자는 말을 멈췄다. 부러진 손이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면 간단하지. 내가 구울이 되면 되는 거야.”

 “뭐?”

 

 남자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피부가 껍질이 벗겨지듯 조금씩 바스라졌다.

 구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건 하늘을 날기 위해 비행기를 만드는 대신 새로 변신할 수 있는 약을 연성한다는 소리와 다를 게 없다.

 남자가 기침하자 검은 피가 울컥 쏟아졌다.

 

 “제물이 모자라. 젠장! 두 사람만 더 있으면 됐어. 알아? 아내를 구하려고 이 지랄을 했는데 그 미친 여자는 병이 깊어지니까 겁이 나기 시작하니 나랑 아들을 죽이려 했어. 그 기분을 알겠어?”

 

 벗겨진 피부 사이로 드러난 구울의 회색 피부에는 금이 가 있었다. 불안정한 우화에 고통스러운 듯 남자는 이를 갈았다.

 남자가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비명을 질렀다. 쿵쿵거리는 소리에도 남자의 목소리는 송곳으로 찌르듯 귀에 박혀왔다.

 

 “알아! 이런 산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 1년에 한 명이라도 보면 기적이지! 난 조금만 기다리자고 했어. 한 명만 더 죽이고 마지막 제물은 내 목숨으로 할 테니 제발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그랬는데. 그랬는데!”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머리를 들고 씩 웃었다.

 

 “여보, 아이는 또 낳을 수 있잖아.”

 

 소름이 돋았다.

 

 “여보, 아이는 또 낳을 수 있잖아.

 하지만 아이와 내가 다 죽어야 당신을 살릴 수 있는데, 나도 죽어버리면 아이는 낳을 수 없잖아?

 여보, 아이는 또 낳을 수 있잖아.

 제발 조금만 더 기다려줘. 어떻게든 내가 널 구해볼 테니.

 여보, 아이는 또 낳을 수 있잖아! 이대로 내가 죽게 둘 거야! 죽는다고! 내가 죽는다고!

 알겠어, 여보. 당신 말이 맞아 아이는 또 낳을 수 있어. 그런데……”

 

 남자가 자신의 얼굴을 문질렀다. 얼굴에 자신의 피로 된 붉은 선이 그어졌다. 남자는 자신이 현자의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웃으며 읊조렸다.

 

 “아내도 다시 만들 수 있어.”

 

 나는 미라손을 꼭 쥐고 남자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말했다.

 

 “총으로.”

 

 미라손 역시 저것이 인간이 아님을 인지했는지 가위를 내듯 주먹을 쥐고 엄지와 검지를 뻗었다.

 

 “그년이 거짓말로 아들과 나를 이간질해서 날 죽이는데 이용하려고 했어. 병든 여자 혼자서는 나를 죽일 수 없으니까. 그래서 죽였지. 똑똑했어. 그래, 그게 맞는 거야. 나도, 아들도 건강해. 그러니까 더 버틸 수 있어. 그렇지 여보?”

 

 남자가 천장에 매달린 머리를 올려다보고 말했다. 머리는 남자의 말을 듣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고통에 귀가 막혀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여전히 고통스러워 할 뿐,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미친놈.

 남자는 나를 잊은 것처럼 완전히 몸을 돌려 자신의 아내에게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당신이 죽지 않아도 되니까. 나랑 아들이 성공적으로 탈태를 마치면 당신도 구해줄게. 몸통은 다시 구할 수 없지만, 그래도 머리만으로도 사랑하기에는 충……”

 

 나는 미라손을 뻗어 남자를 쐈다. 미라손의 검지손가락에서 보랏빛 한 줄기 빛이 솟아나 남자의 머리를 관통했다.

 

 남자는 분노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왼쪽 눈구멍이 깔끔하게 통과한 구멍은 이미 빠른 속도로 아물고 있었다.

 

 “감히!”

 “검으로.”

 

 한쪽 눈이 날아간 남자는 거리감이 떨어졌고, 나는 남자의 눈이 재생하기 전에 달려들어 남자의 목을 찔렀다.

 

 “이런.”

 “끄끅. 왜, 아쉽나?”

 

 미라손이 남자의 목을 찔렀지만, 관통하지는 못했다. 방향감이 떨어져도 칼이 목에 닿는 충격은 느낄 수 있다. 남자는 빠른 반사신경으로 미라손의 팔 부분을 잡고 날이 깊게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남자가 입을 벌렸다. 검붉은 피와는 다른 녹색 액체가 남자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치이이익

 

 다급히 고개를 숙여 피했지만, 액체 일부가 내 어깨에 묻자 연기와 함께 어깨를 파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약했다.

 

 미라손을 쭉 당기자 남자의 손가락이 투두둑 떨어졌다. 자신의 손가락이 떨어지는 모습에 놀란 남자가 본능적으로 손을 들었지만, 곧 고통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찢어지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주둥아리에 미라손을 꽂아 넣었다.

 

 “제물이 부족하다더니 진짜로 부족했나 보군. 구울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약한데.”

 

 남자가 손을 뻗어 버둥댔지만, 내게 닿지는 않았다. 저주가 담긴 구울의 손톱이 허공을 허무하게 갈랐다.

 나는 미라손을 비틀며 허공에 휘둘러 남자의 턱 위쪽을 통째로 뜯어냈다. 피 섞인 타액이 얼굴에 쏟아지며 남자의 머리가 허공을 한 바퀴 돌다가 떨어졌다.

 

 “헤엑! 헤에에엑!”

 

 남자의 머리는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자신의 몸통과 머리의 위치를 파악하려 안간힘을 썼고, 몸통은 어색한 방향감에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금까지 베어온 구울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하다.

 인간이던 시절이 남아 있어 고통을 느끼지 않더라도 몸의 부상과 소실에 본능적으로 움츠러들기에 구울의 싸움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머리 잃은 몸통을 세로로 쪼갰다. 좌우로 갈라져 자빠진 몸통이 피웅덩이 속에서 손 하나와 발 하나로 걸으려는 듯 허우적댔지만, 몸은 그렇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

 

 남자의 머리통이 눈을 부릅뜨고 이빨을 딱딱 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는 오른쪽 몸통부터 다지기 시작했다. 반으로 토막내고, 발끝부터 저미고 흐르는 내장은 전부 밞아 터뜨렸다. 위장에서 아직 소화되지 못한 밤알이 흘러내렸다. 대장을 뽑아 망치가 된 미라손으로 후려치자 고약한 냄새가 내 위장까지 뒤집어 놓았다.

 하지만 이제 왼쪽 몸통이 남았다.

 

 “우욱!”

 “총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미라손을 겨누자 꼬마가 파리해진 얼굴로 코와 입을 감싸고 다리를 떨고 있었다.

 

 “뭐냐. 거기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텐데.”

 “아저씨가 너무 늦게 나와서…… 엄마?”

 

 꼬마가 허공에 떠 있는 머리를 올려다보며 말을 토했다. 그리고 머리와 눈이 마주친 꼬마는 그대로 혼절했다.

 

 뭐야, 언제부터? 난 분명, 내가 하려던 건…… 그래, 식량. 그리고? 좀비. 좀비 조종하는 방법. 그걸 물어보려 했어. 그러면 죽이면 안 돼. 적당히 겁주고 얼러서…… 그런데 피? 내가 왜 뭘 하고 있었지?

 

 난도질당한 몸통의 주인을 찾아 고개를 돌리다가 머리통을 발견했다. 턱 위로 뜯겨나간 머리통. 그 붉게 물든 눈동자를 보자 광기가 되살아났다.

 

 “구울!”

 

 나는 머리를 밟았다.

 사람 머리는 단단해 발길질 몇 방에 박살나지 않는다. 나는 머리가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짓밟다가 마침내 미라손을 망치처럼 휘둘러 머리를 박살냈다.

 부족해. 이걸로는 부족하다. 더 죽여야 되는데. 완전히 쪼개고 부수고 으깨서 없던 존재로 만들어야 되는데.

 나는 구울의 왼쪽 몸통을 바라보았다. 더 죽여야 된다. 하지만 이제 남은 구울이 없다.

 안 되는데. 더 죽여야 되는데.

 

 나는 박살난 머리를 한 곳에 모았다. 좀비와 구울은 어떤 물리적인 손상에도 죽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좀비는 완전히 박살나면 살아있는 고깃덩어리에서 멈추고, 구울은 완전히 박살나도 언젠가는 재생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나는 그것의 머리가 재생하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머리에서 눈과 코, 그리고 귀 부분이 간신히 둥그런 덩어리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나는 실력 없고 게으른 조각사가 만들다 만 점토 덩어리 같은 것의 귀에 대고 말했다.

 

 “지금 당장 재생해서 덤벼라. 그렇지 않으면 네 아들을 죽이겠다.”

 

 눈알이 미친 듯이 동요하며 근육에 힘이 들어가듯 형태가 잡힌 신체 조각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저 구울은 모르고 나는 아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구울의 재생은 노력으로 가속할 수 없다.

 나는 기절한 꼬마의 뒷목을 잡고 미라손으로 그 목을 찌를 듯 말 듯한 거리에서 흔들었다.

 

 “서둘러라. 안 그러면 내가 실수로 찔러버릴 수도 있으니까.”

 

 다시 긴 시간이 지나 남자의 얼굴이 완전히 재생되었다. 남자가 입모양으로 의사를 전달하려는 듯 입을 크게 벌렸고, 나는 남자가 입을 완전히 벌리기도 전에 그 머리통을 다시 부쉈다.

 

 “느려. 그따위로 해서 네 가족을 어떻게 지킬 생각이냐.”

 

 머리는 남자의 다급함도, 내 지루함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채 천천히 재생했다.

 나는 오두막을 뒤져 먹을거리를 찾아내 먹으며 남자의 머리가 재생될 때 마다 다시 부수기를 반복했다.

 

 서른 네번째 머리 부수기가 있었고, 사흘의 시간이 흘렀다.

 꼬마는 정신을 차리면 금방 기절했고, 기절하지 않으면 내가 의식을 끊어 놓았다. 하지만 이제 더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사흘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아이의 체력이 망가져가고 있었다.

 

 나는 남자에게 말했다.

 

 “일어나. 마지막 기회다. 아니면 아들을 구하고 싶지 않은 건가?”

 

 이번에는 남자는 머리를 넘어 어깨까지 재생하고 있었다.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만큼 방치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폐가 재생되고 나자 남자가 탁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아들은, 제발 살려주세요. 네?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좀비를 조종하는지, 아무튼 궁금한 건 다요! 원한다면 여기서 머리를 박고 죽어버리겠습니다. 제발요! 제 아들 이러다 죽습니다! 물이라도 주세요 제발!”

 “네 아들의 사인이 갈증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제 아들은 인간입니다. 저같은 괴물이 아니라고요!”

 “이미 좀비를 통제할 수 있더군. 이 녀석도 절반은 구울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해야 애를 살려줄 수 있냐고요!”

 

 나는 바닥에 여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손가락 조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봐, 넌 정성이 부족했나보다. 저 정도 살려달라고 했으면 손가락도 안 잘리고 무사히 살아남았을 텐데. 그지?”

 “그건 내 죄잖아! 애는 살려달라고!”

 “좋아, 그럼 기회를 주지. 네가 죽으면서 아들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내 제안에 남자의 표정이 밝아졌다.

 

 “고맙습니다!”

 

 남자가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마치 구울이 그렇게 하면 죽을 수 있는 것처럼.

 나는 미라손을 뻗어 남자의 머리를 붙잡았다. 예상한 충격이 찾아오지 않자 남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남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속삭였다.

 

 “이제부터 너랑 네 아들. 둘 중 하나가 죽을 때 까지 할 거다.”

 

 그리고 남자의 머리로 꼬마의 머리를 후려쳤다.

 

 쾅

 쾅

 쾅

 

 비명이 끝없이 쏟아졌고, 남자의 머리는 말랑말랑해지는 것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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