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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프로듀스의 방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20.8.5

한국 문화를 대표하게 된 K-pop.
그 화려한 무대의 이면에는 수많은 암투가 있다.
그 암투 속으로 상처 입은 아이가 뛰어들게 되고
그 아이가 선한 마음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한
주변 이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요즘 트렌드와 반대로 가는 대하서사 작가 듀얼won 입니다.
스케일 크고, 등장인물 많고, 스토리 복잡하며, 긴 호흡의 작품들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인기 없는 장르이지만 이런 스토리도 있음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이 행복하시길... ^^

 
본선 (1)
작성일 : 20-08-05 14:45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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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급 평가의 목적은 연습생의 현 수준을 파악하여 레벨에 맞는 트레이닝을 하기 위함이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A등급을 받을 경우 방송을 보는 팬들에게 실력파라는 점을 각인시킬 수 있었고 이는 오로지 시청자들의 투표로만 선정이 되는 프로듀스 프로그램의 특성상 매우 큰 어드밴티지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그간 프로듀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중대형 기획사 출신들은 등급이 좋지 못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신민경처럼 중소형 기획사라면 이것을 반드시 잘할 필요가 있었다.

 “흐음~ 본선에 진출했을 정도면 모두가 실력이나 스타성은 어느 정도 겸비하고 있을 거야. 그들 사이에서 확실하게 각인을 시킬 만한 무대가 필요해. 그렇지 않다면 무대 전체가 통편집을 당할 수 있어.”

 “그렇겠죠. 등급 평가를 담는 4화 방송의 시간은 2시간 정도인데 이걸로 100명의 무대를 모두 다 방영해주지는 않을 테니까요. 특별한 무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코믹 컨셉입니다.”

 원은 일전의 시즌에서 트레이너들의 웃음을 터트렸던 코믹 컨셉의 무대 동영상을 틀어주며 의견을 말했다. 이에 이정원은 그다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반론을 했다.

 “물론 이렇게 하면 확실히 방송에 나갈 것이고 트레이너들도 좋아할 겁니다. 등급도 좋게 받겠지요. 그런데 그런 컨셉을 잡았던 연습생들의 말로는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계속 그런 개그 이미지가 남아서 이후 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민경이는 코믹과는 거리가 꽤 있는 비주얼입니다.”

 “음. 나도 이정원 대표의 말에 동감.”

 미카도 원의 의견이 별로인 듯 이정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원의 아이디어는 기각이 되었고 민호는 턱을 매만지며 혼잣말처럼 말하였다.

 “흐음~ 아무래도 신민경은 연습기간이 1년 정도 밖에 안 되니 춤과 노래는 그냥 준수한 수준이지. 이 정도로 모두에게 각인을 시킬 수 있는 무대를 하려면 뭘 해야 할까. 아! 이번 본선에서는 일본 아이돌 연습생들도 함께 한다고 했지? 그럼 일본 아이돌 노래로 무대를 만들면 어떨까?”

 “아... 그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군요. 제가 지난 시즌들을 복기하면서 든 생각인데 일본 노래는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등급 평가는 시청자의 손을 거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한국에는 반일 감정이 있는 편이고 일본어로 된 노래에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지는 팬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앞선 시즌에서 평가곡으로 일본 노래를 선택했던 연습생들은 다들 순위가 하락했었습니다. 일본어 노래가 한국어 노래보다 더 수준이 높았음에도 그런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요.

 가급적이면 일본어 노래는 시즌 내내 고르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이번에는 원이 민호의 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것에 미카와 이정원도 동의를 했다. 그렇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고 논의는 길어졌다.

 이것을 사이에서 보고 있던 신민경은 고개를 숙이면서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다들 죄송해요. 제가 좀 더 실력이 있었다면 이런 걸로 머리 썩이실 필요도 없으셨을 텐데...”

 “흠... 그것도 그렇군. 컥!”

 신민경의 말에 농담조로 답하려던 민호는 미카의 당수에 정수리를 맞고 고개를 푹 숙였고 미카는 신민경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안아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호호. 절대 아니야. 민경이가 노래나 춤에서 압도적인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민경이에게는 스타성이 있어. 그리고 단언컨대 100명의 합격생들 중에서 춤과 노래, 스타성을 모두 가진 이는 단 하나도 없을 거야. 그렇기에 모두가 전략을 세우고 임하는 거야. 이건 민경이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야.”

 “그런가요?”

 “당연하지. 그러니까 우리를 믿고 좀 더 자신감을 가지도록 해. 하여간... 이런 착한 면이 민경이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라니깐.”

 미카는 따스한 얼굴을 하면서 신민경을 격려해주었다. 그런 미카의 미소를 보며 원은 불과 몇 달 전의 그녀라면 상상도 못할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놀라 하였다.

 ‘정말 완전히 다른 분이 되셨군. 그 차가움이 풀풀 나던 분이 이렇게 반대가 되시다니... 잠깐. 반대? 반대라... 맞아. 그것도 좋겠네.’

 미카의 모습에서 뭔가 아이디어를 얻은 원은 눈을 번쩍 뜨며 말하였다.

 “이것은 어떻겠습니까? 시즌4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 뿐인 내편’으로 무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하나 뿐인 내편? 물론 그것은 많은 인기를 끌었던 좋은 노래이지. 그런데 남자 노래잖아? 이것을 민경이가 할 수 있을까?”

 “민경 양에게 어울리게 편곡을 하면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좋은 생각 같지 않습니까? 남자 아이돌의 노래를 여자가 한다. 이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오! 저는 찬성입니다. 제가 다른 것은 몰라도 편곡은 자신이 있습니다. 말씀만 들어도 뭔가 길이 보이는 것 같은데 한번 민경이에게 맞춤으로 편곡을 해보이겠습니다.”

 원의 말에 이정원은 바로 동의를 하며 자신을 보였다. 그 모습에 민호와 미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여자 연습생이 남자 아이돌의 노래로 등급 평가를 했던 적은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전대 시즌의 대표곡으로 하는 것은 꽤 생소한 시도였다.

 그렇게 방향을 잡은 후 JW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정원 대표는 3일 동안 밤을 새서 편곡 작업에 들어갔고 마침내 신민경에게 맞춤으로 변신한 ‘하나 뿐인 내편’이 나타났다.

 이 노래에 대해서 민호 일행은 모두 괜찮다는 호평을 했고 신민경은 열심히 노력해준 이정원에게 감사하며 연습에 들어갔다. 그렇게 일주일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신민경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리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고 1월 10일에 신민경은 모두의 인사를 받으며 JW를 떠나 뮤직바이블 본사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신민경은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접속 장치에 누웠고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눈앞이 번쩍이는 느낌과 함께 사이버 세계로 들어갔다.

 “어? 이번에는 예전이랑 조금 다르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떤 건물의 내부였다. 이에 신민경은 두리번거렸고 미리 접속해 있던 뮤직바이블의 관계자가 그녀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뮤직바이블 본사 건물을 그대로 구현화한 곳입니다. 이곳의 3층으로 가시면 세트장이 있으니 그곳의 의자를 골라서 앉으시면 됩니다.”

 “아. 그렇군요. 헤헤. 감사합니다.”

 신민경은 안내에 감사하며 인사를 하고 얼른 3층으로 달려갔다. 그런 그녀의 눈앞에는 평소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그 전설적인 100개의 좌석이 들어왔다. 마치 피라미드처럼 단계별로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가장 높은 곳에는 밑의 의자와는 차원이 다른 화려함을 가진 12개의 좌석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최고점에는 보석을 박은 것처럼 반짝거리는 1위 의자가 있었다.

 “와아~ 저게 바로 1위석이구나. 멋있다아~”

 신민경은 영롱한 빛을 뿜는 1위석에 시선을 뺏긴 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왠지 저기에 앉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뇌리에 민호의 조언이 떠올랐다.

 “신민경. 너도 잘 알겠지만 등급 평가를 하기 전에 너는 무대의 의자를 골라서 앉아야 할 거야. 그런데 그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절대 1위석에 앉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야. 왜냐하면 그 자리는 저주 받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징크스인데 지금까지 시즌 4번을 치르면서 등급평가 시 1위석을 제대로 점하고 앉았던 이들은 모두가 최종 무대까지 가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한 징크스가 아니다. 충분한 이유가 있기에 이렇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요즘 이 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큰 감정은 ‘열등감’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열정적으로 투표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열등감은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고 그런 그들의 표적이 되지 않으려면 절대 잘난 티를 내면 안 된다. 항상 겸손하고 자신을 낮추어야 하지. 그렇기에 시작부터 1번 자리에 앉는 모습은 그들의 열등감을 자극할 수 있고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시니컬하고 부정적인 민호에 걸맞은 조언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원이나 미카, 이정원은 전혀 반대를 하지 않았다. 그들도 이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신민경은 그럼 2~12위석은 어떤지를 물었고 이번에는 원이 답을 했었다.

 “그 자리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이 최종 멤버에 선발된 확률은 19퍼센트입니다. 그냥 평이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민경 양은 그냥 자신이 좋아하거나 필이 꽂히는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하하.”

 그런 원의 조언을 떠올리면서 신민경은 자리를 살폈고 그녀의 눈에 22번석이 들어왔다. 이에 신민경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으며 거기에 앉았고 그러자마자 전방의 화면에 신민경의 프로필이 떴다. 프로필은 신민경의 나이와 회사, 그리고 사진과 자신의 예상 등수, 그리고 그 이유가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본 신민경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적은 예상 등수와 이유가 스스로 보기에도 웃겼기 때문이었다.

 ‘예상 등수: 2등, 이유: 프로게이머 홍진호 선수를 좋아하기 때문.’

 사실 E스포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신민경이었다. 그녀가 이렇게 적은 이유는 전적으로 원의 추천 때문이었다. 신민경처럼 회사의 배경이 크지 않은 연습생은 어떻게든 특이한 짓을 하여 눈에 띨 필요가 있고 이렇게 재미있는 이유를 적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원의 논리였다.

 신민경은 이것을 충실히 따랐고 설치된 카메라가 그것을 비추다가 신민경에게로 돌아가자 손가락으로 ‘2’와 ‘브이’를 동시에 의미하는 포즈를 취하며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나중의 일이지만 신민경의 이런 선택은 큰 효과를 보게 되었다. 한국의 많은 E스포츠 팬들은 이런 신민경의 모습에 환호하며 그녀를 ‘2의 여신’, ‘준우승 여신’으로 칭송하였다. 이미 성공시킨 선배 아이돌 팬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중대형 기획사 연습생과 달리 지지기반이 별로 없는 신민경에게 이것은 매우 큰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가장 먼저 자리에 앉은 신민경을 시작으로 하여 그 다음 회사의 연습생들이 차례로 접속하여 모습을 드러냈다. 신민경은 그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이를 모니터로 보고 있던 윤준영 피디는 약간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이야. 저 애는 모든 인사를 90도 이상으로 하네? 거의 50번 이상을 저래야 하는데 저래서 허리가 남아날까?”

 “하하. 워낙 예의가 바른 아이니까 괜찮을 겁니다. 아마 저런 게 몸에 배어 있을 테니 말입니다.”

 윤준영의 말에 그 옆에 앉아 있던 호수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이에 윤준영은 뭔가를 떠올리며 물었다.

 “아! 맞아. 저 애의 심사를 호수 자네가 했지? 어떻게 생각하나. 저 신민경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최종 12인에 들 수 있을까?”

 “뭐~ 그런 먼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무리겠지요.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의 등급 평가 무대도 보통은 아닐 겁니다. 사실 아까 자신의 예상 순위 이유도 웃기지 않았나요? 하하.”

 “맞아. 굉장히 진지하게 생겼는데 저런 말을 해서 꽤 웃겼어. 기대가 되는군.”

 둘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는 사이 꽤 많은 연습생들이 입장을 했다. 일단은 한국 연습생만 들어오고 있었는데 거의 모두가 혼자였다. 한 회사에서 두 명 이상 합격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한국의 연예 기획사들이 상향평준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200개가 넘는 회사가 있고 자리는 50석 뿐인데 한 회사가 여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지금 시대에는 무리인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한국 연습생들은 다들 혼자였고 30여 명이 자리에 착석했음에도 주변은 매우 조용했다. 모두가 서먹서먹해서 말을 걸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단 하나, 신민경의 주변은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 앉은 연습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인사를 하였다. 신민경은 원의 조언에 따라 연습을 하면서도 본선 진출 연습생의 회사에 대한 공부를 했었다. 그것을 해야 다른 연습생과 대화를 트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공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민경은 옆 자리 연습생에게 빙긋 미소를 보이며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root엔터테인먼트에서 오셨죠? 저는 신민경이라고 해요. 거기는 배우 강진욱 님이 있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자주 보시나요? 헤헤.”

 “네?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한수진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강진욱 배우님은 자주 뵙고 있어요. 워낙 회사 건물이 작다 보니... 호호. 그래도 맛있는 거 많이 사주시고 조언도 자주 해주시는 좋은 분이세요.”

 한수진이라는 연습생은 신민경이 살갑게 말을 걸어주면서 자기 회사까지 알아주자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면서 바로 마음을 열었다. 이에 신민경은 바로 다음 멘트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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