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코로나 때문에 언택트 비대면 온라인 수업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직접 관객과 만나야 하는 공연예술계도 이런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추어
모두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장미 예술고등학교에서 야침차게 무대에 올리기로 한 뮤지컬 ‘위키드’도
무한정 연기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 때문이었지만 지도교사 마이클 박이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풍문이 나돌았다.
‘위키드’ 대신 선택된 공연은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었다.
학생들 실기시험도 봐야 하니 온라인 공연으로 올리기로 했다는 학교측 발표가
있자 학생들은 부랴부랴‘위키드’ 대신 ‘사랑의 묘약’을 연습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Una frtiva lagrima negl festose spunto
우나 플티바글리와 네뇨페스토스푼또
uelle festose giovani invidiar sembro
웰레페스토스 죠바니 인비디얼 섬브로
che piu cercando io vo che piu cercando io vo
헤퓨 체칸도요보 헤퓨체칸도요보
M'ama, si, m'ama lo vedo, lo vedo .........
마마 시 마마 로 베도 로 베도
여름이는 오늘도 학교 벤치에 앉아 ‘남몰래 흘린 눈물’을 연습중이다.
그 옆에 앉아 있는 봄이가 자전거를 타고 오는 동이를 보고
‘갸르릉’한다.
동이는 얼른 ‘쉿’ 봄이에게 주위를 주었다.
여름이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동이는 하늘을 나는 듯 몸이 가벼워졌다.
힘도 불끈 났다. ‘저 노래가 뭘까?’ 궁금했지만 여름이에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무식이 탄로날까봐...
“영무야, 너 이런 노래 아니? 많이 들어본 곡이긴 한데 제목을 몰라서..”
동이는 친구 영무에게 ‘남몰래 흘린 눈물’곡을 읊조렸다.
“아! 안다. 파파로틴가 뭔가 하는 그 뚱보 성악가가 불렀는데”
“제목은?”
“응 .. 여자의 마음. 맞아 여자의 마음”
“확실해?”
“그럼! 얼마나 슬픈 곡이라구”
“무슨 내용인데”
“제목이 여자의 마음이니까 여자의 마음은 갈대 같다는 내용 아닐까?
왜 자꾸 묻는데? 너 뭐 맘에 드는 여학생이 예고생이냐?”
동이는 영무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얼른 스마트폰에서 ‘여자의 마음’을 검색해 봤다.
그런데 그 노래는 ‘여자의 마음’이 아니라 ‘남몰래 흘린 눈물’이였고
슬픈 노래도 아니었다.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 것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검색 엔진을
엄청 돌렸다. 그리고 그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다 외워버릴 정도로.
오로지 여름이와 함께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열망으로
죽은 로마도 잊을 정도였다.
드디어 오디션이 있는 날 여름이의 배다른 언니 가을이가 ‘남몰래 흘린 눈물’을 불렀다.
여름이 보다 세달 먼저 태어난 가을이는 자기가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니네 엄마가 세컨드야. 우리 엄마가 먼저라구"
여름이에게 경멸을 담아 말을 내뱉곤 했다.
동시에 두 여자를 만나다니 더러워. 여름이는 아빠를 경멸했고
가을이는 여름이와 여름이 엄마를 경멸하였다,
내 옆에 오지도 말라면서 왜 같은 학교에 들어왔을까?
가을이는.
가을이는 여름이를 이기고 싶었다.
여름이를 따라 다니면서 괴롭히는 취미로 사는 것 같았다.
"어머! 너 목소리가 정말 좋다! 가수하면 대성공할 것 같아"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여름이에게 하신 말씀을 듣자마자
"저는요? 내가 더 노래 잘하는데"
가을이가 말했다.
"응? 너도 잘하지"
마지못해 대답해준 피아노학원 선생님 말을 그대로 믿은 가을이는 그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다.
“가을아, 목소리에 기교를 부리지 말고 마음으로 불러! 네가 주인공 마음이
되어 보는 거지”
새로온 지도교사는 가을이 노래에 대한 코멘트를 해줬다.
그리고 여름이 차례가 왔다.
여름이는 목이 터져라 연습한 그 곡을 불렀다.
이 때 문이 열리며 이 학교 이사장인 노회장과 조비서 그리고 노로마가 들어왔다.
그들은 얼음땡이 되어 여름이의 노래를 들었다.
여름이 노래가 끝나자마자 노회장이 박수를 쳤다.
“부라비!!! 마리아 칼라스 이후로 이런 멋진 목소리 처음이다”
노회장의 등장에 학생들은 긴장을 했다.
“자네 이름이 뭔가?”
“이여름입니다”
“뮤지컬 말고 음대 진학해서 오페라를 해보면 좋겠구만”
“아닙니다. 저는 뮤지컬이 좋습니다”
“그런 싸구려 음악을 하기엔 실력이 아깝지”
이 기회를 놓칠세라 지도교사 한승연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페라 매니아신 이사장님을 위해서 이번 예술제 레퍼터리로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을 준비했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페라지”
“누가 요즘 꼰대들이나 좋아하는 구닥다리 오페라를 봅니까? 뮤지컬 보지!
선생님 안그렇습니까?”
노로마가 끼여 들었다.
‘앗! 포르쉐 그 사람이닷!’
여름이는 노로마를 보고 마음 속으로 외쳤다.
‘이 싸가지 아저씨야. 여기 왜 와서 참견이냐요!'
지도교사가 얼른 대꾸하였다.
”아닙니다. 그건 편견입니다“
”그러는 선생님은 일년에 오페라 몇편이나 보세요?
“그만하지. 노실장”
’노실장? 그럼 이사장 조카?‘
이때 문이 열리고 마이클박이 들어왔다.
여름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이클박 선생님 꺄아~~~”
아이들 모두 “마이클 박 선생님” 하면서 마이클을 얼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