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펫 로스 증후군이라고 했다.
오늘 아침까지도 같이 밥먹고 웃고 울던 고양이 로마가 사라진 동이의
식탁에서는 더 이상 로마의 '야옹!'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동이는 이제는 없는 로마의 환영에 시달렸다.
로마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그 상태가 전문가 용어로
‘펫 로스 증후군‘이라고 한다고 인터넷을 검색하던 여름이가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 로마 여기있네?"
하였다.
여름이가 가르킨 스마트폰 인스타그램에 정말 '로마'가 있었다.
하이얀 털을 가진 앙징맞은 장난꾸러기 모습이 영락없는 로마였다.
이름까지도 똑같은 로마.
"정말 로마네? 로마야!!!"
내가 소리를 지르자 여름이는 핸드폰을 뺐었다.
"동이야, 정신차려! 이건 네 로마가 아냐. 주인이 따로 있어. 세상엔 같은 품종의 고양이도 많으니까"
"이름까지 어떻게 같지?"
"우연의 일치! 아니 운명이야. 우리 이 로마를 키우자"
"어떻게?"
"자 여길 봐"
여름이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있는 죽은 로마랑 똑 닮은 흰고양이 로마의 일상들을 보여주었다.
아빠의 양말을 가지고 물어 뜯으면서 장난하고 있는 모습, ‘야옹! ’ 하품하는 모습, 맛있게 먹이를 먹는 모습 등
동이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보다가 죽은 로마를 생각하면서 쓸쓸해졌다.
"이 고양이는 우리 모두의 고양이야"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가 키우는 반려동물들 일상을
SNS에 올려서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여름이가 말했다.
그러나 어떤 금전적 지원이나 간식 조차도 받지 않고 직접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모두 함께 고양이를 키우는 거란다.
"어때? 우리 같이 키울까? 로마가 옆에 있는 거나 같은 거지"
그렇게라도 해서 위로를 받을까?
여름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동이는 여름이가 하는 일은 어떤 일이든 같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이버 고양이 '로마'를 키우기로 하였다.
동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에 올라와 있는 로마 사진을 보았다.
여름이도 마찬가지였다.
봄이가 그런 여름이를 보다가 핸드폰을 할퀴었다.
"너 질투하는구나?"
여름이는 봄이를 안아 주었다.
"그래도 난 네가 첫 번째야!"
동이는 사이버 고양이 로마를 보면서 로마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고 있었다.
"와아! 로마네 로마! 죽은 로마가 환생했나?"
동이 친구 영무는 인스타에 있는 로마를 보고 소리 질렀다.
"우리 얘 만나러 가자"
영무가 말했다.
"안돼 만날 수 없어"
왜 만나면 안되는지 동이의 설명을 들은 영무는 그럼 로마하고 같은 품종의 고양이를 사자고 했다.
"어떻게 살아 있는 목숨을 사고 파니? 그럴 수는 없어"
"처음엔 다 사오는 것 아냐? 로마도 사왔을 거 아냐"
"아니야! 우리 로마는 3대째 로마야! 로마 엄마도 할머니도 다 있었어"
"그랬구나!! 그래도 처음엔 사온 것 아닌가?"
"로마 할머니를 엄마가 절에서 데려오셨어"
이렇게 시작된 동이와 영무의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생명의 소중함과 유한함에 대하여
유한한 생명 때문에 찾아오는 이별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들은 인공지능 반려동물을 만들자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죽게 되었을 때 오는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AI펫을 만들자!! 그런 찬란한 꿈을 꾸었다.
동이와 영무는 둘다 과학영재였고 인공지능 로봇 박사였다.
여름이도 대찬성이었다.
이들이 이렇게 찬란한 꿈을 꾸고 있을 때 현관문을 열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여행을 다녀온 듯 밀리터리룩에 배낭을 맨 모습이 개성 쩌는 여장부다.
"동이야. 엄마왔다!
"엄마!!!"
"아이고! 내 새끼! 얼굴이 반쪽이 되었네.
그 말을 듣던 영무가 킥킥 거렸다.
“엄마들은 꼭 저래”
"엄마 어떻게 왔어요?"
"비행기 타고 왔지"
"자가격리 안하구요?"
"당연히 했지. 아이구 2주일니나 갇혀 있었다"
"왜 연락도 안했어요"
"연락함 뭐하니? 어차피 만나지도 못하는데 집에 와봤자 번거롭기만 하고 호텔에서 푹 쉬고 왔다"
두 모자의 상봉을 지켜보고 있던 여름이는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어디에 계실까? 어디든 무사히 코로나를 피해서 있음 된거야"
여름이는 봄이를 끌어안고 자신을 위로 했다.
"어랏! 고양이네 아이고 요놈 멋지게 생겼다! 우리 로마보다 훨씬 잘생겼는걸? 로마는 어디있냐?"
동이는 엄마의 이 말에 얼어붙어 버렸다.
"어 엄마.. 어디 놀러 갔나봐"
얼버무리는 동이를 보고 영무가 나섰다.
"로마 죽었어요!"
"영무야!"
"언제까지 숨길거야. 솔직히 말씀드려야지"
"가만! 너 뭐라고 했냐? 로마가 죽었다고?"
"엄마!!"
"대답해 그래? 로마 죽었어?"
동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 우리 동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이고!!"
동이 엄마는 동이를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하였다.
동이도 엉엉 울었다.
지금까지 침착하게 울지도 않던 동이가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영무도 여름이도 따라 울었다.
"어이! 왜이래! 여기 초상났어요?"
마이클 선생님이 들어오면서 말했다.
"박사마님!!! 어서 오세요~~"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울던 동이엄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마이클을 맞이 하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동이와 영무도 마이클에게 인사를 하였다.
"어? 여름이 넌 여기 웬일이니?"
"제 여친이예요"
동이가 말하자
"너희 둘이 연애해?"
마이클이 동이와 여름이를 가르키면서 말하자 동이엄마가 얼른 나섰다.
"에이! 연애는 무슨 얘들이 연애를 해요! 사귀는 거지"
"그말이 그말 아닌가요?"
"그냥 친구지 친구"
"그냥 친구 아닌데? 얘네들 커플링도 했어요"
영무가 끼여 들었다.
마이클이 하하 웃으면서
"연애도 해야지. 그래야 노래가 깊어져, 좋은 때다" 하였다.
"아니예요 선생님"
여름이 얼굴이 빨개졌다.
이때 또 방문객이 한 명 들어왔다.
알마니 양복을 쫙! 빼입은 조비서다.
조비서는 여름이에게 다짜고짜 말하였다.
"이여름 학생, 이사장님이 찾으시는데 같이 가지"
"영감탱이가 왜 학생을 찾아요?"
"용무가 있으신가 봅니다"
"무슨 용무? 용무가 있으면 나한테 말하세요"
"선생님은 그럴 권리가 없으신걸로 아는데요?"
"내가 이 학생 지도교사요"
"글쎄 아직 소식 못들으셨나 본데요. 선생님은 권리 없으십니다. 학생 차 대기 시켰으니까 같이 가지"
"안돼! 가지마! 그 영감탱이 위험해!"
마이클이 여름이 앞을 가로 막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