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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엄마가 인기있어서 어쩌자는거야!
작가 : 피양이
작품등록일 : 2020.7.31

남매가 캠프에서 실종됐다. 내 새끼 찾아 헤매다 나무에서 떨어졌는데...
눈을 떠보니 난데없이 싱글대디 공작의 딸이네? 얼른 아이들을 찾아야 하는데...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 감나무에서 뛰어내리길 N회차.
가지고 있던 딸의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소리가 난다!
이게 무슨 일일까, 거기다... 왜들 졸졸 따라다니는 거야. 증말!!! 엄마가 인기 있어서 어쩌자는 거야!

 
005.뽀뽀는 이제 그만
작성일 : 20-08-12 19:10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6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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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미아?

 설영이 두 눈을 꿈뻑 꿈뻑거리자 여자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공작님이 어찌나 영애님 이야기를 마르고 닳도록 하시던지! 이렇게 자상한 부모를 만난다는 건 행운이지요.”

 

 “아... 인사가 늦어서 죄송해요. 저는 엘다 모스 자클라리랍니다.”

 

 설영의 공손한 인사에,

 

 “어쩜~ 귀엽기도 하여라. 영애님도 저처럼 후회하지 말고 아버님께 잘하세요. 어머! 나 지금 엄청 밥맛이였죠?!”

 

 한쪽 눈을 애교스럽게 찡긋거리니까 꼭 소녀처럼 보이기도 했다. 살다 보니 모르는 남정네 무릎 위에 앉아서 훈계를 듣는 날이 오다니.

 설영은 당장에라도 내 아버지가 아니야! 발가벗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지만 꾹 누르며 웃음을 헤실헤실 풀어냈다.

 문득 일찍 돌아가신 아빠가 떠올랐다. 뒤돌아선 둥굴고도 낮은 어깨, 희미한 이마의 주름. 흐릿한 모습이 그림자처럼 기억 속에 내려앉는다.

 얼마나 생각에 빠져있었던지.

 

 “이만 쉬지. 새벽 일찍 출발해야하니까.”

 

 공작에게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퍼뜩 과거 속에서 빠져나왔다. 정수리 위에서 단단한 턱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나의 천사!"

 

 무심코 위를 쳐다본 설영은 한껏 내리깐 눈 아래로 입술을 쭉 내밀고 있는 공작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길게 호를 그리고 있던 입술을 딱 잡았다.

 

 “읍?!”

 

 징.징.징그러...!

 

 "엥...당?"

 

 작은 손에 입술이 다물려 충격으로 커진 눈으로 웅얼거리는 공작과 뜨악한 사람들의 시선이 설영에게 쏟아졌다.

 우씨. 뭐라고 둘러대지? 성추행으로 신고하겠다고?! 삐질삐질 이마에서 땀방울이 또르르 떨어지는 걸 느끼며 설영은 주변을 다시 한번 슬쩍 둘러봤다.

 모두들 의아한 낯을 띄웠다.

 어쩐다, 속으로 중얼거리다 무언가 결심을 했는지 설영은 비스듬히 고개를 숙였다. 곧 혼신의 힘을 다해 볼을 붉히면서 내뱉는 말이.

 

 “저도 다 큰 걸요...힝.”

 

 부모라면 땅을 치는 이 대사! 겪어봐서 알쥐~ 어유! 팔에 소름 돋았네.

 

 “엘다! 네가 다 컸다니! 불과 얼마 전에 뒤뚱거리며 걸음마를 뗐잖니.”

 

 이보시오. 엘다는 열여덟이야.

 설영은 삐져나오려는 잔소리를 참고 이 중증 딸바보 공작의 무릎 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두 팔을 허리 위에 앉고 단호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물론 앙증맞은 검지 손가락도 함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자클라리 공작양반.

 

 “이제 뽀뽀는 그만할래요!”

 

 “읏...!”

 

 “거 보십시오, 단장님. 영애님은 안 그럴 거라고 호언장담을 하시더니! 아우- 그때 내기를 걸었어야 했는데! 크흐흐흣-”

 

 꽤나 고소한지 부단장이 뺀질거려도 공작 귀에 들리지 않는다.

 

 “풋! 어쩜. 저리도 귀여우실까~”

 

 헤르미아가 자신의 두 손을 맞잡고 한쪽 얼굴에 댔다.

 얘, 가만히 좀 있으렴. 나한테 귀엽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란다. 설영이 속으로 대꾸하면서 얼른 자리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오,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어요. 그럼, 좋은 밤 되세요.”

 

 “엘다! 딸!”

 

 공작의 처연한 외침에 옛다! 이거나 받아라, 하는 심정으로 손키스를 날리곤 설영이 포르르 다이닝 룸을 나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미련 그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공작이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는 매서운 얼굴로 무언가 중얼거리는 게 아닌가.

 

 “설마 어부바도 안되는 건가?”

 

 “뽀뽀는 시작이고, 이제 보십쇼. 품에서 떠날 보낼 날이 머지 않...억!”

 

 공작의 눈썹이 매섭게 치솟는가 하더니 순식간에 한쪽 발을 뻗었다. 그러자 킬킬거리던 부단장이 데구르르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영애님을 보니, 제 부모님께서도 저 때문에 꽤 속상하셨겠네요.”

 

 시끌벅적한 주변과 달리 헤르미아가 먼 곳을 바라보듯 두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헤르미아. 네 부모님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시지 않았어?”

 

 일행의 물음에 헤르미아는 그저 옅은 웃음을 머금을 뿐이었다.

 

 *

 

 “아우. 언제까지 이 몸으로 있어야 하는 거야.”

 

 층계참을 오른 설영이 문가에 서서 막 자신의 방 문 손잡이에 손을 올리던 참이었다.

 

 "아유! 그걸 깜빡했네. 하여튼 이 건망증은...쯧쯧."

 

 공작에게 내일 왕실 도서관 출입할 수 있도록 임시 출입증에 서명을 해달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어쩌지. 뽀뽀해달라고 땡깡부리는 거 아냐?”

 

 잠시 고민하던 설영은 손잡이에 올린 손을 거두었다.

 

 “에잇. 다시 내려가지 뭐. 또 뽀뽀해달라 그러면 이번엔 발가락으로 주댕이를 콱 꼬집어버려야겠어.”

 

 작게 투덜이다가 곧 다시 층계참 아래로 내려간다. 설영이 자신의 방에서 멀어져 가는 한편,

 

 “치지지지...이이..익...”

 

 살짝 열린 문 틈사이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불규칙한 노이즈가 새어나오고 있다.

 

 

 

 **

 

 

 

 “하아...”

 

 밤새 충격으로 끙끙 앓던 공작은 초췌한 기색으로 마차에서 내렸다. 치렁하게 드리운 붉은 머리를 벅벅 긁다가 화창하기만 한 하늘을 노려본다.

 자신의 딸만은 예외일 거라 생각했는데. 자클라리 공작은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냥 확 파혼시켜 버릴까.”

 

 무언가를 살벌하게 속삭이는 모습에 가까이 다가오던 기사들이 움찔거렸다.

 마차는 답답하다며 절대 안타는 저 인간이 왠일인가, 싶으면서도 오늘은 심기를 거슬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공작 뒤로, 아침 회의에 참석하려는 마차가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수행기사 하나가 다가와 커다란 잔 하나를 내밀더니

 

 “들어가시기 전에 이거부터.”

 

 어깨를 으쓱하며 은근하게 속삭였다.

 

 “비율을 좀 높여봤습니다.”

 

 익숙한 듯 그것을 받아들어 단숨에 마신 공작은 다시 한번 하늘을 노려보곤 터덜터덜 왕궁으로 들어섰다.

 불길처럼 타오르는 새빨간 머리칼이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도 흔들렸다. 그 모습을 남몰래 훔쳐보던 출입경비대 기사들의 두 눈에 경외와 존경심이 비친다.

 

 

 *

 

 

 “시작해볼까?”

 

 마치 연무장 두 개를 붙인 정도의 거대한 알현실 상단에 비딱하게 서 있는 사람이 있다.

 슈텐국의 현 왕, 휴고 일리 반스. 그가 말을 끝냄과 동시에 손을 휘젓자 그의 앞에 쪼르르 5열 횡대로 도열해 있던 각 부처 대신들과 7명의 기사단장, 심지어 궁내부 관리들까지 죄다 엎드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다들 뭘 하시는...아니, 왜들 이러시는 건가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임 서기는 화들짝 놀라 제 곁에 서 있는 수석 서기를 바라봤다. 백발이 성성한 수석 서기는 햇병아리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그렇지. 회의참석은 처음이로군."

 

 "네. 수석님!"

 

 " 그럼 넌 까.”

 

 “까, 까다뇨? 수, 수석님?”

 

 “신참이니 웃장 까라고.”

 

 이 무슨 망측한 소리인가.

 초임서기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그토록 선망하고 존경했던 수석서기의 입에서 튀어나온, 매우 품격 떨어지는 언어구사에 입을 벌렸다.

 곧이어 더 놀라자빠질 만한 일이 일어났다.

 폐하께서 고매하신 옥체를 낮추더니 하찮은 바닥을 향해 손을 뻗지 아니한가. 초임서기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폐...하!”

 

 초임서기는 기함하는 한편, 어쩔 수 없이 엎드리곤 눈알을 굴려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자클라리 공작이 아무렇지 않게 한 손가락으로 상반신을 지탱하는 걸 보곤 입을 다물었다.

 유일하게 하인 왕자만이 무감한 얼굴로 단정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하나”

 

 하인의 입에서 구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믿을 수 없게도 왕 뿐만이 아니라 알현실의 모든 이들이 팔을 굽히며 푸시업을 하기 시작했다.

 

 “둘”

 .

 .

 “아흔 아홉”

 

 “허..헉..헉...욱”

 

 초임서기는 몸을 일으키면서 콧등에 비뚜름하게 걸린 안경을 추켜세웠다. 그의 몸보다 큰 제복이 땀에 절어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대체 어느 누가 국무 회의의 시작을 푸시업으로 열겠나.

 이 모든 원흉인 왕 휴고는 태연자약하게 상석으로 돌아갔다. 초임 서기는 차마 왕을 탓할 수 없어 원망스러운 눈으로 하인을 쏘아봤다.

 

 "왜 하인 왕자님만 안 하시는 겁니까."

 

 "왜? 원망스럽냐."

 

 "그...그건 아니.."

 

 "휴고 폐하보다 더 지독한 사람이 궁에 있는데 그게 누구일 것 같나."

 

 초임서기는 차마 수석서기 너님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수석서기는 턱을 들어 표정 하나 없는 하인왕자를 향해 고개짓을 했다.

 

 “서..설마요.... 어, 이게 뭡니까.”

 

 놀라움도 잠시, 스무 명이 넘는 기사들이 한 손에 든 잔을 들고 열을 맞춰 들어오더니 테이블 위로 잔을 내려녾기 시작했다.

 

 “말뼈 가루일세. 운동 후 마시면 근육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잠시 자신의 이두박근을 꼼꼼히 체크하던 수석서기는 말뼈 가루를 탄 물을 벌컥 마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초임서기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어째 진로를 잘못 선택한 것 같은 강한 직감이 근육통처럼 찾아왔다.

 

 “제한지대에선 어찌 되었는가?”

 

 왕의 질문이 자클라리 공작은 입술을 매만졌다. 계속된 푸시업으로 팔뚝은 터지기 일보 직전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어제 그들을 별채로 옮겼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게 한 뒤 내일 정오에 왕성으로 불러들이려고 합니다. 그들을 슈텐국으로 인도한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다만?”

 

 “이번 사건이 단순한 도굴문제뿐만이 아닐 거라는 의심이 들더군요. 저들 중 누군가 협정을 깬 거라면...”

 

 멀리서 듣고 있던 첫째, 헤이건 일리 반스가 잿빛 눈을 빛내며 반색하자 앨버리트 일리 반스가 그런 제 형을 한심한 눈빛으로 쏴주었다.

 

 “뭘 기대하는 거야. 바보 형.”

 

 말을 잇는 자클라리 공작의 붉은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레베르트리스, 프리다국 이들에게서 제한지대구역을 뺏어올 수 있는 명목이 생긴다는 이야기죠.”

 

 공작이 말을 마치자 장내의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헤이건은 선심이라도 쓰듯 둘째 앨버리트의 어깨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공작 말대로 명목이 생겼으니 그들을 치면 되잖아. 제한지대를 우리 슈텐국이 갖게 되면 어마어마한 자원을 독차지할 수 있지. 이 얼마나 설레이는 일이냐. 가만... 나한테 바보라고 했냐?”

 

 “그럴 리가.”

 

 “잘못 들었나.”

 

 헤이건의 중얼거림에 앨버리트가 비죽이 웃음을 흘렸다. 하인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테이블을 천천히 두드리다 헤이건과는 다른 의견을 냈다.

 

 “글쎄... 공작이 그렇게 말한 것 치곤 전혀 기뻐하고 있지 않는데.”

 

 

 **

 

 

 마차가 성벽을 돌고 왕성 초입으로 들어섰다.

 설영은 증강현실로 구현한 무대에 뛰어든 느낌에 뭐랄까, 절로 감탄이 터졌다.

 도로는 생각 이상으로 편리하게 정비되어 있었고 줄지어 다니는 마차들은 질서를 지켰다. 단층짜리 깨끗한 건물들과 그 사이를 누비는 사람들에게선 아침을 맞이하는 행복감 같은 것이 묻어 나왔다.

 

 “우와...”

 

 “그러고 보니 왕궁은 한 달만이시군요.”

 

 이안의 말에 창가에 매미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다 벌어진 입가에 흐른 침을 소매로 얼른 닦았다.

 오호라, 엘다가 한 달전에도 왔었구나. 설영은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익숙한 척 하려해도 자꾸만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선을 어찌할 길이 없다.

 창을 통해 들어온 햇볕이 설영의 얼굴 위로 떨어지자 반대편에 앉아있던 이안이 가까이 다가와 손 차양을 만들어 준다.

 

 “이안, 레베르트리스국 사람들 말야.”

 

 자신이 어제 다이닝룸으로 다시 돌아갔을 땐 공작과 이안, 테라뿐이었다.

 

 “왜 아버님이 그 사람들이랑 같이 온거야?”

 

 “특이한 일이죠. 레베르트리스 사람들이라니.”

 

 “응! 그러니까 우린 앙...숙이잖아? 교류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책을 열심히 읽고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과연 정확하세요.”

 

 이안은 낮게 웃다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슈텐, 레베르트리스, 프리다 3국에 걸쳐진 제한지대는 모두에게 뜨거운 포도주나 다름없지요. 우리가 가질 수 없다면 그들 역시 마찬가지인지라... 그렇기 때문에 약 오십여 년 전, 3국은 협정을 맺었습니다.”

 

 크나큰 유혈로 지속된 10년 전쟁의 종료였다. 상상을 뛰어넘는 천연자원이 매장된 구역은 그 누구도 건들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함구하셨지만 아마도 최근 들어 제한지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인물들인가 봅니다.”

 

 마차의 속도가 느려질수록 멀리 병풍처럼 서 있던 회색의 거대한 성이 점점 커져간다.

 설영은 이안의 이야기를 들으며 몰래 자신의 드레스 안쪽 주머니를 더듬었다. 그러자 손 안에 딱딱한 물건이 만져진다.

 

 딸의 이어폰.

 지금 갈 길을 잃어버린 제게 이정표와도 같은 소중한 물건. 외출할 채비를 하던 중 충동적으로 들고 나왔다.

 이렇게 드레스 속에 숨기고 다니는 건 불편한데. 악세사리처럼 지닐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생각이 퍼지기도 전에 마차가 덜컹, 하고 멈춰 서자 설영의 몸도 반쯤 기울었다.

 

 “여기서 방명록을 작성하겠습니다. 저는...”

 

 출입 경비소에서 기사가 나와 맞이했다. 성 안에는 왕과 왕가의 마차를 제외하고선 그 어떤 마차도 들어설 수 없다.

 이안은 기사가 내민 방명록에 자신과 엘다의 이름을 적어내곤 몸을 돌렸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아가씨.”

 

 “응! 걱정 마. 이안!”

 

 “저번처럼 왕궁에서 길을 잃으시게 될까봐 마음이 놓이질 않는군요.”

 

 그랬구나, 설영은 걱정으로 물든 이안을 향해 얼른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어주곤 손을 붕붕 흔들었다. 자, 가볼까.

 설영이 힘차게 팔을 흔들며 성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구불거리는 머리칼이 함께 춤을 추었다. 그 모습에 근처를 지나가던 몇 명의 기사들이 멈칫하더니 미묘한 시선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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