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레인의 질문에, 그의 주위를 살피던 미하엘이 제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백작의 주위서 반짝이던 호선이 쩌렁쩌렁한 목청을 내며 환호했다.
“일곱 번째입니다.”
「일곱 버어언!」
「쳇!」
“아아.”
보좌관의 대답에 이은 큰 소리에 귀가 아플 만도 한데 모서리에 기대선 백작의 표정은 조금 멍할 뿐이었다. 조금 멍한 표정의 그는 무의식적으로 왼손에 끼워진 투명한 가락지의 표면을 쓸었다.
그의 손에 끼워진 가락지는 전체적으로 투명하면서도 군데군데 균열이 보였는데, 그 균열은 주인의 손길을 따라 이동하기도 하고 아예 사라지기도 했다.
“그렇구나.”
‘먹잇감을 누구에게 줄까, 아니면 누구에게도 주지 말까.’ 하는 그런 표정에, 그 맞은편에 있던 미하엘의 눈동자가 잠시 싸늘하게 굳었다가 곧 풀어졌다.
「조심해야겠는데?」
「벌써 일곱 번째래.」
「화날 거야.」
그런 미하엘의 심정과 비슷한 것을 느끼는지 손톱자국처럼 허공에 새겨진 푸른 입매가 살며시 레인을 향해 속삭였다. 소년을 향해 속삭이는 푸른 입매는 그 수를 단번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반짝이고 있었다.
「알면 슬퍼할 거야.」
「그럴 거야.」
「열셋째가?」
「열셋째가.」
「그럴까?」
「그것만?」
「과연?」
[아니야. 그건 아니지.]
그렇게 쭉 이어지던 푸른 입매들의 속삭임은 좀 더 깊고 서늘한 목청에 잠시 끊겼다가 방향을 바꿔 계속 이어졌다.
「어…」
「맞아, 그건 아니지.」
「전부 돌려버릴걸?」
「돌려?」
앳된 목소리의 반문에 그것을 긍정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그 대화에 침묵을 유지하던 레인의 호흡이 잠시 멈췄다.
「응. 돌려.」
「그에겐 이제 상관없을 테니까.」
「아하!」
그 호흡이 신경 쓰인 것인지, 인상을 쓰던 미하엘이 레인을 바라봤다. 어떤 소란에도 중심을 유지하던 그의 시선이 허공에 갇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맞아.」
「그랬지.」
“조심 좀… 해야겠네.”
그런 레인의 시야에 발코니를 넘어 든 하얀 빛이 검은 방을 물들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빛을 보며 눈초리를 가늘게 좁힌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그 중얼거림을 듣던 미하엘이 신용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레인을 향해 눈을 흘겼다.
“또 말로만…”
「차차는 말은 잘해.」
“나름으로 노력하고는 있는데.”
자신을 향한 미하엘의 시선에 눈을 깜짝이며 금세 초점을 찾은 레인이 애정 어린 핀잔에 대하여 슬쩍 변명을 시도했다.
“저하께서는 오늘만 해도 그리 미덥진 않습니다만.”
제 태도에 관해 변명하는 백작을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본 보좌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타박하자, 그것을 듣고 있던 레인이 한쪽이 붉게 물든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래도 사고 치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저 뻔뻔한…. 자신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레인의 모습에 슬슬 부아가 끓던 그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사고뭉치와 대화할 때는 조금이라도 격한 감정을 줄여야 한다는, 그런 뻔한 의도였다.
“사고 치세요. 내가, 당신을 지지하는 이유니까.”
‘내 눈앞에는 청소년이 있고, 나는 어른이다’라는 차분한 얼굴로 다시 눈을 뜬 그가 레인을 향해 시선을 내렸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소년은 그의 의도대로 따라가 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싫어.”
「우와. 단답.」
킬킬. 제 귓등 가까이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를 가볍게 무시한 레인이 무신경한 얼굴로 미하엘을 바라봤다. 미하엘은 단, 0.1초의 망설임도 없는 레인의 거부에 표정을 굳혔다가, 이내 자신을 의지하려 들지 않는 상대를 향해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울긋불긋한 하얀 연미복 차림, 그 번들거리는 재질과는 상당히 맞지 않은 투명하고 투박한 가락지가 백작의 손에서 빙그르르 돌아갔다. 검지에 끼워진 투명한 가락지를 같은 손바닥에 붙은 엄지로 굴리고 있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 그 속도가 일정했다.
창백한 손가락 사이로 빙글빙글 도는 가락지를 보며, 그에게 고민이 있음을 직감한 미하엘의 시선이 그곳에서 잠시 멈췄다.
「궁금하구나?」
한곳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미하엘의 마음속을 읽어낸 것인지, 그의 발밑까지 느릿느릿 다가온 푸른 입매 하나가 어둠에 휘감긴 제 팔을 이용하여 그의 구두코를 톡 하고 건드렸다.
“….”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입술만 꾹 누르던 그가 어쩐지 허전한 마음이 들어 자신의 가슴 부근에 손을 얹었다. 뼈마디가 두꺼운 그의 손이 투박한 직물의 표면에 닿자, 그의 손바닥 아래로 심장의 규칙적인 고동이 느껴졌다.
주인의 마음대로 모습이 바뀌는 인형처럼 거부도 못 한 채 무조건 한 사람의 취향대로 휘둘리는 그의 모습을 보자니, 미하엘은 그와 친우로서 마음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제국의 북부는 아직도 장갑을 끼고 돌아다녀야 할 만큼 매서운 추위를 자랑하는데, 그곳에서 비단으로 만들어진 연미복 하나만 달랑 입으라고 보내다니.
가뜩이나 감각이 무딘 그가 알지 못하고 혹여 동상에 걸렸다면 손, 발 하나를 없애야 했을 거다. 그나마 자신이 다가가서 그 손을 잡아준다면 모를까. 이젠 그것조차 쉽지 않게 됐으니…, 미하엘은 들었던 손을 그저 내릴 뿐이었다.
허전하다, 빈손이 허전하다. 소년의 손을 항상 덥혀주던 입장인 미하엘 브리텐슈는 제 허전한 손을 내리며 그냥 그것만 생각했다.
“백작.”
몇 발자국, 얼마 남지 않은 거리서 백작과 마주한 보좌관의 눈망울이 일렁였다. 손을 내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미하엘의 시선에 악동 같던 그도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자신의 표정에 조금 물러난 백작이 제게로 시선을 고정하자, 막상 입을 열게 된 미하엘이 머뭇거렸다. 황성에서 날아온 비보에 먼저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프지 않으십니까?”
“왜 아파야 하지?”
미하엘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그것을 귀 기울여 듣던 레인의 눈썹이 쓱 올라갔다. 너의 말을 당최 알아들을 수 없다는 백작의 반응에 그를 지켜보던 보좌관이 당황했다.
‘왜냐니….’
자신을 향한 레인의 말은 질문에 대한 반문이라기보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백작의 태도에 보좌관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황제 버금가는 황실의 수석 보좌관이자, 백작의 반려를 자처한 리안투르누의 생모인 이벨리카 지첸카 피안바스토의 죽음이었다. 그것을 눈앞에서 목격한 이의 반응치고는….
「냉담」
그 자체. 애도는 물론이거니와 그 사실에 관해 신경조차 쓰지 않는 태도였다.
‘왜?’
그 의문과 함께 백작을 향한 보좌관의 시선이 살며시 기울어졌다. 그 시선에 든 레인슐레이츠만 또한 브리텐슈의 몸짓에 맞춰 고개를 옆으로 갸울었다.
그 창백한 얼굴을 따라 허공에서 푸른 빛깔을 보이던 얇은 호선이 천천히 벌어졌다.
「강이 흐른단다. 아이야.」
푸른 입매에서 흐르는 서늘한 소리에 백작을 빤히 바라보던 미하엘의 표정이 굳었다. 여태 강의 흐름을 방해한 것, 그것을 알아냈기에 흐름을 되찾았을 테지.
자신의 말을 부정하는 연유를 알게 된 그가 곧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계셨군요.”
여태 걱정을 달고 살던 자신의 불안을 줄곧 방관한 상사의 취미가 고약하다 못해 가히 충격이었다. 그동안 그의 처지에 안절부절 속을 태운 이가 한둘이 아니니 말이다.
그런 미하엘의 반응에 고개를 옆으로 갸울인 백마가 자신의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장단 맞추는 데 여념이 없어 보이기에, 어떤 수인가 하고….”
산화되어 거뭇거뭇한 피가 덮인 한쪽 어깨에 갸울었던 고개가 제 자리를 찾았다. 그가 시선을 바로 하자, 왼쪽 어깨 부분이 반대편과 다르게 구김이 보였다.
구김이 있는 어깨에 미하엘의 시선이 닿자, 그를 보고 있던 백작의 투명한 눈망울 속에 든 짐승들의 검은 그림자가 떠돌기 시작했다.
「한 번」
“놀아나 봤지.”
그 순간, 집사의 마술로 만들어진 공간의 겉면을 새하얀 눈꽃이 모조리 삼켰다. 가장 창백한 꽃잎이 날카로운 이파리를 뻗어 여태 술사의 기력을 뺏던 이 공간을 빠르게 잠식한 것이다.
그 표면에 핀 꽃이 하얗게 내려앉으면 내려앉을수록 그 속에 자리한 모든 이들의 머리 위로 손톱자국만 하던 푸른 입매가 정확히 초승달처럼 그려졌다가 그믐달처럼 사라지길 반복했다.
「기망하였어.」
몸통은 보이지 않고 허공에 둥둥 뜬 얇은 입매는 밝게 빛을 내며,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그 호선을 비틀었다. 그 와중에 비틀린 호선은 때때로 크게 벌어지더니 짐승의 아가리처럼 쭉 찢어졌다가 거칠게 닫히기도 했다.
「사랑이라 하였다.」
「그러나 흉내인 것을 모르는 건.」
「오직 그대뿐이다.」
「거짓으로 위함에 대가를 받아.」
「네가 미워.」
「밉구나.」
「너무도 미워 바라마.」
「기대하고 있단다.」
「네가」
「나를 기만한 대가, 너의 거짓에 관한 멍에를 얻길」
소리가 잠시 끊겼다. 그리고 다시 푸른 입매가 크게 벌어졌다.
「바라.」
이루어 바라마지 않는 기원에 백마의 미소가 조금 짙어졌다. 그런 백작을 바라본 보좌관이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도로 뱉으며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도화선 같은 작자들」
「말리지도 않고」
「같이 물들어서는….」
하아…. 자신의 독백마저 빼앗는 푸른 입매를 향해 눈을 흘기던 미하엘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당장 제 앞에 있는 말괄량이뿐만 아니라 그 주위를 감싸고도는 저 짐승들도 문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낯빛도 안 좋은데 퍽 하니, 잘도…. 보좌관의 눈에 들어온 백작의 얼굴빛이 검었다. 그 색이 푸르뎅뎅한 것이, 곧 죽을 사람처럼 창백하다 못해 탁했다.
「그 뻔뻔한 낯짝의 남자를 그대로 둘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제 걸음으로 세 걸음 정도면 레인과 금방이라도 붙어 설 수 있는 거리를 재 보던 미하엘의 목소리가 불퉁했다.
“알면서 그대로 두셨습니까.”
도려낼 부분을 찾기 위해 제 살을 썩히고 그 미친 남자에게 눈앞의 이득을 주었다. 그 방법이 좀 더 안전했다면 모를까. 이것은 정도를 넘어섰음을 모르지 않겠지. 나의 친우, 레인슐레이츠만.
“그럼, 언젠가 피부를 썩게 할 거스러미를 무시해야 하나.”
기왕 살을 썩혀 주어 마땅한 당위를 얻은 참인데, 그것을 도려낼 기회를 과연 무시하겠는가. 나의 친우, 미하엘.
「제발」
미하엘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레인의 태도는 오히려 당당했다. 보좌관의 눈빛을 읽은 백작은 오히려 상대를 바라보며 그의 말을 되받아쳤다.
“아니요.”
그게 아닙니다. 백작의 반문에 난색을 보인 미하엘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미묘하지만 더욱 견고해진 빙벽을 체감한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만….」
밝은 속눈썹이 주인의 심경을 반영하듯 몸을 떨자, 그런 미하엘의 심정을 알아차린 듯한 백작의 눈초리가 덩달아 축 늘어졌다. 마치 눈앞의 미인이 가엾다는 듯, 시선을 올린 그의 눈망울이 보좌관에게 향했다.
새벽의 나른함과 활기 그 사이쯤 되어 보이는, 요요한 눈망울은 불안한 남자의 마음을 달래듯 묘한 빛을 냈다.
“도대체 무엇이, 너를 그리 불쾌하게 해.”
아이를 살살 달래듯 묻는 백마의 입매가 부드러이 휘었다. 휘영청 떠오른 달처럼 환한 미소만큼 건조하게 느껴지는 물음에 미하엘이 어렵게 입을 뗐다.
“저는 그저… 당신이, 자처해서 그들에게 놀아났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자신을 해치면서요.’
그 뒷말을 삼킨 보람도 없이, 보좌관을 응시하던 백작의 입가가 올라갔다. 아, 또 읽혔구나. 그 미소의 의미를 알아차린 보좌관의 미간이 저절로 좁혀졌다.
레인슐레이츠만이란 사람은 방심할 수 없을 정도로 타인을 파악하는 것이 빠른 여자다. 자신을 향해 여우처럼 눈을 휘어 보이는 그의 취미가 고약했다.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 굳이 상대의 입으로 듣는 것을 즐긴다. 그런 그의 행동은 주위 사람을 견디게 하거나 견디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의 사고방식이 소름 끼쳐.”
지고(至高)의 땅이라 불린 비헤일리스에서조차 괴물이라 불린 레인슐레이츠만. 그의 이런 성정 덕에 ‘백의의 천사’란 멸칭까지 얻은 미하엘 브리텐슈도 속병이 날 지경이었다.
「키득키득」
백작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미하엘과 그런 보좌관을 태연하게 바라보는 레인의 주위로 냉랭한 기운이 내려앉았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주위뿐만 아니라 대들보에서 이 상황을 관망하고 있던 암살자의 뒤에도 푸른 손톱자국이 새겨져 지워지지 않았다.
「그럼 괴물이 괴물답게 생각하지, 人間답게 생각할까?」
미하엘의 반응에 그들은 재미난 말을 들었다는 듯이 킬킬 웃었다.
백마는 그 웃음에 보좌관을 바라보더니, 그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이 느리게 눈을 깜짝였다. 보랏빛 눈망울에는 저를 이해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 같은 건 없었다.
“…새삼.”
서로를 이해하기엔 간격이 꽤 머니까. 그게 다다.
“저하 당신은 정말, 하….”
그런 레인의 반응에 미하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진심으로 화가 난 표정. 그가 도중에 말을 끊는 건, 쉽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니까. 자신의 보좌관은 순간적으로 대들보에 자리한 암살자 따윌 잊은 거다.
화가 난 미하엘을 지켜보던 레인의 눈매가 휘었다. 자신이 예상한 미하엘 브리텐슈의 모습과 한 치도 어긋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미소에 잠시 입술을 깨물던 보좌관이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제안에 흔쾌히 허락한 백마, 아니 백작의 표정은 역시나 인형 같았다. 백작의 반응에 속눈썹을 아래로 내린 그의 눈매가 아래로 살짝 쳐졌다.
‘대화를….’
오랜만에 이렇게 성실히 답해주는 그이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그 속셈을 읽은 백마의 눈동자가 자신의 왼손으로 향했다. 그런 백작의 귓가에 한결 누그러진 보좌관의 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끝나는 겁니까.”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인 보좌관의 목소리에 가락지의 매끄러운 표면을 문지르던 백작이 보시시 웃었다. 그렇게 레인이 입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뒤에서 무수히 자리 잡은 푸른 입매가 숫자 하나를 꼽았다.
“곧?”
「3」
저변에 무엇을 숨긴 것인지 도통 구분할 수 없는, 포근한 설원 같은 미소에 미하엘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그가 앞을 바라보더니, 일부러 권위적인 호칭으로 상대의 시선을 끌었다.
“정말 추상적이군요. 저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그 반응에 잠시 멈칫하던 레인이 입술이 움직였다. 시선을 내리깐 투명한 눈동자에 회백색의 그림자가 백마의 발치를 서서히 제 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런 레인의 주위에 자리한 푸른 입매들이 보이지 않는 막을 뚫으려는 듯이 앞으로 나왔다가 뒤로 빠지길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 탓인지 레인의 뒤에 있던 책상 주위가 수면의 일렁임처럼 급격히 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