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풀다만 미령이 신경질적으로 옷을 집어던졌다. 문턱 넘어서 지켜보
던 성현이 씁쓸히 봤다.
"왜?"
미령이 휙 돌아서 길게 만 포스터를 풀렀다.
용주골 사창가에서 봐왔던 그레이스켈리의 사진이었다.
"나 사랑해?"
"응...."
"그럼 날 이 여자처럼 만들어줘!"
"뭐?"
"사랑한다면서! 왜 사랑하는 여자한테 그것하나쯤 못해줘. 너... 삼정그
룹 아들이잖아."
"미령아......"
"형식적인 말은 필요없어. 내게 행동으로 보여줘!"
[미령이는 내가 삼정그룹 아들인 것을 알고 끝임없이 물질적인 요구를 해
왔어요. 명품 옷에 구두까지 바라는대로 다 해줬어요. 그런데 자기는 그
레이스켈리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갖다고 싶다고 했어요......]
// 말을 듣던 수혁이 취조 중 미령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생각했다.
- 그 반집니까?
- 네... 모나코에서 온 반지요... 예쁘죠?
- 모나코에 가면 좋겠어..... 이렇게 예쁜 보석들이 많을테니까....."
질린 듯 고개를 흔들었다. //
[전 그 반지를 사기 위해 아버지가 제게 주신 유산 절반을 써버렸어
요... 아주 비싼 반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좋아한다면 뭐든지... 그
보다 더 좋은 것이라도 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녀를 가질 수만 있다
면.... 그걸로 행복했습니다. 미령은 늘 그레이스켈리를 따라했어요. 어
쩔 땐 환자처럼 말하곤 했어요. 그레이스켈 리가 환생했다면 자기일거라
고.....]
전신거울 앞에 서는 빛나는 구두. 복숭아뼈까지 붉은 드레스가 치렁치렁
내려왔다. 미령이 치마 한쪽을 들어올리고 사뿐사뿐 걸어다녔다. 손가락
에 끼워진 모나코 다이아는 부시도록 반짝거렸다. 미령은 흐뭇한 듯 까르
르 웃었다.
"그렇게 좋아?"
"응... 너무 행복해."
"그만 자자..."
"먼저 자. 아. 그럼 너의 형님은 얼마나 부자야?"
"어? 그건 왜?"
"아니... 이런 반지쯤은 껌값이 아닐까."
"이봐. 그 반지가 어떻게 껌값이 돼?"
미령이 콧방귀를 끼고 화장대에 앉아 반지를 뺏다.
"또 시작이야. 그렇게 생색내고 싶으면 이 반지 도로 물러!"
미령은 아무렇지 않게 값비싼 반지를 내농댕이쳤다. 성현이 새가슴으로
흠집이라도 났을까봐 재빨리 반지를 주워 후- 불었다. 그리고는 미령 손
을 가져와 반지를 끼웠다.
"왜 이래?"
"내 보석은 너야... 내가 이 반지에 흠집날까 걱정하는 것처럼 네 마음
이 흠집날까 걱정스러워... 우리 둘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니?"
"나.. 나도 반지 던질 생각 없었어."
성현이 미령을 힘껏 껴안았다.
"아.. 더워 저리가..."
미령이 일어나 다시 거울 앞으로 워킹했다. 성현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