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비서는 그녀들의 얘기를 다 듣고 나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
다. 아가씨들도 저 사람이 왜 저러나 싶다가도 하룻밤 자고 가라고 붙잡
았다. 남비서가 완곡히 거절하고 용주골을 빠져나왔다. 금촌 시내로 나
와 투숙할 만한 모텔을 찾았다.
욕조에 물을 틀어놓고 그 안에 누웠다. 따뜻한 김이 남비서 얼굴로 올라
왔다.
//여기서 일하던 경찰 아저씨였어요...//
//미령이와 결혼한다고 갔죠. 우린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글쎄요. 둘이 사귀는 줄도 몰랐어요. 한 두 번 만났을까... 그러고 미
령이를 데려갔으니까요......//
머리를 복잡한 듯 물속으로 잠수했다.
"여보세요. 성주 흥신소죠?"
흥신소 직원이 전화를 바꿔 들었다.
"무슨 일 계십니까?"
"일전에 만났을 때는 조성현이 경찰이었다는 말씀이 없으셨잖습니까?"
"경찰이요?"
"네. 여기 파줍니다. 사람들이 그러길... 경찰이라고..."
"아닌데... 확실히 아닙니다."
"아니라구요?"
"네. 그 사람 조그만한 철물점 했던 걸요.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 받았습니다. 그
건 故 장 회장이 조용히 살라는 댓가였죠..."
"그래요? 그럼 왜 다들.... 경찰이라고 했을까요?"
"그거야 파출소로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고 용주골 사창가로 다시 찾아갔다. 늦은 오전인데도 용주골 거
리는 밤과는 사뭇 달랐다. 적막하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남비서는 철
창문을 마구 두드렸다. 한참 후에야 큰언니가 찌푸둥한 몸을 끌고 나왔
다.
"이 양반 또 왔네!"
"저기.. 그 파출소가 어디죠?"
"파출소요?"
"조성현이 일했다는 파출소요..."
한숨을 푹 쉬더니 하품을 뻐금대며 말을 이었다.
//시내 버스터미널로 가봐요. 그 앞에 있는 파출소니까.....//
남비서 차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출입문조차 작아 보이지도 않은 파
출소였다. 남비서가 들어서자 사무를 보고 있는 경찰 한 명이 고개를 들
었다.
"무슨 일이시죠?"
"저... 여기 소장님 좀 만나뵐 수 있을까요?"
"소장님이요? 왜 찾으시는데요..."
"긴히 할 말이 있습니다."
남비서가 신분을 말하고 나서야 소장과 면담이 이뤄졌다.
이마에 주름이 굵게 패인 시골 늙은이가 반대편에 앉았다. 남비서가 엉덩
이 살짝 뗐다 앉았다.
"조성현이라고 기억하십니까!"
시골 늙은이가 상당히 언짢은 듯 시선을 돌렸다.
"여기 경찰 맞습니까?"
"어디에서 오셨다고 했죠?"
"삼정그룹 회장실에서 왔습니다."
흠.... 헛기침을 내쉬고 송글송글 맺히는 땀을 닦아냈다.
"그 사람이 무슨 죄를 졌습니까?"
"졌구 말구요..."
늙은이가 당황하며 손바닥을 폈다 쥐었다 했다.
"사실대로 말씀해주시죠. 여기서 일한 사람 맞습니까?"
"아니요... 돈 받고 몇 번 제복을 입혀줬습니다."
"뭐라구요?"
"재정이 나쁘다 보니... 사람이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돈에 약한 법
이죠..."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십니까!"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죄를 따지러 온 건 아닙니다. 조성현이라는 남자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십니까."
"아주 기분 나쁜 눈빛을 가진 청년이었죠... 숱한 범인들을 봐왔지만 그
처럼 섬뜩한 눈빛은 잊을 수 없습니다. 살인을 저지를 눈빛이었습니다.
그럼 혹시.... 그 사람이......?"
"그건 아닙니다. 그치만 그렇게 보셨다면 곧 벌어지겠죠....."
"제복을 입혀줬더니 사창가를 순찰하겠다고 따라 나섰습니다. 자기한테
꼭 필요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거기까지입니다."
남비서가 절망적인 눈으로 소장을 봤다.
"이제 그만 사직하시죠....."
소장은 대꾸없이 눈가를 닦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