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언제, 기억 안 난다는 듯이 말한다…. 자기 기억력 좋고 똑똑하고 그러니 엄청 그러는데 진짜 재수 없었어….. 내가 지적인 사람을 싫어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야… 그 잘난 머리를 가진 우리 아버지께선 참 재수 없게 굴었거든…. 형은 무시하지 않으면서 난 엄청 무시하더라고 날 아무것도 모르는 애 취급하고, 바보, 병신 취급하고…. 그런데 이렇게 날 무시해놓고는 자신은 그런 적 없대… 진짜…. 내가 말했지? 가해자는 그 기억을 못 한다고…. 봐, 진짜잖아… 기억을 못 하잖아…. 얼마나 습관처럼 나를 무시했으면 이러겠어? 내가 무시한다 차별한다 그러면 아니다, 그런 거 아니라며 핑계, 변명, 자기 합리화만 해대고 진짜 지겹더라….. 형이 운동을 제대로 한 적은 없는데 우원인 날 닮아서 잘해~라고 했지… 왜 나에 관한 건 항상 이렇게 부정이고 형에 관한 건 항상 이렇게 긍정이야… 왜? 그리고 또 허것날 나한테 남자, 남자, 남자답게, 남자답게 거리는 거 진짜 짜증 나고 토 나오더라… 그러다 보니 난 점 점 남자인 내가 싫어지게 되었고, 그래서 난 여자처럼 굴었어.
여자처럼 치마 입고 화장하고 그렇게 나를 여자로 바꾸고 싶었어… 내가 이런 취급을 받는 이유가 내가 남자여서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난 여자가 되고 싶었고 남자인 나는 극도로 싫어했어…. 항상 이런 생각들이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었던 거 같아. 그때 당시만 해도 난 아직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을 때였어…. 하지만 그냥 여자가 되고 싶었어…. 이런 차별이 너무 싫어서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니 내 인생은 그날이 아니라 처음부터 잘못되었던 거 같아…. 이런 부모를 만난 순간부터 내 인생은 이미 불행해지기 시작한 거 같아….
우리 부모님은 말이야 그냥 첫째 바보였어…. 첫째에 관한 건 전부 긍정 반면의 나에 관한 건 전부 그렇게 좋은 얘기들이 아니었어…… 나에 대한 옛날 얘기를 할 때마다 넌 이래서 짜증 났다, 형은 이러 이러한 게 어쨌다….. 왜 나를 말할 때면 전부 별로 좋은 얘기가 아닐까….. 난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까짓 사랑 좀 받고 싶어서 한 행동들이 오히려 더 나를 아프게 하고 비교 대상이 되게 했어… 그래… 이젠 인정해… 난 그냥 뭘 해도 형한텐 안 되는구나… 그냥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 아빠는 계속 이러겠구나…. 그런 거구나… 그래.. 난 그냥 형의 대체품인 거 같아…. 엄마 아빠는 아니라고 하지만 난 다 보여 제 삼자의 시선으로 보는 내 눈엔 다 보여 형을 편애하는 그 모습이 말이야 당연히 인정 안 하겠지 우리 부모님은… 왜냐면 그 둘한테 있어서는 그냥 버릇, 습관이니깐….. 난 내 이름처럼 영원히 비교 대상인 거야…. 바보, 덜떨어진 얘, 그냥 착한 얘, 그냥 귀여운 얘, 그냥 밝은 얘….. 난 형처럼 사람들한테 예쁨 받을 수 없는 거야….. 사람들도 그래…. 형만 예뻐하고, 신경 쓰지 나 같은 건 그냥 착한 얘… 그게 다야…..
이런 형을 미워하냐고? 질투하냐고?..... 음….. 맞으면서 틀렸어…. 난 형을 별로 안 미워해… 질투? 좀 하지…. 하지만 안 미워… 웬 줄 알아? 형은 나한테 단 한 번도 못한다고 뭐라고 한 적 없거든… 나한테 잘해줬거든…. 난 엄마, 아빠보단 형한테서 더욱 사랑을 느꼈어…. 그래서 난 형을 그렇게 미워하지도 질투하지도 않았어… 그래서 난 형이 착각할 때에도 그거에 대해서 살짝 화는 났지만 별말 안 했어… 내가 막내니깐 아무래도 더 신경을 쓰긴 했었지…. 그리고 형은 그거에 서운해하더라고…. 이해해… 그럴 수 있지…. 근데 솔직히 짜증 난다? 자기가 뭔데 서운해해?라는 생각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겨우겨우 삼켰어… 겨우 그까짓 것 가지고 서운해해? 난 얼마나 차별받고, 무시당하고, 뭣 같은 취급을 기억이 있기 시작 한부터 내가 죽는 20살까지 1n 년이란 시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고작 이거 하나 가지고 이런다는 게 솔직히 짜증 났지만 이해하니깐 난 위로해 줬어…. 하지만 내가 유년기에 받은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야……
내가 나이를 좀 먹어가고 심부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자연스레 그건 내 일이 되었고 내 일상이 되었어…. 나한테 모든 심부름을 다 시켰어….
“학교 가는 날은 내가 다 하거든!”라고 말하는 아빠… 그래서 본인이 매일매일 택배를 받아왔나? 응~ 아니야~ 학교 가는 날을 뺀 모든 날…. 그날에 심부름은 98%로는 내가 했어… 그거 알아? 학교 가는 날보다 학교 가는 날을 뺀 모든 날이 더 많다는 거 그러면 내가 얼마나 많은 심부름을 했을까? 아빠가 한 거? 내가 한 거에 비하면 뭣도 아니지….. 그리고 이젠 아주 자연스레 모든 심부름을 나한테 시켰어… 자신들은 온갖 이유를 다 대며 안 하고…. 뭐? 입시 준비 때문에 멘틀 붕괴되어서 네가 나가…. 그래 입시?... 그래 멘붕 올 수 있지 힘들겠지…. 근데 내가 열받은 건 이게 아니야… 내가 열이 받은 건 이거였어….
“누나 입시 때문에 멘붕 왔으니 네가 나가…”
왜 화났냐고? 그 이유는 좀 더 말하고 알려줄 게 나 아프니 네가 가.. 어쩌고저쩌고….
이제 내가 왜 화났는지 알려줄 게… 먼저 내가 아플 땐 이 사람들 나한테 일 시키고 물 가져오라니 별걸 다 시켰어…. 그래 놓고는 자기들 아플 땐 아주 생난리를 쳐….. 나 아플 땐 그렇게 부려 먹어놓고는! … 하! 하다 하다 내가 몸이 많이 아팠을 때에도 나한테 뭘 시킨 줄 아니? 청소.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는 지금부터야…..
내가 괴롭힘을 당했을 때 처음엔 나도 그냥 참았어…. 이런 가족들이니깐 그냥 손 안 빌리기로 했어… 하지만 내가 말했잖아 괴롭힘이 얼마나 심했는지… 결국 난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가족들한테 참다 참다 너무 힘들어서 위로를 받고 싶어서 말을 했어…. 물론 내가 게이라는 건 안 꺼냈지 꺼내면 난 죽은 목숨인데 꺼냈겠니? 난 위로는 안 바라니 안아주기라도 바랐어… 근데… 내가 너무 우리 가족들을 좋게 평가했나 봐? 날 그렇게 차별하고 무시하던 인간들인데 말이야….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기댈 수 있는 게 가족밖에 없으니 도움을 구했는데… 그랬는데…. 이러더라
“넌 남자가 되어가지고 어떻게 맞고만 오니? 너도 때렸어야지! 복수했어야지!”
속이 울렁거렸어 토가 나올 것만 같았어…. 마치 나한테 억지로 음식을 먹인 뒤 억지로 롤러코스터를 태운듯한 기분이었어… 진짜 금방이라도 토를 할 것만 같았어…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이래? 내가 뻔히 사람 때리는 거 싫어하는 거 알면서 어떻게 나한테 이래? 그래… 속상하니깐 그랬겠지…. 근데 어떻게 나한테 이래? 왜 나한테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건데? 방법 같은 거 궁금하지도 않아, 그냥 위로해 줘… 아니 안아줘… 그거면 돼.. 그거면 된다고! 근데 안 해줬어…. 나머지 둘한테도 말해봤지…. 근데 똑같았어…. 그래 그때 가세가 좀 기울어서 심적으로 그런 상황이었단 거 알아.. 아는데… 아들 하나 위로할 여유도 없어? 내가 말이 안 통해서 말을 그만하자 나 보고 뭐라 한 줄 알아?
“넌 왜 분위기를 흐리니?”
날 이해하지 못하고 나한테 뭐라고 하기만 했어…..
난 처음엔 내가 진짜 이상한 애인 줄 알았어…. 내 사고방식이 기괴한 줄 알았어… 내가 기인이라고 생각했어… 난 내가 이상한 사람이어서 그래서 이런 일을 당하는 건가? 그래서 내가 이런 일들을 겪는 건가? 진짜 정말 다 내 탓인가?라는 생각까지 했어… 근데 후에 알게 된 거지만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이 이상한 거였어…. 난 멀쩡했던 거야…. 그랬던 거야….
그렇게 난 분명 따뜻한 차 안에 있었는데 전혀 안 따뜻했어…. 추웠어… 아팠어…. 차가운 바람이 피부를 통과해서 내 가슴을 뚫는 기분이었어. 분명 같이 있는데 나만 따로 있는 기분이었어…. 나만 동떨어진 기분이었어…. 가족들은 안 그래도 상처받은 나한테 나를 위로해 주지는 못할망정…. 내 가슴을 칼로 찍었어…. 찌르면 한 번만 아프고 끝나…. 하지만 찍어 누르는 건 끝없는 고통에 시달 여야 해….. 엄마, 아빠 그리고 형은…. 날 벼랑 끝으로 밀었어…. 날 구해주지 않고 오히려 날 ‘죽였어’….
그 순간 뭔가 깨지고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어….. 내 마음은 금이 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천천히 깨지고 무너져갔어… 난 모두한테 버림받았어….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거야….. 의지할 사람조차 없이
그렇게 난 모든 어둠을 스스로 견뎌야만 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날이 바로 내가 공부와 노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바로 그날이었어…
이 날 이후 난 무너져가기 시작했어…. 그래도 난 무너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어…. 항상 웃어도 보고 했어 하지만 그냥 임시방편일 뿐 별로 쓸모는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