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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용의 소녀
작가 : 라라미르v
작품등록일 : 2020.1.4

인간들의 땅, '엘로지아 왕국'은, 인간들이 가질 수 없는 그 이상의 힘을 가진 존재들에게 가호 받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 존재들은 인간들을 사랑한 드래곤들과 마도사들이었다. 엘로지아왕국은, 드래곤들의 나라 '위스'와 마도사들의 땅 '마지아'의 도움으로 평화로운 나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런, 드래곤들과 마도사들의 힘을 언제나 가지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인간들의 욕망은, 위스와 마지아가 격돌하는 대전쟁을 불러 일으키고, 세 나라의 평화는 잔인한 결말을 초래하는데...

 
4화 - 무도회의 유령 4
작성일 : 20-01-05 00:18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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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슈아는 적잖게 당황하는 로렌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풉~”

 

 공주, 로렌은 여전했다.

 조슈아가 처음 만났던 로렌의 모습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슈아는 문득 10년 전을 떠올렸다.

 

 로렌은 성 안 정원 풀숲을 낮은 포복자세로 거의 기듯 헤집고 있었다.

 조슈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에 아버지 길버트를 따라 오게 되었고 혼자 몰래 성을 구경하던 조슈아는 우연히 그런 로렌과 마주치게 되었다.

 자신의 발밑에서 말똥말똥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던 로렌.

 

 조슈아는 그런 로렌을 신기한 듯 가만 내려다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엘로지아 성에 자신 보다 한 살 어린 공주님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던 조슈아다.

 그런데 그 공주가 조금 별나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은 바 있다.

 조슈아는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발밑에 이 여자 아이가 엘로지아 왕국의 공주라는 걸.

 

 “내가 지금 바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니 길을 좀 비켜 주시게!”

 

 조슈아를 잠자코 올려다보던 로렌이 적막을 깨며 야무딱진 말투로 조슈아에게 명령했다.

 조그만 아이의 말투에서 꽤 근엄한 분위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귀여운 모습은 어쩔 수 없었다.

 로렌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조슈아는 여전히 말없이 로렌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조슈아는 갑자기 한쪽 무릎을 땅에 꿇고 앉았다.

 

 로렌은 갑작스런 조슈아의 행동에 표정으로 경계태세를 갖추었다.

 조슈아는 신경 쓰지 않고 이번에는 그녀의 얼굴 쪽 왼쪽 귓가로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디밀었다.

 로렌이 긴장한 듯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그에게 적나라하게 들렸다.

 조슈아가 그녀의 귀에 대고 나지막하게 물었다.

 

 “고양이를 찾고 계십니까? 공주님?”

 

 “헛!”

 

 그러자 로렌은 지금처럼 당황한 기색이 영역한 표정으로 조슈아를 쳐다보았었다.

 

 “공주께서 이리도 당황하시는 걸 보니 요즘 용의 신체를 수집하고 계신다던 소문이 사실인 모양입니다.”

 

 불편한 표정으로 자신을 거의 노려보는 로렌에게 조슈아가 다시 말했다.

 로렌이 그런 조슈아의 말을 되받아쳤다.

 

 “그래서요? 그게 조슈아님이랑 무슨 상관이죠?”

 

 조슈아가 다시 풉 하고 살짝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상관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무슨 말이죠?”

 

 조슈아는 로렌을 보며 마른기침을 두 어 번 했다. 그리고 그녀의 왼쪽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용의 비늘을 구했다는 무역상이 있습니다. 그 자와 개인적으로 제가 친분이 좀 있습니다.”

 

 조슈아의 속삭임에 내내 불편한 기색을 하고 있던 로렌의 표정이 놀란 눈으로 변했다.

 조슈아는 그녀의 모습을 흘긋 보고 말을 이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용의 비늘을 곧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급격히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려던 로렌은 순간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리고 다시 경계를 품고 그를 노려보듯 쳐다보며 물었다.

 

 “조슈아님의 말을 제가 어떻게 믿죠?”

 

 조슈아는 얼굴을 로렌의 곁에서 멀어지게 한 후 그녀를 정면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저 공주님의 환심을 사려고 농담이나 늘어놓는 사람으로 보이실 수 있겠지만.. 네~ 겸사겸사 그렇다고 해두죠. 저도 공주님의 마음을 얻으려는 수많은 청년 중에 한 명인 건 사실이니까요.”

 

 로렌은 다시 불쾌 해졌다.

 왕국 내에 여인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좋다고 하더니 그 인기에 힘입어 이자도 별반 다름없는 그저 실없는 사람 중에 한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에 로렌은 허탈하고 괜한 시간 낭비마저 한 거 같아 짜증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전 더 이상 이 사른 한복판에서 조슈아님과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 무역상이 조슈아님과 친분이 있는 자라면, 왕국의 공주인 제 힘으로도 그 자를 충분히 포섭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조슈아님의 친분을 이용해서까지 용의 비늘을 얻고 싶진 않습니다. 제 힘으로 가져야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조슈아는 당돌한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허가 찔렸다. 처음 그녀를 마주쳤을 때도 로렌의 모습은 소문대로 별나보였지만 당당했다.

 그때의 어린 그녀의 말투는 제법 공주처럼 위엄 있어 보이려 노력했지만 조슈아의 눈에는 그저 귀엽게만 느껴졌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때보다 훨씬 성장한 그녀의 자아가 느껴지는 듯했다.

 허세가 아닌 정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진짜 위엄이 느껴지는 듯했다.

 

 ♥♥♥

 

 타들어 갈 듯 했던 노을이 어느새 감쪽같이 자취를 감춰 버렸다.

 성은 깜깜한 밤으로 변했고 그 어둠을 뚫고 성 안 곳곳에서 밤을 밝히는 빛들이 영롱하게 퍼져 나왔다.

 역시 환한 불빛들이 켜진 로렌의 방 안에서 티니는 아까 전 보다 더 초조한 얼굴로 창문으로 밖을 기웃 기웃 거렸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히잉~ 공주님은 도대체 왜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신거야? 무슨 일 생기신 건가? 악! 그럼 안 되는데! 공주님~ 티니가 갈게요!”

 

 드는 여러 가지 생각에 티니는 울먹이며 방 문 쪽으로 총총 뛰어 갔다.

 그러자 노크 소리에 뜨끔하며 멈춰 섰다. 티니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방문 쪽을 주시했다.

 바로 방문 밖에서 자스민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공주님!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 티니가 엄지손톱을 초조하게 깨물며 고민했다.

 

 “어, 어떡하지? 자스민님한테 된통 혼날 텐데? 자스민님뿐이겠어? 왕비님에다가 폐하한테까지?”

 

 티니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자스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공주님? 식사 준비 다 됐다니까요? 참~ 주무시나? 티니도 오늘 통 보이질 않고? 흠흠. 공주님? 이 유모 들어갑니다?”

 

 그녀의 재촉하는 말에 티니는 눈을 더 크게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자스민이 문손잡이를 잡고 돌리는 소리와 동시에 티니도 문손잡이를 턱 잡았다.

 그리고 자스민보다 더 빨리 문을 살짝 열었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티니가 위를 한참 올려다보자 푸근한 곰 같은 몸집의 자스민이 서 있었다.

 자스민은 활짝 열린 게 아닌 살짝만 열린 문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티니를 근엄하게 내려다보았다.

 자스민은 티니에게 말했다.

 

 “티니? 공주님께 식사 하시라고 알려 드리렴?”

 

 “아.. 그, 그게…….”

 

 “티니?”

 

 자신의 눈치를 보며 말을 더듬는 티니를 자스민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내려다보았다.

 자스민은 티니에게 물었다.

 

 “뭐하는 거니? 티니? 공주님께 식사 하시라고 알려 드리라니까?”

 

 “고, 공주님 도서관에 가셨어요! 자스민님!”

 

 “그래? 그럼 공주님을 네가 좀 모시고 오너라! 오늘 저녁 식사는 폐하와 왕비님, 그리고 왕자님까지 함께 하시니까.”

 

 자스민의 말에 깜짝 놀란 티니가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 폐하와 왕비님과 왕자님까지요?”

 

 “뭘 그렇게까지 놀라지? 티니? 곧 폐하와 왕비님께서 식당에 오실 테니 너도 서둘러서 공주님을 모셔 오거라!”

 

 “그... 그게... 저…….”

 

 티니가 불안해하는 얼굴로 말까지 더듬자 자스민이 호통 치듯 티니를 부르며 재촉했다.

 

 “티니?!”

 

 나무라거나 화를 내지 않으면 평소에는 그저 다정하고 인자한 자스민이지만 한 번 나무라거나 화를 내면 정말 곰보다 더 무섭게 변한다.

 무엇보다 한 번 시작한 자스민의 잔소리는 상대방이 허점을 고칠 때까지 쭉 이어진다.

 그런 그녀이기에 티니와 로렌은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나름 애를 쓰고는 있다.

 

 “네네! 티니 공주님 모시러 다녀오겠습니다!”

 

 티니는 그녀의 호통 소리에 쪼르르 방 안에서 복도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 로렌의 방 문 앞에서 팔짱을 낀 채 여전히 의심스런 눈치로 자신을 보고 있는 자스민을 힐끔 힐끔 돌아보며 복도를 총총 뛰어 갔다.

 

 ♥♥♥

 

 성으로 돌아가는 길목을 로렌이 다 포기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혼자 길을 걷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오른쪽에 조슈아도 동행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을 샘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따라 걷고 있었다.

 로렌은 옆에서 자신의 보폭에 맞추어 같이 걷고 있는 조슈아를 곁눈질로 힐끗 노려보았다.

 그리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로렌의 속은 지금 짜증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슈아는 여전히 여유 만만한 얼굴로 우아하게 걷고 있었다.

 로렌은 조금 전 사른 광장 한 복판에서 조슈아와 실랑이를 벌였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의 확고한 포부가 담긴 말에도 불구하고 조슈아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이없을 정도로 능청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럼, 저를 포섭 하시면 되겠네요. 공주님의 힘으로 말입니다.”

 

 “허!”

 

 로렌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로렌이 말을 잇지 못하고 헛웃음만 치고 있자 조슈아가 말했다.

 

 “그 무역상을 제가 포섭 했으니 저를 공주님께서 포섭해 주시지요.”

 

 “허!”

 

 로렌이 또 다시 헛웃음을 쳤다. 그러자 조슈아가 크큭 거리며 짧게 웃었다.

 로렌은 그의 웃음에 심기가 불편했다.

 

 “뭐가 그렇게 웃기 시죠?”

 

 “크큭~ 죄송합니다. 공주님~ 저도 모르게 그만~ 참, 이틀 후에 있을 왕자님 탄생일 연회에서 공주님께 용의 비늘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싱거운 장난만 치는 것 같았던 조슈아가 이번에는 제법 진지한 얼굴로 진지하게 로렌에게 말했다.

 그러자 로렌은 불쾌한 표정은 거두지 않은 채 눈썹을 실룩이며 그에게 물었다.

 

 “사실이오? 그 무역상을 포섭했다는 말이.”

 

 “네. 물론입니다. 공주님.”

 

 “그 자와는 어떤 관계인 거죠? 용의 비늘을 정말 조슈아님의 눈으로 확인 하신 거 에요? 그 무역상은 지금 어디 있죠?”

 

 “크큭~ 못 말리시겠습니다. 급하실 것도 없구요. 이미 비늘은 공주님 꺼나 다름없으니 말입니다. 제가 성까지 공주님을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 수 있도록 허해 주신다면 가는 길에 공주님께서 궁금하신 것들에 대한 답변을 다 해드리겠습니다.”

 

 여유 있는 그의 말에 로렌은 속으로 생각했다.

 

 ‘허! 이런 식으로 여인들을 꾀는구만? 카사노바 같은 인간이라고!’

 

 그의 말들과 행동이 여전히 미심쩍었지만 어느 정도 그의 말에 이미 호기심도 일어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로렌은 할 수 없이 그의 제의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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