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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로즈 마리아
작가 : 김딸내미
작품등록일 : 2016.8.30

탐정인 아버지가 한 마을의 강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사를 오면서 딸 마리아도 같이 따라나선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혼잡한 사건 속에서 웬 신사가 그녀의 곁에 나타나며 호감을 표하는데.. 의문의 괴도와 한 신사, 그리고 마리아의 이야기.

 
1. 까마귀 종탑
작성일 : 16-08-30 01:00     조회 : 556     추천 : 0     분량 : 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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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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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마리아는 아버지를 따라온 것이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단 두 가지의 이유를 들 수 있었다. 하나는 이 마을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매우 음침하다는 사실이었고, 자신의 잘못이 있다면 미처 아버지에게 마을이 어떤지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일체 여기가 어떠한지 말씀해주지 않았다. 부녀가 원래 살던 릴리오트라는 야생화가 잔뜩 피어있는 마을과는 달리 입구 초창부터 무너진 돌담에 무심히 꽂혀있는 부서진 나무팻말이란.

 

 마리아는 마차에서 내려서자마자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그 팻말을 바라보았다. 호우스트 마을이라는 겸연쩍은 페인트 칠이 두껍게 글씨로 쓰여져있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음침한 키 큰 나무들이 빼곡히 둘러싼 흙길이 구부정하게 끝없이 어둠 속에 파묻혀 있었다. 마리아는 아버지가 마부에게 돈을 쥐어주고 돌아올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썩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버지." 잔뜩 실망한 딸의 목소리가 역력했다. "역시 범죄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는 게 이런 겉모습부터가 증명되는 것이겠죠."

 

 하지만 아버지인 다거스 플로랑은 말없이 자신의 짐을 들고서 먼저 앞장서 가기 시작했다. 마리아는 아버지의 그림자가 자신의 발치에서 벗어나면 무슨 큰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서둘러 따라갔다. 한숨이 나왔지만 마리아는 꾹꾹 참으며 계속해서 걸어갔다. 이런 곳을 기대한 것이 아닌데. 실망한 것 중의 두 번 째 이유는 바로 이 곳에서 오랫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점이었다. 다거스 플로랑은 탐정으로서 강도사건의 의뢰를 받고 장기간 해결을 위해 아예 집을 한 채 빌려 거의 이사하다시피 짐을 챙겨왔다. 마리아가 물어서 얻은 대답이라고는, 그저 아주 영악한 도둑놈이 자꾸만 부잣집 물건을 훔쳐간다는 것 뿐이었다. 아버지는 그 자를 반드시 잡아낼 것이고, 그 때까지 마리아는 여기에 머물러야 한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마리아는 몸서리를 치다가 그만 진흙탕에 발이 빠져 넘어질 뻔 했다.

 

 "정신 좀 차리고 얼른 따라와라, 마리아." 다거스가 소리쳤다. "널 챙겨 줄 여유 따윈 없어. 내일 아침부터 의뢰인을 만나기로 했으니까."

 

 "저도 가야 하나요?" 마리아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 "저야 뭐 볼 이유가 있겠나요?"

 

 "당연히 가야지. 아버지가 탐정이면 딸이 잠시 처음이라도 얼굴을 비춰야 하는게 예의니까."

 

 "그만큼 부자인가요?" 마리아가 묻자 다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돈만 밝히는 재주에 눈에 띄였다면 정말 그랬으니까. 아버지도 마리아 자신 못지 않게 이런 너저분한 분위기는 제법 싫어하는 편인데도, 이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니, 말을 하지 않는 것은 화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꾹꾹 참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분명히 그렇다. 자기보다도 어쩌면 이런 분위기에 더욱 화가 난 것일지도. 그럼에도 이렇게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은, 마리아는 아버지에게 묻지 않았지만 분명 수입이 꽤나 된다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가신 뒤에도 그런 기질은 더욱 심해졌다.

 

 구부정한 흙길은 더욱 심해져서 음푹 패이고 진득해지면서 걷기가 힘들어졌지만, 얼마 가지 않아 밑동이 잘린 나무들이 나타나면서 인적이 서서히 나타난다는 것에 위안으로 삼았다. 마을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리아는 아버지가 화가 났다는 걸 알아차렸다는데 스스로 즐거우면서도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 아버지의 화가 자신에게로 도리어 튈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래도 아버지는 서서히 숲이 듬성듬성해지고 길도 많이 밟은 티가 나 더 이상 찐득거리지 않자 화가 누그러진 모양이었다. 부녀는 인근에 땅에 박은 말뚝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지만, 이제 마을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아버지는 종이쪽지를 주머니에서 꺼내들고 거기에 쓰여있는 주소록을 살펴보았다. 부녀는 잠시 그 곳에 서 있었는데, 마리아는 짐을 내려놓고 커다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어두운 숲에서 벗어나자 밝은 달빛이 이제서야 막 고루 사방을 비춰주었다. 넘어질까봐 바닥만을 쳐다보며 걸었는데, 잠시 쉴 수 있게 되자 고개를 들었더니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마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지 의심이 갔는데, 낡은 판잣집이 모여있는 피난촌 같기도 했다. 마을 안 쪽으로 갈 수록 뭔가 번듯한 건물이 구석구석에 있었는데 제발 마리아는 그 중에 하나가 부녀가 살 집이기를 바랐다. 저런 쪽집에서 잘 수는 없어, 마리아는 속으로 곱씹으며 본가에서 여기까지 온 자신의 노고를 보상받고 싶어했다.

 

 마을은 입구에서의 그 돌담과 마찬가지로 깨지고 부서진 채 허름한 집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집은 나무판을 덧대거나, 천을 둘러 바람을 막았으며 과연 그 안에 사람이 사는지 알 수는 없었다. 몇몇은 작은 불빛이 새어나왔으며, 바깥에 걸린 누더기 옷들이 건조대에 걸린 채 펄럭거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불이 꺼진 화덕에서의 굴뚝은 숯검댕이가 잔뜩 묻혀진 것이 다들 똑같았으며, 길은 몹시 더러웠다. 오물과 쓰레기, 토악질한 흔적, 음식물 쓰레기와 짐승의 배설물, 하수구가 막혀 빗물과 각종 오염된 물들이 바닥에 흘러가지도 못한 채 그대로 고여있었다. 마리아와 아버지는 그 길을 조심스럽게 피하며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집은 다행히도 아버지가 손으로 가리킨 바에 의하면 깔끔하면서도 오랫동안 방치된 까닭에 덩굴로 잔뜩 덮인 벽돌집이었다. 낡은 집들에 비하면 높은 삼 층 저택이었다. 마리아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며 구불구불한 골목길 덕택에 다양한 시선으로 집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러다 대문으로 향하는 오른쪽 골목길에 저택 뒤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종탑이 보였다. 마리아는 잠시 걸음을 늦추며 그것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종탑의 그림자에는 무언가 뾰족한 것들이 잔뜩 나 있었는데, 그것들은 몸을 들썩거리다가도 날개를 퍼덕거렸다. 마리아가 결론을 내리기로, 그것은 까마귀였다. 종탑에 마루에 까마귀 다섯 마리가 앉아있었고, 그 주변의 벽돌 틈이라던지 아래의 디딤돌에는 더욱 무수한 새들이 앉아있었다. 그것들은 날개를 뽐내거나 배를 홀쭉거리며 쓸데없이 입을 빡빡거렸다. 마리아가 자신들을 쳐다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어느 한 놈이 갑자기 푸드덕거리며 날아올라 저 편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다른 놈들도 하나 둘, 그러다가 점차 떼 지어 아예 한꺼번에 날아갔는데, 마리아는 멀리서 있었지만서도 흠칫 놀라 짐을 꽉 쥐었다. 종루의 종은 놈들이 힘차게 발을 디뎠던 힘 때문에 힘없이 덜렁거렸으며, 안의 추가 음침하게 벽을 땅땅 울렸다. 떼 지어 날아가는 까마귀와 홀로 어둠 속에서 남아 소리치는 종이라니. 마리아는 아버지의 고함소리로 서둘러 발을 옮겼고, 부녀는 앞으로 살게 될 저택에 도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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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까마귀 종탑 2016 / 8 / 30 557 0 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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